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한국음악/한국음악/한국음악의 종류/연례악
연례악
[편집]宴禮樂
연례악이란 궁중 연향(宴享)에 아뢰는 일체의 음악을 뜻하는데, 연향이란 현대의 연회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연례악이라고 하여 순정한 연향의 음악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조정(朝廷)의식에 쓰이는 음악도 이를 모두 포함하여 불렀다. 그러니까 연례악이란 제례악을 제외한 엄위(嚴威)하기도 한 나라의 '조의(朝儀)'와 경사스러운 궁중 '연향'에 쓰이는 음악을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 되고 있다.
조의
[편집]朝儀
조의는 조의진하(朝儀陣賀)의 준말로 달리 조하(朝賀)라고도 했다. 조의에는 정조(正朝), 동지(冬至), 대전탄일(大殿誕日), 매월 삭망(朔望), 그 밖에 수시로 있는 하례(賀禮)인데, 경복궁이면 근정전, 창덕궁이면 인정전에서 왕세자와 백관(百官)이 조하(朝賀)하는데 전후고취(殿後鼓吹)와 전정헌가(殿庭軒架)가 주악을 하였다.
한편, 조참일(朝參日) 백관이 근정전에서 계사(啓事)가 있을 때도 음악의 조의 때와 같이 임금의 출입, 백관의 사배(四拜) 때에 아뢰었다.
연향
[편집]宴享
사신접반(使臣接伴)의 빈례(賓禮)로도, 북조조사(北朝詔使)로 중국사신을 맞는 일이며 일본사신 즉 왜국야인(倭國野人)을 접견(接見)하는 데도 주악(奏樂)이 있다. 원자(元子)가 탄생한다거나 왕세자를 책봉(冊封)한다거나 정조(正朝)와 동지(冬至)날에 거행되는 회례연(會禮宴), 왕의 탄신인 만수성절(萬壽聖節)과 왕비와 왕세자의 탄신, 그리고 5월 단오와 8월 추석에 모화관(慕華館)에서 거행되는 무과전시(武科殿試)의 진연(進宴)에도 어느 때고 주악이 있었다. 그러나 의식에 따라 음악이며 여기 동원되는 악사와 악공 그리고 여기(女妓)의 수효는 각기 일정치 않았다. 근세와는 좀 차이가 있으나 <악학궤범>에 제정된 연향에 따라 동원되는 악원(樂員)의 수는 대개 이러하다.
가령 정전(正殿)에서의 예연(禮宴)이면 악사(樂師)가 3인, 여기(女妓)가 1백이요 악공(樂工)이 60인이다. 또 후원(後苑)에서 종친(宗親)과 나누는 연회에는 악사가 2인, 여기가 40, 악공이 20인으로 되어 있다. 그 밖에 왜국 야인을 접견하는 때는 여기 20인, 악공 14인으로 좀 소홀하였다. 그러나 대비전(大妃殿)에 정재(呈才) 춤을 올린다든가 중궁(中宮)의 예연 같은 내전(內殿)의 연회는 여기와 관현맹인만이 봉사하고 악공은 여기 참여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왕비나 대비의 탄신 같은 내전의 연례를 가리켜 내연(內宴) 혹은 내진연(內進宴)이라 하였고 왕의 탄신이나 정조의 연향, 외국사신 등의 연회는 이것을 통틀어 외연(外宴) 혹은 외진연(外進宴)이라고 하였다.
이제 연향에서의 주악절차에 대해서 역시 <악학궤범>의 규정을 좀더 인용하여 본다. 처음 왕이 편전(便殿)에서 연회가 벌어진 정전(正殿)으로 납실 때 <여민락(與民樂)>을 불든가 혹은 <성수무강곡(聖壽無疆曲)>을 아뢴다. 이것은 중국 주(周)대에도 <구하(九 夏)>라고 하는 아홉 가지 행진곡풍의 음악이 있어 조정에 출입하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이 연주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왕이 옥좌(玉座)에 착석하고 만조백관이 국궁(鞠躬)하여 배례(拜禮)하는 때엔 <낙양춘(洛陽春)>을 연주한다. 연례를 마치고 왕이 퇴장할 때도 <여민락> 혹은 <보허자>를 취주한다고 하였다. 이 사이에 연회가 시작되어 잔치가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술병이 나오는 때, 상(床)이 나올 때, 탕(湯)이 나올 때, 순배(巡杯)가 거듭하는 데 따라 다른 않은 음악이 쉴 새 없이 연주되었다.
이렇게 얼마 동안 음악만의 순서이다가 뒤에는 정재(呈才)인 춤으로 바뀌는데 처음 춤은 반드시 <금척무(金尺舞)>를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산해진미와 자지러지는 풍악에 군신상하(君臣上下)는 모두 알맞게 취해 이제는 저마다 가졌던 잔을 높이 들어 성수만세(聖壽萬歲)를 부르면 풍류는 어느새 <정동방곡(靖東方 曲)>으로 바뀌고 화기 넘치는 연회는 이내 파연(罷宴)이 되었다.
연례악의 종류
[편집]宴禮樂-種類
궁중 연향에 아뢰는 음악의 종류는 매우 많다. 이것들은 아정한 뜻을 구비한 雅名(아명)이 있고 또 곡의 유래에서 나온 속명(俗名)이 따로 있다. 중요한 연례악곡을 들면 <낙양춘(洛陽春)>, <보허자(步虛子)>, <수제천(壽齊天)>, <여민락(與民樂)>, <삼현회상(三絃會相)>, <평조회상(平調會相)>, <동동(動動)>, <본령(本令)>, <해령(解令)> 등이 있고 따로 행악(行樂) 즉 행진곡(行進曲) 계통의 음악으로 <대취타(大吹打)>, <취타(吹打)>, <길군악(軍樂)>, <별우조타령(別羽調打令)> 등이 있다.
연례악에 쓰이는 악기
[편집]宴禮樂-樂器
연례악에 쓰이는 악기를 모두 들면 편종·편경·향피리·당피리·세피리·대금·해금·아쟁·당적·단소·장구·좌고 등인데, 문묘제례악이 아악기 일색인 데 연례악은 아악기·당악기·향악기가 고루 쓰인다. 다만 문묘제례악에서 쓰이는 금·슬·훈·지와 같은 아악기는 연례악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 연례악의 악기편성은 제례악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같은 곡이면서도 악기편성이 대편성일 때와 소편성일 때가 있다. <여민락>을 예로 들면 대편성·중편성·소편성일 때 그 쓰이는 악기편성이 다음과 같이 다르다.
대편성:편종·편경·향피리·대금·해금·아쟁·장구·좌고
중편성:향피리·대금·당적·해금·아쟁·장구·좌고
소편성:세피리·당적·해금
혹은
단조·해금
낙양춘
[편집]洛陽春
송(宋)의 사악(詞樂)에서 유래된 연례악의 하나로 지금은 순수한 기악곡이다. 일명 '기수영창지곡(其壽永昌之曲)'이라고 한다. <보허자>와 함께 그 가사가 <고려사> 악지(樂志) 당악조(唐樂條)에 보인다.
"중국 송대(宋代) 사악(詞樂)의 하나로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창미효황앵어(紗窓未曉黃鶯語), 혜로소잔주(蕙爐燒殘炷), 금유나막도춘한, 작야리삼경우(昨夜裏三更雨), 수렴한의취경서(繡簾閑倚吹輕絮), 염미산무서(斂眉山無緖), 파화식루향귀홍(把花拭淚向歸鴻), 문래처봉랑부(問來처處逢郞不)"
가사는 <고려사> 악지에 실려 있으나 그 악보는 영조(英祖) 때 수찬된 <속악원보(俗樂源譜)>에 전해 오는데 현재 국립국악원에서는 <낙양춘>의 음악만 연주될 뿐 노래는 없던 것을 근년 국립국악원 악사장 김기수가 <낙양춘> 곡에다 가사를 얹어 예전 사악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낙양춘>도 <보허자>처럼 그 곡의 끝부분에서 처음의 중간부로 돌아가 완전히 종곡이 되는데 이렇게 전반과 후반의 첫머리가 다른 것을 환두(換頭)라 하고 이렇게 되도는 것을 도드리(還入), 도드리형식이라고 이르는데 <낙양춘> 곡은 바로 도드리형식이다. 그리고 음계도 당악계의 속성에 따라 6음계로 이루었다. 연례악이면서도 제례악풍의 장중하고 담박한 악상이 특징적이다. 곡에 사용되는 악기는 편종·편경·당피리·대금·당적·해금·아쟁·장구·좌고 등이다.
보허자
[편집]步虛子
송의 사악에서 유래된 연례악. 일명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이라고도 한다. <고려사> 악지 <오양선조(五羊仙條)>에 이 <보허자>의 가사가 전하는데 <낙양춘>과 더불어 고려 때에 수입된 송대(宋代)의 사악(詞樂) 계통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것은 <보허자>와 <낙양춘> 두 곡뿐이다. <보허자>의 악보는 <대악후보>, <속악원보>, 그 밖에도 전하고 있어 약간의 드나듦은 있으나 크게는 거의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보허자>의 음악형식도 낙양춘과 동궤(同軌)인 이른바 도드리형식이다. 가사의 전단(前段)을 미전사(尾前詞), 그리고 후단(後段)을 미후사(尾後詞)라 한다. <보허자>의 구성음은 황종(黃)·태주
(太)·중려(仲)·임종(林)·남려(南)·무역(無) 등 모두 6음으로 향악계의 5음계와는 다른 당악의 6음계인 것이 확실하다. <보허 자>는 관악과 현악 두 종류로 나뉘어 있어 관악이면 <보허자> 혹은 <장춘불로지곡>, 그리고 현악일 때는 <보허사(步虛詞)> 또는 <황하청(黃河淸)>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관악 <보허자>는 전3장 29각, 현악 <보허사>는 전7장 88각으로 되어, 현악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나 관악에 이르러는 대를 내려오며 많이 축소된 모습인 것을 능히 미루어 알 수 있다. 현악 <보허사>에는 거문고·가야금·양금·비파, 극히 조용한 방중악적 양식에 세피리·대금·해금·단소가 거드는 정밀하고도 향취 그윽한 곡풍을 빚는데, 돌이켜 관악 <보허자>에 오면 당피리·대금·당적·해금·아쟁·장구·좌고, 게다가 편종·편경을 더한 합악(合樂)편성에 이르면 곡상은 더없이 유창하고도 장대하여 가위 '장춘불로지곡'의 이름을 방불케 한다.
이 곡의 장단형태는 20박 1각(刻)이 단위가 되며 현악 5장 이하는 그것이 반감된 10박 1각의 모습이다. <보허자>의 파생곡으로는 <미환입(尾還入)>, <세환입(細還入)>, <양청환입(兩淸還入)>, <우조가락환입(羽調加樂還入)> 등이 있다.
수제천
[편집]壽齊天
<수제천>은 그 원명(原名)이랄까 속명을 '빗가락정읍(井邑)'이라고 부른다. 빗가락은 한자로 횡지(橫指)가 되는 바 이것은 본래 어느 음고(音高)를 표시하는 일종 조명(調名)인 듯이 짐작된다. 이 곡 정읍의 고악보(古樂譜)가 <대악후보(大樂後譜)>에 실려 전해오기는 하나 현행의 이 곡과의 관계는 아직 천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나라 고대 가요의 하나로 백제의 <정읍사(井邑詞)>가 있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이 곡 정읍곡과의 맥락 또한 아직은 단서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이 곡의 구성음(構成音)·중심음을 분석하면 탁남려·황종(黃)·태주(太)·고선(姑)·중려(仲)·임종(林)으로 된 음계이며 그 주음은 탁남려(▩), 그리고 음계는 계면조이다.
<수제천>은 단장(短章) 4장으로 이루고 특히 연음(連音)의 형식을 가진 대곡인데, 주선율을 부는 피리가 먼저 나오면 그 뒤를 이어서 대금·당적·해금·아쟁 등이 쫓는 독특한 악식인 것이다. 수제천의 한배는 대단히 완만해서 리듬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이다. 악보상으로는 1각은 24박, 20박은 주선율, 나머지 4박은 연음으로 메우고 있으나 초장, 2장, 3장의 끝부분은 훨씬 긴 연음으로 되어 있다. 사용되는 악기는 향피리·대금·당적·해금·아쟁·장구·좌고이다.
여민락
[편집]與民樂 세종 때 제정된 연례악으로 일명 '승평만세지곡(昇平萬歲之曲)' 혹은 '오운개서조(五雲開瑞朝)'라고도 부른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창제되자 그 첫사업으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찬진(撰進)되었다. 세종대왕은 권제·정인지(鄭麟趾)·안지(安止) 등에 명하여 목조(穆祖) 이래의 나라를 얻기까지의 조종(祖宗)의 온갖 공덕과 그 터를 다짐이 심히 멀고 깊은 것, 천명을 받는 왕업(王業)의 일이 정말 수월치 않아 어렵게 이루어진 사적들을 전후 125장의 노래로 부르게 하여 유명한 <용비어천가>를 제진(製進)케 하였다. <용비어천가>는 국문(國文)과 한문(漢文) 두 가지로 되었는데 한문으로 된 노래 머릿장 이하 제4장까지와 졸장(卒章)을 관현악기에 얹어 부를 수 있도록 작곡된 것이 곧 여민락으로, 세종 29년부터 공사연향(公私宴響)에 연주되어 왔다. 세종실록에 실려 있는 <여민락>은 무슨 장수(章數)의 구분은 없고 영조 때의 편찬으로 보여지는 <속악원보(俗樂源譜)>에는 모두 10장으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그 중 7장만이 전해오며, 관현연주뿐 그 가사는 부르지 않는다. 이 곡의 구성음은 황종(黃)·태주(太)·중려(仲)·임종(林)·남려(南) 5음계로, 선법은 치조(徵調) 치선법(徵旋法)이다. 장단은 초장에서 3장까지는 1각 20박이고 4장 이하는 그것이 반으로 준 1각 10박으로 변하며 속도도 좀 빨라진다.
제작이 세종성대요, 가사의 내용이 조종의 공덕을 찬미한 거룩한 것일 뿐 아니라 선율 또한 웅대하고 화평한 압권이어서 조선 전기를 통해 장악원 제일의 대곡으로 숭상되어 왔다. 여민락의 딴 이름에는 관악(管樂)일 때는 <승평만세지곡>, 현악만 연주될 때는 <오운개서조(五雲開瑞調)>라고 부른다. 사용되는 악기는 거문고·가야금·대금·향피리·해금·장구·좌고 등이다.
본령
[편집]本令
'여민락령(與民樂令)'이 원이름이고, 본령이라 일컬음은 이 곡에서 파생한 해령(解令)에 대(對)가 되는 말이라 하겠다. 임금의 거동 때 아뢰던 행진곡이다. 조선 세종 때 작곡된 것으로 육음계로 되었고, 황종의 음높이가 다(C)음으로 되었다. 쓰이는 악기는 대금·당적·당피리·해금·아쟁·편종·편경·장구·좌고 등이다.
해령
[편집]解令
<여민락 영>인 <본령>에서 변주된 곡으로 임금의 거동 때 행진곡으로 아뢰던 음악이다. 일명 서일화지곡(曙日和之曲)이라고 한다. 쓰이는 악기는 대금·당적·당피리·해금·아쟁·편종·편경·장구·좌고 등이다.
삼현영산회상
[편집]三絃靈山會相
일명 '표정만방지곡(表正萬方之曲)'이라고도 한다. 피리·대금 따위 관악기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대(竹)풍류라고 일컫는다. 거문고가 주축이 되는 줄풍류인 현악영산회상이나 그것을 조옮김한 <평조회상(平調會相)>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상영산(上靈山)으로 머리잡아 중영산(中靈山)·세영산(細靈山)·가락(歌樂)더리·삼현도드리·염불(念佛)도드리·타령(打令)·군악(軍樂) 등 모두 8개 악장의 모음곡(組曲)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상영산만은 <수제천>의 악식에서 본 바와 같이 먼저 피리가 나오고 뒤에 대금, 여타의 악기군이 뒤따르는 이른바 연음(連音)형식으로 되었다. 특히 곡풍에 이르러는 <수제천>의 웅혼 장대와는 다른 천마(天馬)가 하늘을 달리는 듯한 득의(得意)와 기고(氣高)의 시원하고 박력 넘치는 것이 특색이겠다.
여기 사용되는 악기는 향피리·대금·당적·해금·장구·좌고 등으로, 좁히면 삼현육각(三絃六角)의 기본이요 넓히면 얼마라도 화려함을 증대할 수 있다.
평조회상
[편집]平調會相
<영산회상>을 4도 아래로 조옮김한 기악곡이다. 원곡인 <영산회상>이 우조계면조인 데 반해 여기에서 4도 낮은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로 조옮김한 데서 <평조회 상>이라고 부른다. 일명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이라고도 한다. 이 곡의 구성은 상영산·중영산·세영산·가락더리·삼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 등 모두 8개 악장으로 된 모음곡이다. 거문고·가야금·해금·향피리·대금·당적·장구로 편성되어 관현악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무용음악으로 쓰이고 또 대금과 같은 독주악기로 연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