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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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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아주 옛적, 어느 나라 임금 한 분이 잘생긴 따님을 여러 사람 데리고 계셨었는데, 그 중에도 제일 끝에 막내따님이 어떻게도 몹시 어여쁘고 곱게 잘 생겼는지, 그 따님이 방문 밖에를 나오면 세상이 더 환해지는 것 같아서 하늘에 계신 해님까지 부러워하는 터이었습니다.

임금님의 대궐 뒤에는 깊디 깊은 나무숲이 있고, 그 나무숲 속 한가운데 커다란 노목나무 밑에 조그만 샘물이 흘러서 깊은 웅덩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그 어여쁜 막내 왕녀는 언제든지 나무숲 속으로 가서 그 샘웅덩이 옆에 서늘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았다가 심심해지면 노오란 황금공(黃金球)을 하늘로 치던지고, 밑에서 두 손으로 받는 장난을 하였습니다.

하루는 왕녀님이 치던진 공을 받다가 잘못하여 놓쳐서, 풀 위에 뚝 떨어져서는 떼굴떼굴 굴러서 그 샘물 웅덩이로 가 퐁당 빠져 들어가 버렸습니다. 왕녀는 놀라서 곧 뒤쫓아 가 보았으나 그 웅덩이는 깊이를 모르게 깊은 고로, 어떻게 하는 수 없어서 다시는 황금공을 찾지 못할 생각을 하고 훌쩍훌쩍 느껴 울었습니다. 한참이나 울고 있으려니까 웅덩이 물속에서 말소리가 나며,

“어여쁜 아가씨, 왜 우십니까? 당신의 눈물에는 돌멩이도 녹겠습니다.”

합니다. 하도 이상하여 웅덩이를 들여다보니까, 개구리 한 마리가 보기 싫은 험상스런 얼굴을 물 위에 내밀고 있었습니다.

“오오, 네가 지금 말하였니?”

하고, 묻고 나서 왕녀는,

“내가 가지고 놀던 황금공이 이 속에 빠져서 울고 있단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럼 울지 말고 있어요. 내가 찾아 줄 것이니……. 그러나 그 대신 무엇이든지 나를 줄 터입니까?”

합니다.

“아무렴 주고말고……. 무엇이 갖고 싶으냐? 내가 입고 있는 이 옷? 그럼, 이 보석 목도리? 그것도 싫으면 내가 쓰고 있는 황금관? 무엇을 갖고 싶으냐?”

“아니오. 옷도 싫고 보석도 싫고 황금관도 싫어요.”

하면서 개구리는,

“아가씨가 만일 나를 사랑해 주면 나를 아가씨 동무로 여겨 주어서, 아가씨 밥상 위에 앉아서 아가씨 그릇에 있는 음식을 먹고, 아가씨 자리에서 잠까지 자게 해 준다면 그러면, 내가 지금이라도 곧 황금공을 집어다 드리지요.”

합니다.

왕녀님은 속으로 퍽 괘씸하고 망측하게 생각하였으나, 그까짓 짐승에게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리면 어떻냐고,

“아무렴, 네가 그 황금공을 집어다만 준다면 모두 그대로 해 주마.”

하였습니다. 개구리는 그 대답을 듣고는 한없이 좋아하면서 물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금시에 황금공을 가지고 나와서 풀밭에 놓았습니다.

막내 왕녀는 그 황금공을 보고 하도 기뻐서 얼른 집어들고는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휭하게 뛰어 달아났습니다. 왕녀가 도망해 가는 것을 보고 개구리는 깜짝 놀라,

“아가씨 아가씨, 그렇게 혼자 뛰어가면 어떻게 합니까? 나하고 같이 가야지요.”

하고, 소리쳤으나 왕녀는 못 들은 채하고 그냥 뛰어서 대궐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속아 떨어진 개구리는 소리를 지르다 못하여, 그냥 물속으로 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튿날 아침 때 일이었습니다.

임금님 내외분과 여러 따님이 모두 식당에 모여서 아침상을 받고 앉았는데, 별안간 밖에서 누가 식당 문을 똑똑 치면서,

“문좀 열어 주십시오. 막내 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누가 왔는가 하고 막내 왕녀님이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내다보니까, 천만 뜻밖에 어저께 그 개구리가 와서 딱 버티고 섰습니다. 왕녀는 그만 깜짝 놀라서 열었던 문을 얼른 덜컥 닫아버리고 얼굴이 새파래져서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가슴이 울렁거려서 벌럭벌럭 하는 것이 임금님과 다른 이들의 눈에도 완연히 보였습니다. 그래 방문 밖에 온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에요. 개구리가 왔어요.”

“무엇? 개구리? 개구리가 왜 왔어?”

“아버님! 어저께 제가 나무숲 속으로 공을 가지고 놀다가 웅덩이 속에다가 빠뜨렸어요. 그랬더니 개구리가 찾아다 줍디다. 그런데 찾아오기 전에 저를 사랑해 주곤 동무를 삼아 준다고 약속을 하였어요. 저는 개구리가 웅덩이 속에서 나오지 못할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약속을 하였더니 지금 저 문 밖에 와서, 자꾸 이 안에 들어와 아침밥을 같이 먹겠다고 그런답니다.”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방문 밖에서 문을 두들기면서,

“매앤 끝의 아가씨 문 좀 여세요. 노목나무 밑에서 공을 빠치고 깊다란 웅덩이 샘물 옆에서, 나를 보고 무에라 말했습니까? 매앤 끝에 아가씨 문 좀 여세요.”

이렇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임금님은 막내 따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약속한 일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하여라.”

왕녀는 하는 수 없이 기운 없는 걸음으로 가서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개구리는 깡충깡충 뛰어 들어와서 왕녀보고 왕녀 옆에 앉혀 달라고 하였습니다. 왕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찡그리면서 주저주저하였으나, 임금님이 올려 앉혀 주라 하시니까 하는 수 없이 올려 앉혔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밥상 위에 올려 앉히라 하여 밥상 위에 올라앉아서는 또,

“그 국그릇을 이리로 가깝게 놓아 주십시오. 나하고 같이 먹게.”

아무런 소리를 하거나 왕녀는 그대로 해 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모든 음식을 개구리와 같이 먹는 왕녀는 국물까지도 목에 걸릴 듯 싶었습니다.

한참이나 먹고 나서 배가 불룩해진 개구리는 앞발로 입을 씻으면서,

“배가 부르도록 먹었더니 몹시 고단하니 어서 아가씨 자는 방으로 가십시다. 그리고 둘이 잘 자리를 준비시키서요.”

하는, 소리를 듣고 왕녀는 그만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조그만 개구리가 무서워진 것입니다. 보기도 싫은 개구리가 잠까지 같이 자자니 어찌 울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임금님이 왕녀의 우는 것을 보시고,

“네가 곤란할 때에 약속한 것인즉 그대로 실행하여야 한다.”

하고 꾸짖으시므로, 왕녀는 하는 수없이 개구리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서 한편 구석에 던져두고 자기 혼자 자리에 누워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개구리가 깡충깡충 뛰어와서,

“몹시 고단하니 그 자리에 눕게 해 주어요. 그 자리에 뉘어 주지 않으면 임금님께 여쭐 터야요.”

하고, 자꾸 이불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왕녀는 그만 참다 참다 못하여 벌떡 일어나서 개구리를 잡아서 손에 꼭 눌러 쥐고,

“요놈아 어디 견디어 보아라!”

하고 엥!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껏 바람벽에다 던져 부쳤습니다. 그러니까 개구리가 그만 캑! 하고 마룻바닥에 철썩 떨어졌습니다.

아주 죽어버렸겠지 하고 왕녀는 그 쪽을 보니까, 이상도 하지요. 개구리는 간 곳도 없고 그림 같은 얼굴에 별 같은 눈을 뜨고 키가 호리호리한 잘생기디 잘생긴 왕자가 방글방글 웃고 섰습니다.

얼굴을 돌리고 부끄러워하는 왕녀에게, 이상한 왕자가 자기가 3년 전부터 심술궂은 마귀 왕비의 요술에 걸려서 개구리가 되었던 이야기와 어느 때든지 누가 개구리를 집어서 죽도록 때리는 일이 있어야 그 요술이 벗겨지고 사람이 될 터인데, 도무지 그렇게 해 주는 사람이 없다가, 지금 왕녀가 죽도록 벽에다 부딪쳐 준 덕택으로 3년 만에 다시 사람이 되어 예전 왕자로 된 것을 자세 자세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 이 신선보다도 잘생긴 왕자와 왕녀는 임금님의 허락을 얻어 크게 잔치를 차리고 혼인을 하였습니다.

개구리가 변하여 왕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나자, 이웃나라에서는 황금 마차를 보내어 왕자님을 맞으러 왔습니다. 3년 전 왕자가 개구리로 변한 것을 보고, 이 날까지 울고만 지내던 왕자님의 늙은 시종이 이 소리를 듣고 모시러 온 것입니다.

3년 동안 울고만 지내던 늙은 시종이 왕자님과 왕녀님을 황금 마차에다 모시고, 자기네 나라로 돌아갈 때에 마음이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그보다도 저 이웃나라 임금님이 3년 전에 잃어버린 아드님을 다시 만날 때 얼마나 기꺼웠겠습니까.

세상에도 드물게 어여쁜 왕자님과 왕녀님은 그 후 그 나라 임금님의 뒤를 이어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