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다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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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확인 [대법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판시사항】[편집]

가. 이른바 실효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

나. 실효의 원칙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에 있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적극)

다. 실효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하여 심리하여야 할 일반적인 사항 및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에 있어서 실효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

라. 근로자가 의원면직된 때로부터 12년, 그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임을 안 때로부터 2년 4개월 후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가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편집]

가.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 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에 있어서는 징계 사유와 그 징계해임처분의 무효 사유 및 징계 해임된 근로자가 그 처분이 무효인 것을 알게 된 경위는 물론, 그 근로자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사용자가 신뢰할 만한 다른 사정(예를 들면, 근로자가 퇴직금이나 해고수당 등을 수령하고 오랫동안 해고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든지 해고된 후 곧 다른 직장을 얻어 근무하였다는 등의 사정), 사용자가 다른 근로자를 대신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의 여부 등을 모두 참작하여 그 근로자가 새삼스럽게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결과가 되는지의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라. 갑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의 기초가 된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의 사유는 갑이 수용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고, 위 징계해임처분의 무효 사유는 사용자인 을이 인사위원회의 심리기일에 결석한 갑에 대하여 심리기일을 1회 연기하지 아니하고 막바로 징계결의를 하였다는 것인바, 이러한 사정들과 갑이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 것임을 알고서도 2년 4개월 남짓한 동안이나 그 처분이 무효인 것이라고 주장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바 없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여 보면, 갑이 의원면직처분으로 면직된 때로부터 12년 이상이 경과된 후에 새삼스럽게 그 처분의 무효를 이유로 을과의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본 사례.

【참조조문】[편집]

가.나.다.라. 민법 제2조 나.다.라. 근로기준법 제27조

【참조판례】[편집]

가. 대법원 1988.4.27. 선고 87누915 판결(공1988,923), 1991.7.26. 선고 90다15488 판결(공1991,2237)/ 라. 대법원 1989.12.12. 선고 88누8869 판결(공1990,276),

1990.11.23. 선고 90다카25512 판결(공1991,177),

1991.4.12. 선고 90다8084 판결(공1991,1364)

【전문】 【원고, 피상고인】 송대흥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현 【피고, 상고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수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7.12. 선고 91나156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가 1978.6.16.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의 성동영업소 전기원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수용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하여 7.5.까지 원고 스스로 사직원을 제출하면 의원면직으로 처리하되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징계해임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건부 징계해임결의를 하고, 그 사실을 6.28. 원고에게 통지함에 따라 원고가 7.5. 사직원을 제출하자 의원면직으로 처리한 사실, 피고의 정관 및 취업규칙에 의하면 피고가 그 직원을 징계 해임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피고의 취업관리요령에 의하면 인사위원회가 징계사건을 심리함에 있어서 훈계토록 처리될 경미한 사건 또는 본인이 사전에 출석치 않을 의사를 표시하거나 사직당국에 구속되었을 때 또는 기타 사유로 출석이 불가능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위자 본인을 출석시켜 그의 진술을 들 어야 하고 심리기일에 비위자가 결석한 때에는 1회에 한하여 심리를 연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인사위원회에서는 원고가 사전에 출석치 않을 의사를 표시한 바 없이 위 심리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심리를 연기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위와 같이 조건부 징계해임을 결의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위와 같이 사직원을 제출하고 이에 따라 의원면직된 것으로 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순수한 자의에 의한 의원면직과는 성질이 달라서 의원면직처분이 위 조건부 징계해임처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것인데, 위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이 피고의 정관. 취업규칙 및 취업관리요령의 규정을 위반하여 징계대상자인 원고에게 출석과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기하여 행하여진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도 무효라고 판시 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증거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소론과 같이 원고가 위 징계해임처분에 대하여 취업관리요령에 따른 항고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사직원을 제출하고 피고로부터 퇴직금까지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그 당시 위 징계해임처분이 무효인 것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징계해임처분의 일부가 아니라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결국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2의 가. 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날로부터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까지 12년이 넘는 동안 위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이나 그에 기한 의원면직처분에 관하여 아무런 법적 구제절차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피고와의 고용관계를 더 이상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믿고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왔을 뿐 아니라 원고가 다시 피고의 전기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고용관계를 주장하여 원고가 피고의 사원임의 확인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거나 실효의 법리에 의하여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즉, 실효의 법리에 따라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록 권리자의 주관적인 동기가 고려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게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어서 이를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는 것인바, 원고가 징계처분을 받을 당시 유사한 비위사실로 함께 징계처분을 받은 피고의 직원들 중 일부가 피고를 상대로 징계결의무효확인의 소나 의원면직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1985년경까지 그들 중 의원면직으로 처리되지 않고 징계해임으로 처리된 일부 직원들은 승소하였음에 반하여 원고와 같이 조건부 징계해임결의를 통고받아 사직원을 제출하여 의원면직으로 처리된 직원들은 모두 패소하였는데, 원고와 같이 조건부징계해임결의에 의한 의원면직처분을 받았던 소외 김원도가 1985.10.경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임을 내세워 이 사건과 같은 소를 제기하여 1988.4.25. 선고된 대법원판결로 승소확정되었으며, 이어서 소외 김윤수가 1988.5.경 위 김원도와 같은 내용의 소를 제기하여 1989.2.경 역시 승소확정되자, 같은 처지에 있던 소외 이원형도 1989.5.경 동일한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하였다가 1990.8.28. 대법원에서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처럼 원고와 같은 경위로 의원면직처분을 받은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의 최종적인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던 원고는 위 의원면직처분이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거듭 선고되자 1990.9.3.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의 지체가 그의 단순한 주관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상대방인 피고로서도 이제는 원고가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수 없으며, 또한 원고에 대한 위 의원면직처분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그 무렵 사실상 종료되어 이 사건 소의 제기에 이르기까지 12년 정도의 시일이 경과하였다 하여, 곧바로 원고가 다시 피고의 전기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 1988.4.27. 선고 87누915 판결; 1991.7.26. 선고 90다15488 판결 등 참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근로자로서의 임금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해고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여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에 관하여는 노동조합법 제40조 제2항에 그 구제신청을 하여야할 기간이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3월 이내로 규정되어 있으나,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여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는 경우의 제소기간에 관하여는 우리 법에 아무것도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사건을 검토하여 보건대,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처럼 피고로부터 조건부 징계해임결의를 통고받고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의원면직처분을 당한 다른 직원들 중 소외 김원도가, 그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에 의한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임을 내세워 이 사건과 같은 내용의 소를 제기하여 1988.4.25.선고된 대법원판결로 승소확정되었고, 원고가 같은 처지에 있었던 다른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을 받을 당시에는 그 기초가 된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에 무효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1988.4.25. 위 대법원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위 김원도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 것으로 판명된 때부터는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 것도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그 때부터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1990.9.3.까지 무려 2년 4개월 남짓한 동안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것이라고 주장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원심은, 원고가 위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후에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소외 김윤수와 이원형이 제기한 소송의 최종적인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1990.8.28.까지 위 대법원판결과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거듭 선고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으나, 위 김원도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과 같은 내용의 처분이 무효인 것으로 대법원판결로써 이미 확정된 이상, 그 대법원판결이 취한 견해가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후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거듭 선고될 때까지 원고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나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1978.7.5. 의원면직으로 처리된 후 10년 가까이나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않고 있던 원고가 1988.4.25. 위 김원도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후에도 곧바로 또는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 채 2년 4개월 남짓이나 경과하도록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아니한 까닭이 무엇인지, 위 대법원판결이 취한 견해가 번복될 가능성이 있거나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 것인 점에 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의 여부 등을 더 소상하게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의 위 항변이 이유가 있는 것 인지의 여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만을 설시한 채 원고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으므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실효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 한편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이 사건과 같은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에 있어서는, 징계사유와 그 징계해임처분의 무효사유 및 징계해임 된 근로자가 그 처분이 무효인 것을 알게된 경위는 물론, 그 근로자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사용자가 신뢰할 만한 다른 사정(예를 들면, 근로자가 퇴직금이나 해고수당 등을 수령하고 오랫동안 해고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든지 해고된 후 곧 다른 직장을 얻어 근무하였다는 등의 사정), 사용자가 다른 근로자를 대신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의 여부 등을 모두 참작하여 그 근로자가 새삼스럽게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결과가 되는지의 여부를 가려야할 것이다. 이 경우 근로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원심이 판시한 바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의 기초가 된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의 사유는 원고가 수용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고, 위 징계해임처분의 무효사유는 피고가 인사위원회의 심리기일에 결석한 원고에 대하여 심리기일을 1회 연기하지 아니하고 막바로 징계결의를 하였다는 것인바, 이러한 사정들과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 것임을 알고서도 2년 4개월 남짓한 동안이나 그 처분이 무효인 것이라고 주장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바 없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으로 면직된 때로부터 12년 이상이 경과된 후에 새삼스럽게 그 처분의 무효를 이유로 피고와의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여 이 사건과 같은 소를 제기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아니하다( 당원 1989.9.29. 선고 88다카19804 판결; 1989.12.12. 선고 88누8869 판결; 1990.11.23. 선고 90다카25512 판결, 1991.4.12.선고 90다8084 판결 등 참조). 또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으로 면직된 후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은 이점에 대하여 아무런 심리판단도 하지 않고 있으나, 만일 원고가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바 있다면, 원고가 이 사건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인 것임을 알게 된 후 에도 수령한 퇴직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도 위와 같은 실효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이 점에 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것도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저지른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제2의 나. 점)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최재호 김주한 김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