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다4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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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금 [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다45054, 판결] 【판시사항】 [1] 선박의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정도 [2] 레이더 장비의 노후화에 따른 성능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일상적인 점검을 목적으로 이로한 것이 정당한 이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인바, 해당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이나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 없이 화물창구 덮개의 일부만이 파손되었다면 발항 당시 선박이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고, 선주 또는 그 선박사용인이 발항 전 상당한 주의로써 선체의 각 부분을 면밀히 점검 조사하여 감항능력의 유무를 확인하였더라면 화물창구 덮개의 노후 등 하자를 발견하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 일부가 파손되고 거기로 해수가 유입되어 운송물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선적항을 출항하여 항해하던 중 레이더 장비의 노후에 따른 성능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일상적인 점검을 받고 선용품도 공급받기 위하여 다른 항구로 임시 기항하였다면 선주는 선적항을 출항할 당시 선박에 설치된 레이더 장비의 성능과 고장 여부를 점검하여 감항능력을 유지 확보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발항 당시 레이더에 관한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이행을 다하지 아니한 선박이 출항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더의 수리 점검 및 선용품 공급을 위하여 예정된 항로를 변경한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한 이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상법 제787조, 제788조 제2항, 상법 제789조 제2항 [2] 상법 제787조, 상법 제789조 제2항 제8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76. 10. 29. 선고 76다1237 판결(공1976, 9463), 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공1985, 900)


【전문】 【원고,상고인】 쌍용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8. 30. 선고 95나2770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은, 먼저 피고가 1994. 3. 18.경 소외 쌍용양회공업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의 사이에 시멘트 30,000포를 묵호항에서 피고 소유의 기선인 제3 남광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선적하여 제주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내용의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달 20. 19:45경 시멘트 선적을 마치고 묵호항을 출항하여 목적지인 제주항으로 항해하던 중 같은 달 24. 11:20경 제주항으로부터 약 12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폭풍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때 시멘트를 적재한 화물창의 목재덮개가 돌풍에 동반된 높은 삼각파도에 맞아 부러지면서 파손된 부위를 통하여 유입된 해수가 시멘트에 스며들었고, 위 시멘트는 상품으로써의 효용을 상실하게 된 사실, 원고(변경 전 상호는 고려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같은 달 19. 소외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되어 운송되는 위 시멘트에 대하여 부보가액을 금 84,000,000원으로 하는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위 보험계약에 따라 같은 해 4. 30.경 소외 회사에게 보험금으로 금 84,000,000원을, 이 사건 사고의 원인과 손해액의 검정을 위한 비용으로 손해사정인에게 금 4,400,000원을 각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운송계약의 목적물인 위 시멘트를 목적지인 제주항까지 운송하여야 할 운송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소외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항해에 필요한 감항능력을 구비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사고는 선장인 소외 1의 항해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피고는 상법 제788조 제2항에 따라 면책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사고는 상법 제78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이거나, 같은 항 제11호 소정의 선박의 숨은 하자로 인한 사고로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⑴ 이 사건 선박은 총 803.71t, 길이 58.97m의 연해구역을 항행하는 화물선으로 선박안전법 소정의 정기검사를 필하여 1991. 5. 22.부터 1995. 5. 21.까지 유효한 선박검사증서가 발급된 사실, ⑵ 이 사건 선박은 묵호항에서 시멘트를 선적한 후 소외 1의 항해지시에 따라 제주항으로 향하던 중 출항 당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던 레이더가 갑자기 고장나서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현상이 포착되었고, 소외 1은 이 사실을 피고 사무소에 보고한 후 레이더를 수리하기 위하여 부산항으로 이로하여 1994. 3. 21. 17:30경 부산항에 기항하여 레이더를 수리하고 기타 선용품을 적재한 후 제주항에서의 하역작업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부산항에서 대기하다가 1994. 3. 23. 15:30경 부산항을 출발하여 목적지인 제주항을 향하여 항해한 사실, ⑶ 그런데 다음날인 같은 달 24. 09:30경 제주도 부근 바다에 예상최대풍향풍속 W-NW, 14-20m/s, 예상최대파고 3-5m의 폭풍주의보가 발표되어 위 주의보는 같은 날 10:00경 발효되었고, 소외 1은 항해 중 라디오를 통하여 위 폭풍주의보의 발표사실을 알았으나, 당시의 항해지점은 제주항으로부터 불과 12마일 떨어진 곳으로서 근처에는 마땅한 피할 곳이 없어서 제주항을 향하여 계속 항해를 하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속도를 종전의 시속 8노트에서 시속 6노트 정도로 감속하여 제주항으로 계속 항진할 것을 지시한 사실, ⑷ 이 사건 선박이 제주항으로의 입항예정시각을 1시간 앞둔 같은 날 11:00경 해상상태가 악화되다가 11:20경부터 갑자기 기상이 돌변하면서 바람이 거세지고 높은 파도가 일더니 이 사건 선박 주변에서 갑자기 돌풍이 발생하여 파도밭이 형성되면서 돌풍이 바닷물을 말아 올려 공중에 띄웠다가 물기둥 형태로 내려치는 삼각파도가 3, 4차례 연속적으로 이 사건 선박을 덮치면서 화물창 부분을 강타하는 바람에 그 파도에 못이겨 시멘트가 적재된 화물창 위에 덮여 있던 시트 및 화물창구 덮개가 파손되면서 그 틈으로 많은 양의 해수가 화물창 안으로 유입된 사실, ⑸ 소외 1은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선원들에게 퇴선준비를 지시하고 제주지방항만청에 위기상황을 보고한 후 양수기로 화물창 안에 들어온 해수를 퍼내는 한편, 화물창에 적재된 시멘트를 보호하기 위하여 예비품으로 준비해 둔 화물창구 덮개 및 밑바닥 깔판 등으로 화물창을 다시 덮고 그 위에 시트를 새로 씌우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나 이미 유입된 해수로 인하여 시멘트가 굳어져서 효용을 상실하게 된 사실, ⑹ 위 시멘트는 묵호항에서 화물창 안에 선적되었고, 그 위에는 화물창구 덮개를 깔아 화물창을 덮은 다음, 시트를 씌워 밧줄로 고정하여 사고 당시까지 운반되고 있었던 사실, ⑺ 화물창구 덮개는 화물창을 덮어 바닷물의 유입이나 비바람을 막고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 미송이나 소나무 각재 3개를 잇대어 나사목으로 고정시켜 제작되며, 가운데에 손잡이 고리가 달려 있어 선원들이 화물을 선적한 후 손으로 화물창구 덮개들을 운반하여 화물창을 덮게 되므로 너무 크거나 무거워도 사용에 불편이 따르고,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선급규정의 소정 규격에 따라 제작되어야 하며, 길이가 90m 미만인 연해구역 항행선박에 있어서 위 화물창구 덮개의 두께는 적어도 50mm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위 선박은 항해구역을 연해구역을 항해하는 것을 조건으로 등록된 선박으로 사고 당시 사용한 화물창구 덮개의 두께는 55mm로서 위 규격에서 벗어나지 아니하였으며, 사고 후 삼각파도에 맞아 파손된 화물창구 덮개가 다수 발견되었으나, 위 화물창구 덮개들이 폭풍을 조우하기 이전부터 파손되어 있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선장인 소외 1이 항해의 지휘를 함에 있어 폭풍주의보의 발표를 듣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의 과실, 즉 항해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한편, 운송인은 당해 손해가 항해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위 손해에 있어서 자기 또는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하여야 위 손해에 대하여 면책될 수 있는 것인바, 감항능력이란 선박이 그 항해에 있어서의 통상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화물창구 덮개가 갑자기 이 사건 선박을 덮친 삼각파도에 의하여 파손되었다는 점만으로는 발항 당시에도 소외 1 등이 화물창구 덮개의 안전성을 확보할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다만 이 사건 선박 레이더의 하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항해 중에 발견되었으므로, 이 사건 선박은 레이더의 하자에 있어서는 발항 당시에는 불감항 상태였다고 추단된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이 레이더의 고장을 인지한 후 부산항으로 이로하여 이를 수리하고 출항하여 목적지로 향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결국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불감항 상태가 보정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선박이 묵호항을 출항하여 곧바로 제주항으로 항해하였더라면 폭풍주의보가 발효되기 이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위와 같은 레이더의 고장을 수리하기 위하여 부산항으로 이로하여 그 곳에서 지체한 결과 폭풍을 조우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감항력의 회복을 위한 이로는 이른바 정당한 이로로서 폭풍을 조우하기 이전에 이미 레이더의 수리가 완료되어 불감항 상태가 보정된 이상 위 폭풍으로 인한 이 사건 손해와 레이더의 고장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피고는 상법 제788조 제2항에 의하여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 및 1976. 10. 29. 선고 76다1237 판결 참조), 먼저 원심이 인용한 을 제1호증(기상증명서), 을 제7호증(뷰포트풍력급표)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1의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제주도 부근 바다에 발표된 폭풍주의보의 예상최대파고는 3 내지 5m이고, 풍속은 뷰포트(Beaufort) 풍력계급 중 7 내지 8등급에 해당하는 14 내지 20m/s 정도였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이 항해 중 조우한 돌풍과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는데도 화물창구 덮개 일부만이 파손되었으며,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에 근접하여 항해하던 제1경진호는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이 조우하였던 기상이변에 의한 돌풍이나 삼각파도는 3월 하순경 부산에서 제주까지의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한편,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2호증의 1, 2(각 검정보고서)의 각 기재 및 갑 제7호증의 1∼42(각 사진)의 영상,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은 1975. 4.에 진수된 것으로 전반적으로 낡은 상태였고, 이 사건 사고 후 남아 있는 화물창 목재창구 덮개들도 고정못이나 양끝단의 철재 테두리가 부식되거나 떨어져 나가는 등 노후한 상태인 사실, 이 사건 선박은 길이 58.97m, 폭 9.30m로서 상부 구조물 부분과 선수갑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2개의 화물창으로 이루어진 화물선인바, 이 사건 선박이 항해 중 조우한 돌풍과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는데도 화물창구 덮개만이 파손되었으며, 파손된 화물창구 덮개도 전부위가 파손된 것이 아니라 1번 화물창에서 4m×1m, 2번 화물창에서 2m×1m 등 특정 부분에 국한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는 발항하기 이전부터 부산과 제주 사이의 항로에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과 파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노후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발항 당시 이 사건 선박은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고, 피고 또는 그 선박사용인이 발항 전 상당한 주의로써 선체의 각 부분을 면밀히 점검 조사하여 감항능력의 유무를 확인하였더라면, 화물창구 덮개의 노후 등 하자를 발견하여 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 일부가 파손되고 거기로 해수가 유입되어 운송물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또 원심이 인용한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이었던 소외 1의 제1심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묵호항을 출항하여 항해하던 중 레이더를 점검하고 선용품도 공급받기 위하여 부산항으로 임시 기항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14호증의 1(완성사양서)의 기재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의 부산항에서의 레이더 수리 내역을 보면 레이더 장비의 부품의 손상에 따른 수리 또는 교체가 아니라 장비의 노후에 따른 성능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일상적인 점검에 지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는 선적항인 묵호항을 출항할 당시 위 선박에 설치된 레이더 장비의 성능과 고장 여부를 점검하여 감항능력을 유지 확보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발항 당시 레이더에 관한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이행을 다하지 아니한 이 사건 선박이 출항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더의 수리 점검 및 선용품 공급을 위하여 예정된 항로를 변경한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한 이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설령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그 후 항해 도중 항해상의 과실로 인하여 운송물이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위 이로와 이 사건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는 한 항해상의 과실에 의한 면책을 인정받을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가 삼각파도에 의하여 파손되었다는 점만으로는 발항 당시에 선장 소외 1 등이 화물창구 덮개의 안정성을 확보할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거나, 출항 당시에는 이 사건 선박의 레이더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항해 도중에 레이더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이를 수리하기 위하여 이로하였다고 인정하고 이는 감항능력의 회복을 위한 정당한 이유로 인한 이로이므로, 피고는 항해상의 과실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면책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해상물건운송에 있어서의 감항능력주의의무와 이로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 이임수 서성(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