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세계미술/미술의 기초/조형의 요소와 미의 조건/재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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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감[편집]

材質感

물질의 표면은 연하다, 딱딱하다, 울퉁불퉁하다, 펀펀하다, 거칠다, 반들반들하다 등과 같이 제각기 다른 재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바탕이 갖는 촉감(결)의 성질의 느낌을 질감 또는 물질감이라 한다.

다음에 설명하는 프랑스어의 마티에르와 텍스처는 거의 동일한 뜻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텍스처[편집]

texture

텍스처는 본디 직물(織物)의 textile에서 나온 말로서 짜임새(織), 천의 지질(地質), 조직(組織) 등에서 발전하여 결, 물질의 결을 묘출(描出)한 것을 말한다.

즉 텍스처는 작품의 표면에서 느껴지는 바탕의 결을 말하는 것이고 또한 소재의 물리적인 조건 이외에 시각적으로 매개(媒介)된 촉각감(觸覺感)을 말한다.

마티에르[편집]

matiere

마티에르란 말도 본디는 금속, 목재, 광물, 천, 종이 따위 물질이나 재료의 뜻에서 물질적인 사물, 감각적인 재질의 의미를 가지고, 물질이 지니고 있는 재질, 질감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미술상으로는 회화의 필촉(筆觸)이 만들어 내는 작품의 결의 느낌이나, 조각작품 위에서 느껴지는 터치, 질감 및 모델링의 방법에까지 미쳐 작품의 재질적인 효과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제재(題材)·제목(題目)·동기(動機) 등의 의미를 포함시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마티에르는 회화상 다음 두 가지로 나뉘어 사용된다.

① 그려진 것의 질감을 가리켜서 말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진짜 그 물건 그대로의 비로드 천의 재질감이나 번쩍번쩍 빛나는 보석의 느낌 따위를 말한다.

② 용재(用材)의 마티에르를 가리켜서 말하는 경우이다. 그림물감의 결의 느낌, 기저물(基底物)의 차이에 의한 표현의 상위(相位), 용재에 의하여 화면의 양상이 변화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회화의 결의 느낌을 좋은 마티에르라고 말하는 경우 등이 있다.

현대는 새로운 조형 소재가 수없이 많이 생겨서 사용되게 되었고, 모든 물질이 갖는 재료나 재질감이 사물을 표현할 경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끔 되었다.

회화의 경우에도 재료와 기법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화면상의 촉감적인 화면의 결은 화가 각자의 기질이나 의지나 표현 수단의 개성적인 특색에 의하여 생겨 나오기 때문에 화가들은 마티에르를 만들기 위하여 고심한다.

퀴비슴[편집]

cubisme

다다이슴을 경과한 현대의 유화 제작 따위에 있어서는 모새를 그림물감에 혼합하거나 나이프로 그림물감을 깎아 내거나, 벗겨 내거나, 긁어 내거나 하여 화면에 화가 독자적인 마티에르를 부여하고, 자기의 의상(意想)을 솔직하게 호소하려 한다.

고전 회화에서는 비로드 커튼, 비단 의복, 금속의 빛나는 딱딱하고 빛나는 갑주(甲胄) 등의 물질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글라시라고 하여, 흰 그림물감에서 기름을 빼낸 다음 팡들이라는 용유(溶油)로 다시 다져 되직한 그림물감을 쌓아 올리듯이 칠하고, 그 부분이 잘 마른 다음 적당한 투명색을 엷게 풀어서 위에서 입히는 방법에 의하여 톤(tone)이나 투명한 물질감 따위를 표현하고서, 대상물이 갖는 실재감을 표시하려 하였다.

필촉[편집]

筆觸

회화 표현에서 필촉은 작자의 감동이나 정감을 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특히 인상파 이후 중요시되어 왔는데, 회화의 마티에르, 텍스처의 표현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그림물감의 칠해진 정도나 스쳐간 정도, 신축성, 지속(遲速), 동세(動勢) 따위의 필촉은 페인팅 나이프나 손가락 끝, 헝겊 등을 사용하는 기법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요소로서 작가의 기질이나 개성 등과도 깊은 관계를 갖는다.

이처럼 재질감은 형, 빛깔, 공간감 따위와 함께 조형표현의 기본적인 요소이다.

조각과 재질감[편집]

彫刻-材質感

조각은 촉각예술이나 시각적으로 촉각의 예술이라 하는데, 재질감은 중요한 요소이다.

소상 제작(塑像制作)의 즐거움은 찰흙을 쥐고 흙을 붙여 나가는 손의 촉감과 빛의 명암에 따라 떠올라 오는 기풍(氣風)의 아름다움에 있다.

조각을 제작하거나 감상하는 데 요긴한 것은 촉각적인 신경을 육성하는 일이다. 조각은 재료가 갖는 재질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브론즈는 빛을 강하게 반사하기 때문에 명료하고 단순한 형체가 아름답게 보인다. 대리석은 빛을 강하게 반사하지 않고 오히려 흡수하여 부드러운 느낌이 생기는 결이 세밀한 재질이므로 미묘한 형체의 모델링이 아름답게 표현된다. 대리석으로는 아름다운 조각도 석고상으로 복제(複製)하면 아주 느낌이 다른 것이 되어 버린다. 이는 재질감의 상이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예와 재질감[편집]

工藝-材質感

현대의 공예·건축에서는 텍스처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촉각 경험에 의하여 지각(知覺)한 것을 재생감각(再生感覺)으로서 물질의 온랭, 건습, 조밀(粗密) 등을 직접적으로 그들의 물질에 닿지 않더라도 시각을 통하여 느낄 수가 있다.

동일한 색채와 재료의 천으로 만든 의복이라도, 그 짜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천 표면의 느낌이 달라지고 시각적인 효과도 달라진다. 이것은 빛의 반사, 빛의 흡수에 의하여 물체 표면의 조밀성이나 황활성(荒滑性) 등의 질감의 상이에 의한 것이다.

공예품, 일용기물(日用器物)을 보더라도 그 물품의 표면의 마무리가 갖는 질감의 상태에 따라서 우리들은 즐거움 또는 불쾌의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인간의 피부에도 보드라운 살갗과 닭살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피부의 살결에서 받는 지각상의 표현이다. 아이들의 얼굴이 보드랍고 예쁘게 보이는 것은 피부 위에 가는 솜털이 가지런히 나 있으므로, 빛을 반사하여 시각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과와 복숭아의 표면에서 받는 물질감의 상이도 이들이 갖는 재질감에 의하여 시각적으로 딱딱함, 부드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