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오즈의 마법사/제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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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오즈의 신비한 도시


초록 안경을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 도로시와 친구들은 신비로운 에메랄드 시의 휘황찬란한 광채 때문에 눈이 부셨다. 거리에는 아름다운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모두 초록색 대리석으로 지어지고 여기저기에 반짝이는 에메랄드가 박혀있었다. 그들은 역시 초록색 대리석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걸어갔다. 대리석 블럭들 사이에는 에메랄드가 촘촘히 줄지어 박혀서 밝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집의 창문들도 모두 초록색 유리로 되어 있었다. 도시 위의 하늘조차도 초록빛을 띠었고, 내리쬐는 햇빛 줄기들도 초록빛이었다.


거리에는 수많은 남자, 여자, 아이들이 걷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초록색 옷을 입었고 피부색도 초록 빛깔을 띠었다. 사람들은 도로시와 (사자, 허수아비, 양철인간, 강아지 등) 여러 가지 모양의 구성원이 모인 이 신기한 무리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린 아이들은 사자를 보자 모두 도망가서 자기 엄마 뒤에 숨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리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었는데 물건들도 모두 초록색이었다. 초록색 사탕, 초록색 팝콘 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초록색 신발, 초록색 모자, 초록색 옷들을 팔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어떤 남자가 초록색 레모네이드를 팔고 있었다. 아이들이 레모네이드를 살 때 도로시가 보니 사용하는 동전들도 모두 초록색이었다.


그곳에는 말은 물론 어떤 종류의 동물도 없는 것 같았다. 남자들은 뒤에서 밀고가는 작은 초록색 수레로 물건을 옮겼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이었고, 모두가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수문장은 거리를 지나 도시의 정확히 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건물로 그들을 인도했다. 그곳은 위대한 마법사인 오즈가 사는 궁전이었다. 문 앞에는 초록색 군복을 입고 초록색 수염을 길게 기른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다.


수문장이 그 병사에게 말했다.
“이 방문객들이 위대한 오즈님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병사가 대답했다.
“들어 오십시오. 제가 오즈님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궁전 문에 들어서서 초록색 양탄자가 깔려 있고 에메랄드로 장식된 예쁜 초록색 가구들이 있는 큰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방에 들어가기 전에 병사는 초록색 깔개에 그들의 발을 깨끗이 털도록 시켰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모두 앉자 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


“편안히 쉬고 계십시오. 그동안 제가 알현실로 가서 오즈님에게 당신들이 이 곳에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병사가 돌아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돌아오자 도로시가 물었다.
“오즈를 만나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병사가 대답했다.
“오, 아니요. 저는 한번도 그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커튼 뒤에 앉아계실 때 여러분의 말씀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여러분이 정말 원한다면 만나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한 번에 한 명씩만 그분이 계신 곳에 들어가야 하고, 또한 하루에 한 명만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궁에 며칠 동안 머무르셔야 할 겁니다. 여러분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도로시가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오즈는 정말 친절하시군요.”


병사가 초록색 호루라기를 꺼내서 불자, 즉시 예쁜 초록색 비단옷을 입은 한 어린 소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 소녀는 아름다운 초록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소녀가 도로시 앞에서 허리 숙여 절을 하면서 말했다.
“저를 따라 오세요.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도로시는 토토를 제외한 다른 모든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토토를 팔에 안고 초록 소녀를 따라 갔다. 그들은 일곱 개의 복도를 지나고 세 개의 높은 계단을 올라가서야 궁전의 앞쪽에 있는 한 방에 도착했다. 그 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방이었다. 방 안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침대가 초록 비단 이불과 초록 벨벳 침대보에 덮여 있었다. 방 한 가운데에 있는 아주 작은 분수에서는 공기중에 물안개처럼 뿜어나오는 초록빛 향수가 아름답게 조각된 초록색 대리석 분수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창가에는 아름다운 초록빛 꽃이 있었고, 한 선반에는 초록색 작은 책들이 한 줄로 꽂혀 있었다. 도로시는 이 책들을 열어 보았다. 책에는 신기한 초록색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너무 재미 있어서 도로시는 깔깔 웃었다.


옷장 안에는 비단과 공단, 벨벳으로 만들어진 초록색 옷들이 많았는데, 그 옷들은 모두 도로시 몸에 꼭 맞았다.


초록 소녀가 말했다.
“편안히 쉬십시오. 무엇이든지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종을 울려주세요. 오즈님이 내일 아침에 부르실 거예요.”


그 소녀는 도로시를 혼자 남겨 두고 다른 친구들에게로 돌아갔다. 다른 친구들도 역시 궁전에서 가장 좋은 곳에 각자 방을 받았다. 물론 이런 멋진 접대가 허수아비에게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방에 홀로 남게 되자 허수아비는 문 안쪽의 한 곳에 바보처럼 서서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쉬지 않아도 되었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이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한 구석에서 거미줄을 짓고 있는 작은 거미를 밤새 보고 있었다.


양철나무꾼은 그가 사람과 같은 육체가 있었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그는 잠을 잘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자신의 연결부위가 잘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자는 숲의 마른 나뭇잎 위에서 자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꽉 막힌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일로 스스로 신경을 긁을만큼 민감한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침대로 뛰어 올라가서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는 가르랑거리다가 곧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 후에 초록색 하녀가 도로시를 데리러 왔다. 하녀는 도로시에게 초록색 양단으로 장식된 아주 예쁜 공단 드레스를 입혀 주었다. 도로시는 초록색 비단 앞치마를 두르고, 토토의 목에는 초록색 리본을 묶었다. 그리고는 위대한 오즈를 만나기 위해 알현실로 출발했다.


처음에, 그들이 커다란 연회실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아주 고급스런 옷을 입고 있는 귀족들과 귀부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얘기 하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비록 한번도 오즈와 만나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지만 매일 아침 알현실 밖에 와서 들어갈 수 있기를 기다렸다. 도로시가 들어가자 그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도로시를 보더니, 그들 중 한 명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너는 정말 그 무시무시한 오즈를 만날 작정이니?”


도로시가 대답했다.
“물론이죠. 오즈가 절 만나 주신다면요.”


그러자 도로시의 메시지를 마법사에게 전해준 병사가 말했다.
“아, 물론 그분은 당신을 만나 주실 것입니다. 비록 그분은 자기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예요. 사실, 처음에 그분은 매우 화를 내시고는 내가 당신으로 다시 돌려보내야만 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저에게 당신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당신의 은구두에 대해 말씀드리자 매우 관심있어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당신 이마에 있는 키스 자국에 대해 말씀드리자 그분은 당신을 만나보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바로 그 때 종이 울리자 초록 소녀가 도로시에게 말했다.
“저 소리가 신호입니다. 이제 알현실에 혼자 들어가셔야 합니다.”


소녀가 작은 문을 열자 도로시는 신비한 그곳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높은 아치 지붕을 가진 커다랗고 둥근 방이었고, 벽과 천장과 바닥에는 커다란 에메랄드가 촘촘하게 덮여 있었다. 천장 중앙에는 태양처럼 밝은 빛을 내는 커다란 등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정말 신비한 방법으로 반짝이는 에메랄드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도로시의 관심을 끈 것은 방 한가운데 놓여있는 커다란 초록색 대리석 왕좌였다. 의자 모양의 그것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보석으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왕좌 위에 몸이나 팔 다리도 없는 거대한 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 거대한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전혀 없었지만 눈, 코, 입은 가지고 있었다. 그 머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인의 머리 보다도 훨씬 더 큰 것 같았다.


도로시가 놀라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 머리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머리의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가더니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이 움직이자 도로시에게 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고, 왜 나를 찾아왔는냐?”


그 커다란 머리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도로시가 예상한 것만큼 끔찍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래서 도로시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저는 작고 연약한 도로시라고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그 눈동자들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동안 도로시를 바라보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은구두는 어디에서 얻은 것이냐?”


도로시가 대답했다.
“이 은구두는 동쪽의 악한 마녀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저희 집이 그 마녀 위에 떨어져서 그녀가 죽었습니다.”


“네 이마에 있는 자국은 어떻게 생긴 것이냐?” 하고 계속해서 목소리가 물었다.


“그것은 북쪽의 착한 마녀가 저를 당신에게 보내면서 작별을 할 때 키스해 준 것입니다.” 하고 소녀는 말했다.


다시 한 번 눈동자들이 도로시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도로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오즈가 다시 물었다.
“너는 내게 무엇을 원하느냐?”


그러자 도로시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저를 엠 아줌마와 헨리 아저씨가 있는 캔사스로 돌려보내 주세요.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만 전 당신의 나라에 있고 싶지 않아요. 제가 너무 오랫동안 없어져서 엠 아줌마가 몹시 걱정하실게 틀림없어요.”


그 머리통의 눈동자들은 세 번 꿈벅꿈벅 하더니, 천장쪽으로 눈동자를 올렸다가 바닥으로 내리더니 아주 괴상하게 빙글빙글 굴렸다. 마치 방 안의 모든 부분을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도로시를 다시 쳐다 보았다.


오즈가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왜냐하면 당신은 강하지만 저는 약하니까요. 왜냐하면 당신은 위대한 마법사이지만 전 단지 어린 소녀일 뿐이니까요.”


오즈가 말했다.
“하지만 넌 동쪽의 악한 마녀를 죽일만큼 강하지 않느냐.”


도로시가 얼른 대답했다.
“그건 우연일 뿐이예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커다란 머리가 말했다.
“좋아, 이제 내 대답을 말해주지. 네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널 캔사스로 돌려보내 줄 것이라고 기대할 권리가 너에겐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내가 마법을 사용하여 너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길 원한다면 너는 먼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 즉, 나를 도우면 내가 널 도와줄 것이다.”


도로시가 물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즈가 대답했다.
“서쪽의 악한 마녀를 죽여라.”


“전 할 수 없어요!”
도로시는 너무나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너는 이미 동쪽의 악한 마녀를 죽였다. 그리고 강력한 마법을 지니고 있는 은구두를 신고 있다. 이제 이 나라에는 악한 마녀가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마녀가 죽었다고 나에게 말할 수 있을 때 너를 캔사스로 돌려보내 주마. 하지만 그 전에는 절대 안된다.”


이 어린 소녀는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커다란 머리의 두 눈이 다시 꿈벅이더니 초조하게 도로시를 바라보았다. 마치 위대한 오즈는 도로시가 마음만 먹으면 그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도로시는 울먹이며 말했다.
“전 이제까지 어느 것도 일부러 죽여본 적이 없어요. 비록 제가 원한다고 해도 악한 마녀를 제가 어떻게 죽일 수 있겠어요? 위대한 마법사인 당신도 그 마녀를 죽일 수 없는데, 어떻게 제가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


커다란 머리가 말했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악한 마녀를 죽이기 전에는 네 아저씨와 아줌마를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마녀는 사악하다는 것을, 엄청나게 사악해서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이제 가거라. 그리고 네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날 만날 생각은 하지 말아라.”


슬픔에 잠긴 도로시는 알현실을 나와서 사자와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오즈가 도로시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했다. 도로시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제 희망이 없어. 오즈는 서쪽의 악한 마녀를 죽이지 않으면 날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겠다고 했어. 하지만 그건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안타까웠지만 도로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도로시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엎드려 울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초록 수염이 난 병사가 허수아비에게 와서 말했다.
“오즈를 만나러 저와 함께 가시죠.”


허수아비는 그 병사를 따라 가서 커다란 알현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허수아비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에메랄드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여인은 초록색 비단으로 만든 얇고 투명한 옷을 입고 있었고, 흘러내리는 듯한 초록색 머리채 위에는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는 매우 화려한 색상의 날개가 나 있었는데, 아주 얇아서 숨결만 살짝 닿아도 펄럭일 것 같았다.


허수아비가 자기 몸에 채워진 뻣뻣한 지푸라기들이 허락하는 한 허리를 숙여 이 아름다운 요정에게 인사를 하자, 그녀는 허수아비를 상냥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고, 왜 나를 찾아왔는냐?”


도로시가 얘기한 커다란 머리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던 허수아비는 매우 놀랐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그 요정에게 대답했다.


“저는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뇌가 없습니다. 제발 제 머리에 지푸라기 대신에 뇌를 넣어주시길 애원합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 살고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습니다.”


요정이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허수아비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현명하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외에는 절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오즈가 말했다.
“나는 대가없이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약속하지. 만약 네가 날 위해 서쪽의 악한 마녀를 죽인다면, 난 네게 아주 많은 뇌를 주겠다. 그렇게 되면 너는 오즈의 모든 땅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될 것이다.”


허수아비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미 도로시에게 마녀를 죽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랬지. 난 누가 그 마녀를 죽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그 마녀가 죽기 전에는 네 소원을 들어주지 않겠다. 자, 이제 가거라. 그리고 네 임무를 완수하기 전에는 다시 나를 찾지 말아라.”


허수아비는 슬픔에 잠겨 친구들에게 돌아와 오즈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도로시는 위대한 마법사가 자신이 본 커다란 머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요정이라는 것에 놀랐다.


허수아비가 말했다.
“오즈는 양철나무꾼만큼이나 심장이 필요한 것 같아. (마음이 없어)”


다음날 아침, 초록 수염의 병사는 양철나무꾼을 찾아왔다.
“오즈님이 당신을 부르셨습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


그래서 양철나무꾼은 그를 따라 가서 알현실로 들어갔다. 그는 오즈가 커다란 머리통 보다는 아름다운 요정으로 나타나기를 바랬다. 나무꾼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만약 오즈가 커다란 머리로 나타나면 난 심장을 얻지 못하게 될거야. 머리통은 심장이 없기 때문에 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아름다운 요정이 나온다면 심장을 달라고 간절히 애원해야지. 일반적으로 숙녀는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나무꾼이 알현실로 들어갔을 때 그는 머리통도 아니고 요정도 아닌, 정말 끔찍한 야수의 모습을 한 오즈를 보게 되었다. 그 야수는 크기가 코끼리만큼이나 컸기 때문에 초록빛 왕좌는 그 야수의 무게를 겨우 지탱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야수의 머리는 코뿔소처럼 생겼고, 얼굴에는 눈이 다섯 개나 되었다. 다섯 개의 기다란 팔과 역시 다섯 개의 길고 가는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두껍고 뻣뻣한 털이 온 몸을 덮고 있었다. 정말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에는 양철나무꾼에게 심장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있었다면 아마 공포로 인해 심하게 두근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양철뿐인 나무꾼은 비록 실망하기는 했어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 야수는 크게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고, 왜 나를 찾아왔는냐?”


“저는 양철로 만들어진 나무꾼입니다. 저에겐 심장이 없어서 사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심장을 갖게 해 주십시오.”


야수가 따지듯이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무꾼이 대답했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리기 때문입니다. 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습니다.”


오즈는 이 말에 낮게 으르렁거린 후 무뚝뚝하게 말했다.
“만약 심장을 갖고 싶다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어떻게 말입니까?”


야수가 대답했다.
“도로시를 도와서 서쪽의 악한 마녀를 죽여라. 마녀를 죽인 후 나를 다시 찾아오면, 그 때 너에게 오즈의 나라에서 가장 크고, 가장 다정하고, 가장 사랑이 넘치는 심장을 주마.”


그래서 양철나무꾼도 슬픔을 안고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본 것은 무시무시한 야수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위대한 마법사가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사자가 말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 만약 오즈가 야수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난 아주 아주 크게 울부짖을 거야. 그러면 그는 겁을 먹고 내 부탁을 들어주겠지. 만약에 오즈가 아름다운 요정으로 나타난다면 난 그녀에게 덤벼들려는 척 하면서 내가 요구한대로 하라고 위협을 할거야. 그리고 만약 오즈가 커다란 머리통으로 나타난다면 그는 나에게 자비를 구하게 될거야. 왜냐하면 그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그 머리통을 여기저기로 굴리고 다닐 거니까. 그러니까 아직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기운 내, 친구들.”


다음날 아침, 초록 수염의 병사는 사자를 알현실로 데리고 가서 오즈가 방에 있으니 들어가라고 했다.


사자는 즉시 문으로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왕좌 앞에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있었는데, 너무나 맹렬하고 시뻘겋게 타고 있어서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자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오즈가 실수로 몸에 불이 붙어 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자가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자 갑자기 불길이 강하게 일어나서 사자의 수염을 그슬렸다. 그래서 그는 몸을 덜덜 떨면서 엉금엉금 뒷걸음질로 문 근처까지 도망갔다.


그 때 낮고 조용한 음성이 그 불덩어리에서 나왔다.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고, 왜 나를 찾아왔는냐?”


사자가 대답했다.
“저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겁쟁이 사자입니다. 당신에게서 용기를 받고 싶어서 여기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정한 동물의 왕이 되고 싶습니다.”


오즈가 물었다.
“왜 내가 너에게 용기를 주어야 하지?”


사자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모든 마법사들 중에 당신이 가장 위대하고, 내 소원을 들어줄 능력이 있는 사람도 당신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불덩어리는 다시 한 번 사납게 타오르면서 말했다.
“서쪽의 악한 마녀가 죽었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면 너에게 용기를 주겠다. 하지만 그 마녀가 살아있는 한 너는 겁쟁이로 남아있을 것이다.”


사자는 이 말에 화가 났지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가 불덩어리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동안 그 불꽃이 너무나 뜨거워져서 사자는 꼬리를 돌리고 방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자는 친구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뻤다. 그리고 마법사와의 끔찍한 대화를 얘기해 주었다.


도로시가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우린 이제 어쩌지?”


사자가 대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어. 윙키들의 나라로 가서 마녀를 찾아내어 무찌르는 거야.”


“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렇게 못하면?”


사자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면 난 용기를 결코 가질 수 없겠지.”
“그리고 난 뇌를 가질 수 없을거야.” 하고 허수아비가 덧붙였다.


“난 결코 심장을 가질 수 없게 될거야.” 하고 양철나무꾼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난 엠 아주머니와 헨리 아저씨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되겠지.” 하고 말하며 도로시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 초록 소녀가 소리쳤다.
“조심하세요! 눈물이 비단 옷에 떨어지면 얼룩이 지거든요.”


그래서 도로시는 곧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우린 그렇게 해보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엠 아주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위한 것일지라도 난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는 않아.”


사자가 말했다.
“내가 함께 갈게. 너무 겁쟁이라서 마녀를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허수아비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같이 갈게. 하지만 난 너무 바보라서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는 못할거야.”


양철나무꾼도 말했다.
“난 마녀조차 해칠 마음(심장)이 없어. 하지만 네가 간다면 나도 너와 함께 갈거야.”


그래서 그들은 다음날 아침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나무꾼은 초록색 숫돌로 도끼를 날카롭게 갈고 자기 몸의 모든 연결부위에 적당하게 기름을 쳤다. 허수아비는 자기 몸에 새 지푸라기를 스스로 채워 넣었다. 도로시가 눈을 새로 그려 주었더니 이전보다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초록 소녀는 친절하게도 맛 좋은 음식들로 도로시의 바구니를 채워주었고, 조그만 방울이 달린 초록색 리본을 토토의 목에 묶어 주었다.


그들은 일찍 잠자리로 가서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잤다. 그들은 궁전 뒤뜰에 있는 초록색 수탉의 힘찬 울음소리와 초록색 알을 낳은 암탉의 꼬꼬댁 소리에 잠을 깼다.


제10장 성문의 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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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악한 마녀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