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다58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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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판시사항】

[1]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가액배상이 허용되기 위하여 수익자 등의 고의·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2]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가액배상에 의한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의미

[3] 민사소송법 제720조 소정의 담보의 성질 및 가처분취소로 입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가처분채권자의 위 담보에 대한 권리


【판결요지】

[1]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면, 수익자 또는 전득자는 원상회복으로서 사해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되고,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을 배상하여야 하는바, 원래 채권자와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었던 수익자가 채권자취소에 의하여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의 견지에서 법이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그 가액배상의 의무는 목적물의 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됨으로써 성립하고, 그 외에 그와 같이 불가능하게 된 데에 상대방인 수익자 등의 고의나 과실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2]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 함은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고,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수익자로부터 전득자로 이전되어 그 등기까지 경료되었다면 후일 채권자가 전득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익자가 전득자로부터 목적물의 소유권을 회복하여 이를 다시 채권자에게 이전하여 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써 채권자에 대한 목적물의 원상회복의무는 법률상 이행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민사소송법 제720조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담보의 제공을 조건으로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게 한 것은, 가처분을 존속시키는 것이 공평의 관념상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즉 가처분에 의하여 보전되는 권리가 금전적 보상으로써 그 종국의 목적을 달할 수 있다는 사정이 있거나 또는 가처분 집행으로 가처분채무자가 특히 현저한 손해를 받고 있는 경우에 가처분채무자로 하여금 담보를 제공하게 하여 가처분의 집행뿐 아니라 가처분명령 자체를 취소하여 가처분채무자로 하여금 목적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고, 따라서 처분채무자가 제공하는 담보는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였음에도 가처분의 취소로 말미암아 가처분목적물이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입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가처분채권자는 가처분취소로 인하여 입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승소판결을 얻은 후에 민사소송법 제475조 제3항, 제113조에 의하여 그 담보에 대하여 질권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2] 민법 제406조

[3] 민사소송법 제113조, 제475조 제3항, 제720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6. 7. 26. 선고 96다14616 판결(공1996하, 2606) /[3] 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21188 판결(공1997상, 1079)


【전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주택은행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11. 18. 선고 97나3313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인정 판단하였다. 가. 사실인정의 요지 (1) 원고는 1993. 5. 10.부터 8. 10.까지 사이에 소외 1에게 그가 소외 신도림재건축조합으로부터 분양받은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 관한 분양자금으로 합계 금 17,500,000원을 대출하였다. (2) 소외 1은 1995. 3.경 원고에 대한 대출금 채무 이외에도 소외 신도사무기 주식회사(이하 '신도사무기'라고 한다), 소외 2, 국민은행 및 피고에 대하여 합계 금 172,250,000원 상당의 채무가 있는 반면, 그 소유의 재산으로는 분양계약에 따른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밖에 없었고, 그 무렵까지 원ㆍ피고와 신도사무기 및 소외 2가 각각 그들의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소외 1이 소외 조합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압류하고 있어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3) 이에 피고와 신도사무기 및 소외 2 등은 1995. 3. 10. 이 사건 아파트를 금 65,000,000원 정도로 평가하여 피고가 자신의 채권에 대한 변제에 갈음하여 이를 양도받되, 그 대신 피고는 원고, 신도사무기, 소외 2 등 나머지 채권자들에게 금 65,000,000원 중 각자의 채권액 비율에 따라 안분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후, 원고에게도 그와 같은 합의에 참가하여 소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도록 동의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하자, 피고는 먼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소외 1 명의로 1995. 3. 15.자로 1993. 3. 30.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다음,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를 피고의 채권변제에 갈음하여 양도받기로 약정하고, 1995. 3. 16.자로 같은 해 3. 15. 매매를 원인으로 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다. (4) 이에 원고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5가단18622호로 피고를 상대로 소외 1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1995. 3. 15.자 매매계약은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는 그 원상회복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피고 명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내용의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95카단3658호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사해행위취소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법원이 1995. 3. 25. 그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1995. 3. 31. 가처분등기가 경료되었다. (5) 그러나 피고가 같은 법원 95카단4659호로 그 가처분에는 민사소송법 제720조 소정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며 가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1995. 4. 26. 피고가 보증으로 금 30,000,000원을 공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 가처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가집행선고부 가처분취소판결을 선고받고, 보증금을 공탁함에 따라 1995. 5. 4. 그 가처분등기가 말소되었다. 그리고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1995. 12. 6. 피고와 소외 1 사이에 이루어진 대물변제가 적절한 가액으로 평가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서울지방법원 96나2322호로 항소하였다. 피고는 이와 같이 가처분 취소판결로 가처분등기가 말소되고, 또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1심에서 승소하자, 그 소송이 항소심에 계속중이던 1996. 3. 4. 이 사건 아파트를 소외 3에게 매도하고 1996. 4. 19.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6) 항소심법원은 1996. 6. 14. 피고와 소외 1 사이의 대물변제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소외 1이 피고와 통모하여 피고에게만 우선적으로 채권 만족을 얻도록 할 의도로 그의 유일한 재산을 대물변제한 경우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가 불복하여 대법원 96다31840호로 상고하였으나 1996. 11. 27. 그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이행불능과 같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기 위하여서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고, 그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며, 또한 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는바, 이 사건 아파트를 피고에게 대물변제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된다면 원고로서는 수익자인 피고에 대하여서 뿐만 아니라 전득자인 소외 3에 대하여도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고, 특히 채권자취소권을 규정한 민법 제406조의 해석상 전득자의 사해행위에 대한 악의는 추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지 이 사건 아파트가 제3자인 소외 3에게 매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과, 설사 소외 3이 선의의 제3자로서 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가처분취소판결을 받았고, 이를 매도할 당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제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항소심에서 취소되기 전의 시점이었던 만큼,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타에 처분하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 아파트를 소 제기 당시의 현황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와 같은 처분행위를 함에 어떠한 귀책사유나 위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상회복의무가 불이행되었다 하여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면, 수익자 또는 전득자는 원상회복으로서 사해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되고, 만일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을 배상하여야 하는바, 원래 채권자와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었던 수익자가 채권자취소에 의하여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의 견지에서 법이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그 가액배상의 의무는 목적물의 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됨으로써 성립하고, 그 외에 그와 같이 불가능하게 된 데에 상대방인 수익자 등의 고의나 과실을 요하는 것은 아니며, 이 경우 채권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직접 자기에게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 함은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1996. 7. 26. 선고 96다14616 판결 참조),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수익자로부터 전득자로 이전되어 그 등기까지 경료되었다면 후일 채권자가 전득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익자가 전득자로부터 목적물의 소유권을 회복하여 이를 다시 채권자에게 이전하여 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아니한 일반의 경우에는 그로써 채권자에 대한 목적물의 원상회복의무는 법률상 이행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720조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담보의 제공을 조건으로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게 한 것은, 가처분을 존속시키는 것이 공평의 관념상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즉 가처분에 의하여 보전되는 권리가 금전적 보상으로써 그 종국의 목적을 달할 수 있다는 사정이 있거나 또는 가처분 집행으로 가처분채무자가 특히 현저한 손해를 받고 있는 경우에 가처분채무자로 하여금 담보를 제공하게 하여 가처분의 집행뿐 아니라 가처분명령 자체를 취소하여 가처분채무자로 하여금 목적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21188 판결 참조). 따라서 가처분채무자가 제공하는 담보는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였음에도 가처분의 취소로 말미암아 가처분목적물이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입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가처분채권자는 가처분취소로 인하여 입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승소판결을 얻은 후에 민사소송법 제475조 제3항, 제113조에 의하여 그 담보에 대하여 질권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원심은 피고의 이 사건 아파트 처분행위가 채무불이행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만 판단하였으나, 원고가 제1심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청구하는 바는 원고의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 인하여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는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타인에게 처분하여 그 반환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청구원인 가운데에 가액배상을 구한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마땅히 그 당부와 범위에 관하여도 심리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필경 원고의 주장사실을 적절히 석명하지 아니하였거나 사해행위의 경우 원상회복의무의 성질과 민사소송법 제720조가 정한 담보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 신성택 송진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