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양/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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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집]

동기간의 불화─

세자와 수양과의 사이의 불화─

수양은 그다지 형 세자의 괄시를 탓하지 않는 모양이나, 수양이 탓하지 않으면 않느니만큼 세자는 더욱 이것 보아라는 듯이 수양을 괄시하였다.

이 두 아드님의 태도를 가만히 관찰할 때에 왕은 때때로 속으로 몸서리까지 쳤다. 한 치의 벌레에도 오 분의 결기는 있는 법─아무리 수양이 활달한 눈으로 형 세자를 대하고 모든 괄시를 관대히 참아 온다 하나, 이 괄시가 도를 넘쳐서 참을 수 없는 정도까지 이르면 어쩌나.

차차 만년에 들은 왕─장년 시대에는 그래도, 장래에는 어떡하든 되겠지, 안 되면 되도록 만들기라도 하지, 이만큼 낙관의 눈으로 보아 왔지만, 만년에 들면서부터는 언제든 여기 대한 근심이 왕에게서 떠나 본 적이 없었다.

때때로 수양을 불러서 장래 영구히 형 세자께 충성되라고 분부하면 수양은 쾌활히 웃으면서

『신이 이 나라 백성된 이상에야 어찌 감히 군왕을 배반하오리까.』

하여 자기의 마음을 숨김없이 아버님의 앞에 피력하고 하였다. 그러고 왕의 투철한 안목은 결코 이 수양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안다.

그러나 세자를 불러서 수양에게 한 말과 꼭 같은 말을 하면 세자는 이 부왕의 말에 어떤 태도를 취하고 하나.

세자는 언제든 얼굴이 빨갛게 변하였다. 그런 뒤에는 좀 외면을 하며,

『신이야 동생을 어떻게 보리까만 수양의 눈치가……』

하여 수양에게 대한 자기의 의심을 나타내곤 하였다.

진실로 괴로운 일이었다.

여기서 만약 왕이 세자에게 수양을 의심치 말기를 강조하면 심약한 세자는 표면으로는 절하여 이를 승복할지나 내심으로는 그 미움은 장차 어떤 불길한 결과를 낳을는지 예측 못 할 것이다.

차차 만년에 들면서 장년 시대에 너무도 많은 업적에 골몰하였던 피곤이 한꺼번에 나서 왕의 몸은 나날이 소약하여 갔다. 태조, 정종, 태종─전 삼대에 뒤를 이어서 등극한 이래 이 반조(半造)의 국가를 고정시키느라고 쓴 그 노력의 피곤이, 만년에 들면서 갑자기 나서 이 달이 저 달보다 못하고 오늘이 어제보다 못한 당신의 건강을 볼 때에 세자와 수양과의 사이의 감정상의 불합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

지금 오십을 조금 넘은─어떻게 보자면 아직도 장년이랄 수가 있는 춘추였으나, 너무도 많은 업적을 몸소 지휘하고 또한 가정적으로도 선대에는 형님 되는 양녕대군과의 사이의 델리케이트한 문제며, 당신의 대에는 세자와 수양과의 문제 등으로 심로가 많았더니만큼 보통 사람의 장년인 오십이 이 왕에게 있어서는 만년이었다.

지금은 표면으로는 나라의 정사를 들어서 세자에게 맡기고 당신은 은거한 몸으로 한가히 영웅대군(막내아드님)의 사택에서 쉰다 하나, 이것은 오로지 약한 세자로 하여금 당신이 아직 생존한 동안 정사를 견학시키고, 당신이 스스로 세자의 손을 잡고 지도하여 세자를 한 완전한 나라님 감이 되도록 만들어 보려는 내심에서 나온 것이지, 번거로움은 당신이 직접 정사를 볼 때보다도 도리어 더하였다. 이런 일 등 때문에 왕의 건강은 더욱 상하고 건강이 상하면 상하느니만큼 근심이 더욱 커 갔다.

이러한 가운데서 단지 한 사람 그래도 희망을 붙여 두는 사람은 당신의 백형 양녕 대군이었다. 지금의 왕족 중의 어른이요, 항렬로도 가장 위일뿐더러 고금에 다시 찾기 힘든 이 현인(賢人)인 양녕이 그냥 건장히 있거니 양녕의 좋은 지휘와 지도가 한 가지의 희망이 되기는 하였다. 장래에 세자가 국왕의 지위에 등극을 하는 날이라도 왕족의 어른으로 양녕만 그냥 생존해 있으면, 심약한 세자는 거역해서까지 자유로운 행동은 못할 것이고, 양녕의 감시만 있으면(비록 세자도 수양과가 화목까지는 못 한다 할지라도) 유혈지극(流血之劇)까지는 보지 않고도 견디어 날 것이다.

이리하여 왕은 만년에 더욱 형 양녕을 가까이 찾아서 장래를 당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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