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다55163
수표금등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55163, 판결] 【판시사항】 [1] 무권리자가 수표 발행인란의 기명 부분을 발행 회사의 구상호에서 신상호로 임의 변경한 것이 수표의 위조 또는 변조에 해당되는지 여부(소극) [2] 백지수표를 무권리자로부터 취득한 수표소지인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무권리자가 수표 발행인 회사의 상호가 변경된 후에 임의로 그 회사가 상호변경 전에 적법하게 발행하였던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의 기명 부분만을 사선으로 지우고 그 밑에 변경 후의 상호를 써넣은 경우, 그 변경 전후의 기명은 모두 동일한 회사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볼 때 그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의 기명날인은 그 동일성이 유지되어 있고 그 백지수표의 다른 기재 사항에는 아무런 변경도 없으므로 그와 같은 발행인란의 기명의 변경에 의하여 수표면에 부진정한 기명날인이 나타나게 되었다거나 새로운 수표행위가 있은 것과 같은 외관이 작출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수표법상 수표의 위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그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의 기명을 그와 같이 변경함으로 말미암아 그 백지수표의 효력이나 그 수표 관계자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므로 이를 수표법상 수표의 변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2] 위 [1]항의 백지수표를 무권리자로부터 취득한 수표소지인에게 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수표법 제50조 [2] 수표법 제12조, 제2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7. 13. 선고 93다753 판결(공1993하, 2263), 대법원 1995. 5. 9. 선고 94다40659 판결(공1995상, 2082) /[2]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3394 판결(공1991, 86), 대법원 1990. 12. 21. 선고 90다카28023 판결(공1991, 596), 대법원 1995. 8. 22. 선고 95다19980 판결(공1995하, 3252)
【전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국제상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훈종 외 6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일신소재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영)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4. 10. 11. 선고 94나9322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 주식회사 한일신소재에 대한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은 원고로부터 계속적으로 물품을 외상으로 공급받음에 있어 그 물품대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1991. 5. 29.경 원고에게 지급지는 서울, 지급인은 주식회사 제일은행(○○○ 지점)이고 발행인 명의가 피고 주식회사 한일신소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 및 위 소외 1로 된 당좌수표 1장(이하 '이 사건 백지수표'라 한다)을 금액, 발행일 및 발행지란을 각 백지인 채로 교부한 사실, 원고는 1992. 3. 20.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백지 부분을 발행일은 같은 날, 금액은 금 2,394,759,584원, 발행지는 서울로 각 보충하여 그 보충된 수표를 위 지급은행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위조와 변조'를 이유로 지급거절된 사실 등을 인정하고, 피고 회사가 위 소외 1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백지수표를 위 물품대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교부하였으므로 그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백지수표에 기명날인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고, 오히려 피고 회사는 원래 그 상호가 한일라켓트공업 주식회사이었다가 1990. 5.경 현재의 상호로 변경하였는데, 이와 같이 상호를 변경하기 전인 1989. 8. 23.경 주식회사 한일트레이딩의 주식회사 현대종합상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지급지 서울, 지급인 주식회사 제일은행(○○○ 지점)이고 발행인 명의가 한일라켓트공업 주식회사로 된 당좌수표를 작성하여 위 주식회사 현대종합상사에게 교부한 사실, 그 후 피고 회사가 위 피담보채무를 모두 변제하자 위 소외 1이 1991. 5.경 주식회사 한일트레이딩의 영업담당이사라는 직책을 이용하여 위 백지수표를 회수하였음을 기화로 이를 피고 회사에게 반환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임의로 위 백지수표상의 발행인란에 기재된 '한일라켓트공업 (주)'를 사선으로 지우고 그 바로 밑에 변경된 상호인 '(주) 한일신소재'의 고무명판을 찍고 부전지를 붙여 공동발행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추가 기재한 이 사건 백지수표를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비록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발행인으로 표시되었던 '한일라켓트공업 (주)'라는 명칭이 피고 회사의 변경 전 상호라고 할지라도 이미 그 상호가 변경된 후에 위 소외 1이 아무런 권한 없이 위 변경 전 상호로 표시된 발행인의 기명을 말소한 것은 변조에 해당하며, 그 대신 변경 후의 상호로 발행인의 기명을 새로이 작출한 것은 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백지수표를 발행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 회사가 표현대리책임에 관한 민법의 각 규정에 의하여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 회사가 위 백지수표의 발행에 관하여 위 소외 1에게 대리권 수여의 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원고가 위 백지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위 소외 1에게 대리권이 있다거나 피고 회사의 기명날인이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위 표현대리책임에 관한 원고의 주장도 배척하였다.
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유모순, 자백 또는 입증책임의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최용남이 피고 회사의 상호가 변경된 후에 임의로 피고 회사가 상호변경 전에 적법하게 발행하였던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의 기명 부분만을 사선으로 지우고 그 밑에 변경 후의 상호를 써넣었다고 하더라도 그 변경 전후의 기명은 모두 피고 회사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볼 때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의 기명날인은 그 동일성이 유지되어 있고 위 백지수표의 다른 기재 사항에는 아무런 변경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발행인란의 기명의 변경에 의하여 수표면에 부진정한 기명날인이 나타나게 되었다거나 새로운 수표행위가 있은 것과 같은 외관이 작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니 이를 수표법상 수표의 위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고, 또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의 기명을 위와 같이 변경함으로 말미암아 위 백지수표의 효력이나 그 수표 관계자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수표법상 수표의 변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으며( 대법원 1993. 7. 13. 선고 93다753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이를 수표의 변조 및 위조에 해당한다고 보아서 위 백지수표가 피고 회사에 의하여 발행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하였음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소외 1이 원심 판시와 같이 위 백지수표를 주식회사 현대종합상사로부터 회수하였음을 기화로 이를 피고 회사에게 반환하지 않고 있다가 임의로 위 백지수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 회사가 소외 주식회사 현대종합상사에게 유효하게 발행한 위 백지수표를 무권리자인 위 소외 1로부터 취득한 셈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 백지수표를 취득할 당시 위 소외 1이 무권리자인 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알지 못함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던 점이 인정되지 않는 한 피고 회사는 위 백지수표의 소지인인 원고에 대하여 그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원고가 이 사건 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고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2의 조카사위인 위 소외 1은 1991. 5.중순경 위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가 금 1,000,000,000원 이상에 이르게 됨에 따라 원고로부터 추가담보의 요구를 받고 그 담보조로 발행인의 기명이 위와 같이 변경되기 전의 이 사건 백지수표를 원고에게 제공하려고 하였으나, 원고 회사의 담당직원인 소외 3이 발행인란이 피고 회사의 변경 후 상호로 표시된 수표를 요구하였고, 이에 위 소외 1의 소개로 위 소외 2의 아들이면서 주식회사 한일트레이딩의 대표이사인 피고 2를 만난 자리에서 위 피고 2는 피고 회사의 인감을 새로 찍으려면 그의 동생으로서 피고 회사의 이사인 소외 4에게 부탁하여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하면서 주식회사 한일트레이딩 발행의 백지수표를 대신 제공하겠다고 제의한 사실, 그러나 위 소외 3이 한사코 재무구조가 튼튼한 피고 회사가 발행한 백지수표를 요구하자 위 피고 2는 수일 내에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을 변경된 상호로 정정하여 교부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그 후 원고는 위 소외 1로부터 위 백지수표를 교부받은 사실, 위 소외 1은 피고 회사의 임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없고 위 피고 2 역시 위와 같은 약속을 할 당시에는 피고 회사에 재직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 원고는 위 백지수표를 취득하면서 피고 회사에게 이를 위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위 물품대금 채무의 담보로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피고 회사가 위 소외 1에게 위 백지수표의 교부에 관한 대리권한을 수여하였음을 표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는바, 위 최용남이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인척이라고 하더라도 위 최용남과 영업상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피고 회사가 금 1,000,000,000원 이상의 거액에 달하는 위 최용남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백지수표를 발행한다는 것은 상거래상 극히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인 점, 원고 회사의 담당직원인 위 전준오은 이 사건 백지수표에 피고 회사의 인감을 새로 찍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위 김대웅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던 점 및 원고가 취득한 이 사건 백지수표는 발행인란 중 기명 부분만이 피고 회사의 신상호로 변경되었을 뿐 날인부분은 구상호로 된 종전의 인영이 그대로 남아 있고 기명 부분에 위 인영과 동일한 정정인이 찍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위 최용남이 피고 회사가 위 물품대금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져온 위 백지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위 최용남의 무권리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최용남이 피고 회사를 대리하여 위 백지수표를 교부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피고 회사에게 확인하지 않고 피고 회사의 임직원도 아닌 위 최용남이나 위 김대웅의 말만 믿고 위 백지수표를 취득한 원고에게는 피고 회사가 원심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결국 피고 회사는 위 백지수표를 무권리자인 위 소외 1로부터 취득함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원고에 대하여 위 백지수표의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니,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차피 배척될 것임이 분명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옳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백지수표를 위조된 것으로 본 나머지 위 백지수표가 적법하게 발행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잘못은 판결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그리고 원고에게 위 백지수표를 취득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이상, 피고 회사가 민법의 규정에 의한 표현대리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원심이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주장하는 상고이유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위 소외 1이 1991. 5. 29.경 원고에게 피고 2 명의의 배서가 기재되어 있는 금액 합계 금 658,260,000원의 이 사건 약속어음 3장을 각 배서양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가 위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의미로 위 약속어음 3장에 각 배서하였고 원고가 그 최종소지인으로서 만기 또는 만기 전에 각 그 지급을 구하여 제시하였으나 모두 지급거절되었으므로 위 피고는 그 소구의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원고에게 위 약속어음 3장의 금액 합계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약속어음 3장의 배서란에 기재되어 있는 위 피고의 기명날인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달리 위 피고가 위 약속어음 3장에 배서인으로서 기명날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는 위 약속어음의 배서란에 자기의 이름을 기명한 사실이 없고 그 기명 옆에 찍힌 인영도 자기의 인장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위 기명날인은 위조된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부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권리를 주장하는 원고가 위 인영이 위 피고의 인장에 의한 것이라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인 위 주장사실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고, 위 인영이 위 피고의 인장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는 마당에 원심이 위 피고에 대하여 누가 위 기명날인을 위조하였는지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 또는 입증을 촉구할 의무가 있다거나 원심이 위와 같은 석명 또는 입증을 촉구하지 않은 것이 입증책임분배의 원칙에 반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