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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철 산문집/한 거름 비켜서면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내가 친한 친구에 정거장으로 곧잘 散步(산보)나가는이 두엇이있읍니다. 나도 그축에 끼입니다. 정거장이라면 바쁜곳이 아닙니까. 우리가 차를 타러 가거나 전별을 나간때는 남몬저 좋은자리를 잡으려고 실로 분주히 굴어야만 되는곳이지오 마는 우리가 한거름만 비켜서서 이 쉬임없는流動(유동), 流動(유동)하는 液體(액체)같은, 液體(액체)가운데 流泳(유영)하는것같은 群衆(군중)가운데 사람이 되지말고 奉天行(봉천행)이나 釜山行(부산행)의 자리를 잡으려는 努力(노력)에서 비켜만 선다면 우리는 거기서 山中(산중)에서도 맛보기어려운 閑暇(한가)를 즐길수가 있읍니다.

希望(희망)에 빛나는얼굴, 絶望(절망)에 암담한얼굴, 볼일에 바쁜얼굴, 주름잡힌 늙은이의얼굴, 명쾌한 젊은얼굴, 우리사람과 외국사람, 완연히 인생의 조그만 축도를 벌려놓은듯. 우리는 우리의 한가함을가지고 다시 이것을 (실례같으나) 어장속에 金(금)붕어를 翫賞(완상)하듯 즐길수가 있읍니다. 이것이 다만 마음으로 한거름 비켜서는데서 오는 공덕인듯 합니다.

山(산)에를 오르는데도 높은山(산)에 오를것도 없어요. 아침이나 안개가 어렴풋할때 서대문밖 금화산에만 올라보십시오.

우리가 그안으로 드나들고 우리가 그안에서 오르나리던 重大(중대)하게 보이던 집들이 우리의 사랑과 미움의 대상인 뭇사람들이 구물거리는 집들이 실로 草芥(초개)같이 보여지고 사람이라는 생물은 완전히 자최마자 감초아 버립니다. 이렇게 마음이 커지고 넓어지는것이 우리가 땅우에서 겨우 삼사백척 올라서는데서 생기는 변화라하면 뉴―욕의 수십층우에서 길거리를 내려다보아 사람들이 개미같이 보이는데서 생활하는 사람은 아조 惡魔的(악마적)이거나 아니그러면 훨신 解脫(해탈)된 생각을 가질것 같습니다. 이것은 다만 한거름 올라선데서 오는 공덕인가 합니다.

이 금화산우에 한거름 올라선 우리를 산아래서 치어다볼때를 생각해보십시다. 참으로 훌륭한 그림입니다. 짙푸른 하늘을 背景(배경)으로하고 한장 平面(평면)같은山(산) 그우에 뚜럿이 새까마케 새켜진 사람의 姿態(자태). 어느 英雄(영웅)의 銅像(동상)을 여기 비기겠읍니까. 이것은 땅우에 걸어다니는 우리의 同類(동류)가 될수는 없읍니다.

이런생각을 하다가보면 歷史上(역사상)에 뚜렷이 나타나는 偉人(위인)의 지최라는것도 해넘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삼백척되는 금화산우에 우뚝한 그림자를 나타낸 우리 이웃사람이 아니었든가싶고, 그 偉人(위인)들이 세상을 대하던 갸륵한 태도도 역시 금화산우에서 안개설풋끼인 서울시가를 내려다보는 우리마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납니다.

이 조그만 글에서 英雄(영웅)과偉人(위인)의 마음과자최를 생각해보려는것은 처음부터 내 생각에서 머ㄴ일이요 그것은 다만 지나는길에 던져본 한마디 말입니다.

나는 다만 이 흑심한 더위에 똑같은 키를 가지고 비비대는 사람틈에서 한 거름올라서―아니천만에! 한거름 비켜섬으로해서 좁은목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때와같이 心頭(심두)에 한점 시원한 바람을 느껴볼까해서 이런 자즐구레한 생각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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