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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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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선이 낳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 가운데 하나인 金삿갓(o o o)이 평양(平壤) 모란봉을 구경을 가니tᄭᅡᆫ, 그곳에, 소위 시(詩)를 읇는다는 사람 며치가 모혀 안저서, 흥얼거리고 이섯습니다. 운(韻)은 「주(洲)」자(字)로, 그 아픠 경치를 두고 흥얼거리고들 잇는 것을 본, 「작란군」 金삿갓(o o o)이 한 거름 나아가면서, 자긔도 흥이 나스니 한 구절 을퍼 보자고 쳥하엿슴니다. 그를 유명한 金삿갓(o o o)인 줄 모른 좌중(座中)은, 비우슴의 눈으로서 그의 쳥을 응락하엿슴니다. 즉, 삿갓(o o)은 지필(紙筆)을 들고,

三山半落靑天外 (삼산반락청천외)
二水中分白鷺(o) (이수중분백로주)

라고 써버렷슴니다. 이것을 본 뭇 시인(詩人)들은, 곧 삿갓(o o)을 향하여, 이것은 유명(有名)한 이태백(李太白)의 시가 아니냐고 힐문(詰問)하엿슴니다. 즉, 삿갓(o o)은 다시 붓을 들고,

古來文章奪吾句 (고래문장탈오구)
夕陽投筆下楊(o) (석양투필하양주)

라고 ᄯᅩ 한 구 썼다 함니다.

우리는, 그 ᄲᅡ른 돈지(頓智)를 칭찬하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ᄯᅳᆺ으로서 이 일화(逸話)를 보고 십슴니다.

모란봉에서 나려다보이는 경치를, 운(韻)을 「주(洲)」자(字)로 하여 한시(漢詩)를 지으려 하면 「삼산(三山)운운(云云)」의 당시(唐詩) 이상(以上)의 명구(名句)는 배앗지 못하겟지오. 아니 金삿갓(o o o)으로서 이태백(李太白)보다, 몃 해만 더 먼저 누리에 나오기만 하엿든덜, 「삼산(三山)」운운(云云)의 시는 지금 김삿갓의 시(詩)로 남어 이슬넌지 엇지 알겟슴니ᄭᅡ? 이러한 경우를 당한 ᄯᅢ에, 낙천가(樂天家)인 金삿갓(o o o)이기에 「고래문장탈오구(古來文章奪吾句)」라는 경쾌(輕快)한 글로서 우서 버리고 말엇지, 그것이 ᄭᅥᆨ구러, 이태백(李太白)이엇드면 목을 노코 텨 울엇겟슴니다. 나는 엇재서 내 조상 시대에 나지 못하엿든가고.

과연 우리는 ᄯᅢᄯᅢ로 이런 현상을 만남니다. 톨스토이(• • • •)유―고―(• • • •)ᄭᅬ테(• •) 등 이젼 사람들이, 내가 쓰려 하는 것을 미리 도적질하여 쓴 것이 수가 업슴니다. 알넥산더(• • • •) 대왕(大王)은, 자긔 아버지가 자긔 성장(成長)하기 전에 모든 나라를 다, 쳐부셔서 자긔의 「미래(未來)」를 빈약(貧弱)하게 하지 안나 하고 걱정하엿지만, 우리는 걱정을 지나서, 벌서 현실로 나타낫슴니다. 참으로 분하고 결나는 일이외다. 그들이 좀 더 바보이엇드면, 우리는 ᄯᅢᄯᅢ로 이러케 안 생각할 수가 업슴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야단난 일이, 잇슴니다. ᄯᅡᆫ 것이 아니라. 나 혼자서는 「이것ᄲᅮᆫ은 내 독창(獨創)이거니」 하고 득의만만(得意滿滿)하여 써서 발표(發表)하면, 얼마 뒤에 엇던 친구가 내 녁구리를 ᄭᅮᆨ ᄶᅵ름니다. 그러고 보기 실케 씩 우스면서, 「자네는 아모의 글을 도적질하엿네그려」 함니다.

처음은 고지 안 들리지만, 증거ᄭᅡ지 내여노을 ᄯᅢ는, 나 스서로가 탁 죽고 십도록 얼굴이 붉어짐니다. 변명(辯明)을 하자니, 할 말도 업고, 참 그런 ᄯᅡᆨ한 일은 업슴니다. 그러니 한번 발표를 한 것을, 다시 드려 삼킬 수도 업고……. 할 수 업시 다만, 입을 두어 번 음ᄶᅵᆯ음ᄶᅵᆯ하고 말 수밧게는 업슴니다. 구녁이 잇스면 드러가고 십다는 것을 이런 ᄯᅢ에 늣김니다.

참으로 우리는, 우리 선조(先祖) 시대(時代)에 나지 못한 것을 원망할 ᄯᅢ가 만슴니다.

원래 낙천가(樂天家)는 즉 염세가(厭世家)임니다. 세상이 실흐니, 하늘이나 즐겨 보자, 이것이겟슴니다. 털뎌한, 염세(厭世)가 낙천(樂天)을 나흔 것은 아모도 아는 바임니다. 그런지라, 낙천가(樂天家)인 金삿갓(o o o)도, 다시 말하자면 텰뎌한 염세가(厭世家)라 할 수가 잇슴니다.

金삿갓(o o o)이 모란봉 ᄭᅩᆨ닥이에 서서 「古來文章奪吾句(고래문장탈오구)」운운(云云)이라고 을픈 것은 우리는 그것을 가브여운 유―모어(• • • •)로 보기 젼에, 텰뎌한 염세가(厭世家)의 슬픈 통곡성(痛哭聲)으로 보고 십슴니다. 눈물 업는 울음이며, 소리 업는 늣김으로 보고 십슴니다. 金삿갓(• • •)도 좀 더 일즉 나지 못한 원한을 품은, 우리의 동지(同志)로 보고 십슴니다.

과연, 우리는, 엇던 의미로 보아서, 좀 더 일즉 나지 못한 것이 원한이외다.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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