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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헌마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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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헌마111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2년 1월 28일 판결.


【판시사항】 1. 헌법소원(憲法訴願)의 대상이 된 침해행위(侵害行爲)의 종료(終了)와 심판청구(審判請求)의 이익(利益) 유무 2. 헌법상(憲法上)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權利)와 의미와 내용 3. 변호인(辯護人)과의 접견교통권(接見交通權)과 헌법(憲法) 제37조 제2항과의 관계 4.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의 원인이 된 공권력(公權力)의 행사를 취소(取消)하는 대신 위헌확인(違憲確認)을 한 사례(事例) 5. 가. 행형법(行刑法) 제26조 중 행형법(行刑法) 제18조 제3항을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의 변호인접견(辯護人接見)에도 준용(準用)하도록 한 부분이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는지 여부 나. 피청구인의 위헌적(違憲的)인 공권력행사(公權力行使)가 위헌법률(違憲法律)에 기인한 것이라 인정하여 당해 법률조항(法律條項)에 대하여 위헌선언(違憲宣言)을 한 사례(事例) 【결정요지】 1. 헌법소원(憲法訴願)의 대상이 된 침해행위(侵害行爲)가 이미 종료하여서 이를 취소(取消)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憲法訴願)이 주관적(主觀的) 권리구제(權利救濟)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침해행위(侵害行爲)가 앞으로도 반복(反復)될 위험(危險)이 있거나 당해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憲法秩序)의 수호(守護)ㆍ유지(維持)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憲法的)으로 그 해명(解明)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審判請求)의 이익(利益)을 인정하여 이미 종료한 침해행위가 위헌(違憲)이었음을 선언적(宣言的) 의미(意味)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가. 헌법(憲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구속(身體拘束)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權利)는 무죄추정(無罪推定)을 받고 있는 피의자(被疑者)ㆍ피고인(被告人)에 대하여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폐해(弊害)를 제거하고 구속(拘束)이 그 목적의 한도(限度)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하지 않게끔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의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은 “변호인(辯護人)의 충분한 조력(助力)”을 의미한다.

나.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權利)의 필수적 내용은 신체구속(身體拘束)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辯護人)과의 접견교통권(接見交通權)이며 이러한 접견교통권(接見交通權)의 충분한 보장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ㆍ영향ㆍ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接見)을 통하여서만 가능하고 이러한 자유로운 접견(接見)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접견(接見)에 교도관(矯導官)이나 수사관(搜査官) 등 관계공무원(關係公務員)의 참여가 없어야 가능하다.

3. 변호인(辯護人)과의 자유로운 접견(接見)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權利)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國家安全保障), 질서유지(秩序維持), 공공복리(公共福利)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4. 청구인(請求人)의 기본권(基本權)을 침해한 피청구인(被請求人)의 위헌적(違憲的)인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는 취소(取消)되어야 할 것이나 취소(取消)되어야 할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를 취소(取消)하는 대신 위헌적(違憲的)인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위헌성(違憲性)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리고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權利)의 내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피청구인(被請求人)의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에 대하여 선언적(宣言的) 의미(意味)에서 위헌(違憲)임을 확인(確認)한다고 한 사례(事例)

5. 가. 행형법(行刑法) 제62조가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에 대하여 본법(本法) 또는 본법(本法)의 규정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때에는 수형자(受刑者)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여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피의자, 피고인)의 변호인(辯護人) 접견(接見)에도 행형법(行刑法) 제18조 제3항에 따라서 교도관이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신체구속(身體拘束)을 당한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에게 보장된 변호인(辯護人)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權利)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된다.

나. 피청구인의 위헌적(違憲的)인 공권력행사(公權力行使)가 위와 같은 위헌법률(違憲法律)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의하여 행형법(行刑法) 제62조의 준용규정 중 행형법(行刑法) 제18조 제3항을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의 변호인(辯護人) 접견(接見)에도 준용하도록 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선언(違憲宣言)을 한 사례(事例)

청구인 : 유○덕 대리인 변호사 이석태 외 2인 피청구인 : 국가안전기획부장 【전문】 [주 문]


1. 청구인이 1991.6.14. 17시부터 그날 18시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면회실에서, 그의 변호인과 접견할 때 피청구인 소속직원(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거나 기록한 것은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2. 행형법(1950.3.2. 법률 제105호, 최후개정 1980.12.22. 법률 제3289호) 제62조는 그 중 행형법 제18조 제3항을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도 준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1991.6.13. 국가보안법 위반 등 피의사건으로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하여 구속되어 서울 중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던 중 1991.6.14. 17시부터 그 날 18시 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면회실에서 그의 변호인인 조용환 변호사 및 그의 처 김00와의 접견을 동시에 하게 되었는데 그 때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수사관) 5인이 접견에 참여하여 가까이서 지켜 보면서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고 또 이를 기록하기도 하고 만나고 있는 장면을 사진을 찍기도 하므로 변호인이 이에 항의하고 변호인과 피의자의 접견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니 청구인과 변호인이 따로 만날 수 있도록 해 줄 것과 대화내용의 기록이나 사진촬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으나 수사관들은 “무슨 말이든지 마음놓고 하라.”고 말하면서 변호인의 요구를 거절한 사실과 청구인은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1991.6.26.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이나 그러한 경우라도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으며, 또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할 만한 이익(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것인가에 대하여 본다.

가.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ㆍ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 법원 또는 검사의 소속 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수사관이 구속당한 사람의 변호인 접견에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는 등, 자유로운 접견방해를 하는 것을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 보아 위 법률조항에 따라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을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가사 그러한 청구를 하더라도 취소ㆍ변경 청구의 대상이 되어야 할 접견방해행위는 계속 중인 것이 아니라, 이미 종료된 사실행위여서 취소ㆍ변경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법원으로서는 재판할 이익이 없다고 하여 청구를 각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417조 소정의 불복방법은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은 수사기관에 의한 접견방해에 대한 구제방법이 될 수 없고 헌법소원의 심판청구이외에 달리 효과있는 구제방법을 발견할 수 없다.


나. 청구인이 그것에 의하여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변호인 접견방해행위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이제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할 만한 이익이 있는 것인가가 문제된다.

헌법소원의 본질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 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도 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에 있어서의 권리보호이익은 일반법원의 소송사건에서처럼 주관적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하여서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이미 종료한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선언적 의미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신체구속을 당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 접견권은 적정한 방어권행사를 통한 신체자유의 보장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권리이고 변호인과의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고도의 기본권에 관한 매우 중요한 헌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4항이나 변호인 접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4조에는 그에 관하여 명시적인 언급이 없고 도리어 행형법 제62조는 수형자가 타인과 접견할 경우에 교도관이 참여하도록 규정한 동법 제18조 제3항의 규정을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도 준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에 근거하여 법무부는 교도관집무규칙(1986.12.10. 법무부령 제291호) 제51조 제1항에 “정복교도관이 재소자의 접견에 참여하는 때에는 재소자 및 접견자의 행동, 표정, 대화내용 등을 엄밀하게 관찰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에도 정복교도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청취하도록 하고 있으며, 경찰청은 피의자유치및호송규칙(1991.7.31. 경찰청훈령 제62호) 제34조(변호인과의 접견에 관한 주의) 제1항에 유치인과의 접견에 있어서는 유치주무자가 지정하는 경찰관이 이에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신체구속을 당한 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는 당연히 경찰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청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체구속을 당한 피의자, 피고인이 접견할 때에는 구치소ㆍ교도소에서는 정복교도관이, 경찰서에서는 경찰관이 계속하여 참여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처럼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변호인 접견방해의 시정을 위하여, 그리고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 접견권의 내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비록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침해행위는 이미 종료되었지마는 그것의 위헌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고 소원은 적법하다.


3. 그러므로 심판청구의 내용에 대하여 판단한다.

가.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였는데 공소가 제기된 형사피고인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 아직 공소제기조차 되지 아니한 형사피의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며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의자,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불구속수사, 불구속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도망할 우려가 있으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인정될 따름이다.


나. 피의자, 피고인의 구속은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만부득이 인정되고 있는 제도이므로 구속이 도망의 방지나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구속의 목적을 넘어서 수사편의나 재판편의를 위하여 이용되어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 의하여 남용되기 쉬우며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그것만으로도 불안, 공포, 절망, 고민, 정신혼란 등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입상실, 수입감소, 사회활동의 억제, 명예의 추락 등 많은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특히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는 자칫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한 고문ㆍ폭행 등이 자행되기 쉽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도 보장되기 어렵게 되며, 구속이 그 목적을 일탈하여 수사편의나 재판편의로 이용될 때 공소제기가 잘못되거나 재판이 잘못되어 원죄(寃罪)사건이 생기기 쉽다. 이처럼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 피고인에 대하여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적용하지 않게끔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변호인의 조력”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


다.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게 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과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만 할 것이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필수적 내용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일 것이다. 변호인은 접견을 통하여 구속된 피의자, 피고인의 상태를 파악하여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피의사실이나 공소사실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그에 관한 피의자ㆍ피고인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의논하며, 피의자나 피고인 진술의 방법, 정도, 시기, 내용 등에 대하여 변호인으로서의 의견을 말하고 지도도 하고, 진술거부권이나 서명날인거부권의 중요성과 유효적절한 행사방법을 가르치고 그것들의 유효적절한 행사에 의하여 억울한 죄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하며, 수사기관에 의한 자백강요, 사술(詐術), 유도(誘導), 고문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가르쳐 허위자백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피의자로부터 수사관의 부당한 조사(유도, 협박, 이익공여, 폭력 등) 유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피의자나 피고인의 불안, 절망, 고민, 허세 등을 발견하면 그 감정의 동요에 따라 격려하여 용기를 주거나 위문하거나 충고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통하여서만 가능하고 이러한 자유로운 접견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교도관이나 수사관 등 관계공무원의 참여가 없어야 가능할 것이다. 만약 관계공무원이 가까이서 감시하면서 대화내용을 듣거나 녹취하거나 또는 사진을 찍는 등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변호인의 이러한 활동은 방해될 수밖에 없고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나 진술거부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정신에 크게 반하는 일이다.

공소제기를 잘못하거나 오판 등에 의한 원죄(寃罪)는 구속된 피의자, 피고인과 변호인의 자유로운 접견교통에 의하여 사전에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라. 이상과 같이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구속된 사람을 계호(戒護)함에 있어서도 1988.12.9. 제43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모든 형태의 구금 또는 수감상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 제18조 제4항이 “피구금자 또는 피수감자와 그의 변호인 사이의 대담은 법 집행 공무원의 가시거리(可視距離)내에서 행하여 질 수는 있으나 가청거리(可聽距離)내에서 행하여져서는 아니된다.”라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듯이 관계공무원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대담내용을 들을 수 있거나 녹음이 가능한 거리에 있어서는 아니되며 계호나 그밖의 구실아래 대화장면의 사진을 찍는 등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유로운 접견에 지장을 주어서도 아니될 것이다.


마.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이 이상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신체구속을 당한 청구인이 1991.6.14. 17시부터 그날 18시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면회실에서 그의 변호인과 접견을 하는데 있어 소속직원(수사관)으로 하여금 접견에 참여하게 하고,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대화내용을 듣거나 기록하게 하였으니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는 일이다. 청구인의 변호인 접견이 그의 처 김덕자와의 접견과 동시에 있었고, 대화내용의 비밀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접견이라야 한다는 것은 변호인 접견에만 적용되고 변호인이외의 자와의 접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 하여 그러한 경우에는 수사관을 참여시켜도 괜찮은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있을른지도 모르나 구속된 사람과 변호인과의 대화내용에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상, 변호인 이외의 자를 동시에 접견하는 경우라 하여도 변호인과의 대화내용이 청취 당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므로 그 경우 역시 관계공무원의 참여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며, 구속된 자와 변호인 이외의 자와의 접견에 관계공무원의 참여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접견을 시키는 수사기관이나 교도소는 변호인 접견과 변호인이외의 자와의 접견을 분리하여 실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그의 변호인 및 그의 처와 동시에 접견을 시키면서(더구나 변호인은, 변호인 접견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청구인과 따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소속직원을 접견에 참여시켜 대화내용을 듣거나 기록하게 하였으니 이는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바. 결국 청구인의 기본권(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을 침해한 피청구인의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는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취소되어야 할 공권력행사는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를 취소하는 대신, 위헌적인 공권력행사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리고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내용(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을 포함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피청구인의 공권력행사가 위헌인 것임을 선언적 의미에서 확인하고, 나아가서 행형법 제18조 제3항에는 “수형자의 접견과 서신수발은 교도관의 참여 또는 검열을 요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같은 법 제62조는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본법 또는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때에는 수형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여 미결수용자(피의자,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에도 행형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서 교도관이 참여할 수 있게 하였는 바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신체구속을 당한 미결수용자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고 피청구인의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는 바로 위와 같은 위헌법률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의하여 행형법 제62조의 준용규정 중 행형법 제18조 제3항을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도 준용하도록 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선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찬성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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