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밤/물결
물결!
국토(國土)의 언덕을 스치며 지나는 바다 물결,
빨간 등대(燈臺)불을 물고 뜯는 물결에도 밤바다 물결,
때리며, 부수며, 노래 부르며
백사장(白沙場)에 달려드는 까―만 밤바다 물결,
몹시 초조(焦燥)하며 그리고 용감(勇敢)스러운 선구자(先驅者)처럼,
늘, 불길이 되어 아침에도 밤에도
포효(咆哮)하며 절벽에 달려드노나.
오, 파도(波濤)여, 멀리 해심(海心)으로부터
둥실둥실 떠 들어와 해안(海岸)에 왓― 하고 폭발(爆發)되는
장렬한 밤바다 물결이여!
쥐 한 마리 잡는 데도 전심력(全心力)을 다하는
남양토인(南洋土人)들과도 같이,
죽기를 한(限)하고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밤바다 물결,
칼을 짚고 일어서는 무부(武夫)와도 같이,
준마(駿馬)에 안장 놓는 기사(騎士)와도 같이 한껏 거룩하여라.
오호, 물결이여, 등대(燈臺)불에 비치는 밤바다 물결이여
마지막 피를 토(吐)하고 간 정사자(情死者)의 모양같이,
온몸이 불길이 되어 아침에도 밤에도
서로 부둥켜안고
하소연하며 구슬픈 노래를 부르노나.
학(鶴)은 수령(秀嶺)에 깃을 들이고
양(羊)은 깨끗한 종이에 입을 대인다고,
아름답고 한숨 많은 이 땅을 스치며 지나는
어여쁜 밤바다 물결이여,
사랑하는 이 자태(姿態)같이 귀엽기도 하노나!
오호, 강산(江山)의 굽이굽이를
말갛게 닦는 밤바다 물결이여,
백사장(白沙場) 위엔 외자국 길
낙인(落人)이 디디고 간 외자국 길
실비 드내리는 물가엔 임자 없는 외배,
님이 마지막 버리고 간 외배
끌었다 안았다 일생(一生)을 헛장난으로 보내는 가엾은 물결이여!
그래도 울어라, 물결이여, 선풍(旋風) 만난 대해원(大海原)같이
울 대로, 끓을 대로, 힘껏
그래서 이 땅 위 백성(百姓)의 식은 마음을 빨갛게 태워라,
산송장이 작열(灼熱)해 춤출 때
그로써 아름다운 아이 젖 빠는 소리 들리리,
아, 밤마다 저녁마다 국토의 언덕을 스치며 지나는
밤바다 물결이여,
오뉴월(五六月) 삼복(三伏)에 마개 빼논 맥주병(麥酒甁)같이
늘 끓어올라라, 기운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