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헌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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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제2호 위헌제청 [전원재판부 96헌가4, 1998. 5. 28.] 【판시사항】 1.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는 승객이 아닌 자의 경우와는 달리 운행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우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제2호가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 (소극) 2. 위 법률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소극) 3. 위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소극) 【결정요지】 1.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일반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는 과실책임의 원리를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특수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위험책임의 원리를 수용하는 것은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험책임의 원리에 기하여 무과실책임을 지운 것만으로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고 그 운행이익을 받으면서 승객의 동승에 적어도 추상적ㆍ간접적으로 동의하여 승객을 자동차의 위험권 안에 받아들인 운행자로 하여금 그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무상ㆍ호의동승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것은 운행자의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한 헌법이념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 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합리적인 제한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운행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3. 승객은 자동차에 동승함으로써 자동차의 위험과 일체화되어 승객이 아닌 자에 비하여 그 위험이 더 크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고, 과실 있는 운행자나 과실 없는 운행자는 다 같이 위험원인 자동차를 지배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승객을 승객이 아닌 자와 차별하고 과실 있는 운행자와 과실 없는 운행자에게 다 같이 승객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지게 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전문】 【당 사 자】 제청법원 1. 수원지방법원(96헌가4)

2.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97헌가6)

3.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97헌가7)

제청신청인 1.

○○

보험 주식회사(96헌가4)

대표이사 민

대리인 변호사 유효봉

2. □□보험 주식회사(97헌가6)

대표이사 박

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승규

3. 이상연(97헌가7)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대희

청 구 인 

○○

보험 주식회사(95헌바58)

대표이사 민

대리인 변호사 김현 외 1인

복대리인 변호사 송해연

당해사건 1. 수원지방법원 95가합15684 손해배상(자)(96헌가4)

2.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6가단253 손해배상(자)(97헌가6)

3.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96가합1257 손해배상(자)(97헌가7)

4. 서울지방법원 95나26604 손해배상(자)(95헌바58)

【주  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1984. 12. 31. 법률 제377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조 단서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가. 사건의 개요(1) 96헌가4 사건

청구외 강

영이 그 소유의 포터화물차를 운전하던중 청구외 김

수가 운전하던 청구외 김

갑 소유의 티코승용차를 들이받아 위 승용차에 타고 있던 청구외 최

씨가 사망하자, 그 상속인들인 청구외 최

규 등 4인은 위 김

갑의 보험자인 제청신청인

○○

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

(95가합15684)

을 제기하여, 그 소송계속중 위 제청신청인은 자동차손해

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제2호

(1984. 12. 31. 법률 제3774호로 전문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2) 97헌가6 사건

청구외 백

호가 청구외 강

자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중 청구외 신

식이 운전하던 청구외 주식회사

○○

전자 소유의 화물차를 들이받아 위 화물차에 타고 있던 청구외 문

조 등 4인이 상해를 입은 사고가 발생하자, 위 문

조 등 4인과 그의 아버지인 청구외 문

섭, 그 동생인 청구외 문

용 등 6인은 위 회사의 보험자인 제청신청인 □□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

(96가단253)

을 제기하여, 그 소송계속중 위 제청신청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3) 97헌가7 사건

청구외 이

영이 충남1고 7217호 승용차를 운전하던중 제청신청인 이

연이 운전하던 그 소유의 전북1도

○○○○

호 승용차를 들이받아 위 제청신청인의 승용차에 타고 있던 청구외 최

중, 오

필이 사망하자, 그 상속인들인 청구외 안점이 등 6인은 제청신청인 이

연을 상대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

(96가합1257)

을 제기하여, 그 소송계속중 위 제청신청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4) 95헌바58 사건

청구외 최

준 등 4인은 청구외 임

가 운행하는 자동차의 승객으로서 입은 손해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위 임호의 보험자인 청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94가단7198)

을 제기하여 위 법원은 1994. 3. 30. 원고들의 일부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위 최민준을 상대로 항소를 제기한 후 서울지방법원에 그 소송

(95나26604)

이 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다. 서울지방법원은 1995. 12. 6.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95카기4853)

, 청구인은 같은 달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

다.

나. 심판의 대상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제2호

(1984. 12. 31. 법률 제3774호로 전문개정된 것)

이고 그 규정과 관련규

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

(자동차손해배상책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하거나 부상할 경우에 있어서 자기 및 운전자가 자동차의 운행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또는 자기 및 운전자 외의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또한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에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때

2.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그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말미암은 것인 때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청구인 등 관계인의 의견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96헌가4, 97헌가6ㆍ7)(1)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승객의 개념에 무상동승자 및 호의동승자를 포함할 경우, 자동차의 운행자 또는 운전자에게 전혀 과실이 없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위험책임의 법리 또는 보상책임의 법리를 너무 확대하여 적용함으로써 재산권 보장 및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과잉입법으로 위헌이다

(96헌가4).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교통사고가 피해자 또는 제3자의 전적인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경우에도 과실 없는 운행자는 승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고, 특히 과실 있는 자동차의 운행자 등에게 자력이 없을 때에 과실 없는 운행자는 전혀 구상할 수 없게 되어, 과실책임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반됨으로써 재산

권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제1항, 경제질서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헌법 제119조 제1항에 위반된다.

또한 일본과 독일은 승객과 승객 아닌 자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승객과 승객 아닌 자를 지나치게 차별대우하고 있어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97헌가6).

(3) 일본과 독일의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운행자에게 승객에 대하여 거의 완전한 무과실책임을 지우는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 및 재산권 보장을 규정한 헌법규정에 위반된다. 특히 무상승객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승객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무상승객을 다른 자동차의 운전자나 승객, 일반 보행자 등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위헌성이 더욱 커진다

(97헌가7).

나. 제청신청인들의 의견제청법원들의 제청이유와 같다.

다. 청구인의 주장요지(95헌바58)(1) 헌법이 경제적 기본질서로 채택하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질서

(제119조 제1항)

와 헌법 전문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는 부분 및 연좌제금지의 원칙

(제13조 제3항)

은 사법

(私法)

의 영역에서 과실책임주의 내지 자기책임주의로 구현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가항력이나 제3자의 일방적인 과실에 의하여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도 과실 없는 운행자에게 승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움으로써 헌법에서 파생되는 과실책임의 원칙에 위반된다.

광업법, 원자력손해배상법, 환경정책기본법, 근로기준법 등에서도 무과실책임주의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법률 등에서 규정하는

손해는 제3자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다르다. 또한 무과실책임주의의 근거로 드는 위험책임론이나 보상책임론에서도 제3자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 독일, 영국 및 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과실책임주의를 인정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승객의 보호를 위해서 과실 없는 운행자나 그 보호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국가에 대하여 무과실책임 또는 엄격책임을 지우거나 범죄피해자구조법에 의하여 피해자를 구제하여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가해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 아무런 과실이 없는 자동차 운행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지움으로써 재산권 제한의 방법이 적합하지 아니하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 없는 운행자에 대하여도 승객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가해자의 배상능력이 없어서 과실 없는 운행자가 구상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스스로 그 손해를 부담하게 하며, 평소에 자동차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안전운전을 한 무과실 운행자에게 보상책임을 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3) 상대방 자동차의 운행자는 자기 및 운전자의 무과실, 피해자 또는 제3자의 고의ㆍ과실과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 및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때에는 다른 자동차의 승객에 대한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 데 반하여, 승객을 동승시킨 운행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러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또한 피해차량

의 승객은 자신이 동승한 자동차의 운행자와 가해차량의 운행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가해차량의 승객은 피해차량의 운행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같은 승객이라도 자신이 동승하고 있는 자동차의 운행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별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 피해차량의 운행자들 사이에서도 가해차량 운행자의 경제적 보상능력과 승객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승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차별적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승객과 승객 아닌 자 사이에서, 그리고 운행자들 사이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라.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95헌바58)(1) 위험책임 및 보상책임의 원리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운행자에 대하여 승객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규정한 것은 헌법의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광업법, 원자력손해배상법, 환경정책기본법, 근로기준법 등에서도 무과실책임주의에 따른 규정을 두고 있다.

(2) 자동차의 운전자는 자기의 의사에 따라 제3자를 자동차에 탑승시킬 것인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운행자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무과실책임에 대비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고, 따라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승객과 승객 아닌 자를 구별하고 있는 것은 위험책임이나 보상책임의 법리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마.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의 특성상 사고원인을 입증할 때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형평상 규정한 것이다. 승객과 승객 아닌 자를 구별하여 면책사유를 규정하는 이유는, 본인의 주의노력과 무관하게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승객과 본인의 의지에 의하여 사고예방을 위한 주의노력을 다할 수 있는 승객 아닌 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험책임이나 보상책임의 원리에 비추어 운행자에게 승객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개별적 운행자는 보험에 가입하여 승객에 대한 손해배상에 대비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운행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책적 의미는 대다수 국민이 안심하고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3. 판 단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특색(1)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운송수단으로 그 운행 자체는 적법하나, 자동차의 운행에는 그 속도와 중량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사고의 위험이 수반되고 자동차 사고로 인한 피해의 규모도 매우 크다. 자동차사고는 다른 불법행위와 비교할 때 사고가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 당사자들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내는 것이나 그것을 소송절차에서 입증하는 일이 매우 곤란하다. 또한 자동차사고는 가해자의 고의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대개의 경우는 운전자나 제3자의 부주의, 자동차의 결함, 도로상황 등이 합쳐져 일어난다. 따라서 자동차사고의 경우에는 일반불법행위와는 달리 가해자의 책임문제보다는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평ㆍ타당한 보상을 할 것인가가 법률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자동차사고의 특수성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일반적인 불법행위책임과는 별도로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율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963. 4. 4. 법률 제1314호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이하 “자배법”이라 한다)

을 제정하였다가, 1984. 12. 31. 법률 제3774호로 전문개정하였다. 이 법은 종래의 과실책임주의를 수정하여 위험원

(危險源)

을 지배하는 자로 하여금 그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의 손해를 보상하게 한다는 위험책임의 원리를 도입하였다는 데 그 특색이 있다.

(2) 자배법 제3조는 그 본문에서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그 단서 제1호에서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하거나 부상할 경우에 있어서는 자기 및 운전자가 자동차의 운행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또는 자기 및 운전자 외의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또한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에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때에 한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인 그 단서 제2호에서는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그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말미암은 것인 때에 한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는 승객이 아닌 자의 경우와는 달리 무과실책임을 지우고 있다.

(3) 자동차사고에 대한 운행자의 배상책임에 관하여 이를 일반적인 불법행위책임과 달리 규율할 것인지, 달리 규율하는 경우 운행자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울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각국의 교통상황이나 법률제도에 따라 입법자가 결정할 문제이다.

자동차사고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를 보면, 영국과 미국은 전통적인 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규정하고 있는 반면, 독일, 스위스 및 일본은 운행자에게 조건부 무과실책임 내지 엄격책임을 지우면서 호의동승에 대하여는 엄격책임을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책임을 감경하고 있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및 뉴질랜드는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에서는 1985. 7. 5.의 “교통사고피해자의구제와배상절차의신속화를위한법률”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의 사상

(死傷)

에 관하여 ‘피해자의 변명할 수 없는 과실이 사고의 전적인 원인’인 경우에 한하여 운행자의 면책을 인

정하고 있다.

(4)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특히 무상동승, 호의동승의 경우에도 승객이 아닌 자와 달리 운행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자유시장 경제질서나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자유시장 경제질서 위반 여부(1) 헌법 제119조는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

여 사유재산제도, 사적 자치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하면서, 한편 그 제2항에서 국가는 ……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1항)

, 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5항)

고 규정하여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고 있다.

결국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아울러 달성하려는 것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2) 우리 민법은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자유시장 경제질서에서 파생된 과실책임의 원칙을 일반불법행위에 관한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그런데, 현대산업사회에서는 고속교통수단, 광업 및 원자력산업 등의 위험원

(危險源)

이 발달하고 산업재해 및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헌법이념의 하나인 사회국가원리의 실현을 위하여 과실책임의 원리를 수정하여 위험원을 지배하는 자로 하여금 그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의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위험책임의 원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위험책임의 원리는 위험원의 지배를 책임의 근거로 하여 위험을 지배하는 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원리로서 단순한 결과책임주의와는 다른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동차사고의 특수성에 비추어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는 과실책임의 원칙에 기한 일반불법행위책임과 달리 위험책임의 원리를 수용하여 운행

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도 공작물 소유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민법 제758조, 광업권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광업법 제91조, 원자력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원자력손해배상법 제3조 제1항,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와 사업자의 재해보상책임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81조, 제85조 등도 위험책임의 원리를 수용하여 무과실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3)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일반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는 과실책임의 원리를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특수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위험책임의 원리를 수용하는 것은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운행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이상 위험책임의 원리에 기하여 무과실책임을 지운 것만으로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자유시장 경제질서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헌법 전문 및 헌법 제13조 제3항의 연좌제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재산권 침해 여부(1)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자동차운행자는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는 자기 및 운전자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고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 및 기능상 장해가 없으며, 제3자의 고의ㆍ과실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고의ㆍ과실

이 있는 제3자나 그 운행자에게 자력이 없을 때에는 구상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운행자는 무상동승 또는 호의동승의 경우에도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ㆍ과실이 없는 운행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운행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헌재 1998. 2. 27. 95헌바32, 공보 26, 229, 232)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준수하였는지를 본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한 헌법이념에 따라 위험원인 자동차를 지배하는 운행자에게 승객의 손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하여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나) 방법의 적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한 운행자에게 자동차사고로 말미암은 승객의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운행자는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고 운행이익을 받으면서 승객의 동승에 적어도 추상적ㆍ간접적으로 동의하여 승객을 자동차의 직접적인 위험권 안에 받아들인 사람이고, 승객은 운행자의 동의 아래 자동차에 동승하여 승객이 아닌 자에 비하여 더 큰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는 과실 있는 운행자나 과실 없는 운행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유상동승이든 무상동승이든 호의동승이든 승객은 모두 본질적으로 같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고의ㆍ과실이 없는 운행자는 고의ㆍ과실이 있는 제3자나 그 운행자에게 자력이 없을 때에는 그 구상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배상책임 내지 구상책임이 있는 채무자가 무자력일 때에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특유한 문제는 아니다. 위험원인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는 운행자로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보험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자배법 제5조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책임보험을 강제보험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운행자는 책임보험금의 범위 안에서는 그 손해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고, 책임보험금의 범위를 넘는 손해에 관하여는 그의 선택에 따라 이를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승객에 대하여는 운행자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사고에 대비하여 미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고 그 운행이익을 받으면서 승객의 동승에 적어도 추상적ㆍ간접적으로 동의하여 승객을 자동차의 직접적인 위험권 안에 받아들인 운행자로 하여금 그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무상ㆍ호의동승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방법은 적정하다고 하겠다.

다만, 차량의 운행자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동승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동승을 허락하고, 동승자도 그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그 제공을 받은 경우, 운행의 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의 인적 관계, 그가 차에 동승한 경위, 특히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운행자에게 일반의 교통사고와 같은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매우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배상액을 감경할 사유로 삼으면 충분한 것이다.

(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기록에 편철된 보험개발원장의 자동차보험 요율관련 질의에 대한 회신

(청구인의 1997. 9. 5.자 의견서에 붙여낸 참고자료 11)

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승객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운행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가 승객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한 후 과실이 있는 제3자의 무자력으로 말미암아 구상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보험료에 전가되는 보험료율은 약 0.18%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운행자의 재산권 침해는 운행자가 그의 선택에 따라 보험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약 0.18%의 보험료 추가부담에 불

과할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으므로 위에서 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운행자와 승객의 관계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하겠다.

(라)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고 그 운행이익을 받으면서 승객의 동승에 적어도 추상적ㆍ간접적으로 동의하여 승객을 자동차의 직접적인 위험권 안에 받아들인 운행자로 하여금 그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무상ㆍ호의동승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것은 운행자의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한 헌법이념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운행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라.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그 손해에 관하여 운행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규정하여 승객이 아닌 자에 비하여 승객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승객과 승객이 아닌 자에 대한 운행자의 책임을 달리한 이유는 승객은 자동차에 동승함으로써 자동차의 위험과 일체화되어 그 위험이 더 크다는 점에 있다. 승객은 자동차가 보행자나 다른 자동차와 충돌한 경우 뿐 아니라 자동차의 전복, 시설물과의 충돌 등 자신이 탄 자동차로 말미암은 대부분의 사고에서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운행자에 대한 관계에서 볼 때, 운행자는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고 그 운행이익을 받으면서 승객의 동승에 적어도 추상적ㆍ간접적으로

동의하여 승객을 자동차의 직접적인 위험권 안에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승객과 승객이 아닌 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2) 과실 있는 운행자나 과실 없는 운행자는 다 같이 위험원인 자동차를 지배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각자 운행하는 자동차의 승객에 대한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과는 별도로 과실 있는 운행자는 그 과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이 운행하는 자동차의 승객 이외의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승객을 승객이 아닌 자와 차별하고 과실 있는 운행자와 과실 없는 운행자에게 다 같이 승객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지게 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주심)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