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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문화·민속/한국의 연극/판 소 리/판소리의 발림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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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발림과 음악〔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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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樂〔槪說〕

판소리는 한 사람의 소리하는 이가 서서 '소리(唱)'와 '발림(科)'을 섞어가며 긴 사설(辭說)로 연출해 나가고 한 사람의 북반주하는 이가 앉아서 북장단을 치며 소리에 반주하고 '추임새'로 흥을 돋운다. 소리하는 이를 옛날에는 가객(歌客)·광대(廣大)·창우(倡優)라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두루 쓰이는 말이 없다. 창우의 복색으로는 창의에 갓을 썼다. 가죽신을 신고 손에는 반드시 부채와 손수건을 들었다. 갓으로는 갓놀음을 하였고 부채로는 발림을 돋운다. 고수는 두루마기에 갓을 썼다.

판소리는 한 사람의 소리하는 이와 한 사람의 북치는 이에 의해서 연출되므로 판소리의 음악은 소리하는 이의 소리 가락과 북치는 이의 북가락에서 형성된다. 판소리 가락은 대목에 따라 일정한 장단(長短)으로 되었고 고수는 이 판소리 가락에 따라 장단을 친다. 판소리 가락은 대목에 따라 일정한 장단으로 부르되 기본적인 리듬으로 부르는 이른바 '대마디 대장단'으로 부르기도 하고 변형된 리듬으로 부르는 이른바 '엇붙임'으로 부르기도 한다. 판소리 가락은 또 그 음구성(音構成)·선율형(旋律型)·악상의 표출에 따라 여러 가지 조가 쓰인다.

<李 輔 亨>

판소리의 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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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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唱 진양·중모리·자진모리 등 일정한 장단에 소리가락(旋律)으로 사설을 불러 나가는 것을 말한다. 소리는 '말조'로 할 때도 있으나 대부분은 일정한 음조직을 갖는 조(調)로 된 가락을 부른다. 장단의 느리고 빠름은 긴박과 이완을 나타내고 조의 변화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나타내는데 판소리 사설에 나타난 극적 상황에 따라 장단과 조를 적절히 배열하여 부른다.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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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 일정단 장단이 없이 자유리듬(free rhythm)으로 부르는 것을 말하며, 말(口語)로 하는 '말조 아니리', 소리(唱:聲音)로 하는 '소리조(樂想表出)'가 있는데 말조 아니리가 주로 쓰인다. 아니리는 대목 대목을 연결하는 서술형과 실제 장면을 연출하는 연극형으로 쓰이는데 아니리를 주로 하는 '아니리 광대'는 연극형 아니리를 많이 쓴다. 서술형 아니리는 반 낭송조를 쓰며 연극형 아니리는 낭송조와 구어조(口語調)를 섞어 쓴다. 소리를 주로 하는 '소리 광대'는 아니리를 많이 쓰지 않는다. 명창 정정렬·김정문 등이 아니리에 능하였다.

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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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 판소리 창우가 소리의 가락에 따라 혹은 판소리 사설의 극적 내용에 따라 몸짓을 형용동작(形容動作:mime)하는 것을 말한다. 발림과 비슷한 말로 '너름새'와 '사체'라는 말이 쓰이는데 발림은 춤이나 형용 동작을 가리키는 말이고 너름새는 장면을 연출하는 시각적 기량을 가리키는 말이며 사체는 창우의 거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창우의 발림으로는 몸짓과 갓놀음과 부채놀음을 쓴다. 발림은 소리가락에 따라 하는 경우와 사설의 내용에 따라 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소리가락에 따른 발림은 소리를 맺고 푸는 데 따라 부채를 말고 펴서 적절히 곡선을 긋는데 특히 소리가 상성(上聲)으로 쑤시고 졸라 떼는 때는 부채나 혹은 손으로 허공을 쳐서 액센트를 강조한다. 소리가락이 푸지고 흥겨운 대목에서는 리듬에 따라 손을 벌리고 어깨를 약간씩 흐늘거린다. '갓놀음'은 주로 소리가락의 액센트를 주는 데쓰인다. 고수에게 장단을 지시할 때는 부채를 말아 그 끝으로 고수에게 '고산방석'을 한다. 사설의 내용에 따른 발림에는 '저 건너 봉황대 밑에'와 같은 사설에서 부채로 멀리 가리키는 형용을 하든가, '이리도 깡장 저리도 깡장 깡장 깡장 나려온다'와 같은 사설에서 부채로 깡장 깡장 하는 형용을 하는 것과 같이 사설에 따라 부채나 손으로 가볍게 하는 것이 있고 노젓는 시늉·팔 걷고 싸우는 시늉·활 쏘는 시늉·곤장 치는 시늉과 같이 팔과 허리를 움직여서 좀더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있고, 후원에 단을 묻고 기도한다든가, 앉아 울음을 운다든가 하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두 손 합장하여 비는 시늉을 한다든가, 두 발을 뻗고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한다든가 하는 몸 전체를 움직이는 것이 있으나 몸 전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자주 쓰면 경거망동하다 하여 아껴쓰는 것이 원칙이다. 발림에 능한 명창으로는 박유전·이날치·장자백·김창환·장판개 등을 들 수 있다.

갓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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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창우가 갓으로 하는 발림의 일종. 머리를 교묘하게 끄덕여서 번쩍 번쩍하는 통양갓의 움직임으로 소리가락에 따른 액센트를 주는 멋진 발림을 하였다. 오늘날에는 갓을 쓰지 않으므로 갓놀음의 전통이 끊어졌다.

고산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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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하는 창우가 장단을 변하여 소리를 낼 때 부채를 말아 그 끝으로 고수에게 향하여 리듬을 치며 소리를 냄으로써 고수에게 장단을 지시하는 발림의 일종으로 장단마다 이것을 쓰는 것은 아니다.

판소리의 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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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短

장단이란 반복되는 북의 일정한 빠르기(速度)의 리듬형을 말하는데 판소리 가락의 빠르기와 박자(拍子)에 따라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엇모리·엇중모리·세마치 등이 쓰인다. 이 밖에 휘중모리·단중모리·평중모리·닷모리 등이 있으나 이것들은 위의 장단의 변형이므로 따로 취급하지 않는다. 판소리에는 무용에서나 잡가(雜歌) 혹은 무가(巫歌)에서 쓰이는 굿거리·타령·덩덕궁이·살풀이 따위와 같은 장단은 쓰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판소리 장단의 특징은 소리가락에 따라 밀고, 달고, 맺고, 푸는 법이 분명한 것이 특징이며, 이러한 것을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서 잡가나 기악에서 보이는 장고(長鼓) 장단을 쓰지 않고 반드시 북장단을 쓴다.

판소리북장단 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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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短鼓法

고수는 오른손에 북채를 쥐고 북의 오른편 굴레와 북통을 치고 왼손은 엄지를 왼편 변죽에 걸치고 손바닥으로 북의 왼편 굴레를 친다. 장단은 반드시 오른편 굴레와 왼편 굴레를 마주 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쌍(雙) 혹은 합(合) 혹은 합궁이라 하는데 구음(口音)으로는 대개 '덩'이라 하기도 하고 '합'이라고도 한다. 채로 북통을 칠 때는 '채' 혹은 '편(鞭)'이라 하는데 구음으로는 대개 '딱' 혹은 '딸그락'이라 하며, 크게 치는 '딱'은 소리가락을 맺는 데 친다. 왼손으로 북의 굴레를 치는 것을 '북' 혹은 '고(鼓)'라 하는데 구음으로는 '궁'이라고 부른다. 소리가락의 시작은 '덩'을 크게 치고 소리가락이 다는 것은 '딸그락'을 치며 소리가락이 맺는 것은 '딱'을 크게 치고 소리가락을 푸는 것은 '궁'으로 푼다.

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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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산조에 쓰이는 가장 느린 장단으로 진양조라고도 부른다. 6박(拍)이 한 각(刻·脚)이 되고 4각이 모여 한 장단(24박)이 된다. 제1각은 미는 소리에, 제2각은 다는 소리에, 제3각은 맺는 소리에, 제4각은 푸는 소리에 치는데, 소리의 맺고 푸는 데 따라 각의 수효는 넘나든다. 진양 장단으로 부르는 소리는 한가하고 유유하거나 장엄하고 유장하거나 우는 서정적인 대목에서 많이 불리어진다. 진양 장단으로 부르는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적성가(赤城歌), 긴 사랑가, 옥중가(獄中歌), <심청가>의 범피중류, <적벽가>의 고당상(高堂上) 등이 있다.

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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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조금 느린 장단으로 12박자이다. 치는 법은 '덩 궁 딱 궁 딱 딱딱 궁 궁 딱 구 웅 궁'이다. 중모리는 서술적인 대목이나 서정적인 대목에서 쓰인다. 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쑥대머리, <흥보가>의 가난타령 등이 있다.

중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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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조금 빠른 장단이다. 치는 법은 '덩 궁 딱 궁 딱 딱 궁 궁 딱 궁 웅 궁'이며 중모리 장단을 조금 빨리 치면 된다. 중중모리는 흥겨운 대목에 많이 쓰이고 때로는 몸부림치며 통곡하는 대목에 쓰인다. 중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기산영수·자진사랑가·춘향 어머니 나온다·군로사령·어사와 장모, <심청가>의 심봉사 통곡·아기 어르는데·봉사들 춤추는 데, <흥보가>의 겨울동자 걸거자·제비 노정기·제비 후리러 나가는 데, <수궁가>의 토기화상·가자 어서가·고고처변 등이 있다.

자진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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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빠른 장단. 매우 빠른 12박이나 실제로는 4박으로 친다. 치는 법은 '덩궁 궁우딱 궁'이다. 자진모리는 어느 것을 길게 나열하거나 극적이고 긴박한 대목에 쓰인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나귀안장·술상 차리는 데·신연맞이·어사출도, <심청가>의 삯바느질·심봉사 물에 빠지는 데·인당수 바람 부는 데, <흥보가>의 놀보심술, <적벽가>의 자룡이 활 쏘는 데·적벽가 불지르는 데이다.

휘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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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가장 빠른 장단이다. 4박이며 치는 법은 '덩 궁 궁딱 궁'이다. 휘모리 장단은 매우 분주한 대목에서 쓰인다. 휘모리 장단이 쓰이는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신연맞이 끝에, <흥보가>의 흥보 박 타는 데 등이 있다.

엇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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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장단의 하나로, 빠른 3박과 2박이 혼합된 박자로 10박이다. 치는 법은 '더엉궁 따악 구웅 궁 따악'이다. 엇모리는 중·도사·범·장수 등 특수 인물이 나오는 대목에서 쓰이며 유명한 대목은 <심청가>의 중 내려오는데 <흥보가>의 중 내려오는 데, <흥보가>의 자룡이 나오는 데, <수궁가>의 도사 나오는 데이다.

엇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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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에서 쓰이는 장단의 하나로 보통 빠르기의 6박이다. 치는 법은 '덩 궁 딱 궁 딱 궁'이다. 엇중모리는 윗사람이 사연을 아뢰는 대목이나 판소리의 맨 끝 대목에 쓰인다.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회동성참판 영감께서와, <수궁가>의 이내 근본을 들어라이다.

판소리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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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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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調

판소리 가락에는 우조(羽調)·계면조(界面調)·평조(平調)·경드름(京調)·설렁제·석화제·추천목 등이 있어서 판소리 사설의 내용에 따라 이를 적절히 배합하여 극적 상황에 따른 음악적 변화를 준다. 이것들은 판소리 가락에 쓰이는 음구성(音構成)·가락형(旋律型)·발성(發聲) 및 악상(樂想) 표현 방식에 따른 특징으로 결정된다.

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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羽調

판소리·산조에 쓰이는 조의 하나. 판소리에 쓰이는 우조는 정악(正樂)의 음악적 특징을 받아들여 판소리 가락화한 것으로, 음 구성과 가락형은 정악의 가락에 가깝다. 우조로 부르는 가락의 느낌은 꼿꼿하고 우아하며 호탕하다. 따라서 판소리 사설의 내용에 남성적인 주인공을 그린다든가 화평정대한 장면에 우조 가락을 쓴다. 우조로 부르는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적성가(赤城歌)·긴사랑가·박석틔, <심청가>의 장승상댁 가는 데·범피중류, <흥보가>의 도사 집터 잡는 데, <적벽가>의 도원 결의·조조 군사 조련하는 데 등이 있다.

계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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界面調

판소리·산조에 쓰이는 조의 하나. 판소리의 계면조는 전라도의 향토 가락에서 나온 것이다. 계면조로 부르는 가락의 느낌은 부드럽고 슬픈 느낌을 주어, 이른바 한(恨)을 느끼는 애원성을 말한다. 따라서, 판소리 사설의 내용 중 여성적이고 부드럽고 혹은 슬픈 장면에 계면조 가락을 쓴다. 계면조로 부르는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이별가·옥중가·옥중상봉, <심청가>의 심청모 출상하는 데·출월만정, <흥보가>의 가난타령·박타령, <적벽가>의 고당상·새타령 등이 있다.

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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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調

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조의 하나. 평조라는 음악용어는 정악에서 주로 쓰는 것이고, 판소리에서는 그 음악적 특징으로 우조와 다른 점이 뚜렷하지 않아서 많이 쓰이지 않는다. 평조는 화창한 느낌을 주므로, 판소리 사설에서 화창하고 담박한 장면에 평조 가락을 쓴다.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기산영수, <흥보가>의 유색 황금늑, <수궁가>의 토끼화상이다.

경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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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調(京制)

판소리·산조에서 쓰이는 조의 하나. 판소리는 전라도 향토가락인 계면조가 중심이 되는데, 경기도 향토가락을 빌려 쓴 것을 경드름이라 한다. 경드름에는 3종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경드름 하면 경기도 창부타령가락에 가까운 가락을 말한다. 경드름은 경쾌하고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데, 판소리 사설에 경기도 사람이 나오는 장면이나 이방 사람이 나오는 장면에 쓰인다.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남원골 한량, 이도령 춘향을 달래는 데, 사령이 춘향에게서 돈 받는 대목이다.

설렁제(덜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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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에 쓰이는 조의 하나. 권마성(勸馬聲)가락에서 나왔다 하며, 길게 외치는 가락과 뚝뚝 떨어지는 가락으로 되었다. 매우 경쾌하고 씩씩한 느낌을 주며 판소리 사설에서 무사적인 인물이 경쾌하게 외치며 거드럭거리는 대목에 쓰인다. 유명한 대목은 <춘향가>의 군로 사령, <심청가>의 남경선인, <흥보가>의 제비 후리러 나가는 데 등이다.

<李 輔 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