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동화집/이상한 술잔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蘇格蘭

—(蘇格蘭의 가도린 湖水)—

스곳트랜드(蘇格蘭) 나라는 지금 英國 나라와 合해 잇스나 예전에는 ᄯᅡ로히 獨立해 잇든 나라임니다.

英國 나라 北ᄶᅩᆨ에 잇는 욱어진 森林 속에 잇는 나라로 山에는 湖水가 만하서 경치가 대단히 아름답슴니다.

그리고 海岸에는 배(船)가 복잡하게 드나드는 港口도 잇슴니다.

이 나라에는 옛날브터 鬼神이나 작은이(小人)의 이약이가 만슴니다. 지금 들려드릴 이약이도 그中 하나이올시다.


이상한 술盞

옛날 이 나라 어느 곳에 아조 험한 산이 하나 잇섯는데 이 산 속에는 무서운 귀신들이 만히 살엇슴니다. 이 귀신들은 사람의 눈에 보히지 안는 술법(術法)을 가지고 동리에 나려 와서 귀여운 어린 아해나 어엽브게 생긴 처녀를 붓잡어 가지고 산 속으로 도라와 잡어 먹는 아조 흉악하고 무서운 귀신들이엿슴니다.

그런데 이럿케 무서운 산 속에 우이스친이라고 하는 용감한 산양군이 하나 살엇슴니다. 우이스친은 무섭게 담력이 세인 젊은 사람으로 활을 잘 쏘아 날마다 산 속을 헤매 단이며 즘승을 잡어서 그것을 동리에 갓다 팔어서 한 분 밧게 안 게신 늙은 어머니를 정성ᄭᅥᆺ 봉양해 듸리는 마음 착한 효자엿슴니다.

새나 즘승이 제아모리 날새게 날으고 달음질한대도 이 우이스친에 견양하는 화살에는 한 번도 살어서 도망가지 못하엿슴니다. 그래서 흉악한 귀신들도 이 우이스친은 뭇척 무서워하여 우이스친이 살고 잇는 집 압헤는 얼신도 못하엿슴니다


엇던 해 조용한 가을 날 저녁이엿슴니다. 우이스친은 다른 날과 가티 산양을 하러 이 귀신들이 사는 산골ᄭᅡ지 들어 왓슴니다. 그런데 이 날은 왼 일인지 즘승도 새도 한 머리를 볼 수가 업섯슴니다. 그래서 우이스친은 마음이 언ᄶᅡᆫ어저서 그냥 집으로 도라 오려고 할 ᄯᅢ인데 믄득 멀리 산기슬에 무엇인지 하—얀 것이 나무 새이에 아른아른하는 것이 잇섯슴니다.

우이스친은 무슨 즘승인가 하여서 활을 견양하야 그 하—얀 것을 쏘려고 하닛가 그 하—얀 것은 별안간 펄펄 날어서 우이스친이 서 잇는 마즌 편 산봉오리에 가 안젓슴니다. 우이스친은 이상히 생각하야 그 하—얀 것을 자서히 치여다 보닛가 이는 별다른 것이 아니고 한 덩어리의 구름이엿슴니다.

『에이 이 ᄯᅢᄭᅡ지 구름을 잡으려고 애를 썻나!』 하고 락심이 되어서 다시 돌아서 가려고 하닛가 그 구름은 ᄯᅩ다시 풀풀 날어서 이번에는 우이스친이 서 잇는 바로 머리 위 한울에 ᄯᅥ 잇섯슴니다.

『이상한 구름도 다 잇다 이는 필연코 귀신들의 작란이 틀리지 안타 무엇인지 모르나 그냥 둘 수는 업다 이 우이스친의 눈에 ᄯᅴ워진 것이면 아모 것이고 살지 못할 것이다』 하면서 우이스친은 다시 활을 들어 그 이상한 구름을 견양하고 쏘앗슴니다. ᄲᅡ르게 나가는 화살은 그여히 그 구름을 ᄭᅬᄯᅮᆯ코 말엇슴니다. 화살이 구름의 복판을 ᄭᅬᄯᅮᆯ차마자 구름은 간 데 업고 우이스친에 서 잇는 발 미테서 무엇인지 철석하고 ᄯᅥ러지는 소리가 낫슴니다. 우이스친은 이것이 분명히 귀신의 작란이라고 다시 활을 재여 가지고 소리 나는 발 밋흘 나려다 보닛가 아 놀나운 일이올시다 그곳에는 ᄯᅳᆺ 밧게 어엽븐 처녀 하나가 샛ᄲᅡᆰ안 피를 흘니고 업듸려 잇섯슴니다.

우이스친은 ᄭᅡᆷ작 놀내여 급히 그 처녀를 두루처 엽고 어두운 산길을 걸어서 집에 도라 왓슴니다. 아들이 즘승의 산양은 한 머리도 안 해 오고 왼 처녀 하나를 두루처 업고 들어오는 것을 본 그 어머니는 크게 놀내여 화살 마즌 불상한 처녀를 밧어서 자리에 누히고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씻처 주며 모자가 정성ᄭᅥᆺ 구호한 결과 조곰 후에 처녀는 다시 ᄭᅢ여 낫슴니다. 우이스친과 그 어머니는 반가워서

『당신은 대톄 누구이고 어대 사는 처녀임닛가!』 하고 아모리 물어 보앗스나 그 처녀는 도모지 말을 안 하엿슴니다. 그저 손짓만 할 ᄲᅮᆫ이엿슴니다.

『아 벙어리 색씨로구나 이럿케 어엽븐 처녀가 구름이 되어 펄펄 날어 다니고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엿슬 ᄯᅢ는 반듯이 곡절이 잇슬 터이닛가 집에다 두고 보십시다』 하고 우이스친은 그 어머니에게 말햇슴니다.

그 어머니도 자기 아들이 쏘은 화살에 마즌 불상한 처녀를 그냥 보낼 수 업서서 집에다 두엇슴니다 불상한 생각에 집에 두기는 하엿으나 그 어머니는 그 처녀가 혹시 귀신이 변화를 하지나 안엇나 하는 무서운 마음이 생겨서 항상 마음을 놋치 못하고 그 처녀의 동정을 엿보앗슴니다.

그러나 그 처녀는 아모 별다른 짓이 업시 우이스친의 어머니를 친어머니나 다름 업시 정성ᄭᅥᆺ 섬길 ᄲᅮᆫ아니라 우이스친을 친오라버니 가티 공경하며 얼골에는 항상 온순한 빗을 ᄯᅴ우고 잇스면서도 무엇을 슯허 하는 듯하야 어머니는 더욱이나 그 처녀에게는 알 수 업는 곡절이 확실히 숨어 잇는 줄 알엇슴니다.

우이스친은 그 처녀가 비록 말을 못하는 벙어릴지언정 대단히 사랑하고 귀여워하엿슴니다. 그러는 동안에 ᄲᅡ른 세월은 언으듯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 갓슴니다. 하로는 아츰브터 바람이 무섭게 불고 한울이 싯검엇케 흐리여 공연히 무서운 생각이 날 만치 일긔가 흉악하엿슴니다.

이럿케 좃치 못한 날이엿스나 무서움을 조곰도 모르는 용감한 우이스친은 여전히 활을 메고 산으로 산양을 나갓슴니다. 원체 날이 흐리고 바람이 몹시 불어서 우이스친은 일상 단이든 길이것만 고만 길을 찻지 못하고 작고 깁흔 산 속으로만 들어 갓슴니다.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날은 점점 더 사나워저서 하늘에는 검붉은 피를 좍 ᄲᅮ려 놋틋이 더 흐려지고 바람은 더욱 더욱 심하게 불어서 졸연히 길을 차저 나갈 수 업섯슴니다. 그래서 우이스친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업시 되야 압흐로 더 나가지 못하고 엇던 큰 나무 밋헤서 잠간 쉬이고 잇슬 ᄯᅢ인데 믄득 어대서인지 괴상하게 ᄭᅡᆯᄭᅡᆯᄭᅡᆯ 웃는 소리가 들렷슴니다. 우이스틴은 ᄭᅡᆷ작 놀내여

『이상도 하다 일긔도 좃치 못한 날 이럿케 깁은 산 속에서 무슨 사람이 잇서 웃고 잇슬ᄭᅡ—』 하고 이상스런 마음으로 우슴 소리가 나는 곳을 이리저리 차저 보앗슴니다 그러닛가 아 놀나웁게도 우이스친이 서 잇는 나무 아래로 샛파란 풀이 ᄶᅩᆨ ᄭᅡᆯ녀 잇는 넓은 들이 잇고 그 들 복판에는 보기에도 흉악하게 생긴 귀신들이 죽 둘너 안저서 맛잇는 음식을 채려 놋코 술을 마시며 웃고 잇섯슴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척 굿세인 우이스친은 조곰도 놀나지 안코 그 나무에다 몸을 착 부치고 귀신들의 하는 동정을 엿보앗슴니다. 그러자 여러 귀신들 중에서 한 놈이

『아 여보게들 안도림 성에서 훔처온 공주가 업서진 지가 발서 석 달이 지나지 안엇나—』 하닛가 ᄯᅩ 한 놈이

『글세 말이야』 하고 대답을 하엿슴니다 그러더니 이놈저놈이 제각기 한 마대식 중얼거렷슴니다.

『그 공주는 지금 어대 가 잇는지 아모도 모르나?』

『글세 말이야 우리도 모르게 어대 가 잇슬ᄭᅡ!』

『그럿치만 그 게집애는 벙어리를 만들어 노핫스닛가 어대를 가든지 우리의 일이 발각되지는 안을 걸!』

『그럿치 참 그런대 이 술잔으로 술 한 잔만 ᄯᅡᆯ어서 먹으면 담박 그 술법이 벗겨저서 말을 하게 될 걸……… 허참 그러나 이런 소리를 누가 드르리 쉬 쉬………』

이럿케 말하는 귀신의 손에는 과연 이상스럽게 생긴 술잔 하나가 손에 쥐여 잇섯슴니다.

그러더니 여러 귀신들은 일제히 그 술잔으로 술을 ᄯᅡᆯ아서 돌려 가면서 먹고 잇섯슴니다. 나무 뒤에 숨어서 이것을 죄다 엿듯고 잇든 우이스친은 올타 인제야 그 처녀의 일을 알게 되엿다 하면서 얼른 그 밋헤 진흙을 파서 얼골에다 함부로 문질너 얼골빗을 샛밝아케 맨든 후 급히 몸을 날새게 ᄯᅱ여서 그 귀신들이 잇는 맨 ᄭᅳᆺ헤 자리에 가서 귀신들과 가티 텬연스럽게 안젓슴니다 저녁 ᄯᅢ가 되고 날이 흐려서 산 속은 아조 캄캄하여 귀신들도 이것을 모르고 잔을 차차 돌려서 우이스친의 차례ᄭᅡ지 돌아 왓슴니다. 우이스친의 바로 엽헤 안젓든 귀신이 술을 부어서 우이스친을 주며 참말 귀신인 줄 알고

『자네는 오늘 읏재 이리 점잔어젓나 말도 안 하고 색씨 가티 감안하 안젓스니………] 하고 ᄭᅵᆯᄭᅵᆯ 우섯슴니다. 우이스친은 술잔을 밧자마자 몸을 번개 가티 날려 그냥 화살 가티 달어낫슴니다

『야 이놈 술잔 도적놈이로구나』 하고 귀신들은 일제히 소리를 치면서 달어나는 우이스친의 뒤를 밧작 ᄶᅩᆺ처 옴니다. 우이스친은 잡히기만 하면 여러 놈의 귀신에게 ᄶᅵᆺ겨 죽을 판이라 평생의 죽을힘을 다 하야 언덕이고 산이고 들이고 물이고 상관할 것 업시 막 달어 낫슴니다. 그러나 귀신들은 여전히 ᄭᅳᆫ치지 안코 우이스친의 뒤를 밧작 ᄯᅡᆯ어 왓슴니다.

그럿케 ᄶᅩᆺ겨 달어난 것이 먼—동이 훤하게 트도록 ᄶᅩᆺ겨 달어 낫슴니다. 그래서 우이스친은 너무 피곤하야 귀신들에게 거진 거진 붓잡히게 되엿슴니다 그러자 멀리 동리에서

『ᄭᅩᆨ기요』 하고 닭의 우는 소리가 들녓슴니다 닭의 우는 소리가 들니자 이ᄯᅢᄭᅡ지 죽을 둥 살 둥 하고 ᄶᅩᆺ처 오든 귀신은 일제히

『에 틀녓다 발서 날이 새엿고나』 하고 듯기에도 무서운 소리를 치고 제각각 헤여저 가 버렷슴니다. 그ᄯᅢ야 우이스친은 살엇다는 듯이 한숨을 휘 쉬이고 다시 길을 차저서 해가 중천에 ᄯᅥ올낫슬 ᄶᅢ야 저의 집에 이르럿슴니다.

우이스친의 어머니와 불상한 처녀는 날이 새도록 우이스친이 도라 오지를 안는 고로 크게 걱정을 하며 눈이 ᄲᅡ지게 기다리고 잇다가 우이스친의 도라 오는 것을 보고 버선발로 ᄯᅱ여 나와 우이스친을 마저 듸렷슴니다. 우이스친의 옷은 ᄯᅡᆷ으로 홈박 젓고 씨저저서 보기에 펀 처참해 보혓슴니다. 우이스친은 숨이 차서 말은 못하고 가슴 속에 감추어 가지고 온 술잔을 내여서 집에 잇는 술을 한 잔 ᄯᅡᆯ어 처녀에 입에다 대여 주엇슴니다.

그 술잔에 술이 처녀의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이상하게도 처녀의 단단히 굿어 잇든 혀바닥이 보듈러워지면서 비로소 말소리를 내게 되엿슴니다. 처녀는 깃븐 마음을 참지 못하야 우이스친에 손을 잡고

『아 당신의 은혜는 참말 죽어도 닛지 못하겟슴니다 인제야 무엇을 숨기겟슴닛가! 나는 안도림 성에 게신 임금님의 ᄯᅡᆯ 메리 공주올시다』 하엿슴니다.


이 안도림 성에 게신 임금님의 하나밧게 업는 귀여운 ᄯᅡ님 메리 공주가 업서진지는 임의 일 년이나 넘은 고로 임금님과 왕비는 날마다 걱정으로 지내며 슯허 하엿슴니다.

여러 백 명의 무사(武士)들은 밤에 잠을 안 자며 메리 공주를 차즈려고 애를 썻스나 공주의 종적을 도모지 알 길이 업엇슴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군사들을 식하여 그 나라 백성들의 집을 삿삿히 뒤저 보게 하엿스나 역시 공주를 찻지 못하여서 임금님과 왕비님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중이엿슴니다.


우이스친은 어적게 밤에 귀신들의 이약이를 듯고 그 처녀가 공주인 것을 알엇스나 그 어머니는 공주의 말을 듯고야 그 처녀가 임금님의 하나밧게 업는 귀여운 ᄯᅡ님인 줄 알고 크게 놀내서

『아 메리 공주!』 하고 공주님의 압헤 업듸려 절을 하엿슴니다. 공주님은 황망히 그 어머니를 일으키면서

『아니올시다 이 몸을 살려 주신 은혜는 죽을 ᄯᅢᄭᅡ지 잇지 못하겟슴니다. 나는 이제로브터 일 년 전 어느 날 대궐 ᄯᅳᆯ 압해서 ᄭᅩᆺ구경을 하며 놀고 잇슬 ᄶᅢ인데 별안간 어대서 왓는지 귀신들이 몰켜 와서 나를 잡어 가지고 구름을 타고 아조 깁은 산 속으로 다리고 왓섯슴니다 그래 귀신들은 나를 달어 나지 못하게 하느라고 구름 우헤다 올녀 논 채 저의들ᄭᅵ리만 날마다 산 속으로 나무 위로 ᄯᅱ여 단이면서 인제 나와 ᄯᅩᆨ가튼 처녀를 하나만 더 잡어 오면 함ᄭᅦ 잡어 먹겟다고 하겟지요 그래서 나는 구름 우헤서 죽기만 기다리고 잇슬 ᄯᅢ인데 맛츰 당신이 활을 쏘아서 살어 낫슴니다』 하고 이ᄯᅢᄭᅡ지 지낸 일을 죄다 이약이 하엿슴니다.

우이스친 산양군으로 해서 메리 공주가 무사히 살어 낫다는 소문이 퍼지자 안도림 성에서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시든 임금님과 왕비는 하늘에나 오른 듯이 깃버하야 즉시 군사들에게 황금수레를 보내 공주님을 모셔오라고 하엿슴니다. 그래서 공주님은 무사히 안도림 성에 도라 왓슴니다.

공주님에게 자서한 이약이를 들으신 임금님ᄭᅦ서는 우이스친의 모녀를 성으로 불러 드려서 우이스친의 귀신 가튼 재조를 만히 층찬하고 이 어엽븐 공주와 혼인을 하야 그 나라를 길이길이 빗냇다고 함니다.

—「 ᄭᅳ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