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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집 문 앞에서 맴돌이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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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와 S는 다같이 술이 얼큰히 취하였다. 그들이 T관 문 앞에서 불러 놀던 기생 H에게 “안녕히 주무세요” 하는 인사를 받고 길거리로 나선 때는 자정이 벌써 지났다.

두 사람은 다 남북으로 갈리었다. ── K는 이문(里門)안으로 S는 종로편으로.

갈리면서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하였다.

“잘 가게.”

“응, 잘 가게.”

“웬만하면 택시라도 타지!”

“아니 괜찮아…… 뭘 내가 취한 줄 아나?”

“취하지야 아니했겠지만 어찌 마음이 놓이질 않는걸……”

“내 걱정은 말고 차라리 자네가 타고 갈 도리를 해야 하겠네.”

“아니 괜찮아.”

“자, 그러면.”

“응, 그러면 내일 구락부에서 만나세.”

이리하여 두 사람은 갈라섰다.

K는 외투깃을 세워 목을 푹 파묻고 어두컴컴한 이문안길을 빠져 사동(寺洞)의 큰거리로 나섰다.

날은 몹시 춥고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K와 같이 취한 한량의 ‘갈지(之)’자 걸음이 다문다문 어른거릴 따름이다.

K는 낙원동으로 들어서는 길 어귀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고구마 장사가 구수한 냄새를 피우며 일부러 한곡조 멋들어지게 외친다.

K는 집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종로로 향하여 내려가다가 승동(勝洞) 예배당 다음 골목으로 들어섰다. 승동예배당 뒷문 골목 옆에 바로 오늘 밤 같이 놀던 H의 집이 있는 것이다.

이편 S는 종로로 나섰다. 주인을 잃은 듯이 휭 빈 넓은 거리에는 요리집에서 돌아오는 기생 태운 인력거와 눈방울이 흉한 자동차가 가끔 지나갈 뿐이다.

S는 서편으로 향하여 집으로 돌아갈 것을 버리고 동으로 향하여 천천히 걸음을 옮기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왜 그리 가세요” 하는 연한 소리가 들린다. 홱 돌아보니 H가 인력거를 타고 간들간들 지나간다.

S는 보이지 아니하는 미소를 머금고 발을 옮기어놓았다.

오래지 않아 H의 인력거가 종로에서 사동 뒷골목 들어가는 좁은 골목으로 사라진다. S는 청년회관 옆골목으로 해서 사동 뒷골로 방향을 정하였다.

운동과 시간이 합력한 결과 S는 승도예배당 뒷문 옆에 있는 H의 집에서 대여섯 걸음밖에 더 아니 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저편 호해(浩海)여관에서 나오는 고부린 골목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쑥 나왔다. 틀림없는 K다.

두 사람은 어두운 속으로도 피차에 누구임을 알았다. 두 사람은 머뭇하다가 서로 눈치를 안 채이려고 저벅저벅 걸어들었다.

그러나 문득 나오는 말은 “자넨가” “자넨가”의 한마디씩이다.

이렇게 서로 물어놓고는 서로 얼굴 표정과 낭패의 기색을 숨기려다가 또 다시

“어데 가나?”

“나? 응…… 저 어데 좀 다녀가려고…… 자네는?”

“나? 응…… 저 어데 좀 다녀가려고……”

“그러면 다녀가게.”

“응, 다녀가게,”

두 사람은 엇갈렸다.

S는 걸음을 옮겨 호해여관 앞을 지나 새로 지은 P모의 병원 앞으로 해서 인사동 골목으로 나서서 방향을 북으로 정하고 올라갔다. 가다가 다시 이문안 골목으로 들어서 아까 놀던 T관 앞을 지나 종로로 나섰다. 그는 K와 마주치지 아니하려고 사방을 주의하여 보았으나 보이지 아니하였다.

한편 K는 H의 집 문앞을 지나 인사동 뒷골목에서 청년회관 옆까지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S와 마주칠까 두려워 청년회관 뒤를 끼고 돌아 이문안으로 넘어들어 또다시 H의 집을 향하였다. K와 S는 이번에야 설마하고 H의 문앞에 이르렀다. 그러나 설마는 사람을 죽인다. 또 둘이 서 만났다.

“웬일이야?”

“자네는?”

“나는……?”

“나는……?”

“허허허허……”

“하하하하……”

“에라 이 망할 녀석.”

“이 녀석아!”

“하하하하.”

“허허허허.”

“가 자세.”

“자네 말이 옳어.”

“잘 가게.”

“응 잘 가게.”

두 사람은 엇갈리었다. 한 시간 뒤에 두 사람은 또다시 만났다.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다같이 동관 있는 선술집으로 향하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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