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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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위의 織女星은 되지 않겠어요 녜 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牽牛의 님을 그리는 織女가 一年에 한번씩 만나는 七夕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同情의 咀呪였습니다
이 말에는 나는 모란꽃에 취한 나비처럼 一生을 님의 키스에 바쁘게 지나겠다는 교만한 盟誓가 숨어 있습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運命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盟誓입니다
나의 머리가 당신의 팔 위에 도리질을 한 지가 七夕을 열 번이나 지나고 또 몇 번을 지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용서하고 불쌍히 여길 뿐이요 무슨 復讎的 詛呪를 아니하였습니다

그들은 밤마다밤마다 銀河水를 사이에 두고 마주 건너다보며 이야기하고 놉니다
그들은 헤죽헤죽 웃는 銀河水의 江岸에서 물을 한줌씩 쥐어서 서로 던지고 다시 뉘우쳐 합니다
그들은 물에다 발을 잠그고 반비슷이 누어서 서로 안 보는 체하고 무슨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은 갈잎으로 배를 만들고 그 배에다 무슨 글을 써서 물에 띄우고 입김으로 불어서 서로 보냅니다 그리고 서로 글을 보고 理解하지 못하는 것처럼 잠자코 있습니다
그들은 돌아갈 때에는 서로 보고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아니합니다

지금은 七月七夕날 밤입니다
그들은 蘭草실로 주름을 접은 蓮꽃의 윗옷을 입었습니다
그들은 한 구슬에 일곱 빛나는 桂樹나무 열매의 노리개를 찻습니다
키스의 술에 醉할 것을 想像하는 그들의 뺨은 먼저 기쁨을 못 이기는 自己의 熱情에 醉하여 반이나 붉었습니다
그들은 烏鵲橋를 건너갈 때에 걸음을 멈추고 윗옷의 뒷자락을 檢査합니다
그들은 烏鵲橋를 건너서 서로 抱擁하는 동안에 눈물과 웃음이 順序를 잃더니 다시금 恭敬하는 얼굴을 보입니다
아아 알수 없는 것은 運命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盟誓입니다

나는 그들의 사랑이 表現인 것을 보았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表現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나의 사랑을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랑의 神聖은 표현에 있지 않고 秘密에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하늘로 오라고 손짓을 한대도 나는 가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七月七夕날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