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씨
▲▲은행 사무원 X氏는 남에게 자기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길 좀 비켜주.”
“이게 노형의 길이오?”
X氏는 첫마디로 성을 냅니다. 그러므로 그의 친구들도 X氏를 대단히 무서워하여 할 수 있는 대로 멀리하려 하였습니다.
이 남한테 지기 싫어하고 교만한 X氏가 이즈음 한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외다. X氏가 매일 ▲▲은행으로 다닐 때에 그의 맞은편에서 오는 (매일 만나게 되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보기 싫어서외다. 그 ‘어떤 사람’은 코를 잔뜩 하늘로 쳐들고 ‘이 세상에 나밖에 사람이 어디 있나’ 하는 듯이 뚜거덕 뚜거덕 걸어옵니다. X氏는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늘 목이 저절로 어깨로 수그러들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자식!”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X氏는 스스로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분한 마음은 삭지 않았습니다.
하루 아침은 X氏는 오늘은 꼭 그 자식을 흘겨서 꺼꾸러뜨리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어떻게 하나?’
그는 조반을 먹은 뒤에 시간을 맞추어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네 보자. 그는 마음을 결박해가지고, 늘 그 (모르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즉 그 사람은 저편 모퉁이에서 X氏의 편으로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역시 그 사람의 코는 하늘로 향하였습니다. 입에서는 담배의 연기가 가장 자기 주인을 경배하는 듯이 너울너울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X氏도 힘을 다하여 눈을 흘겼습니다. 충혈된 그의 눈은 아프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X氏의 눈 같은 것은 이 세상에 그 존재의 여부까지 모른다는 듯이 태연히 걸어갔습니다.
‘또 侮辱(모욕)당했다.’
은행에서 사무를 보는 하루 종일 X氏의 머리에서는 侮辱당했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이 자식을…… 음, 이런! 원! 에, 분해…….”
그날 밤 그는 밤새도록 헛소리를 하도록 熱(열)까지 났습니다. 그의 아내는 영문은 모르고 은행에서 뉘한테 따귀라도 얻어맞았는가 하고 대단히 걱정하며 간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그는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출근하겠느냐’는 아내의 묻는 말에 당연한 일이라고 고함을 친 뒤에, 조반을 먹고 또 나섰습니다.
‘에, 이 자식을 오늘은 어제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그는 어제 그 사람의 담배 물었던 것이 더욱 자기를 업신여기던 것 같아서 오늘은 자기도 그 사람을 업신여기는 뜻으로 담배를 붙여 물고 뚜거덕뚜거덕 걸었습니다.
그 사람은 역시 그 모퉁이에서 나왔습니다. 이놈― X氏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제 원수를 꼭 갚아야겠다고 아주 거만한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역시 X氏와 그의 담배 같은 것은 알지도 못한다는 듯이 걸어옵니다. X氏는 너무 답답하여 그 사람과 자기의 사이가 十餘步(10여 보)쯤까지 가깝게 된 때에 에헴 하고 기침을 기쳤습니다. 즉 그때였습니다. 그 사람은 눈을 한번 껌벅하더니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피곤한 듯한 오만한 눈알을 천천히 굴려서 X氏에게로 향하였습니다. X氏는 뜻하지 않고 눈을 내리떴습니다.
아차! X氏가 펄덕 정신을 차리면서 눈을 다시 들 때는 그 사람과 X氏는 벌써 四五步(4, 5보) 등지게 되었습니다.
X氏의 마음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이런 수치가 어디 있어! 왜 내가 눈을 내리떴단 말인가! 바보! 바보!
🙝 🙟
그날 저녁 때에 漢江(한강) 下流(하류)에서 송장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 송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遺書(유서)로 그것이 X氏의 죽음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遺書(유서)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 “나는 어떤 자에게 욕을 보고 그것이 분하여 세상을 버리오”
- “鐵橋(철교) 위에서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