91다1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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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1993. 3. 26., 선고, 91다14116, 판결] 【판시사항】 가. 건물신축공사중 공사도급계약이 수급인의 해제통고로 해제된 경우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도급인은 기성부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나. 도급인인 대지소유자가 건축공사가 진척중 대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여 매수인이 임의로 기성부분을 철거한 경우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은 존속한다고 본 사례 다. 수급인의 기성부분 인도최고에 도급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수령을 거절하던 중 쌍방이 책임질 수 없는 제3자의 행위로 기성부분이 철거된 경우 도급인의 공사대금지급채무의 존부(적극) 라. 건축물을 불법철거당한 소유자가 부지소유자에게 대항할 권원이 없어서 자진철거하거나 강제로 철거당할 운명이었던 경우 불법철거로 인한 손해의 범위 마. 점유자의 자력방위권을 규정한 민법 제 209조 제1항 소정의 “직시”의 의미 및 점유를 침탈당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점유자가 침탈사실을 몰랐다면 자력탈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바. 수급인은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수급인의 재료와 노력으로 건축된 수급인 소유의 기성부분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건물신축공사의 진행중 공사도급계약이 수급인의 해제통고로 해제된 경우 해제 당시 골조공사를 비롯한 상당한 부분이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기성부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도급인인 대지소유자가 건축공사가 진척중 대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여 매수인이 임의로 기성부분을 철거한 경우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은 존속한다고 본 사례. 다.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공사금을 지급하고 기성부분을 인도받아 가라고 최고하였다면 수급인은 이로써 자기 의무의 이행 제공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도급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수령을 거절하던 중 쌍방이 책임질 수 없는 제3자의 행위로 기성부분이 철거되었다면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는 여전히 남아 있다. 라. 기성부분의 소유자인 수급인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기성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기는 하였으나 부지 소유자에게 대항할 권원이 없어서 조만간손해배상 없이 이를 자진철거하거나 강제로 철거당할 운명이었다면 불법철거로 인한 손해는 기성부분의 교환가격이나 투자비용이라고 할 수 없고, 기성부분이 적법히 철거될 때까지 당분간 부지를 불법점유한 채 기성부분을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이익, 철거 후 기성부분의 폐자재를 회수할 수 있는 이익의 침해로 인한 손해에 한정된다. 마. 민법 제209조 제1항에 규정된 점유자의 자력방위권은 점유의 침탈 또는방해의 위험이 있는 때에 인정되는 것인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점유자의 자력탈환권은 점유가 침탈되었을 때 시간적으로 좁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력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직시”란 “객관적으로 가능한 한 신속히” 또는 “사회관념상 가해자를 배제하여 점유를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되도록 속히”라는 뜻으로 해석할 것이므로 점유자가 침탈사실을 알고 모르고와는 관계없이 침탈을 당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면 자력탈환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바. 유치권은 타물권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수급인의 재료와 노력으로 건축되었고 독립한 건물에 해당되는 기성부분은 수급인의 소유라 할 것이므로 수급인은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질 수 없다.

【참조조문】 가.나.다. 민법 제665조 가. 민법 제673조 나.다. 민법 제538조 다. 민법 제390조, 제401조 라. 민법 제763조( 제393조) 마. 민법 제209조 바. 민법 제320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6.9.9. 선고 85다카1751 판결(공1986,1377), 1992.3.31. 선고 91다42630 판결(공1992,1419), 1992.12.22. 선고 92다30160 판결(공1993,567) / 다. 대법원 1983.11.8. 선고 83다카1476 판결(공1984,26) / 라. 대법원 1973.9.25. 선고 73다725 판결(공1973,7538), 1980.8.19. 선고 80다460 판결(공1980,13103), 1990.7.10. 선고 88다카25762 판결(공1990,1683) / 마. 대법원 1987.6.9. 선고 86다카1683 판결(공1987,1133)


【전문】 【원고, 상고인】 벽산건설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일영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청한종합쇼핑센타 외 5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 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3.27. 선고 89나3429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원고 대리인들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은, 원고는 1986.8.27. 피고 주식회사 청한건설(이하 피고 청한건설이라고 한다)로부터 같은 피고 소유인 그 판시 별지목록 기재 1 내지 13 대지와 소외인들 소유인 그 판시 별지목록 기재 14 내지 19 대지 위에 청한장미아파트 394세대와 부속상가 및 노인정 신축 공사를 공사대금 8,577,989,900원, 공사기간은 1986.9.5.부터 1987.11.5.까지로 정하여 수급하면서, 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원고가 제공하고 공사대금 중 1차 기성고는 착공일로부터 3월 후에, 그 후의 기성고는 매 2월마다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는 1986.9.5.경 공사에 착수하여 그 해 12.중순경까지 이 사건 대지인 위 별지목록 기재 1 내지 12 대지 위에 제1동의 지층과 1층 및 2층, 제2동의 지층 및 중앙공급실, 제4동의 지층 및 1, 2, 3층의 각 골조공사와 견본주택건축공사를 마친 상태(이하 ‘이 사건 기성부분’이라고 한다)에서 위 피고에게 1차 기성고공사대금 등합계 금 1,475,316,191원의 지급을 청구한 사실, 그러나 같은 피고는, 원고가 정화조 및 중앙공급실 등을 당초의 설계와 다르게 시공하였고 콘크리트의 강도를 규정보다 약하게 시공하는 등 부실공사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그 지급을 거절한 데다가, 원고로부터 차용한 금 600,000,000원도 변제하지 아니하고 그 담보를 위하여 교부한 위 피고의 계열회사인 소외 주식회사 청한주택 명의의 액면 금 100,000,000원권 약속어음 2장도 지급거절된 사실, 그러자 원고는 위 대여금 및 1차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장래 발생할 공사대금의 지급방법을 확실히 하기 전에는 공사를 계속할 수 없다면서 공사를 중단한 채 방치하다가 1987.2.27.경 위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고 장비와 인원을 철수시킨 채 경비원 한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건 기성부분을 점유·관리하게 하여 온 사실, 한편 소외 주식회사 조흥은행은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1984.9.21.자 근저당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받지 못하였기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그 절차에서 피고 주식회사 청한종합쇼핑센타(이하 피고 청한쇼핑이라고 한다)가 1988.4.20. 이를 금 40억원에 경락받아 같은 해 6.2.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같은 날 이를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이하 피고 5 등이라고 한다)에게 금 43억원에 매도하여 위 피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였다가 같은 해 6.21. 위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경료한 사실, 한편 피고 5 등은 이 사건 대지에 예식장을 건축할 계획을 세우고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하고자 같은 해 6.1.경 피고 청한건설 및 피고 청한쇼핑을 상대로 제소전화해신청을 하였고, 그달 20. “피고 청한건설은 피고 5 등의 비용으로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하고, 피고 청한쇼핑은 이 사건 대지를 인도한다.”는 취지의 제소전화해가 성립한 사실, 그 후 원고가 피고피고 5 등이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하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달 24. 피고 5에게 이 사건 기성부분은 피고 청한건설의 소유가 아니라 원고의 소유이므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에는 철거에 응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지만, 피고 5는 위 제소전화해가 성립되었다는 이유로 집달관을 통하지도 아니한 채 같은 해 7.7.부터 중장비와 인부들을 동원하여 이 사건 기성부분을 무단히 철거하기 시작한 사실, 원고가 인부들을 동원하여 이에 대항하자, 피고 5는 위 제소전화해에 대한 대체집행신청을 하여 그달 14. 대체집행결정을 받았고, 그달 16.에는 집달관을 통하여 이 사건 기성부분의 철거집행을 하려 하였으나 원고가 이 사건 기성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인부들을 동원하여 제지함으로써 그 집행을 하지 못한 사실, 그러자 피고 5는 다시 중장비와 인부들을 동원하여 무단철거를 강행하였고 그달 22.경 이 사건 기성부분을 완전히 철거하였으며 그 철거에 따른 폐자재를 임의로 처분하여 버린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기성부분은 수급인인 원고가 그 비용과 재료를 제공하여 시공한 것으로서 아직 도급인인 피고 청한건설에게 인도되지 아니하였으니 원고의 소유이고, 피고 5로서는 피고 청한건설과 위 제소전화해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기성부분의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취득할 수는 없으므로, 비록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로서 그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하여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기성부분의 철거를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철거집행은 집행력있는 채무명의 등에 기하여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하여야 할 것인데도, 원고로부터 미리 이 사건 기성부분은 원고의 소유이므로 철거에 응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서도 위 제소전화해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성부분을 사력으로 무단철거한 이상, 피고 5는 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기성부분의 불법철거 및 그 과정에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어서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원고의 주장 즉, “원고는 피고 5가 이 사건 기성부분을 불법철거함으로써 이 사건 기성부분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어 그 시가 상당액인 금 1,304,626,280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고, 가사 그러하지 아니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기성부분은 원고의 피고 청한건설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담보물인데 피고 5의 불법철거로 위 시가 상당액의 공사대금채권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으며, 또한 피고 5의 불법철거를 자력으로 방위하기 위한 인건비, 식대, 잡비 등으로 금 74,247,000원의비용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데에 대하여는, ①원고가 이 사건 기성부분의 소유자라 하여도 그 부지인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인 피고 5 등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어 조만간 손해배상 없이 이를 자진철거하거나 강제로 철거당할 운명이었으므로, 위 불법철거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기성부분의 교환가격이나 투자비용이라고는 할 수 없고, ②이 사건 기성부분이 철거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청한건설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감소 또는 소멸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공사대금채권에 상당하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③그 범위는 (①이 사건 기성부분이 적법히 철거될 때까지 당분간 이 사건 대지를 불법점유한 채 위 기성부분을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이익, (② 철거 후 이 사건 기성부분의 폐자재를 회수할 수 있는 이익의 침해로 인한 손해, (③위 불법철거를 자력으로 방위함에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비용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4) 그 손해액은, (①먼저 골조공사의 일부만이 이루어진 채 완성되지 못한 이 사건 기성부분만으로는 원고에게 어떠한 사용이익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②다만 원고는 피고 5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중장비와 인부를 동원하여 이 사건 기성부분을 불법으로 철거하려 하자 1988.7.11.경 대구지방법원에 철거금지가처분신청을 하고,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그 착수금으로 금 1,600,000원을 지급한 사실, (③또한 원고는 인부들을 동원하여 피고 5의 불법철거를 막으려 하였으나 그들 중 12명이 피고 5가 동원한 인부들에게 구타당하였으므로 그 치료비로서 합계금 1,430,050원을 지출한 사실, (④한편 원고는 피고 5가 위와 같이 폐자재를 임의로 처분함으로써 653.825톤(시가는 1kg당 60원)의 폐철근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기성부분 중 견본주택을 건축하기 위하여 합계 금 30,515,132원의 자재비를 지출하였는데, 이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철거할경우 자재의 노후정도, 철거에 따른 손상정도 등을 고려할 때 회수가능한 잔존자재의 가격은 피고 5가 자인하는 위 투입자재비의 1/3인 금 10,127,710원 정도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5는 원고에게 위 합계 금 52,431,260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데 이어서, (5) 원고가 피고 5의 위 불법철거를 자력으로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인부 수십명을 동원하여 그 노임으로 금 53,000,000원, 식대로 금 9,434,000원, 잡비로 금 6,812,820원을 지출함으로써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 5의 위 철거행위를 실력으로 저지하기 위하여 3-4일에 걸쳐 서울에서 100여 명의 인부를 동원하고 이들을 대절한 관광버스에 태워 대구까지 데려와 위 불법철거에 대항하게 함으로써 그 노임, 식대, 잡비 등으로 상당한 금원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이 다수의 인원을 장기간 동원하여 폭력적인 대응방법을 취하지 아니하고서는 위 철거행위를 적법절차에 의하여 저지시킬 수 없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원고의 위와 같은 조치는 부득이한 방위행위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2. 원고 대리인 변호사 윤일영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논지는, 원고는 피고 청한건설에 대하여 이 사건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제3자인 피고 5가 이를 불법으로 철거함으로써 채무자위험부담주의에 따라 위 채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위 피고의행위는 제3자의 채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건물신축도급계약은 원고의 해제통고로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초부터 피고 청한건설은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해제할 당시 아파트 제1동의 지층과 1층 및 2층, 아파트 제2동의 지층과 중앙공급실, 아파트 제4동의 지층 및 1, 2, 3층의 각 골조공사를 완성하였고, 견본주택건축공사를 완성한 상태였는바, 그렇다면 그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피고 청한건설에 이익이 된다고 해석되므로, 피고 청한건설은 원고에게 이 사건 기성부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은 소론과 같다( 당원 1986.9.9. 선고 85다카1751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철거행위가 제3자의 채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고의 피고 청한건설에 대한 이 사건 기성부분의 인도의무가 채무자위험부담주의에 따라 원고의 위험부담으로 소멸되었고, 따라서 같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채무도 더불어 소멸되었다고 인정된 후에야 거론할 수 있으므로, 먼저 이를 검토하기로 한다. 원심이 채택한 갑 제19호증의 13, 18, 49의 각 기재를 보면, 피고 청한건설 소유이던 이 사건 대지들을 피고 서은수 등에게 매도한 자는 실질적으로 피고청한건설로서, 같은 피고는 위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해 준다고 약속하였고, 이에 따라 위와 같이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한다는 제소전화해까지 하였다는 것이므로, 비록 피고 서은수가 제소전화해조서의 집행으로서 이 사건 철거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한 것은 위와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과 제소전화해가 이루어진 데에 그 이유가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 청한건설이 이 사건 철거행위 그 자체에는 관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 청한건설의 고의, 과실은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신의칙상 이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이 사건 기성부분의 인도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여전히 존속한다 할 것이다{피고 청한건설은 당초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매매 및 제소전화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보낸 편지(기록 117, 120장), 원고의 소장 3항(기록 69장), 피고들 대리인의 1989.2.2.자 준비서면 2항(기록 1744장) 참조.} 또한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9호증의 3의 기재에 의하여, 원고가 1988.6.22. 피고 청한건설에 공사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기성부분을 인도해 가라고 최고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는 이로써 자기 의무의 이행 제공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그런데도 같은 피고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수령을 거절함으로써 이때부터 수령지체에 빠졌다 할 것인바( 당원 1983.11.8. 선고 83다카1476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수령지체 중에 쌍방이 책임질 수 없는 피고 서은수의 불법철거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 청한건설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기성부분을 인도할 의무는, 채권자인 피고 청한건설의 책임 있는 사유로( 민법 제538조 제1항 전단) 또는 그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민법 제538조 제1항 후단)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 청한건설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지급채무는 아직도 남아 있고, 따라서 피고 5가 위 채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변호사 윤일영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 5의 불법행위로 이 사건 기성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기는 하였으나, 원심이 적절히 판단한 대로, 원고가 이 사건 기성부분의 소유자라 하여도 그 부지인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인 피고 5 등에게 대항할 권원이 없어서 조만간 손해배상 없이 이를 자진철거하거나 강제로 철거당할 운명이었으므로, 위 불법철거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기성부분의 교환가격이나 투자비용이라고는 할 수 없고, 다만 이 사건 기성부분이 적법히 철거될 때까지 당분간 이 사건 대지를 불법점유한 채 이 사건 기성부분을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이익, 철거 후 이 사건 기성부분의 폐자재를 회수할 수 있는이익의 침해로 인한 손해에 한정된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손해배상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변호사 윤일영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민법 제209조 제1항에 규정된 점유자의 자력방위권은 점유의 침탈 또는방해의 위험이 있는 때에 인정되는 것인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점유자의 자력탈환권은 점유가 침탈되었을 때 시간적으로 좁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력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직시”란 “객관적으로 가능한 한 신속히” 또는 “사회관념상 가해자를 배제하여 점유를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되도록 속히”라는 뜻으로 해석할 것이므로( 당원 1987.6.9. 선고 86다카1683 판결 참조), 점유자가 침탈 사실을알고 모르고와는 관계 없이 침탈을 당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면 자력탈환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채택한 갑 제11호증의 2, 갑 12호증, 갑 제15호증의 2, 갑 제19호증의 8, 9, 12, 13, 17, 19 내지 22, 49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에,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19호증의 10, 25, 갑 제20호증의 43 내지 50의 각 기재, 갑 제19호증의 30 내지 47, 갑 제20호증의 18 내지 24, 26 내지 41의 각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을 종합하면, ① 원고는 1987.2.27.경 피고 청한건설에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해제를 통고하고, 경비원 한 사람에게 이 사건 기성부분을 점유 관리하도록 하여 온 사실,② 피고 5는 같은해 7.7.부터 그달 11.까지 위 화해조서의 집행으로서가 아니라 임의로 매일 중장비 1대와 인부 10여명을 동원하여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하기 시작한 사실, ③ 원고는 그달 12. 08:00부터 서울에서 동원한 인부 34명으로 하여금 이 사건 기성부분을 보호하려 하였으나, 그달 13. 08:00 피고 5의 인부들에게 쫓겨난 사실, ④ 위 피고는 그달 13. 13:00부터 이 사건 기성부분의 철거를 계속하는 한편,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대체집행신청을 하였고, 그달 14. 위 법원으로부터 대체집행결정을 받은 사실, ⑤ 원고는 그날 07:00부터 그달 16. 11:00까지 인부 약 100명을 동원하여 이 사건 기성부분을 지켰지만, 결국 위 피고의 인부들에게 쫓겨난 사실, ⑥ 피고 5는 그달 16. 11:00 위 대체집행결정에 터잡아 집달관에게 위임하여 이 사건기성부분에 대한 철거집행을 하려 하였지만, 원고가 집달관에게 관계문서를 제시하면서 그 소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피고 5의 인부 약 50명과 원고의 인부 약 100명이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위 집행은 불능으로 끝난 사실, ⑦ 피고 5는 대체집행이 불능되자 다시 중장비와 인부들을 동원하여 무단철거를 강행하였고, 그달 22.경 이 사건 기성부분을 완전히 철거한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기성부분이 완성된 때부터 이를 계속 점유하여 왔으나, 적어도 피고 5가 이를 철거하기 시작한 그달 7. 이후에는 그 점유를 피고 5에게 침탈당하였다고 보이고, 그렇다면 원고가 그달 12, 14, 16.에 각 인부를 동원하여 그 탈환을 시도한 것은 자력탈환권의 요건인 “직시”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고, 원고가 피고 5의 침탈 또는 방해하려는 행위에 대하여 자력방위권을 행사하였다는 자료도 전혀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결국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이유모순, 자력구제와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논지들도 모두 이유가 없다.

4. 변호사 윤일영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피고 5를 제외한 피고들이 이 사건 기성부분을 철거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소전화해를 하였다 하여, 그것이 불법철거의 교사 또는 방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이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배척한 데에 소론과 같이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은 없다. 논지 또한 이유 없다.

5. 원고 대리인 변호사 정경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판단한 대로, 이 사건 기성부분은 원고의 재료와 노력으로 건축되었고 독립한 건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는 원고의 소유라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이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진다는 주장은, 유치권이 타물권인 점에 비추어 이유 없다. 또한 원심이, 원고의 점유가 침탈되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옳다. 피고 5의 이 사건 기성부분의 철거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이에 대한 소유권과 채권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위에서 살핀 바와 같다. 따라서 논지들 역시 모두 이유 없다.

6. 변호사 정경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논지는, 원고가 이 사건 기성부분에 대한 유치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의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대지의 전득자인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까지는 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나, 이는 독자적 견해에 불과한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7.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