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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형극의 내용과 무대〔개설〕[편집]

韓國人形劇-內容-舞臺〔槪說〕

꼭두각시놀음의 내용과 놀이판(무대)을 알고자 할 때는 먼저 동양의 공통된 인형극의 양식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은 어느 특정한 작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동안 민중의 염원과 의지가 함축된 것이다. 따라서 다분히 민중 취향의 민중에 의한 것을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상반(常班)의 중간 출신인 박첨지를 내세워 민중의 의지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는 점도 이 놀이가 보이는 하나의 극술(劇術)이다.

그 내용상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가부장적(家父長的) 봉건가족제도를 박첨지 일가(一家)를 들어 비판했다.

(2) '이시미'를 통해 민중과는 대립적 대상들을 희화적(戱畵的)으로 분쇄함으로써 오히려 적극성을 기하고 있다.

(3) 봉건지배층을 매도(罵倒)함에 있어 벌거벗은 '홍동지'를 등장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또 '우스갯거리'로도 보이게 하여, 그에 따를 역공세를 상쇄시키고 있다.

(4) 끝거리에서 절을 짓고 축원을 올려 불교에의 귀의(歸依)를 나타내지만, 결국은 다시 헐어버림으로써 역시 외래 종교를 부정·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우리의 민속놀이에서 보이는 것처럼 변질·왜곡된 후기적 현상이기는 해도, 저항이라는 명목을 통한 자기학대 내지는 자음적(自淫的)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민속인형극은 그 놀이판(무대)에 있어서 중국·일본 그 밖의 동남아 여러 나라의 인형극들과 극형식에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그 놀이판에 있어도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속인형극은 이와 같은 유사성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독창적인 양식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沈 雨 晟>

한국 인형극의 내용[편집]

덜미(꼭두각시놀음)의 배역[편집]

-配役 '덜미'에 등장하는 인물·동물(상징적인 동물 포함)의 내역은 다음과 같은데, 이는 구술자(口述者)가 다른 채록본(採錄本)마다 약간씩 달리 나타나고 있다.

인형[편집]

人形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은 다음과 같다.

(1) 박첨지(노인, 주역이자 극 진행상 해설자를 겸함)

(2) 꼭두각시(박첨지의 본마누라)

(3) 홍동지(박첨지의 조카, 벌거벗은 힘꾼)

(4) 덜머리집(박첨지의 첩)

(5) 피조리(박첨지의 조카딸) 2인

(6) 상좌(파계한 암자의 승려) 2인

(7) 홍백가(붉고 흰 두 얼굴을 가진 남자)

(8) 표생원(시골양반)

(9) 묵대사(도에 이른 고승)

(10) 영노(무엇이나 먹겠다는 걸신들린 요귀)

(11) 귀팔이(뜯기다 못하여 귀까지 너풀대는 백성의 하나)

(12) 평안감사(권력의 상징으로 내세운 탐관)

(13) 작은 박첨지(박첨지의 동생)

(14) 박첨지 손자(저능아) 3인

(15) 상주(평안감사의 아들)

(16) 동방석이(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

(17) 잡탈(마을사람, 남자들) 3인

(18) 사령(평안감사의 매사냥 장면과 상여장면에 나오는 관속) 3인

(19) 상도꾼(평안감사의 상여를 멘 사람) 12인

동물[편집]

動物

인형극에 등장하는 동물은 다음과 같다.

⑴ 이시미(이무기:뱀도 용도 아닌 상상적 동물)

⑵ 매(평안감사의 매사냥 장면에 나옴)

⑶ 꿩(평안감사의 매사냥 장면에 나옴)

⑷ 청노새(곡식을 축내려고 중국에서 날아온 해조)

덜미(꼭두각시놀음)의 소도구[편집]

-小道具 인형극에 등장하는 소도구는 다음과 같다. ⑴ 절(조립식 법당) ⑵ 부처(법당 안에 안치한 불상) ⑶ 상여(호화스러운 조립식 상여) ⑷ 명정(銘旌, 상여 장면에서) ⑸ 만사(輓詞, 상여 장면에서) ⑹ 요령(搖鈴, 상여 장면에서) ⑺ 영기(令旗, 매사냥 장면에서 사령이 들고 나옴) 2개 ⑻ 부채(접는 큰 부채)

덜미(꼭두각시놀음)의 내용[편집]

-內容 우리 전통극에서 쓰이는 용어로 '마당'과 '거리'라는 것이 있다. '놀이판'에서의 '놀이(음)'는 '굿(劇)'이라는 뜻으로도 표현되며, 하나의 '굿'은 몇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고, '마당' 속에는 이것을 이루는 '거리'가 존재한다. 다음에 2마당 7거리로 짜여진 줄거리를 소개한다.

박첨지마당[편집]

朴僉知-

(1) 박첨지(朴僉知) 유람(遊覽)거리-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하던 중 꼭두패의 놀이판에 끼여들어 구경한 이야기와 <유람가> 등을 부른다.

(2) 피조리거리-박첨지의 조카딸들이 뒷절 상좌중과 놀아나다가 갑자기 나타난 홍동지에게 쫓겨 나간다. 홍동지도 뒤따라 퇴장하면, 박첨지 다시 나와 조카딸들이 잘 놀던가를 산받이에게 묻자, 홍동지가 나타나 쫓겨 들어갔다고 하면 괘씸한 놈이라며 잠시 들어가 혼내주고 나온다.

(3) 꼭두각시거리-산받이에게 자기 큰마누라 꼭두각시의 행방을 묻고 노래를 부르자 꼭두각시가 나타나 보괄타령(영남타령)을 주고 받으며 즐긴다. 박첨지가 그동안 혼자 살기가 어려워 작은 마누라(덜머리집)를 얻었다면서 상면을 시키자 두 여자의 싸움판이 벌어진다. 하는 수 없이 살림을 나눠주는데 덜머리집에게만 후하자 꼭두각시는 금강산으로 중이 되러 가겠다면서 퇴장하면, 박첨지는 오히려 잘 됐다는 듯 덜머리집을 얼싸안고 퇴장한다. 다시 나온 박첨지가 이번에는 울면서 꼭두각시를 찾자 산받이가 왜 우느냐 묻는다. 너무 시원해서 운다고 하며, 들어갔다 나오마고 퇴장.

(4) 이시미거리-박첨지가 나와 중국에서 날라온 '청노새'가 우리 땅은 풍년들고 저희 땅은 흉년들어 양식 됫박이나 축내러 나왔다고 알리며 퇴장한다. 한편 구석에서 '이시미'가 나타나 청노새를 비롯하여 박첨지 손자, 피조리 작은 박첨지, 꼭두각시, 홍백가, 영노, 표생원, 동방석이, 묵대사 등의 순서로 나오는 족족 잡아 먹는다. 박첨지가 나와 산받이에게 앞서 나온 자들의 행방을 묻자 '이시미'의 소행임을 알려준다. 쫓아간 박첨지도 '이시미'에게 물리고 만다.

이때 홍동지 등장으로 박첨지는 살아나고 홍동지는 '이시미'를 팔아 옷을 해 입어야겠다며 퇴장한다. 다시 나온 박첨지는 자기가 살아난 것은 홍동지의 덕이 아니고 자기의 명에 의한 것이라며 '이시미'를 팔아 부자가 됐을 홍동지를 찾아내겠다며 퇴장한다.

평안감사마당[편집]

平安監司-

⑴ 매사냥거리- 박첨지가 나와 평안감사의 출동을 알리고 퇴장하면 평안감사가 나타나, 박첨지를 불러 잘못함을 꾸짖고, 매사냥할 몰이꾼을 대라고 하자 홍동지를 불러 매사냥을 한다. 꿩을 잡은 평안감사가 박첨지에게 꿩을 팔아오라 하며 떠나면 모두 따라서 퇴장한다.

⑵ 상여거리-다시 박첨지가 나오고 매사냥에서 돌아가던 평안감사가 황주 동설령 고개에서 낮잠을 자다가 개미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죽어버려 이번에는 상여가 나온다면서 들어간다. 상여가 등장하고, 다시 나온 박첨지가 상여 곁에 붙어 대성통곡을 하자.

산받이가 누구 상여인데 그렇게 슬피우느냐고 물으면, '어쩐지 아무리 울어도 싱겁더라'며 익살을 부린다. 상주가 박첨지에게 길이 험하여 상도꾼들이 모두 다리를 다쳤으니 상도꾼을 대라 한다. 산받이가 홍동지를 부르자 벌거벗고 나와 상주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상여를 밀고 나간다.

⑶ 절짓고 허는 거리-박첨지가 다시 나와,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면서 명당을 잡아 절을 짓겠음을 알리고 들어가면 상좌 중 둘이 나와서 조립식 법당을 한 채 짓고는 다시 그것을 완전히 헐어버리고 들어간다.

이상 2마당 7거리를 노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내외로 규모가 큰 인형놀이라고 하겠다.

한국 인형극의 무대[편집]

덜미(꼭두각시놀음)의 무대[편집]

-舞臺 덜미(꼭두각시놀음)의 놀이판(舞臺)을 연희자들은 그대로 포장(布帳)이라 부르고 있다. 3m 안팎의 평방에 네 기둥을 세우고 1m 20㎝정도의 높이 위에 인형이 나와서 노는 가로 2m 50㎝ 내외, 세로 70㎝ 정도의 무대면만 남겨놓고 사방을 모두 포장으로 둘러친 공중무대(空中舞臺)이다. 이 무대면이 되는 공간을 통하여 주조종자(主操縱者)인 '대잡이'가 중심이 되어 양옆에 '대잡이 손(補)'을 거느리고 인형을 놀리는 것이다. 무대면 밖에 약간 비스듬한 자리(좌우는 꼭 정해있지 않은 듯 때에 따라 바뀌고 있다)에 인형과의 대화자인 받는 소리꾼 '산받이'와 '잽이(樂士)'들이 관중석과 거의 분리되지 않은 채 무대면을 보고 앉아 놀이를 진행시킨다. 조명은 '관솔불'이나 '기름방망이불'을 사용, 무대면의 양 옆에서 비춰, 특히 인형이 나오는 공간부분(空間部分)만을 밝게 해준다. 옛날에는 흰색의 포장을 치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지금은 주로 검정색 포장을 치고 있다. <沈 雨 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