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오즈의 마법사/제12장
초록 수염이 난 병사는 그들을 에메랄드 시의 거리를 지나 성문의 수문장이 살고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수문장은 그들이 쓰고 있는 안경의 자물쇠를 풀어 커다란 상자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는 공손하게 성문을 열어 주었다.
도로시가 물었다.
“서쪽의 악한 마녀를 찾아가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하나요?”
수문장이 대답했다.
“거기로 가는 길은 없어요. 아무도 그곳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죠.”
도로시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마녀를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수문장이 대답했다.
“그거야 쉽죠. 여러분이 윙키의 나라에 들어온 것을 마녀가 알게되면, 그녀는 여러분을 찾아서 노예로 만들려고 할 테니까요.”
허수아비가 말했다.
“아마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지. 우린 그녀를 없애려고 가는 거니까.”
수문장이 말했다.
“오, 그건 그렇지 않아요. 이제까지 그 마녀를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내 생각에 그 마녀는 항상 그랬듯이 여러분을 노예로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조심하세요. 그 마녀는 아주 사악하고 사납기 때문에 여러분이 그녀를 없애도록 그냥 놔두지 않을 겁니다. 태양이 지는 서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그 마녀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수문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서쪽을 향해 돌아섰다. 그들은 데이지와 미나리아재비가 여기저기 피어있고 부드러운 풀밭이 펼쳐진 들판을 계속 걸어갔다. 도로시는 궁전에서 입은 예쁜 비단 드레스를 계속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옷은 더이상 초록색이 아니라 그냥 하얀색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토토가 목에 매고 있는 리본도 초록색이 사라지고 도로시의 옷처럼 하얀색이었다.
에메랄드 시는 곧 멀리 뒤로 사라졌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길은 점점 거칠어지고 가팔라졌다. 서쪽 나라에는 농장이나 집도 없었고, 땅도 경작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다.
오후가 되자 뜨거운 햇빛이 얼굴에 내리 쬐었지만 그곳에는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밤이 되기도 전에 도로시와 토토와 사자는 지쳐서 풀밭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밤새도록 그들을 지키고 서 있었다.
서쪽의 악한 마녀는 눈이 하나 밖에 없었지만, 그 눈은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곳이든지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잘 볼 수 있었다. 마녀는 성 안에 앉아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로시가 그의 친구들과 함께 풀밭에 누워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아직 마녀의 성에서 먼 곳에 있었지만, 사악한 마녀는 그들이 자신의 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마녀는 자기 목에 걸고 있던 은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었다.
그러자 곧바로 한 무리의 커다란 늑대들이 사방에서 마녀 앞으로 달려나왔다. 늑대들은 다리가 길고, 눈빛이 사납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마녀가 늑대들에게 명령했다.
“저 자들을 모두 찢어버려라.”
늑대들의 대장이 말했다.
“그들을 노예로 삼지 않으실 겁니까?”
마녀가 대답했다.
“아니야. 한 놈은 양철이고, 한 놈은 지푸라기, 또 하나는 계집아이, 나머지 하나는 사자다. 일을 시켜 부려먹기에 적당한 놈이 하나도 없어. 그러니 그들은 모두 갈갈이 찢어 죽여라.”
“잘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자마자 대장 늑대는 다른 늑대들을 데리고 번개같이 달려 나갔다.
허수아비와 나무꾼은 다행히 잠을 자지 않고 완전히 깨어 있었기 때문에 늑대들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무꾼이 말했다.
“내가 싸울테니까 내 뒤에 있어. 오는 대로 내가 처리할께.”
나무꾼은 날카롭게 갈아놓은 도끼를 잡았다. 대장 늑대가 양철나무꾼에게 다가오자 그는 팔을 휘둘러 그 늑대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그가 도끼를 다시 들어올리기가 무섭게 다른 늑대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곧 나무꾼의 도끼날에 목이 떨어졌다. 늑대는 사십 마리였고, 사십 번의 도끼질에 늑대들은 나무꾼 앞에 시체 더미가 되었다.
나무꾼은 도끼를 내려놓고 허수아비 옆에 앉았다. 허수아비가 말했다.
“멋진 싸움이었어, 친구.”
그들은 다음날 아침에 도로시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잠에서 깬 도로시가 털복숭이 늑대들이 한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놀라 겁을 먹자 양철나무꾼이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해 주었다. 도로시는 나무꾼과 허수아비에게 자기를 지켜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도로시와 친구들은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같은 날 아침, 악한 마녀는 성문 앞에 앉아 하나 밖에 없는 눈으로 가능한 한 멀리 여기저기를 살폈다. 마녀는 자기 늑대들이 모두 죽어있는 것과 그 이상한 무리가 자기 나라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보았다. 마녀는 이전보다 더 화가 나서 은 호루라기를 꺼내 두 번 불었다.
그 즉시 하늘이 어두워지는 듯 하더니 한 무리의 까마귀들이 몰려왔다.
악한 마녀가 까마귀 대장에게 말했다.
“즉시 저 녀석들에게 날아가서 그들의 눈을 뽑고 갈갈이 찢어 버려라.”
까마귀들은 하나의 거대한 무리를 이뤄 도로시와 친구들을 향해 날아갔다. 도로시는 까마귀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겁이 났다.
하지만 허수아비가 말했다.
“이번엔 내 차례야. 내 옆에 바짝 엎드려 있으면 다치지 않을거야.”
그래서 허수아비를 제외한 그들 모두는 땅에 엎드렸고, 허수아비는 팔을 쭉 펴고 똑바로 서 있었다. 까마귀들은, 일반적으로 새들이 허수아비를 보면 그렇듯이, 그를 보고 깜짝 놀라 어느 누구도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대장 까마귀가 말했다.
“저건 단지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사람일뿐이야. 내가 저 놈의 눈을 뽑아 주마.”
대장 까마귀는 허수아비를 향해 날아갔지만, 그의 손에 머리가 잡힌 후 목이 꺾여서 죽임을 당했다. 그러자 다른 까마귀가 허수아비에게 달려 들었지만, 역시 허수아비는 그 까마귀의 목을 꺾어 버렸다. 순식간에 사십 마리의 까마귀는 모두 목이 꺾여 죽은 채로 허수아비의 발밑에 놓이는 신세가 되었다. 허수아비가 일어나도 된다고 하자 그들은 땅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났다.
까마귀들이 모두 죽어 있는 것을 본 악한 마녀는 격렬한 분노가 일어났다. 그녀는 다시 은 호루라기를 꺼내 세 번 불었다.
그 즉시 공중에서 붕붕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벌떼가 마녀를 향해 날아왔다.
“저 녀석들에게 가서 침을 쏴 죽여 버려라.”
마녀가 그렇게 명령하자 벌떼는 빠른 속도로 도로시와 친구들이 걷고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벌떼가 날아오는 것을 나무꾼이 발견하자, 허수아비가 나무꾼에게 말했다.
“내 몸에서 지푸라기를 꺼내서 도로시와 토토와 사자 위를 덮어. 그러면 벌들이 쏘지 못할거야.”
나무꾼은 허수아비가 말한 대로 했다. 도로시는 토토를 팔에 안고 사자 옆에 바짝 붙어서 지푸라기로 온 몸을 덮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벌들은 그곳에서 나무꾼 말고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두 나무꾼에게 날아가 그를 침으로 쏘았지만, 그들의 침만 부러졌을 뿐 나무꾼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침을 쏜 검은 벌들은 모두 끝에 달린 독침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살지 못하고 나무꾼 주변에 석탄 무더기처럼 쌓였다.
벌들이 모두 죽자 도로시는 일어나서 양철나무꾼이 허수아비의 몸에 지푸라기를 다시 집어넣는 것을 도왔다. 허수아비가 이전 모습을 되찾게 되자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악한 마녀는 검은 벌들이 모두 죽은 것을 알게되자 너무나 화가 나서 발로 땅을 꽝꽝 치고 머리를 쥐어 뜯고 이를 북북 갈았다. 그리고는 윙키라고 불리는 노예 열두 명을 불러 날카로운 창을 주고는 침입자들을 모두 없애버리라고 명령했다.
윙키들은 용감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명령받은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도로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사자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아주 큰 소리로 울부짖은 후 그들을 향해 달려들자 불쌍한 윙키들은 모두 겁을 먹고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갔다.
윙키들이 성으로 도망쳐 돌아오자 악한 마녀는 그들을 채찍으로 심하게 때린 후 원래 하던 일을 하라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서 마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마녀는 이 침입자들을 없애려는 자신의 모든 계획이 실패하는 까닭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악할 뿐만 아니라 역시 능력있는 마녀였다. 그녀는 곧 다음 행동계획을 세웠다.
악한 마녀는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테두리가 장식된 황금 모자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이 황금모자에는 마법이 담겨 있었다. 누구든지 이 모자를 가진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자기 명령을 따르는 날개 달린 원숭이를 세 번 불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세 번 이상 불러낼 수는 없다. 악한 마녀는 이미 모자의 마법을 두 번 사용했다. 첫번째는 마녀가 윙키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고 그들의 나라를 다스릴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마녀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두번째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와 싸워 그를 서쪽 땅에서 몰아낼 때였다. 이 때도 역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그녀를 도와 주었다. 마녀는 이제 황금 모자를 단 한 번만 더 쓸수 있기 때문에, 그녀의 다른 모든 능력이 모두 고갈된 후가 아니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마녀의 사나운 늑대들과 까마귀들과 독침을 가진 벌들이 모두 사라졌고, 노예들은 겁쟁이 사자가 무서워 도망쳤기 때문에 마녀는 이 방법이 도로시와 친구들을 없애기 위한 단 한가지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악한 마녀는 황금 모자를 머리에 썼다. 그리고는 왼쪽 발로만 서서 천천히 주문을 말했다.
“엡페, 펩페, 칵케!”
그 다음에 오른발로만 서서 이렇게 말했다.
“힐로, 홀로, 헬로!”
마지막으로 양 발을 모두 딛고 서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지, 주-지, 짘!”
그러자 마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공중에서 들렸다. 공중에 수많은 날개들이 나타나더니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와 웃음 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하늘에서 해가 다시 나타나자 악한 마녀는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원숭이들은 모두 어깨에 아주 크고 힘센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한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보다 훨씬 컸는데 아마도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그가 마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렇게 물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우리를 부른 것입니다. 당신의 명령은 무엇입니까?”
악한 마녀가 말했다.
“내 땅에 침입한 저들을 사자만 빼고 모두 죽여라. 사자는 내게 데려와라. 말처럼 고삐를 매서 일을 시킬거니까.”
“당신의 명령대로 따르겠습니다.” 하고 리더 원숭이가 말했다. 그리고는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와 함께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도로시와 그의 친구들이 걷고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원숭이 몇 마리는 양철나무꾼을 붙잡아 날카로운 바위들이 뒤덮인 곳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원숭이들은 불쌍한 나무꾼을 떨어뜨렸다. 아주 높은 곳에서 바위들 위로 떨어진 나무꾼은 움직이기는 커녕 신음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셔지고 찌그러졌다.
또 다른 원숭이들은 그들의 긴 손가락으로 허수아비를 붙잡아 몸과 머리에서 모든 지푸라기를 다 뽑아 버렸다. 그리고 허수아비의 모자와 신발과 옷들을 둘둘 말아서 키 큰 나무의 제일 높은 가지 위로 던져 버렸다.
또 몇몇의 원숭이들은 튼튼한 밧줄로 사자의 몸과 머리와 다리를 묶었다. 그래서 더이상 사자는 물거나 할퀴거나 싸울 수 없게 되었다. 원숭이들은 사자를 들어올려 마녀의 성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사자가 뛰어 넘을 수 없을 정도록 높다란 철창으로 된 우리에 사자를 던져 넣었다.
그러나 원숭이들은 도로시에게 해를 입힐 수 없었다. 도로시는 토토를 팔에 안고 친구들의 슬픈 운명을 지켜보면서 곧 내 차례가 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의 우두머리가 도로시에게 날아오더니, 추악한 얼굴에 끔찍한 미소를 지으면서 길고 털이 무성한 팔을 뻗어왔다. 그러나 도로시의 이마에 있는 착한 마녀의 키스 자국을 보고는 멈칫하더니, 다른 원숭이들에게 도로시를 건드리지 말라는 몸짓을 보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어린 소녀는 선한 능력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해칠 수 없다. 이것은 악한 능력보다 더 큰 능력이다. 이 소녀를 악한 마녀의 성으로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겠군.”
그래서 원숭이들은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도로시를 그들의 팔에 앉히고 하늘을 날아 올랐다. 성에 돌아와서 그들은 도로시를 성문 앞에 내려 놓았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마녀에게 말했다.
“당신의 명령에 따라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수행했습니다. 양철나무꾼과 허수아비를 없앴고, 사자는 뒤뜰에 묶어 놓았습니다. 하자민 이 어린 소녀와 그녀가 팔에 안고 있는 강아지는 우리가 감히 해칠 수 없습니다. 우리를 속박하는 당신의 능력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우리를 다시 보지 못할 것입니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시끄러운 웃음 소리,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곧바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악한 마녀는 도로시의 이마에 있는 표시를 보자 놀람과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처럼 자기도 이 소녀를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도로시의 발을 내려다 본 마녀는 은구두를 보자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은구두에는 강력한 마법이 숨겨져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마녀는 도로시에게서 도망칠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도로시의 눈을 들여다 본 마녀는 이 소녀가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그리고 은구두의 엄청난 마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곧 알아 차렸다. 그래서 마녀는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를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겠는걸. 자기가 지닌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니까 말이야.”
마녀는 매몰차고 사나운 목소리로 도로시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 오너라. 그리고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잘 듣고 명심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양철나무꾼과 허수아비에게 한 것처럼 너도 끝장을 내버릴테니까.”
도로시는 마녀를 따라 성에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방들을 지나서 부엌으로 갔다. 거기서 마녀는 도로시에게 솥단지들과 주전자들을 깨끗이 닦고, 바닥을 청소하고, 난로에 장작을 넣어 불을 지피라고 명령했다.
도로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순순히 일을 했다. 악한 마녀를 만족시켜서 자기를 죽이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로시가 힘든 일을 하는 동안, 마녀는 뜰에 가서 겁쟁이 사자에게 말처럼 고삐를 채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원할 때마다 사자가 끄는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사자는 크게 으르렁거리며 마녀를 향해 사납게 달려들었다. 겁을 먹은 마녀는 급히 달려나와 사자 우리의 문을 잠갔다.
마녀는 우리의 철창 사이로 사자에게 말했다.
“널 길들일 수 없을지라도 난 널 굶주리게 할수는 있지. 넌 내가 원하는대로 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될거야.”
그 때부터 마녀는 우리에 갇힌 사자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정오에 우리로 와서 물었다.
“말처럼 내게 길들여질 준비가 됐느냐?”
그 때마다 사자는 말했다.
“아니. 만약 네가 이 안으로 들어오면 당장 물어 죽여 버릴테다.”
사실 사자는 마녀가 원하는 대로 할 이유가 없었다. 매일 밤마다 마녀가 잠들면, 도로시가 부엌에서 음식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사자는 배불리 먹은 후 지푸라기 더미에 누웠다. 그러면 도로시는 사자의 부드럽고 복실복실한 갈기를 베고 사자 옆에 누웠다. 그들은 자기들이 겪은 일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이곳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노란 옷을 입은 윙키들이 계속 성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성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악한 마녀의 노예인 윙키들은 마녀를 너무나 무서워해서 마녀가 명령하는 것은 무조건 순종했다.
도로시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야만 했다. 종종 마녀는 항상 손에 들고다니는 낡은 우산으로 도로시를 때리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사실 도로시의 이마에 있는 표시때문에 마녀는 도로시를 함부로 때릴 수 없었다. 이것을 모르는 도로시는 가엾게도 자기와 토토가 맞을까봐 항상 두려움에 차 있었다. 한번은 마녀가 우산으로 토토를 때리자 이 용감한 작은 강아지는 마녀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물었다. 그런데 토토에게 물린 곳에선 피가 나지 않았다. 마녀는 너무나 사악해서 오래 전에 이미 피가 다 말라버렸기 때문이었다.
캔사스의 엠 아주머니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차츰 커지면서 도로시의 생활은 점점 더 슬픔으로 가득찼다. 가끔씩 도로시는 몇 시간이고 엉엉 울기도 했다. 그럴 때면 토토는 도로시의 발 밑에 앉아서, 어린 주인이 처한 상황이 안쓰러운 듯이 낑낑거리며 도로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토토는 캔사스에 있든 오즈의 나라에 있든 도로시와 함께 있다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도로시가 슬퍼하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토토도 역시 행복하지 않았다.
악한 마녀는 도로시가 항상 신고 다니는 은구두를 빼앗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마녀의 벌떼와 까마귀들과 늑대들이 모두 죽었고, 황금 모자의 능력도 다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은구두를 가지게 된다면, 마녀는 잃어버린 모든 능력보다 더 큰 마법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마녀는 언제든지 도로시가 구두를 벗으면 그것을 훔칠 생각에 주의깊게 도로시를 살폈다. 그러나 도로시는 예쁜 은구두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밤에 잠 잘 때와 목욕을 할 때 외에는 절대 벗지 않았다. 마녀는 어둠을 너무나 무서워했기 때문에 밤중에 은구두를 훔치러 도로시의 방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한 물을 어둠보다 훨씬 더 무서워했기 때문에 도로시가 목욕을 할 때는 절대로 근처에 가지 않았다. 사실, 이 늙은 마녀는 물은 절대로 만지지 않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언제나 물이 자기에게 닿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악한 마녀는 교활하게도 마침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부엌 바닥 한 가운데 철로된 막대기를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마법을 부려 그 막대기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막대기를 볼 수 없었던 도로시는 부엌을 지나가다가 막대기에 걸려 철퍼덕 넘어지고 말았다. 도로시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넘어지면서 은구두 한 짝이 벗겨졌다. 마녀는 도로시가 은구두를 잡기 전에 재빨리 가로채서 자신의 삐쩍 마른 발에 끼워 넣었다.
악한 마녀는 자기의 계략이 성공한 것에 매우 기뻐했다. 은구두 중에 한 짝을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한 마법의 능력 중 절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도로시가 은구두의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고 해도 더이상 도로시는 마녀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어린 소녀는 자신이 아끼는 구두 한 짝을 빼앗긴 것을 알고는 매우 화가 나서 마녀에게 말했다.
“내 구두 돌려주세요!”
마녀는 톡 쏘아붙였다.
“싫어. 이제 이것은 내 구두야. 네 것이 아니지.”
도로시가 소리 질렀다.
“이 못된 마녀야! 그건 내 구두란 말이야.”
마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됐어. 이젠 내가 잘 보관하고 있으마. 그리고 언젠가는 나머지 하나도 내 것이 될게다.”
이 말에 도로시는 너무나 화가 나서 옆에 있던 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어 마녀에게 끼얹었다. 마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흠뻑 뒤집어 쓰고 말았다.
그러자 갑자기 마녀는 공포에 가득찬 비명을 크게 지르더니, 도로시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점점 줄어들면서 녹아 내리고 있었다.
마녀가 울부짖었다.
“나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난 곧 녹아 없어져 버릴거야.”
“어머, 미안해요.” 하고 도로시가 말했다.
도로시는 마녀가 실제로 자기 눈앞에서 설탕처럼 녹아 없어지는 것을 보자 정말로 겁이 났다.
“물이 닿으면 내가 끝장난다는 것을 몰랐을텐데?”
마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물었다.
도로시가 대답했다.
“전 아무 것도 몰랐어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오, 이런, 잠시 후면 난 모두 녹아 없어질거야. 이제 네가 이 성의 주인이 되겠구나. 내가 평생 나쁜 짓을 많이 해왔지만, 너처럼 어린 소녀에게 당해서 내가 녹아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나의 나쁜 짓도 이제 끝이구나. 봐라, 난 이제 끝이다!”
이 말과 함께 마녀는 형체도 없이 갈색 액체로 녹아내려, 깨끗한 부엌 바닥을 흘러가기 시작했다. 마녀가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녹아내린 것을 본 도로시는 양동이에 다시 물을 담아 와서 갈색 액체 위에 부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문 밖으로 쓸어냈다. 마녀가 남겨놓은 은구두 한 짝을 집어든 도로시는 그것을 깨끗이 닦고, 천으로 물기를 말린 후 자기 발에 다시 신었다.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도로시는 사자에게 달려가 서쪽의 악한 마녀가 죽었다고 알려 주었다. 그들은 더이상 이 낯선 땅에서 죄수처럼 갇혀 지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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