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다12234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12234, 판결] 【판시사항】 가. 소정기일까지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이며 만일 그때까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내용의 각서 문언을 그 기한을 해태하면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취지의 약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나. 실효의 원칙에 의해 해제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 다. 이미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이 해제권은 더이상 행사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하였고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면, 그 후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각서의 내용이 갑이 소정기일까지는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을측에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면, 갑이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을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갑이 각서 작성 이전에 을을 대리한 병으로부터 2회에 걸쳐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고도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 각서가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가.나.다. 민법 제544조 가. 민사소송법 제187조 나.다. 민법 제2조
【참조판례】 나. 대법원 1991.7.26. 선고 90다15488 판결(공1991,2237),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공1992,884), 1992.2.28. 선고 91다28221 판결(공1992,1157)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1994.1.19. 선고 93나33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의 사실, 즉, 피고를 대리한 소외 1이 1987. 8. 8. 소외 2, 소외 3과 사이에 피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양도소득세 등을 매수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금 108,96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의 가격이 올랐다면서 계약금 배액을 지급하고 해약할 뜻이 있음을 밝히자 같은 해 10. 3. 위 소외 2는 잔금지급시까지 18,000,000원을 추가 지급하고 이 사건 부동산 위에 건립할 연립주택 18평형 1동을 제공하기로 약정한 사실, 위 소외 2는 같은 해 12. 22.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 및 그 이외의 2필지 부동산을 대금 202,00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소외 2는 1988. 2. 3. 위 소외 3으로부터 공동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양수받아 단독매수인이 된 사실, 위 소외 2는 1988. 1. 8.로 정하여져 있던 잔금지급기일까지 피고에게 위 매매대금 전부와 추가약정대금 중 금 13,000,000원은 지급하였으나 추가약정대금 중 나머지 금 5,000,000원과 연립주택의 제공 및 양도소득세 문제는 해결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1은 위 소외 2에게 수차에 걸쳐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독촉하여 오다가 같은 해 4. 12.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 일체를 구비하여 제시하면서 같은 해 5. 7.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였으나 위 소외 2는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위 소외 1은 다시 같은 해 6. 23. 위 소외 2에게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를 제시하고 같은 해 7. 15.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였으나 위 소외 2는 역시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그러자 위 소외 1은 같은 해 7. 16. 최종적으로 위 소외 2에게 같은 해 7. 6.자로 다시 발급받은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을 제시하고 피고가 외국에 유학 중이어서 인감증명서 등을 재발급받기 어려운 사정 등을 감안하여 인감증명서 유효기간 내인 같은 해 7. 31.까지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였는 바, 이 때 위 소외 2는 그날까지는 틀림 없이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이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위 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내용의 각서(을제45호증의 1)를 작성, 교부하였으나 그 기일까지도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2는 원고측의 고소로 같은 해 8. 16.경부터 1989. 봄 무렵까지 구속되어 있는 등으로 위 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거의 없었고, 한편 위 소외 1은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으려고 시도하였으나 재외국민인 피고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세무서장의 납세확인을 받아 오기 전에는 발급하여 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1989. 11. 11. 위 소외 2에게 같은 해 12. 10.까지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면서 그 기간 도과시에는 별도의 통지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여 그 무렵 위 의사표시가 위 소외 2에게 도달된 사실, 위 소외 2는 위 최고기일까지도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소외 2가 피고를 대리한 위 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이 1988. 6. 23.까지 2회에 걸쳐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고도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후 다시 같은 해 7. 16. 이행의 제공을 받자 같은 해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위 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내용의 위 각서를 제공한 것은 자신이 위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즉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포기하는) 취지의 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후 위 소외 1이 1989. 11. 11. 위 소외 2에게 같은 해 12. 10.까지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도과시에는 별도의 통지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위 소외 2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와 위 소외 2 사이의 위 매매계약은 위 소외 2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2.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위 각서(을 제45호증의 1)의 작성·교부를 중심으로 한 그 전후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 자체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위 각서가 소론과 같이 소급 작성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위 각서의 내용은 위 김한덕가 1988.7.31.까지는 틀림 없이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피고측에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지 위 김한덕가 위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피고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위 김한덕가 위 각서 작성 이전에 피고를 대리한 위 최재정로부터 2회에 걸쳐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고도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 각서가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할 것이며, 그 외 달리 위 각서가 위와 같은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 볼 수 없고(위 각서의 작성경위 등에 관하여 증언하고 있는 원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부분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위 각서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측으로부터 때로는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으면서 수차에 걸쳐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받고서도 그때마다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피고측의 재산을 관리하여 준 인연 등으로 맺고 있던 평소의 친밀한 관계에 의지하여 새로운 이행의 기회를 줄 것을 간청하여 그 양해를 받아 오던 위 소외 2가 더이상 그와 같은 양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처하자 피고측에서 최고한 기일까지 틀림 없이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번에도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다시는 이행의 기회를 달라고 간청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 위 각서의 제공으로써 위 소외 2가 피고측에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본 원심의 조치에는 위 각서의 내용을 그릇 해석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혹시 위 소외 2가 1988. 7. 16. 피고를 대리한 위 소외 1로부터 이행제공 및 최고를 받고도 그 기한인 같은 해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해제권을 위 소외 1이 1989. 11. 11. 행사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피고는 원심 제24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1993. 9. 17.자 준비서면에서 그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 바,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을제20호증의 1, 을제36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및 제1심 법원의 위 소외 2에 대한 본인신문결과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위 소외 2가 위 1988.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후에도 피고측에서는 이를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즉각 해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소외 2에 대하여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계속 최고하여 왔으며, 원고가 1989.1.14.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대위소송을 제기하여 10여차례의 변론기일이 열려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피고측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1989. 9.경에는 위 소외 2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으려고 시도하기도 하다가 위 소외 2가 1988.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무려 1년 4개월 가량이나 경과하고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때로부터도 10개월 가량이나 경과한 1989. 11. 11.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기에 이르렀고, 위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기 이전에는 물론 거기서 정해진 최고기한인 같은 해 12. 10.까지만 하여도 위 김한덕는 위 잔존채무만 이행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을 수 있는 것으로 믿어 왔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위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피고측에서 1988. 7. 31.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위 김한덕로서는 위 해제권은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다 할 것이고, 또 위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위 김한덕가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그 후 피고측에서 새삼스럽게 위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제 와서 피고측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인데 위 해제의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서 피고측에서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