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왕자와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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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봄, 꽃 피기 전이었습니다. 말랐던 버드나무 가지가 파릇파릇하여질 때에, 제비 한 마리가 저어 북쪽에서 날아서 냇가로 왔습니다. 냇가에는 길쭉길쭉한 갈대가 많이 서 있었는데, 제비는 그 허리가 갸름한 파란 갈대를 말끄러미 보더니,

“에그, 올 여름은 이 예쁜 갈대밭에다 집을 짓고 살겠다.”

하고, 즉시 집을 짓고 거기서 살았습니다. 갈대밭은 서늘하고도 따뜻하여서 제비는 기뻐서 날마다 냇물을 날개로 찍어 가며 물 위에서 춤을 추며 놀았습니다.

그렇게 재미롭고 즐겁게 지내는 동안, 어느 틈에 봄도 지나고, 여름도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어서 제비는 그만 이 곳을 떠나 남쪽 따뜻한 나라로 옮겨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비 동무들은 벌써 남쪽 나라로 다 떠나 날아갔는데, 갈대밭에 집 지은 제비만 홀로 이 때까지 안 떠나고 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정이 깊이 든 갈대집을 차마 떠나기가 어려워서 그대로 머뭇머뭇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싸늘한 가을 바람이 솨아 하고 불어와서 그럴 적마다 온몸이 발발 떨려서 견딜 수 없이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남쪽을 향하여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정 많은 예쁜 제비는 차마 떠나기 어려운 갈대집을 보고,

“오랫동안 신세를 끼쳤습니다. 안 떠나려고 이 때까지 있었지마는 인제는 너무 추워서 어쩔 수 없이 동무의 뒤를 따라 따뜻한 나라로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내년 봄에 꼭 찾아오겠습니다.”

하고는, 야트막하게 날아 길을 떠났습니다. 예쁜 제비를 작별하는 갈대는, 우는 듯이 흔들흔들 흔들리고, 날아가는 제비는 이별이 애처로워서, 돌아다 보고 돌아다보고 하면서 날아갔습니다.


예쁜 제비는 그 날 온종일 남쪽을 향하고 날아서, 밤이 어두워서야 겨우 중로에 어느 시가에 당도하였습니다.

이 시가에는 널따란 공원 마당 한가운데 탑 같은 높다란 돌기둥이 우뚝 서 있고, 그 돌기둥 위에는, ‘복 많은 왕자’라는 큰 인형 같은 상이 높다랗게 서 있습니다.

그 세워 논 왕자님의 몸은 모두 금 조각으로 싸였고, 두 눈에는 번쩍번쩍하는 금강석이 박혀 있고, 손에 쥔 칼자루에는 귀한 진주가 박혀 있었습니다.

왕자님의 상은, 이 시가에 사는 백성들에게 대단히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라, 동네에서 어린이가 울면, 그 어머니는 반드시,

“너는 왜 복 많은 왕자님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느냐.”

고 합니다. 또, 아주 아주 구차해서 죽고 싶어하던 사람은 이 복 많은 왕자님을 보고는,

“아, 저런 이는 복도 많다. 신선 같구나……. 저런 이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나라고 저렇게 안 돼란 법이 있을까.”

하고, 그 사람은 새로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이 시가에 온 예쁜 제비는 인제 밤이 깊었으니까, 아무 데서나 잠을 자야겠다고, 잘 곳을 찾다가 언뜻 이 높다란 돌기둥 위에 우뚝 서 있는 왕자님을 보고,

“오, 오늘은 저기서 자기로 하자, 높다라서 경치도 좋고 훌륭한 곳이다.”

하면서 왕자님의 발 앞에 앉아서, 온종일 날아서 고단한 날개를 쉬고, 드러누워 자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그 때, 어디선가 커다란 빗방울을 두어 방울 뚝뚝 떨어지므로 제비는 깜짝 놀라,

“에그, 이게 뭣일까……. 하늘에 저렇게 별이 총총한데 비가 오시나?”

하고, 쳐다보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들어서 죽은 듯이 고요하고, 집집에는 전기등만 깜박깜박하고 있는데 하늘에는 조그만 별들이 반짝반짝하고 있습니다.

‘이상도 하다.’

하고 생각하는데, 또 두어 방울이 아까처럼 뚝뚝 떨어졌습니다. 제비는 성이 나서 곧 다른 곳으로 옮겨 가려고 하는데 빗방울이 또 떨어졌습니다. 제비는 또 쳐다보았습니다. 그 때, 제비는 무엇을 보았겠습니까? 금으로 싸인 복많은 왕자님의 두 눈에 눈물이 잠겨 있어서 두 볼에까지 눈물이 주르르 흘러 있었습니다.

희미한 달빛에 비쳐 보이는 보드라운 왕자님의 말없이 울고 섰는 모양을 보고, 제비는 저의 가슴이 터지는 듯 하였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참다 못하여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왕자님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 이름은 복 많은 왕자란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복 많은 왕자님이 왜 우십니까? 내 날개까지 젖었습니다.”

하니까

“아아, 예쁜 제비야!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울어 본 일이 없이 복스럽게 자랐으니까, 세상 사람들은 복 많은 왕자라고 하였단다. 나는 즐거운 대궐 속에서만 살았는데, 낮이면 대궐 마당에서 신하들과 함께 놀고, 밤이면 금과 비단으로 만든 침대에서 편안히 자고, 그러고 대궐에는 높은 담이 있어서 대궐 밖에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대궐 밖 일은 통 모르고 대궐 속에서만 복스럽게 살다가 그냥 죽었단다. 그랬더니 신하들과 백성들이 나를 이렇게 높은 데다가 세워 주어서, 지금은 이 거리에서 생기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내려다보고 있단다. 그러나 너무도 불쌍한 일이 많아서 눈물이 날마다 저절로 흐른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제비는,

“무얼 당신 몸은 모두 금이고 보석이 많은데요.”

하고는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왕자님은,

“제비야!”

하고, 부르고는 다시,

“나는 이렇게 금과 보석에 싸여 있지만……, 저어기 보이는 저 골목 구석에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가 있는데 그 집 들창문이 열려 있어서, 그 속에 아낙네가 혼자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조그만 계집애가 병이 나서 앓아 드러누웠는데 그 계집애는 자꾸 과자를 사 달라고 울면서 조르지만, 불쌍한 어머니는 가난하여 돈이 없어서 앓는 애에게 차디찬 냉수 밖에 줄 것이 없어서 어머니도 울고 있단다. 그래도 철모르는 어린애는 자꾸 더 조르면서 울고……. 아아, 제비야! 대단히 수고롭지만 내 소원이니, 내 칼자루에 있는 보석을 빼어다가 그 불쌍한 모녀에게 좀 갖다 주어다구……. 나는 두 발이 돌기둥 위에 꼭 붙어서 가지를 못한다. 응, 제비야.”

왕자님이 이렇게 청하였으나, 제비는 모르는 체하고,

“왕자님! 나는 여기서 또 저어 남쪽 나라로 가는 길입니다. 제일 추워서 한시도 더 있을 수가 없고, 또 먼저 가 있는 동무들이 몹시 기다리고 있으니까, 곧 가야합니다. 한시라도 더 지체하다가는 얼어 죽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하룻밤 지체되더라도, 부디 갖다 주어다구. 불쌍한 그 어린애는 병이 쇠진하여서 먹을 것을 찾고 그 어머니도 돈이 없어서 울고만 있으니, 제발 좀 이 보석을 갖다 주고 오렴.”

“그렇지만 나는 어린애가 제일 미우니까 그런 심부름은 안합니다. 올 여름에도 내가 냇가에서 목욕을 하고 노는데, 어떤 어린애들이 와서 돌멩이로 나를 막 때리겠지요. 원래 내몸이 빠르니까 맞지는 않았지만, 어린 애들은 앓다 죽으면 그만이지요. 그것도 제 팔자 아닙니까?”

제비는 그렇게 말은 하였으나, 예쁜 왕자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지성으로 청하는 것을 싫다 할 수가 없어서,

“여기가 춥기는 하지마는, 왕자님께서 기어코 그렇게 하시니 심부름을 하긴 하겠습니다.”

하였습니다.

왕자님은 몹시 기뻐하면서,

“고맙다, 제비야. 고맙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비는 왕자님이 하라는 대로 그 칼자루에 박힌 보석을 빼어 입에 물고, 그 구차한 오막살이 집을 찾아갔습니다. 훨훨 날아서 몇 번이나 남의 지붕에 앉아 쉬어 가지고 억지로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살그머니 그 집 창 옆에 가서 보니까, 방 속에는 어린애가 병들어 누워서 헐떡거리고, 그 옆에서 그 어머니는,

“에그, 어쩌면 좋단 말인가.”

고,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습니다. 제비는 몹시 불쌍히 생각하면서 방으로 들어가서 어린애 머리맡에 그 보석을 놓고, 그리고 어린애 이마를 날갯죽지로 부채질을 해 주었더니 펄펄 끓던 머리가 식고, 어느 틈에 조용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것을 보고 제비는 마음을 놓고 나왔습니다. 제비는 다시 왕자님에게로 와서 그 이야기를 모두 하고,

“이상도 합니다. 아까까지도 그렇게 춥더니 지금은 몸이 이렇게 덥습니다.”

하였습니다.

“오, 그건 네가 착한 일을 하고 온 까닭이다.”

하고 왕자님이 대답했습니다.


이튿날 아침때가 되자, 제비는 냇가로 가서 세수를 하였습니다. 다리 위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제비를 보고,

“야, 제비 봐라, 겨울에 제비가 있는 건 이상한 일인데.”

하고 떠들었습니다.

그 날 제비는 냇가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저녁때 왕자님께로 와서 이제는 따뜻한 나라로 길을 떠나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왕자님은 또 청을 했습니다.

“귀여운 제비야, 오늘밤만 더 나하고 지내자.”

“아니오, 못합니다. 얼어죽기 전에 얼른 가야 합니다.”

“그러나 제비야, 저어기 저 산 밑에 젊은 학자님이 있는데, 그이가 지금 퍽 훌륭한 책을 꾸미는 중인데, 양식거리도 떨어지고, 방도 불도 못 때어서, 그만 끝을 맺지 못하게 되어, 속만 태우고 있단다. 얼마나 불쌍하고 아까운 일이냐? 한 번만 더 심부름을 해 주고 가거라.”

하면서 지성껏 조르므로 제비는 차마 싫다지 못하고 왕자님의 어깨를 만지면서,

“그럼 한 번 더 심부름을 하겠습니다. 칼자루의 보석을 그 학자에게 갖다 주고 오지요.”

“제비야! 칼자루에는 보석이 없다……. 이제는 남아 있는 것이 금강석뿐이다. 이 두 눈 중의 하나를 빼어다가 주고 오너라. 그러면 그 학자님은 그것을 보석 상점에 가서 팔아다가 음식도 사고 불도 피우고, 그 유익한 책을 마저 끝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왕자님의 눈을 뺍니까…….”

제비는 그만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착하고 착한 왕자님의 마음씨에 감동이 되어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왕자님은,

“제비야, 울지 말고 어서 빼어다 주어라.”

제비는 하는 수 없이 그 눈을 빼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비오듯 쏟아지며 우는 목소리로,

“아아, 왕자님!”

하고 쳐다보며 불렀습니다.

“오오, 제비야!”

왕자님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왕자님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제비는 눈 하나를 빼어서 입에 물고, 그 산 밑 학자의 집에 갔습니다. 불도 없는 쓸쓸한 냉방에 젊은 학자님은 턱을 고이고 멀건히 앉아 있었습니다. 제비는 그의 앞에 금강석을 놓고 나왔습니다. 학자님은 깜짝 놀라 제비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제비가 제비가 보석을 두고 가다니, 아이구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비로 하여금 베풀어 주신 선물로 반드시 이 책을 마쳐 내놓겠습니다.”

하면서, 한없이 기뻐서 춤을 추며 돌아다녔습니다.

이튿날 아침 제비가 , 바닷가로 날아가 보니까, 마침 항구를 떠나 남쪽 나라로 가는 배 한 척이 있었습니다. 제비는 그 배 가는 것을 보자, 더 남쪽으로 갈 일이 생각되어서 곧 왕자님에게로 와서 오늘은 꼭 떠나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왕자님은,

“아아, 귀여운 제비야! 꼭 이번 한 번만 내 청을 들어다구. 꼭 이번 한 번만…….”

하고 청하였습니다.

“왕자님! 지금은 벌써 겨울입니다. 이제 곧 눈보라가 치고 몹시 추워서, 아무리 왕자님을 모시고 있고 싶어도, 얼어죽을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결단코 왕자님을 잊어버리지는 않겠습니다. 내년 봄이 되어서 따뜻하여지면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 때는 왕자님에게서 불쌍한 사람들에게 주신 그 보석보다도, 더 아름답고 좋은 보석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제비는 이렇게 사정을 하였지마는, 왕자님은 그 말은 들은 체도 아니하고,

“예쁜 제비야, 이 아래 네거리에 성냥 파는 조그만 계집애가 있는데, 그 조그만 계집애는 성냥을 개천에 모두 빠뜨려서 팔 수가 없이 되었단다. 그런데, 성냥 판 돈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그 애 아버지가 몹시 때려 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어린애가 신발도 없고, 버선도 없이 이 추운데 맨발로 발발 떨고, 머리에는 모자 하나 못 쓰고 울고 섰으니……. 제비야, 내 하나 남은 눈을 마저 빼다가 그 애를 주고 오너라. 그럼 이제는 더 줄 것도 없단다…….”

제비는 자기도 춥기는 하지마는 왕자님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이 되어, 제 몸이 추운 것도 잊어버리고,

“네, 그럼 한 번 더 심부름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왕자님, 아무리 하여도 하나 남은 왕자님의 눈은 빼지는 못합니다. 왕자님! 그것을 마저 빼면 장님이 되십니다.”

하면서 눈물을 흘리니까, 왕자님은

“아니 괜찮아, 어서 빼어다 주어라.”

하는 수 없이 제비는 그 눈 하나를 마저 빼어 물고 날아갔습니다. 발발 떨고 서서 우는 성냥 파는 어린애의 손에 곱게 떨어뜨려 주고 왔습니다.

두 눈이 다 없어진 왕자님은 다녀온 제비의 소리를 듣고 기뻐하였습니다.

제비는 그 눈먼 왕자님을 보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왕자님! 왕자님이 이제는 장님이 되셨으니까, 저는 영영 가지 아니하고, 왕자님을 모시고 여기 살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건 안 될 말이다. 너는 속히 남쪽 나라로 가야 한다. 겨울이 닥쳐오는데 어떻게 견디니…….”

하고, 불쌍하게 된 왕자님이 말을 하였습니다.

“아니오, 추워서 얼어죽어도 왕자님 곁에 있겠습니다.”

하고, 제비는 눈먼 왕자님 앞에서 잤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때가 되었습니다. 인제는 남쪽 나라에도 아니 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느릿느릿 날아서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다니면서 보니까, 욕심 많은 부자가 훌륭한 대궐 같은 집에서 즐겁게 지내는데, 그와는 딴판으로 그 집 문간에는 불쌍한 거지가 밥을 달라고 애걸을 하고 있습니다. 또 어디는 가니까,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어린애들이 손가락을 빨아먹으면서 밥을 달라 울고 있었습니다. 또 어디는 가니까, 아들 없는 노인이 살이 드러나는 찢어진 홑옷을 입고 벌벌 떨면서 남의 집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 불쌍한 꼴을 보고 온 제비는 왕자님께 모두 보고 온 대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왕자님이

“내 몸을 금으로 쌌으니 그것을 조각조각 벗겨다가 불쌍한 사람들에게 주어다구.”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싫단 말 아니하고, 제비가 그 금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벗겼습니다. 아름답고 찬란하였던 복 많은 왕자는 기어이 아무 광채 없는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제비는 그 금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불쌍한 사람들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그 후부터 얼굴빛이 누렇고 푸르고 한 가난한 사람들도 복스러워지고, 구차한 집 아이들도 장미꽃같이 활짝 피어서, 기껍게 복스럽게 놀게 되었습니다.

얼마 아니 있어 쌀쌀한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오고,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하얗게 내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함박눈이 쏟아지고, 지붕마다 길다란 얼음이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가엾은 제비는 추워서 견딜 수 없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눈먼 왕자님을 버리고 혼자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자, 제비는 인제 죽을 날이 가까워 온 줄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왕자님의 어깨 위에 올라 앉을 만큼은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자님 어깨 위에 올라 앉아서,

“왕자님, 안녕히 계십시오. 왕자님의 손에 입이나 한 번 맞추게 해 주십시오.”

하는데, 벌써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왕자님의 눈에서도 두 줄기의 눈물이 비오듯 흐르며,

“아아, 어여쁜 제비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련? 아무쪼록 몸 성히 잘 가거라…….”

“아아니오. 저의 가는 곳은 남쪽 나라가 아닙니다. 저는 죽음의 나라로 갑니다. 영영 다시 뵈옵지 못할 길로 떠나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왕자님!”

“오오, 제비야…….”

“아아, 왕자님…….”

눈물이 비오듯 합니다.

기어이 제비는 마지막으로 날아서 눈 감은 왕자님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그만 숨이 끊어졌습니다.

제비가 죽던 바로 그 때, 무엇인지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납으로 만든 왕자의 가슴 속 심장이 떨어져 쪼개지는 소리였습니다. 왕자님의 빛은 더 거칠어져 흉하게 되었는데, 밤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때, 이 곳의 시장이 왕자가 서 있는 높은 돌기둥 밑을 지나가다 언뜻 쳐다보고,

“에그, 복 많은 왕자의 상이 왜 저렇게 더럽고 흉해졌나.”

하였습니다.

“보석도 금강석도 다 없어지고, 아주 거지꼴이 되었구나. 이대로 둘 수 없다…….”

고 혼자 중얼거리다 보니까, 그 밑에 조그만 제비가 죽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 곧 영을 내려서, 왕자의 상을 내려서 풀뭇간(대장간) 도가니 속에 넣고 녹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납으로 만든 심장만은 영영 녹지를 아니하여, 그냥 그 심장만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마침 그 쓰레기통 속에는 제비 죽은 송장이 내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은 제비와 왕자의 심장은 한 쓰레기통 속에 있었습니다.

이 소문이 쫙 퍼지자, 그중 제비에게서 보석 받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그 이야기를 모두 해서,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참 신기한 일이라고, 또 그런 착한 왕자와 제비는 다시 없다고 전보다 더 좋게 더 좋은 보석을 박아서 왕자의 상을 만들어서 세웠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왕자의 어깨 위에 제비까지 만들어 앉혔습니다. 그리고, 제비의 눈도 좋은 금강석으로 박았습니다.

날마다 사람들이 그 밑에 모여서 절을 하고, 재미있게 놉니다. 대대로 그 이야기가 전하고 영원토록 왕자와 제비의 상은 세상 사람의 존경과 사랑 속에 싸여 늘 봄철이고, 늘 젊어 늙지 아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