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다고
외관
(비를 다오에서 넘어옴)
사람만 다라와질 줄로 알엇더니
필경에는 밋고 밋던 한울까지 다라와젓다.
보리가 팔을 버리고 달라다가 달라다가
이제는 고라진 몸으로 목을 대자나 빠주고 섯구나!
반갑지도 안흔 바람만 냅다 부러
가엽게도 우리 보리가 달증이 든 듯이 뇌랏타
풀을 뽑너니 이장에 손을 대 보너니 하는 것도
이제는 헛일을 하는가 십허 맥이 풀려만진다!
거름이야 죽을 판 살 판 거루어 두엇지만
비가 안 왓서― 원수ㅅ 놈의 비가 오지 안헛서
보리는 발서 목이 말러 입에 대지도 안는다
이러케 한 장 동안만 더 간다면
그만― 그만이다 죽을 수밧게 업는 노릇이로구나!
한울아 한 해 열두 달 남의 일 해주고 겨오 사는 이 목숨이
고라 죽으면 네 맘에 시원할 께 뭐란 말이냐
제―발 빌자! 밧헤서 갈닙 소리가 나기 전에
무슨 수가 나주어야 올해는 그대로 살아나 가보세!
다라운 사람 놈의 세상에 몹슬 팔자를 타고 낫지
살도 죽도 못해 잘난 이 짓을 대대로 하는 줄은
한울아! 네가 말은 안 해도 짐작이야 못 햇것나
보리도 우리도 오장이 다 탄다 이리지 말고 비를 다고!
―一九二五 春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