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밤/방화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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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의 밤
그 여자(女子)가 가만히 와서는
가슴에 불을 지르고 달아납데다.
눈보라 불어 추워 떨 때에도
그이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망(逃亡)합데다.
아무리 땀 배는 유월(六月) 볕에라도
그이가 지나간 뒤는 석탄(石炭)불이 붙어집데다.
그리면 나는 혼자서
밤새도록 눈물로 불을 끕니다.
이번이나 이번이나 하고서
그를 잡으러 파수(把守) 보노라면,
어느 틈에 벌써 꿈속에 달려들어
온몸에 불을 달아놓고는
혼(魂)까지 깡그리 도적하여 갑데다.
아하, 날마다 저녁마다 달려들어
못 살게 구는 방화범(放火犯)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