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안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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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一[편집]

님자채[1] 달도 밝고 님으로 해 꽃도 고와,
진실로 님 아니면 꿀이 달랴 쑥이 쓰랴,
해 떠서 번하[2]옵기로 님 탓인가 하노라.

其二[편집]

감아서 뵈던 그가 뜨는 새에 어디 간고,
눈은 아니 믿더라도 소리 어이 귀에 있나,
몸 아니 계시건마는 만져도 질 듯하여라.

其三[편집]

무어라 님을 할까 해에다나 비겨볼까,
쓸쓸과 어두움이 얼른하면 쫓기나니,
아무리 겨울 깊어도 응달 몰라 좋아라.

其四[편집]

구태라 어디다가 견주고자 아니하며,
억지로 무엇보다 낫다는 것 아니건만,
님대로 고우신 것을 아니랄 길 없어라.

其五[편집]

한고작 든든커늘 외로웁게 보시고녀,
알뜰한 우리 님만 오붓하게 뫼신 적을,
뭇사람 들레[3]는 곳이야 차마 쓸쓸하건만.

其六[편집]

넣었다 집어내면 안 시윈 것 없으시니,
우리 님 풀무에는 피운 것이 무슨 숯고,
무르다 버릴 무엇이 어잇슬고 하노라.

其七[편집]

믿거라 하실수록 의심 더욱 나옵기는,
아무리 돌아봐도 고일 무엇 없을세지,
행여나 주시는 마음 안 받는다 하리까.

其八[편집]

남은 다 아니라커늘 나는 어이 그리 뵈나,
어줍은 저를 믿어 속을 적에 속더라도,
티 없는 구슬로 아니 안 그릴 줄 있으랴.

其九[편집]

큰 눈을 작게 뜨다 마지막엔 감았세라,
님보담 나은 뉘와 남보담 못 하신 무엇,
없기야 꼭 없지마는 행여 뵐가 저허라.

주석[편집]

  1. 때문에
  2. 밝아옴
  3. 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