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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사람에게 하루라도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물건의 하나인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라 물은 우리들과 특별히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듯싶다. 물―---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1[편집]

두평 칠합(二坪七合)이 얼마만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똑똑히 알지 못하였었다. 말로는 한 평 두 평 하고 세어도 보고 산도 놓아 보았지만 두평 칠합 하면 곧 얼마만한 면적의 지면을 가리키는지 똑똑히 느껴 본 적은 없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길이와 넓이를 한 치도 틀리지 않게 두평 칠합을 전신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도 손으로 세거나 연필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 몸뚱이를 가지고 그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는 두평 칠합의 네모난 면적 위에 벌써 날수로 일곱 달이나 살아온 것이다. 두평 칠합을 전 몸뚱이를 가지고 느껴지는 것은 그 덕택이었다. 내가 이 두평 칠합에 살기 전에 석 달 동안 두평 칠합을 절반 가른 조그만 방 안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었다.

그런데 그 조그만 방은 어쩐지 공연히 넓고 엉성하던 것이 그보다 배 곱이나 되는 이 두평 칠합이 이렇게 좁아 보이고 질식할 듯이 빼곡 차서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것은 어떤 연고일까?

별로 힘든 연고는 없었다.

조그만 방에 생활할 때는 영하 십오륙도를 상하하는 추운 동지 섣달이었고 또 게다가 별로 짐도 없는 방 안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까닭이며 지금 이 방에는 열세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리고 또 시절이 구십도나 되는 여름이었다. 이 외에 별다른 연고는 없었다.

하여튼 나에게는 두평 칠합이 몹시 협착하고 빽빽한 듯이 느껴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평 칠합 구십도 열세 사람―---나는 여태 이렇게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이렇게 장구한 시일을 생활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뿐이 아니겠지. 이 속에는 열세 사람 그리고 또 몇백 사람이 그가 끓는 솥 속에나 혹은 타는 불 속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이상 다 매한가지로 이런 질식할 만한 공기를 숨쉬고 그 속에서 생활한 적이 없을 것이다.

땀은 흘렀다. 몸뚱이에 두른 옷이 전부 물주머니가 되도록 땀을 흘렸다. 그리고 땀때가 발갛게 열독이 져서 말룩하게 곪아 올랐다. 그것이 바늘로 찌르듯이 콕콕 쏘았다.

물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시골서 김 매고 물 뽑는 농군이나 또 부엌에서 밥을 짓는 여편네들도 우리들보다 못지않게 땀을 흘린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거니 앉아서 부채질만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땀 흘리는 것은 아무래도 보지 못하는 일이었다.

돌중같이 깎은 머리에는 땀때종이 모여서 헐고 진물이 흘렀다.

오후 세시나 되었을는지 태양에 쪼인 벽돌바람이 후끈후끈하게 달아 왔다.

두 개의 창문을 높이 등뒤에 지고 꽉 막힌 두터운 바람벽을 향하여 세 줄로 앉은 돌중들은 무릎 앞에 책을 놓고 있었다.

이들 돌중 가운데는 한 개의 하이칼라가 섞여 있었다. 그는 똥통과 이불 새에 허리를 펴고 누워서 {강담전집(講談全集)}을 읽으면서 이따금 버드나무를 그린 부채로 무릎을 딱딱 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만 이마와 콧잔등에 구슬 같은 땀방울을 만들면서 잠이 들고 말았다. 이 작자는 한 달 전에 철도 청부사건에 담합(談合)을 하고 몰려 들어온 일본 사람 청부사였다. 그는 동맥경화증(動脈硬化症)으로 혈압(血壓)이 높다나 낮다나 하더니 횡와허가(橫臥許可)를 얻어 가지고 대낮인데 가로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그 옆에 바로 똥통과 타구가 놓여 있는 앞에 앉아 있는 간도 친구는『속수국어독본』을 엎어 놓고 불알과 새채기에 다무시(백선)약을 바르고 있었다. 기름기 도는 누런 약을 손가락 끝에 발라서는 연신 새채기 속으로 가져갔다.

물론 나뿐이 아니겠지. 이 속에는 열세 사람 그리고 또 몇백 사람이 그가 끓는 솥 속에나 혹은 타는 불 속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이상 다 매한가지로 이런 질식할 만한 공기를 숨쉬고 그 속에서 생활한 적이 없을 것이다.

땀은 흘렀다. 몸뚱이에 두른 옷이 전부 물주머니가 되도록 땀을 흘렸다. 그리고 땀때가 발갛게 열독이 져서 말룩하게 곪아 올랐다. 그것이 바늘로 찌르듯이 콕콕 쏘았다.

물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시골서 김 매고 물 뽑는 농군이나 또 부엌에서 밥을 짓는 여편네들도 우리들보다 못지않게 땀을 흘린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거니 앉아서 부채질만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땀 흘리는 것은 아무래도 보지 못하는 일이었다.

돌중같이 깎은 머리에는 땀때종이 모여서 헐고 진물이 흘렀다.

오후 세시나 되었을는지 태양에 쪼인 벽돌바람이 후끈후끈하게 달아 왔다.

두 개의 창문을 높이 등뒤에 지고 꽉 막힌 두터운 바람벽을 향하여 세 줄로 앉은 돌중들은 무릎 앞에 책을 놓고 있었다.

이들 돌중 가운데는 한 개의 하이칼라가 섞여 있었다. 그는 똥통과 이불 새에 허리를 펴고 누워서 {강담전집(講談全集)}을 읽으면서 이따금 버드나무를 그린 부채로 무릎을 딱딱 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만 이마와 콧잔등에 구슬 같은 땀방울을 만들면서 잠이 들고 말았다. 이 작자는 한 달 전에 철도 청부사건에 담합(談合)을 하고 몰려 들어온 일본 사람 청부사였다. 그는 동맥경화증(動脈硬化症)으로 혈압(血壓)이 높다나 낮다나 하더니 횡와허가(橫臥許可)를 얻어 가지고 대낮인데 가로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그 옆에 바로 똥통과 타구가 놓여 있는 앞에 앉아 있는 간도 친구는『속수국어독본』을 엎어 놓고 불알과 새채기에 다무시(백선)약을 바르고 있었다. 기름기 도는 누런 약을 손가락 끝에 발라서는 연신 새채기 속으로 가져갔다.

이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독서회사건의 서울 친구가 치분통 뒤에서 약봉지를 뒤적뒤적하더니 냄새 고약한 조그만 봉지를 손끝으로 꼬집어 들고 표정과 눈짓으로 몇 번이나 "이것 줄까?" "이것 줄까?"를 하였으나 저편에서 한 번도 이편 쪽을 바라다보지 않으므로 드디어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었다.

"어어 어이 슛개 옴약이 좋다, 이걸 발러."

그러나 그는 너무 머리를 돌리고 이야기를 하였었다. 드디어 그는 구멍을 따고 엿보고 있는 두 눈을 경계하지 못하였다.

"나니 하나시데 이루카(뭐라고 떠드는 거야)?"

서울 친구는 잠깐 묵묵히 앉아 있었으나 이윽고 버쩍 약봉지를 쳐들고 양해를 구하였다.

손에 든 약봉지와 두 다리를 벌리고 앉은 간도 친구를 번갈아 보더니 두 눈은 그대로 구멍을 닫고 가버렸다.

"에히 요놈이 셋째 잿끗하드면 다리에 봉퉁이질걸!"

나는 그의 뒤에 앉아 있었으므로 부채로 그의 등을 간신히 두드렸다. 사실 이렇게 더운 통에 맨장판 위에 오륙 시간 세이자(정좌)를 하면 다리가 각기 앓는 사람 모양으로 될 것은 정한 이치였다. 공기가 들어올 구멍은 합쳐서 일곱 개나 되었다.

천장에 네 개 뒷바람 밑에 한 개 창문이 둘―---그러나 공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내어 부채질을 하여도 별다른 공기가 불리어 올 이치가 없었다. 옆의 사람의 땀 내음새가 후끈후끈 내 몸에 부딪칠 따름이다.

"이거 살 수 있나!"

이런 소리도 입에서는 나올 여지가 없었다. 벌써 한 달경을 두고 "이거 할 수 있나" "어서 구월달이 왔으면" 하고 되풀이하고 또 춥고 추운 뒤라 그런 한숨 말도 이제는 좀처럼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쉴 때에는 똑똑하게 가슴이 거북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콧구멍으로 넘어가는 공기가 신선하고 청량하지 못한 탓이겠지. 심장과 폐가 그 공기를 마실 때에는 가슴이 뻑뻑하게 켕겼다.

신선한 공기 대신에 물―---그렇다. 물이 비록 폐로 들어가지 않고 똥집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하여도 얼마나 가슴을 신선하게 할 수가 있으며 이 늘어진 신경과 정신을 얼마나 기운차게 동작시킬 수가 있을 것인가! 입 안이 빼빼 마르고 바짝 마른 물기 없는 목구멍만이 달각거렸다.

사실 나는 벌써 몇 시간 전부터 물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녁을 먹을 때가 아니면 아무리 죽는다 하여도 물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벌써 팔구 개월이나 경험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이 말라도 물 생각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습관이 나에게는 꽉 박혀 있었다. 나는 책을 들여다본다. 모든 정신을 책에다 집중하자! 더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물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모든 것으로부터 나의 정신을 꽉 갈라서 책에다 정신을 넣어 보자!

사실 오랫동안의 경험은 나에게 어느 정도까지 이것을 가능케 하였다. 나의 눈은 명백히 활자의 하나하나를 세었다. 꼬박꼬박 활자를 줍듯이 나의 정신은 그것에 집중하였다.

"미, 네, 르, 바, 의, 올, 빼, 미, 는, 닥, 쳐, 오, 는, 황, 혼, 을, 기, 다, 려, 서, 비, 로, 소, 비, 상, 하, 기, 시, 작, 한, 다."

그러나 십 분도 못 계속하여 나는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 활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읽고 있는 것이다. 정신은 다시 풀어지는 태엽같이 팍 늘어지고 만다. 눈가죽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다시금 내 옷이 땀에 젖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털 밑이 따끔따끔 쏜다. 그리하여 내가 두평 칠합 방에 살고 있다는 것, 기온이 백도라는 것, 물이 한 모금도 없다는 것 등등을 깨닫는다. 나는 바른팔에 힘을 넣어 부채를 내두른다.

2[편집]

양재기로 하나도 잘 안 되는 짠 국을 가지고 마른 목을 충분히 축일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었다.

나무통 그것의 크기는 작은 바께쓰만 하였다. 이 나무통이나마 하나가 가득 차지 못하므로 물의 양(量)은 아무리 해도 세 되가 될까 말까 하였다. 그것이 저녁으로부터 내일 아침까지 열세 사람이 먹을 물이다. 조그만 국자로 더운 물을 하나씩 양재기에 덜어서 열세 사람에게 삥― 돌고 나면 처음 먹고 난 동무는 먹은 둥 만 둥하였다.

서로 제각기 퍼먹으면 불공평할 뿐 아니라 질서가 없어진다고 하여 '물 담당'을 하나 내세웠다. 그 '물 담당'이 물을 마음대로 시간을 보아서 분배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한 잔씩 더 하지."

맨 먼저 먹고 난 함경도 친구가 제안하였다.

"좋구만! 그거 한 잔 가지구야 어디 셈이 되는가."

나도 찬성을 표시하였다.

"셈이 안 된다구 먹어 버리면 밤엔 어떡하나!"

물통을 꽉 안고 '담당'은 움직이지 않았다.

밥을 먹고 나서 마루를 쓸고 그릇을 내보내고 할 동안은 약간약간 기회를 보아 말을 주고받고 할 틈은 있었다.

"밤에 죽는 것보다 지금 죽는 게 좀 나을까?" 간도 친구의 소리다.

"지금 누가 방금 숨이 넘어가는가."

그러나 물통을 안고 있는 동무도 물로 배를 채웠길래 뱃심을 버티는 것도 아니고 그도 또한 물통을 들여다보고는 몇 번이나 침을 달각 달각 삼키고 있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한 통 가득가득이래도 줬으면 안 좋은가."

"패통(報知器) 치구 교섭해 보지."

교섭을 한 달 동안 맡아 보게 된 전라도 동무는 아무 말도 안 하였다.

"한번 해보지, 질 송사 어데 가서야 못 할까."

그러나 전라도 동무는 아직도 아무 말이 없었다. 교섭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건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이 동무는 어쩐지 이번에는 더욱 그런 마음이 덜 생기는 모양이었다.

"요구해두 주지두 않을걸!"

"글쎄 주지는 않는다 해두 이런 불만이 있다는 것만 알려 주는 것도 할 만한 일이 아닌가."

패통을 쳤다. 복도를 향하여 나무때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물을 좀더 달라는 것―---이건 물론 헴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면 물을 한 통 가득가득이라도 달라고.

물통 검사가 났다. 그리고 한 통 가득 준 것을 다 먹어 버리고는 그런다는 것이 교섭의 결과였다. 교섭은 끝났다.

"물이나 한 잔씩 더 먹세. 자― 어떤가?"

"저놈의 다무시는 물만 아는가?"

물 생각을 잊을 만하는데 다시 그런 제안을 한다고 '물 담당'이 꾸짖는 말이다.

"사실 사슴이 쁘지지 하고 듸리 타서 견딜 수 없으니 우선 먹어 보는 게 어떻소?"

사실 물이 없으면커니와 눈앞에 물을 보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물에 마를 줄 알았다면 수통을 鞉대고 먹일 때에 좀 실컨 먹고 올걸!"

나는 다 웃을 것을 예상하고 이 말을 하였다. 그러나 의외에도 나밖에는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

"자 구롬 물을 돌읍니다. 반대없소?"

"없소―---"

"없소―---"

물은 다시 양재기에 담겨서 한 잔씩 차례로 돌아갔다. 물을 마시고 누구나 아― 하고 입을 짭짭 다시었다.

3[편집]

"누가 이불을 깔고 자랬어 응?"

'삼백만 원'의 목소리였다. 그는 언젠가 이야기하다가 들킨 동무를 설교하느라고 국가가 너희들을 위하여 일 년에 삼백만 원씩을 쓴다는 말을 오륙 차나 겸해서 한 일이 있은 뒤부터 이런 별명을 얻었었다. 쪽물을 들인 세 겹 이불을 덮는 대신에 궁둥이 밑에다 깔았다고 그것이 규칙 위반이라고 꾸짖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삼백만 원'이 들어왔다고 하는 데 대하여 우리들은 어떤 딴 종류의 희망을 가져 보았다. 이 '삼백만 원'은 규칙만 지키고 또 융통성이 없는 작자이지만 인도적인 쓸모가 약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잘 교섭하면 부채 사용과 또 음료수를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일루의 희망이 우리들을 붙든 것이다.

"부채 교섭해 보지 삼백만 원인데." 어느 구석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원래 부채는 사용하던 것이 누워서 부채를 부치면 잡담을 하여도 부채로 입을 가리우거나 또 부채질 소리에 누가 했는지 잡아 내기가 불편하다고 하여 금지당했던 것이다.

'삼백만 원'이 들어온 것을 안 바람에 더움과 물에 이겨 가면서 어떻게 잠이 들어 보려던 우리는 더움을 더욱 통절히 느끼게 되고 둘둘 흐르는 수도통의 물이 눈앞에 빙빙 돌고 공연히 부채 들지 않은 손이 헤텅해 보였다.

나는 산 속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몇 번이나 눈앞에 그려 보게 되었다. 물! 물!

가슴이 바직바직 타고 숨이 목구멍에서 막히는 듯하였다. 나무숲을 거닐며 지나가는 저녁의 싸늘한 바람, 백양나무 잎새를 산들산들 흔드는 그 바람―---나는 일순간도 견딜 수가 없었다.

만일에 내가 이 두평 칠합 방에 살지 않는다면 이 견딜 수 없는 욕망―---그리고 지극히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이 요구를 관철키 위하여 몸을 바윗돌에 부딪칠 것을 어째서 아꼈을 것이냐?

나는 열세 사람이―---그 속에는 나 자신도 끼어 있지만 도저히 사람같이 보여지지 않았다.

생명도 없고 피도 없고 열정도 식은 열세 개의 고깃덩어리같이 생각되었다.

모두 죽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들은 물에 대한 요구가 전혀 식어지고 말았는가?

나는 후덕떡 일어나서 패통을 칠까 하고 몇 번인가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열정적인 것보다는 보다 냉정적이었다. 나는 그때에 내 옆에 누워 있는 '하이칼라'의 존재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가 교섭하면 나보다도 용이하게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생각이 번개같이 나의 머리를 지나친 것이다. 나는 '하이칼라'와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삼백만 원'의 성질 인격 같은 것을 설명해 주고 한시라도 속히 교섭해 볼 것을 종용하였다.

패통을 치고 교섭을 개시하였다. 교섭은 일부분만 성공하였다. 부채는 사용하여라. 물은 수돗물밖에 없다. 그리고 취사장에 가야 길어올 수가 있다. 그러므로 좀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섭이 끝났을 때에 딴 곳에서도 패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 저곳, 수삼처에서 그 소리가 들려 왔다.

한 십 분 지났다. 복도 저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바께쓰를 들고 덜각덜각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 소리―---물이 바께쓰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이 소리―---

나는 넓은 바닷가에 서서 하늘과 바다가 한 줄로 맞붙은 것을 보고 이 푸른 물의 웅대함에 놀란 적이 있었었다. 나는 흰 비단을 늘어뜨린 듯한 폭포수가 나무숲에 안기어서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이 장대한 데 간담을 서늘케 한 적이 있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리요! 나는 아무 강채도 없는 낡은 바께쓰에 들었을 한 말도 되나마나 한 이 물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이태껏 늘어졌던 신경의 긴장과 혈액의 약동과 그리고 심장의 용솟음쳐 옴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의 눈앞에는 산 속을 고요히 흐르는 시냇물도 없었다. 백양목 사이를 스쳐가는 여름밤 저녁의 고요한 바람도 없었다. 그리고 방금 바른손에 쥔 부채도 나의 눈앞에는 없었다. 오직 저 바께쓰 속에 출렁거리는 물이 있었을 따름이다.

이윽고 식통문이 열리었다. 나는 급히 일어나서 양재기를 갖다 대었다.

물이다 물이다.

"자― 한모금씩 차례차례로!"

나의 얼굴은 희색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딴 동무가 한모금씩 마시는 동안 나의 차례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그들의 입을 지키고 있었다.

패통을 치고 교섭을 개시하였다. 교섭은 일부분만 성공하였다. 부채는 사용하여라. 물은 수돗물밖에 없다. 그리고 취사장에 가야 길어올 수가 있다. 그러므로 좀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섭이 끝났을 때에 딴 곳에서도 패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 저곳, 수삼처에서 그 소리가 들려 왔다.

한 십 분 지났다. 복도 저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바께쓰를 들고 덜각덜각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 소리―---물이 바께쓰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이 소리―---

나는 넓은 바닷가에 서서 하늘과 바다가 한 줄로 맞붙은 것을 보고 이 푸른 물의 웅대함에 놀란 적이 있었었다. 나는 흰 비단을 늘어뜨린 듯한 폭포수가 나무숲에 안기어서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이 장대한 데 간담을 서늘케 한 적이 있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리요! 나는 아무 강채도 없는 낡은 바께쓰에 들었을 한 말도 되나마나 한 이 물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이태껏 늘어졌던 신경의 긴장과 혈액의 약동과 그리고 심장의 용솟음쳐 옴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의 눈앞에는 산 속을 고요히 흐르는 시냇물도 없었다. 백양목 사이를 스쳐가는 여름밤 저녁의 고요한 바람도 없었다. 그리고 방금 바른손에 쥔 부채도 나의 눈앞에는 없었다. 오직 저 바께쓰 속에 출렁거리는 물이 있었을 따름이다.

이윽고 식통문이 열리었다. 나는 급히 일어나서 양재기를 갖다 대었다.

물이다 물이다.

"자― 한모금씩 차례차례로!"

나의 얼굴은 희색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딴 동무가 한모금씩 마시는 동안 나의 차례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그들의 입을 지키고 있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목구멍이 달깍거릴 때마다 나의 침도 달각달각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의 차례가 왔다. 나는 잠깐 침착히 물그릇을 받고 그것을 고요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릇에 입을 갖다 대고 덜거덕 한모금 들어마셨다.

목구멍에서부터 똥집까지 싸늘한 물이 한 줄기로 줄을 그으면서 내려가는 것을 똑똑히 알리었다.

식도를 지난다. 위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때에 곧 나는 불행하여졌다. 이것이 냉수로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에야 비로소 가라앉은 나의 머리에 떠오른 까닭이다.

잘 자리에 냉수를 마시면 나는 반드시 설사를 하였다. 벌써 배가 이상하게 얼어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났다. 나는 끈으로 꼭 배를 동이고 다시 가로누웠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나 나는 오랫동안 이상야릇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겨우 눈을 떴다.

배가 아프고 위와 대장과 소장 사이를 물이 꾸르럭꾸르럭 오르내렸다. 진통은 몹시 심하였다. 그리고 뒤가 몹시 무거웠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매어 단 거리가비를 뜯어 가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똥통 위를 보았을 때 벌써 그 위에 올라앉은 '다무시'가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것에 부딪쳤다.

"배가 아퍼?"

그는 나에게 물었다.

"응! 설살세!"

나는 종이를 들고 똥통 옆에 가서 '다무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작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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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