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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98헌바63, 2000. 7. 20.] 【판시사항】 1.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의 제반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적극) 2.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이 평화통일을 선언한 헌법전문, 헌법 제4조, 헌법 제66조 제3항 및 기타 헌법상의 통일조항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4. 헌법상의 여러 통일관련 조항들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이 도출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1992. 2. 19.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법률적 효력 또는 조약으로서의 성격이 있는지 여부(소극) 6. 통일부장관의 승인권에 관한 기준이나 구체적 내용 등을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지 아니하는 경우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위 법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남북대결을 지양하고, 자유왕래를 위한 문호개방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종전에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던 대북한 접촉을 허용하며, 이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의 제반규정에 부합하는 것이다. 2. 북한주민과의 접촉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를 유발하여 긴장이 조성되거나, 무절제한 경쟁적 접촉으로 남북한간의 원만한 협력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통일부장관이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을 원하는 자로부터 승인신청을 받아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현 단계에서는 불가피하므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은 평화통일을 선언한 헌법전문, 헌법 제4조, 헌법 제66조 제3항 및 기타 헌법상의 통일조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위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4조, 제18조를 일부 제한하는 측면은 있으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필요한 경우의 제한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4. 헌법상의 여러 통일관련 조항들은 국가의 통일의무를 선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 특히 국가기관에 대하여 통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거나 일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 5. 1992. 2. 19. 발효된 ‘남북사이의화해와불가침및교류협력에관한합의서’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여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6. 헌법 제7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이란 법률이 대통령령 등의 하위법규에 입법을 위임할 경우에는 법률로써 그 위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하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입법위임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 이므로, 통일부장관의 승인권에 관한 기준이나 구체적 내용 등을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지 아니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전문】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 위헌소원

(2000. 7. 20. 98헌바63 전원재판부)

【당 사 자】 청 구 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자 회장 최○도

대리인 변호사 김인회 외 8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7구18402 북한주민접촉신청불허처분취소

【주  문】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1990. 8. 1. 법률 제4239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제3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북한주민의 기아해결을 돕기 위하여 북한에 쌀 또는 현금을 보내고자 1996. 8. 23. 통일부에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에 따라 북한주민접촉신청을 하였으나, 통일부장관은 같은 해 9. 10. 위 신청이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에 관한 정부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에 위 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97구18402)을 제기한 후, 그 소송계속 중이던 1998. 2. 19. 위 불허처분의 근거법률인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98아280)을 하였다. 그런데 위 법원이 같은 해 7. 16. 위 취소청구 및 위헌심판제청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같은 해 7. 29.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같은 해 8. 8. 대법원에 상고(98두14525)를 하였으나 1999. 7. 23. 상고기각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1990. 8. 1. 법률 제4239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9조 제3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9조(남ㆍ북한 왕래) ①, ② 생략

③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등과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접촉하고자 할 때에는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한다.

④ 생략

〔관련조항〕

제27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증명서를 발급받지 아니하고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거나 동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북한의 주민과 접촉한 자

2.~5. 생략

② 생략

③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 주장의 요지 (1) ‘평화적 통일’을 민족적 사명으로 규정한 헌법 전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ㆍ추진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4조, 대통령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66조 제3항, 대통령의 취임선서 중 평화적 통일직무

를 규정한 헌법 제69조, 통일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 제72조 등을 종합하면, 정부는 통일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기본권을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북한의 자유로운 교류ㆍ협력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결국 국민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에 이르러 헌법에 위반된다.

(2)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는 남북간의 대화, 협조,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 수단이며, 이러한 남북간의 대화, 협조, 교류와 협력은 정부간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필수적인 남북한의 자유로운 교류ㆍ협력을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서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는 헌법 전문에 반하므로 위헌이다.

(3)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국민의 참여를 기본으로 하고, 통일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선언한 헌법 제4조에 부합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통일부장관의 자의적 판단에 근거하여 북한주민 접촉을 승인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어 헌법 제4조에 위반된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들의 평화적 교류, 협력을 통일부장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일임함으로써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통일정책을 시행하고, 법적 안정성을 해하고 있으므로 통일에 있어서의 법치주의원칙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위반된다.

(4) 1992. 2. 19. 발효된 ‘남북사이의화해와불가침및교류협력에관한합의서’(이하 ‘남북합의서’라고 한다)는 헌법상 조국의 평화적 통

일조항을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법규범으로서 단순한 조약의 효력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률 중 헌법 다음으로 최상의 법률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후에 체결된 것이어서 신법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남북합의서의 자유로운 남북교류협력조항에 반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5)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제14조 거주ㆍ이전의 자유, 제18조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6)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에 관한 승인의 기준을 명시하지 아니한 채 포괄적으로 통일부장관의 일방적인 판단에 위임하고 있어 헌법 제75조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양한 목적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모두 승인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접촉을 제한하고, 우리 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헌장에 명시된 각국의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협력의무에 따라 이루어지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촉마저도 승인제로 운영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헌법 전문과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천명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전복을 꾀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상호 신뢰, 협력관계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개

인이나 민간단체가 독자적으로 북한과 접촉하는 것보다 국민적 합의하에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협조하는 등의 대외적으로 결집된 모습이 요망되므로 정부의 통일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장관에게 북한주민접촉승인권을 부여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법치주의, 헌법 제14조 거주ㆍ이전의 자유, 제18조 통신의 자유, 제37조 제2항 과잉금지의 원칙 및 제75조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통일부장관 및 법무부장관 의견의 요지 (1) 우리 헌법이 통일에 관한 정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그로부터 국민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 국민이 북한과의 무조건적인 접촉 및 교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되지 아니하며, 설사 그러한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제한되어야 한다.

(2) 이 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북한주민 접촉을 금지한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일부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남북교류를 촉진하는 법률이고,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남북교류를 제한하는 법률이 아니다.

(3) 통일의 대상인 북한이 우리의 체제존립을 위협하는 정치적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는만큼 정부가 국가안전보장과 평화, 그리고 통일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통일정책을 수립ㆍ추진하여야 하며, 그러한 한도 내에서 정부의 역할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다. 따라서 국민은 정부정책의 틀 속에서 질서 있게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여야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ㆍ추진을 선언한 헌법 제4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남북합의서는 법률이 아니고, 조약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남북합의서의 내용과 상반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부당하다.

(5) 청구인이 주장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 거주ㆍ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의 기본권과 국민의 남북교류협력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 합목적적으로 규제될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제한은 합리적이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6) 북한주민의 접촉에 대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여 재량권을 인정한 것은 남북관계의 특수한 법현실로 인하여 그 요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점과 행정청의 정책적인 고려나 전문적ㆍ기술적 판단이 일정범위 내에서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고, 실제 운용면에서도 남북관계의 진전상황에 따라 점진적 확대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북접촉교류허용기준(1995. 5. 16.) 등 일정한 처리기준에 따르고 있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북한이 우리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주민의 접촉을 폭넓게 허용하되, 다만 남북관계의 현실과 대북정책의 틀 속에서 질서있게 이루어지도록 조정ㆍ유도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으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방법선택은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

에 속하며, 효율성을 위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어서 그 방법의 적절성도 인정되고,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부합하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이 법의 입법경위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1988. 7. 7. 남북한간의 인사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해외동포들의 남북한 자유왕래를 위하여 문호를 개방하며, 이산가족의 서신왕래ㆍ방문 등 교류를 적극적으로 주선ㆍ지원하고, 남북한 교역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남북교역을 민족내부 교역으로 간주하는 것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남북한간의 화해를 위한 6개항의 대북한 제의인 이른바 ‘7. 7. 선언’이 발표되었다.

그후 위 선언에 따라 그 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던 북한주민과의 접촉, 왕래 및 교류 등을 허용ㆍ지원하고, 국민들의 북한 방문 및 남북한 왕래ㆍ교류에 대한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기 위한 법률적 후속조치로서 이 법이 제정되었는바, 그 제1조는 남북한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조 및 입법제안이유에 따르면 남북한의 인적ㆍ물적 교류사업과 통신역무의 제공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이 적용되고, 이 법에 따라 행하여지는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이 법은 남북한간의 교류확대 및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북한주민 접촉 등에 대한 승인 등의

업무를 통일부로 일원화하여 국민편익을 도모하고, 각종 남북교류협력이 일관성을 유지한 채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정부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다양한 대북한 접촉과 협력이 일정한 기준하에서 종합적, 체계적, 안정적으로 수행되도록 하려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우리 대한국민은……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6조 제3항에서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헌법상 통일관련 규정들은 통일의 달성이 우리의 국민적ㆍ국가적 과제요 사명임을 밝힘과 동시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에서 지향하는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바탕을 둔 통일인 것이다. 그러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서는 북한과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접촉ㆍ대화를 무조건 피하는 것으로 일관할 수는 없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상호 접촉하고 대화하면서 협력과 교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며, 순수한 동포애의 발휘로서 서로 도와주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제적, 기술적 지원과

협조를 도모하여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방편으로서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것이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판례집 2, 49, 60-61 참조).

(2) 그런데 이 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북한을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남북대결을 지양하고, 자유왕래를 위한 문호개방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종전에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던 대북한 접촉을 허용하며, 이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의 제반규정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법이 없다면 남북한간의 교류, 협력행위는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으나, 이 법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적 용어정리, 통신ㆍ왕래ㆍ교역ㆍ협력사업 등에 관한 포괄적 규정(제9조 내지 제23조)과 타법률에 대한 우선적용(제3조) 등을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그 적용범위 내에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이 법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기 위한 기본법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그러나 북한과의 접촉이나 교류가 일정한 원칙이나 제한 없이 방만하게 이루어진다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데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 북한주민과 접촉ㆍ교류하는 개개 당사자들의 목적달성이나 안전에도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한간의 접촉과 대화, 교류ㆍ협력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그에 따라 각 분야에서 필요한

민간부문의 교류ㆍ협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에 대하여 일정한 조정과 규제를 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화통일의 원칙과 국가안전보장 및 자유민주주의질서의 유지,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보장이라는 원리들을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 등과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접촉하고자 할 때에는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은 대체로 남북한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여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기여하겠지만, 때로는 접촉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를 유발하여 긴장이 조성되거나, 무절제한 경쟁적 접촉으로 남북한간의 원만한 협력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접촉의 시기와 장소, 대상과 목적 등을 정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접촉 당사자의 안위에 관계되는 일이 발생하였을 때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 힘들고, 또한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부장관이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을 원하는 자로부터 승인신청을 받아 그 접촉의 시기와 장소, 대상과 목적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현 단계에서는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장하고 국민

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운데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하여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에 관하여 남북관계의 전문기관인 통일부장관에게 그 승인권을 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화통일의 사명을 천명한 헌법 전문이나 평화통일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조, 대통령의 평화통일의무에 관하여 규정한 헌법 제66조 제3항의 규정 및 기타 헌법상의 통일관련조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에서 유래되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나 제14조에서 규정한 거주ㆍ이전의 자유, 제18조에서 규정한 통신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나, 그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의 제한으로서, 앞서 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5)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민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상의 통일관련 조항들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헌법상의 여러 통일관련 조항들은 국가의 통일의무를 선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 특히 국가기관에 대하여 통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하거나 일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다.

(6) 청구인은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북합의서의 자유로운 남북교류협력조항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남북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

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인바,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고(헌재 1997. 1. 16. 92헌바6등, 판례집 9-1, 1, 23), 대법원도 “남북합의서는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상호간에 그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두14525 판결), 남북합의서가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다.

따라서 설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북합의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다.

(7) 그 밖에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헌법 제7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이란 법률이 대통령령 등의 하위법규에 입법을 위임할 경우에는 법률로써 그 위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하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입법위임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통일부장관의 승인권에 관한 기준이나 구체적 내용 등을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지 아니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주심)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