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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물/마음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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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어질고 착하신 나라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 나라님이 다스리고 계신 나라는 그리 넓지는 아니한 조그마한 나라였으나 경치든지 무어든지 그린 그림같이 아름답고 깨끗한 좋은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토지가 몹시 기름져서 곡식이 잘 되므로, 일반 백성들은 늘 좋은 옷을 입고, 늘 좋은 음식을 먹고 놀면서 일이라고는 1년에 봄과 가을, 두 번밖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부자 살림을 할 뿐이요, 구차하게 지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참말로, 우리 나라님이 덕이 많으셔서 하느님께서 특별히 우리 나라를 보호해 주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유독하게 하느님의 총애를 받는 백성이라 생각하면서, 결코 다른 곳 일은 알려고도 아니하고, 알아야 소용도 없어, 평화롭게 그 나라 안에서만 태평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백성들이 부자롭게 지내는 것이 나라님 마음에는 대단히 기꺼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다른 좋은 일이나 지식이 적고, 다만 돈 많은 것을 제일로 알고, 돈만 많으면 귀하고 좋은 줄 아는 것을 나라님께서는 늘 심려하시며 걱정하시는 일이었습니다.

쌀쌀하고 춥던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이 조그마한 평화로운 나라에도 왔습니다. 새파란 바다 위를 봄철이 건너와서 언덕과 수풀에 말쑥말쑥한 새파란 싹이, 의논한 듯이 일시에 나뭇가지에 솟아서 따뜻한 해님을 향하고 움쩍움쩍 자라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봄을 맞이한 조그만 새들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마음껏 뛰어서, 보랏빛 아지랑이진 속으로 온종일 날아다녔습니다. 풀과 꽃은 피어서 우거지고, 백성들은 기뻐 날뛰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아니 남은 4월 초닷샛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월 초닷샛날은, 이 나라에서 일 년 중 제일 즐겁고, 제일 번화하게 노는 이 나라 경절이었습니다. 해마다 해마다 이 날이면, 일을 쉬고, 좋은 떡과 술을 많이 차리고, 집집에 꽃문을 세우고, 꽃등을 달고, 어른이나 아이나 남자나 여자나 누구나 다 같이 노래하고 춤추며 가장 즐겁게 노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해에도, 이 나라 백성마다 며칠 전부터 음식과 옷과 모든 놀거리를 장만해 놓고, 어서 4월 초닷샛날이 오기를 고대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꽃피고 새 우는 따뜻한 봄날이 평화로운 속에, 며칠인지 저물었습니다. 온 백성이 고대하던 경절날이 되었습니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새 옷들을 입고, 이른 아침부터 취한 얼굴로 집에서들 나왔습니다.

그런데 새벽부터 집 , 속에서 차려 두었던 음식을 먹고, 길에 나서 보니까, 거리마다 새로 만든 게시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으므로, 모두들 주의하여 읽어 보니, 이 나라 총리 대신이 붙인 것인데, 그 게시에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가장 즐거운 날이고, 가장 기념할 날입니다. 특별히 이날 아침에는, 우리 어지신 나라님께서, 반드시 마음의 꽃이란 꽃씨를 일반 국민에게 분배하시기로 되었습니다. 이 꽃씨는 이 세상 보통 꽃과는 달라서 마음이 착하고 깨끗한 사람이 기르면 기를수록 좋은 꽃이 피고, 마음이 나쁘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기르면 기를수록 나쁜 꽃이 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꽃을 오늘 심으면 꼭 일 년 지난 후, 내년 4월 초닷샛날 피어납니다. 내년 꽃피는 그 날은 나라님께서 친히 다니시며 검사해 보셔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한 사람에게는 상금 십만 원을 주시기로 되어 있으니, 일반 국민은 누구든지 이 귀중한 꽃을 잘 길러서, 남보다 제일 곱고 아름다운 꽃이 피도록 하시오. 꽃씨는 오늘 아침에 분배할 것이니 심기는 오늘 밤에 일제히 심으시오.


백성들은 이 게시가 더욱 기뻐서 이 날을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문으로 온 나라 구석구석이 떠들썩하였습니다.

복많고 평화로운 이 나라의 시가 바깥 한적한 마을에, 다만 홀로 가련한 소년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겨우 열세 살밖에 되지 아니한 소년 마링그는, 병환 중에 계신 어머님 한 분을 모시고, 애달프고 쓸쓸한 살림을 이 마을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다 따뜻하고, 남들은 모두 부자로운(넉넉한) 살림을 하는데, 불쌍한 마링그만은 병드신 어머님을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집에 모셔 놓고, 조석거리를 구하기에 어린 몸이 견딜 수 없이 고달팠습니다.

어린 마링그가 제일 좋아하는 봄은 왔건마는, 병중에서 신음하시는 어머님을 생각하면, 한 시 반 시(잠시)인들 쉴 새도 없이, 마링그는 부지런히 일을 하였습니다.

바로 4월 5일 경절날이었습니다. 남들은 모두 일을 쉬고, 아침부터 뛰고 놀지마는, 마링그는 다만 홀로 산중에서 나무를 하기에 바빴습니다. 저녁 때가 되었습니다.

다사로운 봄날이 서산으로 넘어들어 즐거운 날도 저물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무를 지고 돌아오는 마링그가 꽃 피어 우거진 잔디밭을 지나다가 온종일 기쁘게 놀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에그! 이렇게 기쁜 날 어머님께서는 밖에 나와 보시지도 못하고, 앓아 누우셨지……. 이 꽃이나마 꺾어다 어머님 머리맡에 놓아 기쁘게 해 드려야겠다.”

고, 거기 앉아 꽃을 꺾어 모으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때, 높은 벼슬 다니는 훌륭한 어른 여러분이 오셔서, 꽃씨를 주시면서 내년 이 날까지 잘 기르라고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 주시고, 서울길로 돌아갔습니다.

마링그는 집에 돌아가서 어머님 머리맡에 꽃을 놓아 드리고, 서울 벼슬 다니는 어른에게서 받은 꽃씨와 그 이야기를 모두 어머니에게 여쭈었습니다.

“오냐! 어서 심어라, 너는 세상에서 제일 마음이 착하고 고우니까, 반드시 네게는 제일 좋은 꽃이 피어서 나라님께 십만 원 상금을 받게 될 것이다. 어서 정한 데다 심어라.”

하시면서, 끔찍이 기뻐하셨습니다. 마링그는 어머님 말씀이 더욱 기뻐서, 즉시 그 씨를 조그만 나무 상자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병드신 어머님과 가련한 마링그는 날마다 날마다 싹이 나오기를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기다렸습니다. 어느 틈에 봄도 저물어 버리고, 시퍼런 여름이 왔습니다. 백성들은 벌써 일들을 그치고, 이제는 매일 놀러 다니며, 모이면 마음의 꽃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댁에는 잘 큽니까?”

“크구말구요. 훌륭한 싹이 나와서 자꾸 큽니다. 당신 댁에는 잘 큽니까? 얼만큼이나 컸습니까?”

“우리 집 것은 수정같이 깨끗한 싹이 금방금방 커 갑니다.”

이런 이야기가 예서도 제서도 만나기만 하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남의 집에 싹트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되도록 남보다 더 좋은 꽃을 피게 하여서 혼자 상을 탈 욕심으로 일체 남에게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봄이 다 가고 여름이 오고, 여름이 또 깊어 가도록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마링그와 병든 어머니는 날마다 정성껏 물을 주며 주의하여 길러도 웬일인지 영영 싹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구차한 살림 속에서 앓으면서도 일하면서도 마음껏 그 꽃나무를 기르는 가련한 모자는, 얼마나 그 꽃나무 싹에 희망을 붙였겠습니까? 그러나, 이 연약한 모자의 얄팍한 그 희망이나마 헛되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 두 사람에게는 가장 가슴 쓰라린 일이었습니다.

싹이 아니 나와도, 그래도 어머님과 착한 마링그의 정성을 끊이지 않아서, 자꾸 물을 주고 주고 하였습니다. 가을이 와서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을이 가고 또 눈이 오고, 그 눈이 녹아, 따뜻한 봄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4월 5일의 즐거운 명절이 또 돌아왔습니다. 일 년 내 기르고 길러서, 좋고 예쁜 꽃을 피게 한 백성들이 오죽이나 이 날을 고대하였겠습니까? 시원하게 따뜻하게 평화롭게 날이 밝고, 아침해가 솟기 시작하였습니다. 검사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멀리 온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십만 원이나 되는 나라님의 상금을 누가 타게 되려는가? 백성의 가슴은 달음질하듯이 뛰놀았습니다.

착하고 어지신 나라님이, 꽃으로 꾸민 황금 마차를 타시고, 그 뒤 마차에는 총리 대신이 타고, 천천히 나아가시면서 마음의 꽃 핀 것을 조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포근 포근한 봄볕이, 거둥하시는 행렬을 따뜻이 비추었습니다. 일년 두고 기른 아름다운 꽃을 곱게 들고,

‘나야말로 십만 원을 탈 사람이다. 내 꽃이야말로 나라님께 상을 탈 만큼 아름답게 피었지.’

하면서, 길거리에 산같이 모여선 백성들이 ‘만세만세!’를 불렀습니다.

그 모든 사람의 화분에는 가지각색의 꽃이 피었으나, 하나도 나라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도록 핀 꽃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 핀 꽃을 보시어도, 웬일인지 낯을 찡그리시며, 몹시 노기를 나타내셨습니다. 꼭 자기가 상을 탈 줄 알고 있던 사람들이 뜻밖의 일에 낙심하여 달려들면서,

“대신님, 제 꽃이야말고 다른 꽃보다 몇백 갑절 잘 피었습니다. 자세히 보아 주십시오.”

“아아, 벌써 보았네, 벌써 보았어. 꽃은 잘 피었네.”

“십만 원을 타게 되겠습지요”

“동전 한 푼도 못 타겠네.”

이렇게 총리 대신은 대답을 하면서, 나라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보는 꽃마다 보는 꽃마다, 나쁘지 아니한 좋은 꽃이 피었으나 웬일인지 나라님께서는 낯을 찡그리시면서 자꾸 마차를 재촉하여 가셨습니다. 따르는 시종들도 그 까닭을 도무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을 아는 이는 오직 총리 대신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아주 낙망하신 나라님께서는 그만 꽃은 보시려고도 아니 하시고 그냥 대궐로 도로 가시기로 하셨습니다. 십만 원의 상금을 실은 마차는 헛되이 나라님의 마차 앞에 서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돌아가시던 나라님의 마차가 마침 어느 한적한 길을 지날 때에 그 길가에서 어린 소년 한 사람이 울고 있는 것을 보시고, 그 이유를 물어 보라 하셨습니다. 총리 대신은 곧 내려가서 그 우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울고 있던 소년은 가련한 마링그였습니다 . 마링그는 눈물을 씻고 대답하였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착해서 좋은 꽃을 피워 가지고, 나라님께 검사를 받는데, 저는 마음이 다른 이만큼 착하지 못한가 봐요. 암만 정성껏 길러도 이렇게 싹도 아니 나왔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그렇게 정성을 들였건만, 아마도 제 마음이 몹시 나빠서, 싹도 나오지 않고 썩었나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엎드렸습니다. 마링그는 나라님께 대단한 벌을 받으려니 하고, 자기(自棄)하고 있었습니다. 총리 대신이 그 소리를 듣더니, 별안간 큰 소리로,

“폐하시여! 기뻐하십시오, 마음의 꽃을 피게 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조그만 어린 소년이올시다.”

나라님은 그 소리를 들으시고 얼른 마차에서 내려오셔서, 반갑게 한 손으로 마링그의 손을 잡으시고, 한 손으로 마링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귀여운 소년이여! 이름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셨습니다.

“마링그올시다.”

“오오, 마링그! 아아, 나의 실망을 네가 없애 주었다. 자아, 그 마차에 있는 십만 원을 주어라.”

하고 명령하셨습니다.

앞 마차에 실었던 십만 원 든 함을 마링그 앞에 가져왔습니다. 마링그는 어떤 영문인지를 몰라서 창황 망조(황송)하여 손을 비비면서,

“아니올시다. 마음의 꽃이 피지를 못했습니다. 다른 이 것은 잘 피었는데 제것은 싹도 아니 났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니다. 네가 상을 탈 사람이다. 어서 이 상금을 받아라.”

“아니올시다. 꽃은커녕 싹도 아니 나왔습니다.”

“아니다. 싹이 나오지 아니한 것이 정말이다. 내가 백성에게 나눠 준 마음의 꽃씨는 정말 꽃씨가 아니라, 쇠로 만든 것이었단다. 그런데, 다른 백성들은 돈만 알기 때문에 십만 원을 타고 싶은 욕심에, 다른 꽃을 구해다 꽂은 것이란다. 그 쇠로 만든 씨를 암만 물을 뿌린들 싹이 나올 리가 있느냐? 꽃이 피지 아니한 것을 그대로 내어 논, 너의 그 깨끗하고 착한 마음에 지금 훌륭한 꽃이 핀 것이다. 너의 그 고운 마음 속에는 세상에 제일 가는 고운 꽃이 피어 있는 것이다. 아아, 귀여운 마링그야! 정직한 소년아, 아무쪼록 이 앞으로도 점점 더 깨끗한 사람이 되도록 하여라. 그렇게 되기 위하여 네 가슴 속에 지금 피어 있는 꽃을 아무쪼록 잘 기르도록 하여라.”

일어서서 마링그는 절을 공손히 하고, 그 돈 함을 집어 어머니 앞에 갖다 놓아 달라 하였습니다. 병든 어머님도 나라님이 오신 것을 보고, 앓는 것도 잊어버리고, 황망히(급히) 일어서서 나라님을 뵈었습니다.

나라님께서는 여러 가지 모자의 신세를 들으시고, 더욱 마링그의 효성에 감동하시어 무한히 기뻐하시면서, 이 날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마링그 어머님은, 웬일인지 그 때 일어나서는 다시 눕지 않아도 아프시지 않게 병이 나으셨습니다.

그 다음날, 일반 백성 중에 꽃을 구해다 꽂은 백성은 벌금을 백 원씩 처하시는 일과 함께, 효성스러운 소년 마링그는 다만 한 분뿐이신 나라님의 따님과 결혼하여, 사위를 삼으실 일을 함께 발표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