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도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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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 【판시사항】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다른 경우, 피기망자에게 요구되는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가 반드시 사법상의 위임이나 대리권의 범위와 일치하여야 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하지만, 여기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라 함은 반드시 사법상의 위임이나 대리권의 범위와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의사에 기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서류 등이 교부된 경우에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설사 피해자의 진정한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47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9.7.11. 선고 89도346 판결(공1989,1267), 1991.1.11. 선고 90도2180 판결(공1991,784)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 사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1994.5.10. 선고 92노5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사기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대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1990.12.말경 자신이 경영하던 철망상점에서 그 거래처인 주식회사 평원산업에 대한 채무연체액이 금 25,486,000원에 이르러 더이상 철망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임병용이 공소외 현순욱을 통하여 피해자 정원례로부터 그녀 소유인 이 사건 토지를 타인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4천만 원을 마련해 주기로 하는 부탁을 받고 그 처분권한과 함께 피해자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 등을 받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위 임병용 자신의 위 소외 회사에 대한 부채가 200만 원밖에 안 되니 이 사건 토지를 회사에 담보로 제공하여 동업을 하면 1월 내에 4천만 원을 뽑을 수 있다는 등으로 기망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1991.1.25.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채권자를 소외 회사, 채무자를 피고인, 채권최고액을 금 4천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설정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같은 해 1.29. 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게 하여 그 담보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기망자인 위 임병용이 피해자로 적시된 정원례를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할 어떠한 권한이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기하여 임병용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회사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인 정원례에 대하여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위 임병용이 근저당권설정등기로 인하여 채권담보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동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도 성립될 여지가 없다 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3)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당원 1991.1.11. 선고 90도2180 판결; 당원 1989.7.11. 선고 89도346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라 함은 반드시 사법상의 위임이나 대리권의 범위와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의사에 기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서류 등이 교부된 경우에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설사 피해자의 진정한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기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정원례가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여 자신의 딸 홍기옥과 사위 김현태의 사업자금에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 인감도장을 이들에게 주었으며, 이들은 다시 공소외 현순욱에게 그 매각을 위임하면서 위 인감도장을 교부하였다는 사실은 이를 배척하지 아니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면 피기망자인 위 임병용은 위 현순욱으로부터 교부받은 피해자의 인감도장을 사용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서류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므로, 피해자 등이 위 현순욱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도권한만을 위임한 바 있으나 동인 등 이 사건 관계인들을 거치는 사이에 위임의 취지가 변질되어 근저당권이 설정되기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피기망자인 위 임병용이 피해자를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할 권능을 갖지 아니하거나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다. 원심은 사기죄의 성립에 있어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다른 경우 요구되는 피기망자가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위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피기망자가 사실상 근저당권을 설정할 지위에 있었는지의 여부를 가려 보지 아니한 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그 범죄의 성립을 부정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사기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