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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다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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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어음금 [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4151,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가. 어음상의 어음채무자가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되었음을 주장하는 경우 그 기명날인의 진정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 나. 인영을 인정한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

【판결요지】 가. [다수의견] 어음에 어음채무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하여 어음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어음의 소지인이 그 기명날인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별개의견] 어음의 배서가 형식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면 그 소지인은 정당한 권리자로 추정되므로 배서가 위조된 경우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위조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나. 피고 명의의 배서란에 찍힌 피고 명의의 인영이 피고의 인장에 의한 것임을 피고가 인정하고 있다면 그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인영이 작성명의인인 피고 이외의 사람이 날인한 것으로 밝혀질 때에는 위와 같은 추정은 깨어지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어음을 증거로 제출한 원고가 작성명의인인 피고로부터 날인을 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날인을 한 사실까지 입증하여야만 그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임이 증명된다.

【참조조문】 가. 어음법 제16조 제1항 나. 민사소송법 제329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1.5.24. 선고 71다570 판결(집19②민60)(변경), 1987.7.7. 선고 86다카2154 판결(공1987,1296)(변경) / 나. 대법원 1986.9.23. 선고 86다카915 판결(공1993,1449), 1989.4.25. 선고 88다카6815 판결(공1989,811), 1990.4.24. 선고 89다카21569 판결(공1990,1137)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92.12.11. 선고 92나91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가 발행인이 작성한 부분의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 자신이 배서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부분에 찍힌 자신 명의의 인영이 자신의 인장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인장을 보관하고 있던 소외 1이 자신의 동의없이 날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갑제1호증의1,2(약속어음의 앞뒷면)에 관하여, 피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 서증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제에서, 위 서증의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소외 한미건산주식회사가 1992.1.20. 소외 2에게 액면 금 20,000,000원, 만기 1992.4.20. 발행지 및 지급지 서울특별시, 지급장소 한국주택은행 갈월동지점으로 된 약속어음 1통을 발행하고, 위 소외 2는 소외 3에게, 위 소외 3은 소외 4에게, 위 소외 4는 피고에게, 피고는 다시 원고에게 각 지급거절증서의 작성을 면제하여 위 어음을 순차 배서양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명의의 배서는 위조된 것이어서 피고에게는 배서인으로서의 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다시 판단하기를, 약속어음의 배서가 위와 같이 형식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면 그 소지인은 정당한 권리자로 추정되므로, 배서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위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와 같은 사실 및 소지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어음을 취득한 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가 피고의 주장과 같은 사정을 알고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하였다거나 이를 알지 못하였음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고, 따라서 피고는 위 어음의 배서인으로서 원고에게 위 어음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에 따르면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어음의 소지인이 어음채무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어음채무발생의 근거가 되는 요건사실, 즉 그 어음채무자가 어음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어음소지인이 주장 입증하여야 된다고 볼 것이다. 배서의 자격수여적 효력에 관하여 규정한 어음법 제16조 제1항은 어음상의 청구권이 적법하게 발생한 것을 전제로 그 권리의 귀속을 추정하는 규정일 뿐, 그 권리의 발생 자체를 추정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되므로, 위 법조항에 규정된 "적법한 소지인으로 추정한다"는 취지는 피위조자를 제외한 어음채무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자로 추정된다는 뜻에 지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된 것임을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까지도 어음채무의 발생을 추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음에 어음채무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하여 어음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어음의 소지인이 그 기명날인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종전에 당원이 판시한 의견 중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자신의 배서가 위조되었음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 위조사실 및 소지인이 선의취득을 하지 아니한 사실을 입증하여야만 배서인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 의견(1971.5.24. 선고 71다570 판결;1987.7.7. 선고 86다카2154 판결 등)은 변경하기로 한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명의의 배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피고에게는 배서인으로서의 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함에 있어서, 어음배서의 위조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의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 명의의 배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는 피고가 그와 같은 사실 및 소지인인 원고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할 터인데, 원고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가 아무런 주장 입증도 하지 않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바, 물론 원심이 갑 제1호증의 1,2(이 사건 약속어음)가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본 것이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원심이 위와 같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못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 명의의 배서란에 찍힌 피고 명의의 인영이 피고의 인장에 의한 것임을 피고가 인정하고 있으므로 그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그 인영이 작성명의인인 피고 이외의 사람이 날인한 것으로 밝혀질 때에는 위와 같은 추정은 깨어지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이 사건 어음을 증거로 제출한 원고가 작성명의인인 피고로부터 날인을 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날인을 한 사실까지 입증하여야만 그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임이 증명되는 것인바(당원 1989.4.25. 선고 88다카6815 판결; 1990.4.24. 선고 89다카2156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 명의의 배서란에 찍힌 피고 명의의 인영이 피고가 날인한 것이 아니라 위 소외 1이 날인한 것임은 원고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이므로(원고소송대리인이 원심의 제3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1992.9.3.자 준비서면), 위 소외 1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피고의 명의로 배서를 할 권한이 있었음이 증명되어야만 갑 제1호증의2의 피고명의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을 터인데, 이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명의의 배서란에 찍힌 피고명의의 인영이 위 소외 1이 피고의 동의없이 날인한 것이라는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은 믿을 수 없고 그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명의의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피고명의의 인영이 피고가 날인한 것이 아님을 자인하고 있는 원고소송대리인의 진술을 간과하였거나 사문서의 진정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결국 원심이 저지른 위와 같은 위법들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또 갑 제1호증의2의 피고 명의의 배서란을 자세히 살펴 보아도 지급거절증서의 작성을 면제하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점을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가 지급거절증서의 작성을 면제하고 위 어음을 배서양도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도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가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대법관 박우동, 대법관 김상원, 대법관 김석수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우동, 대법관 김상원, 대법관 김석수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은 어음법 제16조 제1항에 규정된 "적법한 소지인으로 추정한다"는 취지에 대하여 이는 피위조자를 제외한 어음채무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자로 추정된다는 뜻에 지나지 아니하고, 나아가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된 것임을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까지도 어음채무의 발생을 추정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어음에 어음채무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그 사람에 대하여 어음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어음의 소지인이 그 기명날인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합리적 근거없이 어음법 제16조 제1항을 제한해석함으로써 배서의 연속이라는 외형적 사실에 의하여 어음의 유통성을 보장하려는 어음법 제16조 제1항의 규정취지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생각되어 찬성할 수 없다. 즉 어음법 제16조 제1항은 어음의 점유자가 배서의 연속에 의하여 그 권리를 증명하는 때에는 이를 적법한 소지인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는 모든 어음채무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자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지 다수의견과 같이 피위조자를 제외한 어음채무자에 대하여만 위와 같이 추정되는 것이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적법한 권리자의 추정은 의무발생의 추정을 전제로 이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그 추정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피위조자를 포함한 어음채무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자로 추정된다는 것은 그 어음채무자의 어음채무의 발생을 전제로 어음채무 발생에 대한 추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이와 같은 해석이 배서의 연속이라는 외형적 사실에 의하여 어음의 유통성을 보장하려는 어음법 제16조 제1항의 규정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에 따르면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한편 입증책임 분배에 있어서는 공평의 요청과 정책적 고려가 함께 지도원리로 작용하는 것으로서 입법자가 권리의 행사를 가급적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분쟁의 신속간명한 처리를 꾀하려고 하는 등의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입증책임의 전환을 규정한 예를 흔히 찾을 수 있으며,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감독의무자의 감독의무 해태,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선임 및 사무감독의무 해태, 공작물 점유자의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 해태, 동물점유자의 주의의무 해태 등에 관하여 피고에게 면책사유의 입증책임을 부담시킴으로써(민법 제755조, 제756조, 제758조, 제759조) 손해배상의 청구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볼 때, 어음의 점유자가 배서의 연속에 의하여 그 권리를 증명하는 때에는 이를 적법한 소지인으로 추정한다고 한 어음법 제16조 제1항의 규정은, 배서가 연속된 어음소지인의 어음상 권리행사를 손쉽게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어음의 생명인 유통성을 보장하려는 정책적 고려에서, 어음의 소지 및 배서의 연속이라는 외형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어음소지인의 적법한 권리취득 및 그 전제가 되는 어음채무의 발생 즉 어음채무자의 기명날인의 진정을 추정함으로써 어음권리자의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입증책임의 전환을 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위 어음법 규정의 진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2. 이와 같은 해석에 대하여는 어음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피위조자에게 자신의 기명날인이 위조되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본다. 어음의 위조는 그 위조의 태양에 따라서 인장 자체를 새로 각인하여 위조하는 경우와 피위조자가 사용하는 인장을 도용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피위조자가 사용하는 인장이 도용된 경우 즉 어음면상의 인영이 피위조자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성립 즉 날인행위가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진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29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까지 추정되어(당원 1986.2.11. 선고 85다카1009 판결; 1987.7.7. 선고 86다카2575 판결 참조), 그 인영이 도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는 그 도용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이를 입증하는 증거의 증명력은 개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당원 1987.12.22. 선고 87다카70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경우에는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기명날인이 도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피위조자가 도용사실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니 이 점에서는 별개의견과 실질상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인장 자체를 새로 각인하여 위조한 경우에 실질상 차이가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은 경우 어음소지인과 피위조자의 입증의 난이도, 즉 피위조자로서는 자신이 사용하는 인장, 자신이 기명날인한 진정한 어음, 거래은행에 계출한 인감 등의 입증자료가 자신의 활동영역 범위 내에 속하여 비교적 손쉽게 위조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반면, 어음소지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입증자료를 입수하지 못하여 위조사실의 증명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유통성의 보장이라는 어음의 특성상 어음의 소지 및 배서의 연속이라는 외형적 사실에 기초하여 어음채무자의 기명날인의 진정을 추정하는 것이 피위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공평을 잃은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이상의 이유로 어음의 배서가 형식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면 그 소지인은 정당한 권리자로 추정되므로 배서가 위조된 경우에도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위조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해석한 당원 1971.5.24. 선고 71다570 판결; 1987.7.7. 선고 86다카2154 판결의 견해를 변경하려는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고 위 각 판결의 견해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위 86다카2154 판결은 그 판결이유에서 배서의 위조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위조사실 및 소지인이 선의취득을 하지 아니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피위조자가 위조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도 소지인이 선의취득을 하지 아니한 사실까지 입증하여야 어음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바, 위 판결이 그와 같은 취지라면 그와 같은 견해는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어음위조의 항변은 이른바 물적항변으로서 피위조자는 어음금 청구자가 누구이든 모든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조사실이 입증되면, 사용자책임, 표현책임 등이 문제될 경우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위조자는 어음상 책임을 면하는 것이며 여기에 소지인의 선의취득 여부가 운위될 여지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위 86다카2154 판결은 소지인의 선의취득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 아니므로 피위조자가 위조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도 소지인이 선의취득을 하지 아니한 사실까지 입증하여야 어음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고, 위조사실 및 선의취득사실에 대한 일반적인 입증책임의 소재를 판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3. 돌이켜 이 사건을 보면,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배서가 형식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므로 그 소지인인 원고는 정당한 권리자로 추정되고 피고 명의의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그 인영이 작성명의인인 피고 이외의 사람이 날인한 것으로 밝혀진 때에는 위와 같은 추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어음소지인인 원고가 작성명의인인 피고로부터 날인을 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날인을 한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피고 명의의 배서란에 찍힌 피고 명의의 인영이 피고가 날인한 것이 아니라 소외 1이 날인한 것임은 원고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고, 기록상 위 소외 1이 피고를 대리하여 피고의 명의로 배서를 한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 명의의 배서부분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피고 명의의 인영이 피고가 날인한 것이 아님을 자인하고 있는 원고소송대리인의 진술을 간과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원심은 피고 명의의 배서는 위조된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명의의 배서가 위조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와 같은 사실 및 소지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취득한 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주장과 같은 사정을 알고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하였다거나 이를 알지 못하였음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어음위조항변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최재호 박우동 김상원 배만운 김주한 김용준(주심) 김석수 박만호 최종영 천경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