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헌마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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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헌마264
부천시담배자동판매기설치금지조례 제4조 등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5년 4월 20일 판결.

【판시사항】 1. 조례(條例)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2. 주민(住民)의 권리(權利) 의무(義務)에 관한 조례제정권(條例制定權)에 대한 법률(法律)의 위임(委任) 정도 3. 담배자동판매기의 설치제한(設置制限) 및 철거(撤去)를 규정한 조례(條例)가 직업수행(職業遂行)의 자유(自由)를 침해하는지 여부 4. 기존의 담배자동판매기를 조례(條例)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거(撤去) 하도록 한 조례(條例)의 부칙규정이 소급입법(遡及立法)에 의한 재산권박탈에 해당하는지 여부 【결정요지】 1. 조례(條例)는 지방자치단체(地方自治團體)가 그 자치입법권(自治立法權)에 근거하여 자주적으로 지방의회(地方議會)의 의결을 거쳐 제정한 법규(法規)이기 때문에 조례(條例) 자체로 인하여 직접 그리고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그 권리구제의 수단으로서 조례(條例)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2. 조례(條例)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地方議會)는 선거를 통해서 그 지역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住民)의 대표기관(代表機關)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地方自治團體)에 포괄적(包括的)인 자치권(自治權)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로 볼 때, 조례(條例)에 대한 법률(法律)의 위임(委任)은 법규명령(法規命令)에 대한 법률(法律)의 위임(委任)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具體的)으로 범위(範圍)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包括的)인 것으로 족하다. 3. 자동판매기를 통한 담배판매는 구입자가 누구인지를 분별하는 것 이 곤란하여 청소년의 담배구입을 막기 어렵고, 또 그 특성상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는 익명성(匿名性), 비노출성(非露出性)으로 인하여 청소년으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담배구입을 용이하게 하고, 주야를 불문하고 언제라도 담배구입을 가능하게 하며, 청소년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설치됨으로써 청소년에 대한 흡연유발효과도 매우 크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하여 자판기설치의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담배소매인의 직업수행(職業遂行)의 자유(自由)가 다소 제한되더라도 법익형량(法益衡量)의 원리상 감수되어야 할 것이다. 4. 기존의 담배자동판매기를 조례(條例)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거(撤去)하도록 한 조례(條例)의 부칙 규정은 이 사건 조례(條例)들의 시행일(施行日) 전까지 계속되었던 자판기의 설치ㆍ사용에 대하여는 규율하는 바가 없고, 장래(將來)에 향하여 자판기의 존치ㆍ사용을 규제할 뿐이므로 그 규정의 법적(法的) 효과(效果)가 시행일 이전의 시점에까지 미친다고 할 수가 없어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遡及立法)이라고 할 수 없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조 ○ 운 외 22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최 종 백 외 2인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별지 청구인 명단 1. 기재 청구인들은 부천시에서, 같은 명단 2. 기재 청구인들은 서울 강남구에서 각 담배자동판매기(이하 “자판기”라 한다)를 이용하여 담배소매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방자치단체인 부천시와 서울 강남구는 각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부천시 담배자동판매기설치금지조례(부천시 조례 제1197호, 이하 “부천시조례”라 한다)와 강남구 담배자동판매기설치금지조례(강남구 조례 제207호, 이하 “강남구조례”라 한다)를 제정하여, 부천시조례는 1992.8.12.자로, 강남구조례는 같은 해 10.16.자로 공포ㆍ시행되었다.

청구인들은 자판기의 설치를 제한하고 설치된 자판기를 철거하

도록 한 부천시조례 제4조 및 부칙 제2항과 같은 내용의 강남구조례 제4조 및 부칙 제2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으로서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여, 각 해당조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부천시조례 제4조 및 부칙 제2항과 강남구조례 제4조 및 부칙 제2항으로서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부천시조례

제4조(설치의 제한) 자판기는 부천시 전지역에 설치할 수 없다. 다만, 성인이 출입하는 업소 안에는 제외한다.

부칙 ② (경과조치) 이 조례의 시행 전에 설치된 자판기는 시행일부터 3월 이내에 철거하여야 한다.

(2) 강남구조례

제4조(설치의 제한) 자판기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전지역에 설치할 수 없다. 다만, 성인이 출입하는 업소 안에는 제외한다.

부칙 ② (경과조치) 이 조례의 시행 전에 설치된 자판기는 시행일부터 3월 이내에 철거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부천시조례와 강남구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들”이라 한다)는 재무부령인 담배사업법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별표 2의 자동판매기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나 담배사업법에는 자판기설치제한

에 관한 아무런 위임규정이 없음에도 위 시행규칙에서 자판기설치를 조례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 시행규칙은 무효이며, 이러한 무효인 시행규칙에 근거한 이 사건 조례들 역시 헌법 제117조 제1항 및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한 자치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이다. 나아가 위 시행규칙은 자판기의 설치제한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조례들에서 부천시 및 강남구 전지역을 자판기설치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위 시행규칙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조례제정권의 행사이다.

(2) 청구인들이 영위하고 있는 자판기에 의한 담배소매행위는 직업수행의 자유의 일환인 영업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조례들이 청소년보호를 목적으로 이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로서 요구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된다. 즉, 청소년보호가 주목적이라면 청소년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나 학교 기타 교육기관 주변 등과 같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자판기의 설치로 청소년의 담배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현저히 증가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장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자판기의 설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조례들은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무시하고 부천시 및 강남구 전지역에 대하여 자판기를 설치할 수 없게 함으로써 청구인들에게 보장된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3) 이 사건 조례들이 시행됨으로써 청구인들은 단지 부천시나 강남구에서 자판기에 의한 담배소매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은 지역 또는 조례의 내용이 완화된 형태로 제정ㆍ시행되는 지역의 담배소매인과 비교하여, 더 나아가 이러한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다른 유사직업의 종사자들과 비교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4) 자판기를 통한 담배의 판매는 무형의 재산권의 일종인 영업권인데 이러한 재산권을 법률이 아닌 조례로 제한함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된다.

(5) 이 사건 조례들의 각 부칙 제2항은 이미 설치되어 있는 자판기마저 위 조례들의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거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는 자판기를 사후의 조례규정에 의거 소급적용하여 철거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에 해당하여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

나. 부천시장과 강남구청장의 의견 (1) 이 사건 조례들은 단지 자판기설치를 위한 담배소매인의 지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담배소매인 지정신청자에게 적용될 뿐 청구인들과 같은 기존의 담배소매인에게는 관련되는 규정이 아니고 담배소매인 지정신청에 대하여 거부처분을 하였을 때 비로소 기본권의 침해가 발생된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조례들의 규정만으로 직접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관련성,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가사 이 사건 조례들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행정쟁송절차에 따라 권리구제가 가능함에도 이러한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보충성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조례들은 담배사업법 제16조, 동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적법한 위임에 의한 것이고, 그 규정내용에 있어서도 자판기설치를 전면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출입하는 업소 안에는 자판기의 설치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있지도 아니하다.

(3) 이 사건 조례들은 청소년보호를 위하여 자판기의 원칙적인 설치금지를 규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성인이 출입하는 업소 안에는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담배소매인의 영업권도 배려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과도하게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4) 부천시나 강남구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내용의 조례가 제정ㆍ시행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규제방침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이상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두고 평등권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

(5) 재산권은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조례들은 관계법규정에 따라서 제정ㆍ시행되고 있으므로 헌법상의 재산권보장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6) 이 사건 조례들의 각 부칙 제2항에 3개월 이내의 철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소급하여 자판기설치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설치제한의 반사적효과로서 기존의 자판기 중 설치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것을 철거하는 것으로, 경과규정으로써 기존의 권리관계에 관

한 규정을 두는 것은 법규정 형식상 일반적인 것으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성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자치입법권에 근거하여 자주적으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한 법규이기 때문에 조례 자체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그 권리구제의 수단으로서 조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4.12.29. 선고, 92헌마216 결정 참조). 다만 이 경우에 그 적법요건으로서 조례가 별도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그리고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야 함을 요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담배소매인 지정신청인에게 적용되는 기준일 뿐만 아니라 현재 담배소매업을 하고 있는 청구인들에게도 추가적인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고 이미 설치한 자판기마저 철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바로 자유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어서 자기관련성, 현재성 및 직접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조례 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그 조례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소송물로 하여 일반법원에 구제를 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서 다른 구제절차를 거칠 것 없이 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적법한 소원심판청구라 할 것이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법률의 위임과 관련한 헌법위반 여부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법 제15조는 이를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례들은 담배소매업을 영위하는 주민들에게 자판기 설치를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주민의 직업선택의 자유 특히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어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소정의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조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조례를 제정함에 있어서는 법률의 위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를 통해서 그 지역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로 볼 때 조례제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담배사업법(법률 제4065호)은 제16조 제4항에서 “소매인의 지정기준 기타 지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재무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재무부령인 담배사업법시

행규칙은 제11조 제1항의 별표 2 “제조담배소매인의 지정기준” 중 자동판매기란에서 “1. 자동판매기는 이를 일반소매인 또는 구내소매인으로 보아 소매인 지정기준을 적용한다. (단서 생략) 2. 청소년의 보호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장소에는 자동판매기의 설치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조례들은 위 규정들에 따라 제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례들은 법률의 위임규정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라고 할 것이며, 이러한 위임에 의하여 자판기의 설치제한 및 철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 역시 자판기의 전면적인 설치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2) 직업선택의 자유의 침해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담배소매인의 자판기설치를 제한하고 이미 설치한 자판기를 철거하도록 함으로써 자판기를 통한 담배판매라는 담배소매인의 영업수단을 규제하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을 포함한 담배소매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특히 영업의 자유 내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될 소지가 있다.

직업수행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작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의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활동을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기본원칙으로서 지방의회의 조례입법에 의한 기본권제한의 경우에도 준수되어야 할 것이

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담배는 폐암, 심장병, 호흡기질환 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되는 등 그 유해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미숙한 청소년의 건강에는 더욱 결정적인 해독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흡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음주, 약물남용으로 이어지고 다시 청소년 범죄로 옮겨가서 청소년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수많은 비행청소년을 양산해 낼 우려마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미성년자보호법은 제4조 제1항에서 “연초 또는 주류판매업자 및 그 고용인은 미성년자에게 그가 끽용 또는 음용할 것을 알고 이들을 판매하거나 공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6조 제1항에서는 이에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판기를 통한 담배판매는 구입자가 누구인지를 분별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게 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담배구입을 막기 어려워 위 미성년자보호법 규정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특성상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는 익명성, 비노출성으로 인하여 청소년으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담배구입을 용이하게 하고, 주야를 불문하고 언제라도 담배구입을 가능하게 하며, 청소년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설치됨으로써 청소년에 대한 흡연유발효과도 매우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보호를 위하여 자판기설치의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담배소매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가 다소 제한되더라도 법익형량의 원리상 감수되어야 할 것이다.

청구인들은 자판기를 청소년이 출입하는 업소나 학교보건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만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남원시 담배자동판매기설치제한조례를 예로 들어 성인출입업소를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자판기를 제한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성인출입업소를 제외한 모든 장소에 대하여 자판기의 설치ㆍ사용을 제한하지 않는 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미성년자보호법의 취지를 관철하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기본권제한입법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 제15조에 의하여 보장된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평등권의 침해 여부

조례에 의한 규제가 지역의 여건이나 환경 등 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한 이상 당연히 예상되는 불가피한 결과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 비하여 더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담배의 특수성과 이에 따른 청소년 보호의 필요성을 특히 고려하여 담배소매인들에게 다른 판매업 종사자들에 비하여 자판기에 관한 특별한 규제를 하고 있다 하여도 이러한 제한은 합리성이 인정되어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으

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청구인들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4)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 여부 등

(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례들의 각 부칙 제2항은 이미 설치되어 있는 자판기마저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부칙조항은 이 사건 조례들의 시행일 이전까지 계속되었던 자판기의 설치ㆍ사용에 대하여는 규율하는 바가 없고, 장래에 향하여 자판기의 존치ㆍ사용을 규제할 뿐이므로 그 규정의 법적 효과가 시행일 이전의 시점에까지 미친다고 할 수 없어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위 부칙조항에서 조례의 시행 전에 청구인들이 적법하게 설치한 자판기에 대하여도 조례의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거하도록 하는 것이 비록 소급입법에 의한 규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치주의의 원리에서 파생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나 법적안정성의 요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법규를 새로이 제정하거나 개정함에 있어서는 기존 법질서와의 어느 정도의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인바, 위 부칙조항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기존 법질서하에서 널리 허용되었던 자판기의 설치ㆍ사용에 대한 청구인들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 및 법적 안정성의 요청과 조례제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목적을 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 부칙조항에서는 자판기의 계속적인 존치ㆍ사

용을 허용하는 것은 미성년자보호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여 청소년의 보호라는 공익상의 필요에 비추어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자판기를 철거하도록 하되,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어 자판기의 처분경로의 모색 등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미 자판기를 사용하여 영업을 하고 있는 청구인들을 비롯한 담배소매인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부칙조항에서 이미 설치되어 있는 자판기를 조례의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거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청구인들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외면하여 헌법상의 법치주의의 원리에 어긋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한편 청구인들은 법률이 아닌 조례로 재산권을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조례들의 경우 법률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며 이러한 경우에는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조례로도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 4. 20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주심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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