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문화·민속/세계의 연극/세계의 현대연극/세계의 현대연극 〔서설〕
世界-現代演劇〔序說〕 근대극(近代劇)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는 연극을 우리는 현대연극이라고 부른다. 근대극이란 서구의 소시민사회(小市民社會)의 형성과 더불어 시작되어, 1860년과 70년대에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사실주의(寫實主義) 연극을 정점으로 연극계를 지배한 흐름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이 근대극 조류(潮流)에 대한 거센 반항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제2차 대전 이후부터는 세계의 극계가 견고하게 구축되었던 사실주의 연극으로부터 과감히 이탈 내지는 항거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실주의 연극이란, 무대는 인생 그 자체의 표현이며, 상자형(箱子型) 무대에서 공연되어야 한다는 철칙을 지켜왔다. 관객은 네모진 방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중 한쪽 벽을 몰래 걷어 올리고 보고 있는 것이라는 이른바 제4면벽(第四面壁) 이론을 믿어 왔었다. 무대의 연기자들은 관객이 제거된 한쪽 벽을 통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일상생활 그대로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주의 연극은 대사(臺詞) 내지 회화(會話)를 중심으로 한 연극이었다. 인간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을 말(言語)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주의 연극이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은 질서정연한 논리에 입각해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몇 가지 사실에 대해 그 근본부터 부정하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곧 현대극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적 자아(內的自我)가 유달리 강력한 작자는 인생을 흡사 사진을 찍듯이 무대에 나타내는 사실주의 연극에 반발하여, 과장과 전도(轉倒)의 수법으로 무대에 표현하고자 시도하였다.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에서 시작된 이 표현주의 운동은 독일의 이른바 '표현주의'를 형성케 하였으며 뒤에 미국의 엘머 라이스(Elmer Rice), 그리고 유진 오닐(Eugene O' Neill)에 이르러 표현주의 연극은 극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 독일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1930년대에 이미 그 이론을 완성한 소위 서사극(敍事劇)은, 무대가 인생 그 자체라는 사실주의 연극에 반발하여, 무대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어떤 사건의 가능성을 시범(demonstration)할 뿐이라는 주장을 하여 많은 추종자를 낳게 하였다. 이들은 연극이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어떤 인간의 특수한 사건을 보일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폭을 넓혀 긴 시일 그리고 다양한 장소를 제공하여, 관객이 특수한 사건에 동화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객은 시작부터 끝까지 인생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연극을 보러 왔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하며, 어디까지나 냉철한 이성(理性)으로 대하되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차대전 후에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인간관이 흔들리기 시작하여, 이것이 곧 연극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부조리 연극(不條理演劇:theatre of absurd)을 낳게 하였다. 사회는 물론, 인간의 사고(思考)·행위가 부조리한 모습을 띠게 되었기 때문이다. 외젠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새뮤얼 베케트(Samuel Beckett)가 그 대표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연극에 있어 가장 극단적인 연극운동의 하나는 전체연극(全體演劇)이라고 볼 수 있다. 종래의 연극에서는 희곡 즉 문학이 연극의 중심을 이루어 왔었다. 연극을 종합예술이라고 하면서도, 결국 모든 예술 요소가 희곡 문학을 무대에 펄쳐 놓기 위해 종속적 역할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연극의 발생과정을 보면 연극의 특징은 문학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약동하는 감정, 강력한 욕망이 자연발생적으로 폭발해서 생긴 것이 연극이었다. 이 운동의 주창자였던 아르토(Antonin Artaud)는, 우선 텍스트(text;희곡작품)를 불사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연극은 그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오락을 주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미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더 잘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 이외에도 관객석과 무대의 차이를 거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관객의 참여를 촉구하는 환경극장(環境劇場), 고정무대(固定舞臺)를 거부하고, 우리의 민속·가면극을 연상케 하는 게릴라 극장 등 수많은 실험적 연극이 오히려 오늘날의 연극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현대극이란 다시 말하면 현대를 사는 인간들에게 알맞은 연극을 말한다. 현대의 인간이란 과거의 그 어떤 인간들보다도 혼돈된 상황에서 살고 있다. 질서며 전통적인 가치관, 그리고 논리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사회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가치관과 논리의 산물인 사실주의 연극은 더 이상 우리들에게 감명을 주지 못한다. 현대연극은 복잡하며, 분화 과정에 있다. 오늘날을 대변하는 뚜렷한 연극이, 하나의 이즘으로서 형성되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 <李 根 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