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생/74호
소학생
1월치
아협 발행74호
즐거운
한때
기쁜 소식을 받고서
윤 태영
"선생 님, 오늘은 편지가 이렇게 많아요! 이건 선생 님께 온 것이에요."
"모두 새해의 기쁜 인사 편지인가보다. 나에게도 왔어? 어디 보자."
우리 학교에는 조그만 우편국이 있다. 사진 뒤에 있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종류의 편지를 보여 주고, 이것에 따라서 학교 속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다. 기쁜 소식을 받는 어린이들은 참 좋아 한다.
국민학교를 마치고서도 편지 한 장 쓸 줄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안타까워, 글 쓰는 공부를 겸하여 편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실제 생활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리 신통치 않던 우편국이, 요새 와서는 꽤 바쁘다.
이 사진 한가운데 서 있는 어린이가 꼬마 우편국장이다. 이 우편국장은 여러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꽃수레의 이야기를 "소학생" (65호)에 써 주신 정비석씨의 따님이다. 요새는 편지를 보고 나누는데에 바뻐서 기뻐하면서도 쩔쩔매고 있다. 이렇게 어린이들이 편지 한 장이라도 살아가는 데에 익숙 해지는 것을 볼 때마다, 무한히 기쁘다. 편지가 너무 많아서 바뻐하는 꼬마 우편국장의 일을 도와 주는 것은, 나의 가장 즐거운 일의 하나다. 다른 지방 어린이에게도 편지 왕래를 하겠다는 것이 꼬마 우편국장의 계획이다.
4283년 1월 1일 발행 1월치 74호 |
차 례
호랑이 전설 최 상수(4)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라 윤 석중(5)
호랑이 속담집 편집부(6)
- <연재소설>
채석장의 소년 염 상섭(8)
이름없는 별들 정 인택(22)
모오구리 작 은돌(32)
○생물 수수께끼 진 환(20)
○외교조약은누가먼저 주 용만( 7 )
○장엄하다! 천지 홍 종인 (17)
○새공부 윤 태영(39)
동요・설 날 윤 석중(19)
동요・어린보리싹 권 대웅(16)
동요・사냥군 한 인현(37)
애독자 상타기 새문제 (46)
작문・가을 안 영찬(31)
우리동무동시집 (30)
소년상식문답 (10)
세계 금언집 (27)
☆그림 그리신 분☆
정 현웅・김 규택・조 병덕
임 동은・김 의환・최 수섭
겉장・정 현웅
☆ 이달의 메모 ☆
1월 1일 ⋯ 설날
1월 6일 ⋯ 소한(小寒) 이십 사 절기의 하나. 동지(冬至)와 대한(大寒) 사이에 있는 절후.
1월 8일 ⋯ 서력 1642년 1월 8일 이태리의 대발명가 가리레오 가리레이가 죽었음.
1월 21일 ⋯ 대한(大寒) = 이십 사 절기의 마지막 절추, 대단히 추운 이 절기가 지나면 뒤에 새로 입춘(立春)이 된다.
올해는 경인년(庚寅年)이니까 호랑이(범)해입니다. 전설 학회 회장으로 계신 최 상수 선생께 호랑이에 관한 전설을 듣기로 합시다. (편집부)
우리 나라 전설 가운데에서도 호랑이에 관한 전설이 많이 있으니,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나라에는 산이 많고, 옛날에는 산이라는 산에는 모두 수목이 울창하였으므로, 이런 호랑이가 자연히 많이 살게 되었던 까닭에 호랑이와의 교섭이 특히 여러 방면에 걸쳐 있음을 보는 바입니다.
호랑이 이 사진에 있는 호랑이는 이십 여년 전에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잡은 것인데, 그 표본은 지금 경기중학에 보관되어 있읍니다
지금은 산에 나무도 많이 없어지고, 발가 벗은 산이 많아서 짐승 특히 호랑이의 위해는 없어졌지만 지금으로부터 수백년 전에는 호랑이의 위해가 퍽 많았던 것은 특히 전설·민속학 상으로 보아 잘 알 수 있읍니다. 옛날에는 오늘날과 같이 교통이 발달되지 못하여 이 고을에서 저 고을로 가려면 대개는 산길을 걷게 되고, 산 고개를 넘게 되는데, 그러자니까 산 속에서 살고 있는 호랑이가 산 길가 또는 산 길 모퉁이, 고개 같은 데서 나타나 사람을 잡아 먹고 잡아 먹고 하므로 사람들은 이것을 두려워하여 항상 이 호랑이의 위해에 방비를 하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짐승은 특히 호랑이는 쇠소리나 불을 무서워하므로 밤에 길을 걸을 때에는 반드시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가게 되는데, 큰 관솔에다 횃불을 붙여 들고 꽹과리를 치며 호랑이의 위해를 막으면서 산길을 걸었으며, 또 낮에는 나귀나 말, 소에다 쇠 방울을 많이 매달아서 그 위해를 막으면서 무사히 산길을 걸어가고 하였던 것입니다. 서울 같은 큰 도회지 같은 데서는 보기 드물지마는 지금도 시골 산촌 같은 데를 가보면, 나귀나 소, 말에다 많은 쇠 방울을 매달아서 쇠 소리가 나게 하며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읍니다.
이와 같이 호랑이와 교섭이 많으므로 해서 한편으로는 또 이 호랑이를 신격화(神格化)하여 산신(山神), 산신령(山神靈), 산령(山靈) 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고, 산촌 동네 산 위에는 산신각(山神閣)이라는 당집을 지어 그 안 벽에다가 호랑이의 화상을 그린 족자를 걸고 제사를 지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 나라에만 있는 전설로서 호랑이에 관한 어떠한 전설이 있나 하며는, 맹주 숭배형(猛獸 崇拜型), 보은형(報恩型), 인호 교구형(人虎 交媾型), 복수형(復讐型) 등의 전설이 있읍니다. 이제 여기에 ⟨그⟩것을 일일이 모두 적을 수는 없으므로 그 중의 몇 개만을 간단히 이야기하겠읍니다.
- 오뉘탑
충청 남도 공주 계룡산 연천봉 중턱에 두 탑이 서있으니, 이 탑이 세상에 유명한 오뉘탑(男妹塔)으로서, 옛날, (이조 때) 이 탑이 있는 절에 한 중이 있어,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을 즈음,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으르렁거리며 목을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비고 하는데, 정신을 차려 자세히 보니, 그 호랑이의 입안 목구멍에는 여자의 비녀가 걸려 있음을 보았읍니다. 중은 무서운 가운데서도 생각하기를 이 호랑이가 나보고 그 비녀를 빼어달라는가보다 하고 손을 호왕이의 입 안에 넣어 비녀를 빼내어 주었읍니다. 그랬더니 호랑이는 그제야 좋다고 가로 뛰고 세로 뛰고 하여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땅에 몇 번이나 대이고는 어디로인지 가버리고 말았읍니다.
윤 석중
옛날 중국 땅에, 이광이라는 활 잘 쏘는 장수가 있었는데, 한번은 캄캄한 밤중에 깊은 산속에서 호랑이와 딱 마주쳤더란다. 자아, 어찌 되겠는가. 내뺄 수도 없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꼼짝 없이 집혀 먹히게 되었는데, 이광이는 속으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이니, 넨장할거, 활로 한번 쏘아보기나 하자" 고, 정신을 바짝 차리어, 활로 쏘았다. 다행도 해라, 그가 쏘은 화살은 보기좋게 호랑이를 드리맞춰, 호랑이는 그 자리에 픽 쓰러져버리더란다.
이광이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가가서 죽어자빠진 호랑이를 자세 드려다 보니, 이건 천만 뜻밖에 호랑이가 아 니고, 시꺼먼 바윗덩어리더란다.
그는 얼떨 김에 바위를 호랑이로 잘못 보았고, 정신을 차려 쏘은 화살은, 그 단단한 바위를 꿰뚫은 것이었다. "내 힘이 이렇게도 세던가" 하고 그는 다시 한번 활을 당기어 쏘아 보았으나, 이번 화살은 바위에 맞자 힘 없이 땅으로 떨어지더란다.
어찌 중국 땅 이광이뿐이랴. 자동차가 무서워 피하다가 전차에 치는 사람, 불 붙은 집속에서 옷을 챙겨 입노라고 동동거리다가 이내 살아 나오지 못한 사람, 눈구덩이에서 발버둥질 치다가 더 깊이 빠진 사람, 이런 사람들은 다 허둥대다가 낭패를 본이들이니,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랬다고, 큰 일을 당할수록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 살아 날 도리를 마련해야 하는 법이다.
그 이튿날, 중은 전날과 같이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는데, 전날 나타났던 그 호랑이가 들어와서는 자기 등에 타라는 시늉을 자꾸 하므로, 중은 이상하게 생각하고서 호랑이의 등에 올라 타니, 쏜살같이 달아나더니 어느 숲속에 내려 놓았읍니다. 보니까 그 곳에는 웬 젊은 여자 한 사람이 기절하여 누워있었읍니다. 중은 호랑이를 보고 "이게 무슨 못된 짓이냐?" 고 꾸짖으니, 호랑이는 고개를 숙으리고 어디로인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리하여 중은 그 여자를 업고 절로 와서 방에 누이고 간호를 하니, 그제야. 그 여자는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이 눈을 뜨며 여기가 어디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읍니다. 중은 이렇게 된 시종을 이야기하니, 그 여자는 자기는 공주 사는 임(林)씬데 혼인하는 날 밤, 뒷간에 나간 후의 일은 모르겠다고 말하므로 중은 그러면 친가에 기별을 하겠다고 하니, 그 여자는 굳이 이를 거절하며, "나를 구해준 이는 스님이시니 나도 스님과 같이 중이 되어 불도(佛道)를 닦으며 스님을 도와드리겠읍니다" 고 눈물을 흘리면서 결심을 표하므로, 중도 하는 수 없어 그 여자와 결의 남매를 맺고 불도를 닦으면서 깨끗하게 지냈다고 하는데, 이를 기념하고자 각각 탑 하나씩을 세우고 이 두 탑의 이름을 "오뉘탑" 또는 "남매탑" 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호랑이 ★ 속담집
-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위험을 면할 수 있다.
○호랑이에게 개를 꾸어 준다.
- 극히 위험한 경우에 말한다.
○호랑이 보고 창구멍 막기.
- 대단히 당황하는 모양을 말한다.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
- 어떤 사람의 말을 하고 있을 때 마침 그 사람이 올 때 쓴다.
○하로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 아랫 사람이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을 때 쓴다.
○자는 범에 코침 주기.
-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것을 스스로 재화를 산다는 말.
○산 호랑이 눈섭.
-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구한다는 뜻.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
- 위험을 무릅쓰고 하지 않으면 일은 되지 않는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 좋은 일을 하여서 후세에 이틈을 남기라는 뜻.
○범에게 날개.
- 힘이 많이 있는데 더욱 다른 힘이 덧 붙는다.
효자 포수
옛날 (이조 때), 강원도 정선 고을에 박(朴)씨라는 포수가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자기를 낳던 해, 산 고개를 넘어 오다가 호랑이에게 물리어 이 세상을 떠나고, 편모 슬하에 자라났었읍니다.
하루는 그의 어머니가 이웃 마을의 장에 나간채 돌아오지 않으므로 문득 호랑이에게 잡혀먹히지나 안했나 하고서 그는 곧장 총을 어깨에 메고는 이웃 마을로 가는데, 산길 높은 고개에 이르자 한 마리의 커다란 호랑이가 나타나 으르렁거리므로 그는 총을 들어 이것을 곧 쏘아 죽이고 그 근방을 보니, 한 곳에는 웬 늙은 여인이 기절하고 있었읍니다. 이리하여 그는 곧 그 곳으로 달려가 보니, 그 늙은 여인은 자기 어머니였읍니다. 그는 더욱 놀라 기절해 있는 자기 어머니를 등에 없고 집으로 돌아와 극진히 간호하자 어머니는 다시 살아났읍니다.
이것을 안 그 고을 사람들이 그의 용기를 칭찬하고 그 동네에다 기념비를 세웠다고 하는데, 그 뒤로는 그를 "효자 포수"라 불렀다고 합니다.
외교조약은 누가 먼저 체결했나?
오 경석(吳慶錫) 선생
조 용 만
우리 나라가 외국과 처음으로 조약(條約)을 맺은 것은 지금부터 60년 전의 일입니다. 그전까지는 쇄국(鎖國)이라고 해서 남의 나라와는 일체 왕래라든지 교섭을 끊고 좁은 우리 나라 속에 그냥 틀어박혀서 우물 안 개고리 모양으로 제가 제일 장한 것 같이 살아왔던 것입니다.
고종 13년(병자(丙子)=서력기원으로 1876년) 정월에 일본 군함이 인천(仁川)에 와서 우리 나라와 나라끼리의 교제를 터서, 서로 왕래하고, 또 물건들을 서로 사고 파는 통상을 하자고 졸랐읍니다.
그 때, 우리 나라 정부에서는 물론 이것을 반대하여 일본이고 어떤 나라이고 간에 외교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고 떠들어댔읍니다.
그러나, 세계의 대세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들 개인끼리도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이웃끼리 왕래하여, 물건을 서로 바꾸어야 살수 있는 것과 같이, 나라끼리도 서로 왕래하고 교섭하여야 살 수 있지,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읍니다. 이미 세계각국이 외교와 통상을 시작하여 서로들 없는 것을 주고 받고, 또 남의 장점을 배워 와서 자기 나라의 부강(富强)을 도모하고 있었읍니다. 이것을 먼저 깨달은 어른이 오경석(吳慶錫)선생이었읍니다.
오 선생은 일찍부터 나라 일로 북경(北京)에 왕래하게 되어, 그 때 이미 청(淸)나라에서 외국과 조약을 맺고, 외교, 통상 관계를 시작하여 오던 것을 몸소 보아왔고, 또 북경에서 여러 가지 서양의 선진국가에 대한 책들을 보아왔으므로, 우리 나라도 이렇게 있어서는 안될 것을 깊이 깨달았읍니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조정에 가득찬 완고한 대신들의 생각을 돌아서게 할 수는 없었읍니다.
이리하여 우의정(右議政)이던 박 규수(朴珪壽)에게 여러 가지로 잘 설명하여, 드디어 이 박 규수의 찬성으로 정부에서는 나라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다른 나라와 외교조약을 맺기로 결정하여, 일본과 수호(修好)조약을 맺는데 찬성하게 되었읍니다.
★세계 명작 소년 소설★
十五少年 {전후합편}
주울스 베르느지음 ・ 이 경열 번역
"十五少年"이 얼마나 재미있는 소설인지는 읽어보지 못한 분은 짐작도 못할 것입니다. 전에 발행했을 때 사지 못하고 찾는 분이 많아서 이번에 전후편 합본으로 다시 재판 하였읍니다.
책값・370원 서울 천문사 발행
・ 전에 건민문화사에서 전편, 후편으로 낸 것을 합본한 것입니다.
・ 책사마다 팔고 있으니 누구나 한권씩 꼭 가지십시다.
그때 우리 나라 대표로서는 접견대신(接見大臣) 신헌(申櫶)과 부관(副官) 윤 자승(尹滋承)이 있었으나, 이들이 물론, 외국과의 조약맺는 절차라든지, 방식을 알 까닭이 없었으므로, 북경에서 이런데 대한 견문과 지식을 가지고 나온 오 경석 선생이 실상은 이 일을 도맡아 보게 되었읍니다.
이리하여 여러 차례 교섭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그 해 2월 2일에 강화(江華)에서 조약이 체결되었읍니다. 이 조약을 강화조약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되어서 국제정세에 밝은 오 선생이 있었던 까닭으로, 우리 나라도 남보다 늦으나마 외국과 통상, 수호의 조약을 맺어 개명한 나라 행세를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 오 선생은 외교관계의 모든 일을 맡아 보아, 우리 나라를 개화시키는데 큰 공로를 세웠읍니다. 아호(雅號)를 역매(亦梅)라고 하여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나는 재주를 갖고 있었읍니다.
아뭏든 우리 나라의 선각자로 잊지 못할 어른이십니다.
장편 연재 소설
염 상섭 ・ 그림 김 규택
거리에 맺은 인연
1
처서(處暑)가 지났으니 노염(老炎=늦더위)도 마지막 고비다. 제법 선들한 가을 바람이 가벼이 후루룰 끼치면, 땀에 밴 샤쓰가 등에 척근 하고 붙는 것이 시원은 하나, 폭양 밑에서 일에 삐친 완식(完稙)이는 몸이 하두 고달퍼서, 얼굴에서 부터 전신에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그 찬 기운이 도리어 뼈에 저리게 스미며 싫다. 오수수한 품이 감기나 들리지 않았나? 병이 나려나? 하는 생각을 완식이는 어린 마음에도 혼자 해가며 조약돌을 깨뜨리는 마치질을 쉬지않고 있다. 땟덩이 수건을 쓰고 마주 앉아서 돌을 깨는 어머니도, 아무 소리 없이 장도리를 든 손만 부지런히 놀린다.
햇발은 까맣게 쳐다보이는 산기슭에 이울어가고, 선들바람도 나기는 하였지마는, 학교 운동장보다도 더 넓은 이 채석장 안은, 한나절, 불볕에 아직도 이글이글 끓는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이 벌판에서, 간신히 대패밥 모자 하나로 얼굴을 가리우고, 종일을 앉았는 완식이의 등은, 여전히 따갑고 머릿속은 띵하니 닳았다.
쨍그렁 땅- 하고 큰 돌을 쪼개는 모진 금속성(金屬性)의 큰 망치 소리, 여기 저기에 널려 앉아서 또드락 또드락 하고 돌다듬는 소리가 하얗게 깎아질린 화강암(花崗巖)의 절벽 밑에서, 이 넓은 마당으로 퍼져 흘러 나오는 사이로 어느덧 한가롭게도 풀뽈 지르는 소리가 뻥뻥 나기 시작하였다. 똑같이 깨끗한 운동복에, 검정 목다리 구두를 신은 어린아이 둘은 절벽을 등지고 섰고, 바깥쪽에 서서 이리로 공을 질러 넣는 좀 큰 아이는, 소년 축구단의 선수인지, 본격적으로 스탁킹에 축구화를 신었다. 어린아이의 발길이건마는 공은 제법 팽 팽 날은다. 단조로운 일에 찜증이 난 완식이는, 처음에는 호기심과 부러운 생각에, 손을 쉬고도 바라보고 마치 든 손을 놀리면서도 가끔가끔 고개를 들어 보았으나, 인제는 그것도 심상하여졌다.
커다란 공이 뒤로 띡디굴 띡디굴 굴러간다. 완식이는 무심코 돌려다 보며 벌떡 일어나서 한번 질러보았으면 시원할 것 같았으나 참아버렸다. 생전에 저런 공은 발길에 대어본 일이 없다. 전쟁통에는 풑뽈커녕 고무공도 없던 시절이라 국민학교에서 돌맹이를 굴리며 고무신짝의 앞뿌리를 금시로 꿰뜨려서 어머니한테 야단도 조이 맞았던 것이다.
완식이는 이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며 마치 든 손을 여전히 놀리고 앉았자니, 별안간 윙 소리가 나며 무엇인지 관잣노리를 내 받는 바람에, 어찔하고 귓속이 잉하며, 그만 장도리를 손에 든채 쓰러졌다. 채 눈을 뜰새도 없었으나, 뺨을 껄끔하고 스친 것이 뻣뻣한 가죽인 모양이니, 공인가 보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들었을 뿐이요, 그 다음 일은 까맣다. ……
정신이 들며 눈을 먼히 뜨고 보니, 어머니 무릎에 안겨 누웠고, 누구인지 제 또래만한 어린 학생 아이가 눈이 똥그래서 걱정스러이 들여다보며,
"인제 정신 나니?"
하고 물으며, 이마에 얹힌 물수건을 들어다가 옆에 놓인 바가지 물에 다시 추겨서 얹어주고 있다.
"음……"
완식이는 대답인지 아파서 나오는 신음소리인지 한마디 하고서 고개를 숙이고 위에서 말뚱이 내려다 보는 아이의 얼굴을 미주 쳐다 보며,
-- 정말, 우리 집 동네에서 보던 그애로구나!
하는 생각이 흐릿한 머릿속 저 뒤에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까부터 공을 마주 지르던 세 아이 중에, 이 아이가 눈에 익어서 보던 아이다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안됐다. 질못했다."
머리에 뜬 하얀 등산모자 밑에서, 반짝이는 똥그란 예쁜 눈이, 인제야 안심한 듯이 상긋 웃는 것을 보고, 완식이는 또한번
"응……"
하였다. 도리질을 하여 보이지는 않았으나, 이번의 "응"은 저편의 사과에 대한 인사이었다.
"안되었읍니다. 용서해 주세요."
학생아이는 완식이 어머니에게 몇번이나 허리를 굽혀 보였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읍니다."
다른 두 아이들도 뒤따라 꾸벅꾸벅 절들을 하였다.
"무어 무심쿠 그렇게 된거지 어디 일부러 한 일인가, 애들 쓰지 마라."
이 소년의 어머니는 정신이 난 아들의 겨드랑이를 좌우로 껴 일어 앉치며 예사로운 목소리로 대꾸를 하여 주었다. 아이들을 쳐다보는 그 눈은, 웃음은 띄어 보이지 않았으나 아무 악의없이 어질어 보였다. 까맣게 탄 얼굴도 잔주름은 잡혔으나, 이 아이의 모습과 같이 갸름하니 상냥스러운 낮이다. 이 아낙네는 앞에 앉은 아들이 별안간 쓰러지는 것을 보고, 에그머니 소리를 치며 뛰어들어 안은 뒤로 인제야 비로소 입을 여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우우 꾀여들어서 법석을 하고, 저편 우물의 물을 떠다가 물수건을 해주고…… 한참 부산한 동안에도 해쓱히 눈을 감고 안긴 아들의 얼굴만 조용히 들여다 볼 뿐이지, 입을 벙긋도 아니하던 이 아낙네가, 나중에 무슨 야단을 치고 참았던 분푸리를 할찌 몰라서 눈치만 슬슬 보고 겁을 잔뜩 집어먹었던 아이들은, 천만뜻밖에도 도리어 애를 쓰지 말라는 공살스러운 말에 일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일변 고맙고 한층 더 미안한 마음에 저희끼리 마주쳐다보며, 연해 안됐읍니다, 안됐읍니다, -- 소리만 뇌이고서, 그 자리를 떨어져 공이 굴려 있는 데로 왔다. 그러나 선모슴들의 생각에도 이런 험상궂은 막버리는 할 망정, 무던하고 얌전한 어머니라고 속으로 탄복하는 것이었다.
2
뻥!
그 중의 점잖은 아이는, 내달는 길로 공을 한번 시원스럽게 내질렀다. 이것을 보자 쓰러진 완식이를 간호하여 주던 아이가
""인젠 그만 두구 가자꾸나."
하고 말리면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 모자(母子)는 돌깨뜨리던 자리에는 눈에 안띠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가 있은 끝이라, 흥도 빠지고, 그 모자가 보는 앞에서 또 공을 차기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까짓 것쯤 어쨌단 말이냐? 일사병(日射病)으로 쓰러졌지, 우리 공 때문이라던. 어서 저리들 가서 서라."
축구화를 신은 점잖은 아이는 명령하듯이 피잔을 주었다. 이 아이도 사살 하나 아니 만나고, 그 아낙네가 곱살궂게 굴던 것이 고맙지 않던 것은 아니나, 그야말로 그까짓 것쯤 벌써 잊어버렸다.
세 아이는 다시 공을 차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눈에 잠간 안띄던 까무러쳤던 아이가, 바로 저편 뒤 그늘에 와 앉아서 머리를 쥐고 있는 양을 보니 구호해 주던 소년은, 활수있게 공만 뻥뻥 지르고 있기가 역시 안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데려다가 저기 앉치고, 자기만 일터로 가서 혼자 돌을 쪼개고 있다.
간호해 주던 소년은 몇번이나 흘금흘금 돌려다 보며 아픈 아이의 기색을 살피다가 공은 두 아이에게 맡겨 두고, 쉴겸 완식이가 앉았는 그늘로 왔다.
"좀어떠냐? 인젠 괜찮으냐?"
소년은 완식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어른답게 묻는다.
"아직두 좀 힝 해."
(문) 물고기는 잠을 자는가?
(답) 잠을 잡니다. 밤에 자는 것도 있고 낮에 자는 것도 있습니다. 대체로 하등 동물일수록 잠자는 시간이 짧은 터인데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으므로 자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금붕어가 낮에 꼼짝 않고 서 있을 때는 그것이 자는 것입니다. 금붕어는 낮에 자기도 하고 밤에 자기도 합니다.
(문) 연필에 H라든가 B라든가 적혀있는 것은 무엇인가?
(답) 연필 심의 딱딱하고 물른 것을 나타내는 글짜입니다. H는 딱딱한 것이고 B는 물른 것인데 H가 많을수록 딱딱하고, B 가 많을 수록 물르고 진합니다.
완식이는 잠간 거들떠 보고는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아까는 까만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서 겁이 났었지만, 인제는 핏기가 돌아서 야쁘장한 검붉은 얼굴이, 제대로 피어났고 눈은 열기가 있어 그런지, 야윈 얼굴만 보아서는 커닿고 어글어글 하다. 소년은 완식이가 아까 까무려쳤다가 피어나며 눈을 반짝 뜰 때부터, 그 모습이 돌 깨뜨리는 아이 쳐놓고는, 어딘지 점잖은집 아이 같이 귀염성스러웁고 또랑또랑한 그 눈매에 호감을 가졌던 것이지마는 다시 볼쑤록 저의 반에서 날마다 만나는 동무같은 친숙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혼났다! 아무러면 그까짓 공에 얻어맞고 대번에 쓰러지더란 말이냐."
소년은 완식이 옆에 퍼더버리고 앉으며 웃었다. 완식이도 그까짓 풀뽈에 맞고 쓰러진 것이 부끄러운 듯이 생긋하며 소1년을 돌려다 보았다. 그 웃는 입모습과 눈찌가, 잠간 본 저 어머니와 어쩌면 그렇게 같을까 싶어, 소년은 도 새삼스럽게 친한 생각이 들었다. 소년의 머리에는, 아까 잠간 눈을 스쳐간 이 아이 어머니의 그 어진 눈찌와, 정다워 보이던 입모습이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소년은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영원히 잃어버린 어머니의 어진 눈과 어머니의 웃는 입모습을 거리에서 찾은듯이, 어린 머리에 비치었던 것이다.
"너 웃는걸 보니, 참 마음이 좋구나. 나 같으면 말두 안하려 들텐데……."
소년은 진심으로 또 탄복하였다. 동네에서 고무공을 가지고 놀다가 장독대에만 떨어져도
"장독 깨진다. 어떤 망한 녀석 들이냐?"
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지 않으면, 비싼 밥 먹고 좁은 골짜기에서 이게 무슨 개지랄들이냐 큰 길로 나가 놀라고, 개새끼 모라내 듯이 내쫓는 것이 점잖다는 집의 어머니인데, 늬 어머니는 어쩌면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너 어디 사니?"
"저 전차길 건너 중학교 뒤에."
완식이는 옆에 앉은 소년의 토실토실한 쪽 뻗은 정갱이와 그보다도 먼지는 앉았어도 탄탄한 목다리 구두로 자꾸 눈이 가는 것을 외면을 하며 마지못해 대답을 하였다. 누구나 집을 묻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대답이 딱 막히고, 집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면 답답하였다.
"나두 그 근처인데, 몇 번지냐?"
소년은 한동네나 아닌가 하는 반가운 생각에, 어디쯤 되는지 어림을 쳐보려고 묻는 것이다.
"몰라."
저의 집 번지를 모른다는 말에, 이만큼이나 똑똑한 애가 왜이리 어림이 없나? 하는 생각으로, 소년은 완식이를 빤히 들여다 보았다.
"아직 번지가 없어."
완식이도 무심코 모른다고는 하여 놓았으나, 그런 얼빠진 말이 부끄럽게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새루 진게로구나? 나두 바루 그 아래다."
덮어놓고 그 아래라니 어디를 대중치고 하는 말인지, 피차에 모를 이야기나, 소년은 자기 집 뒤의 산비탈에 새로 오막살이 집들을 지으니, 아마 거긴가 보다 하는 짐작이었다. 완식이는 우물우물 해 두었다.
"규상아. 뭘하니? 어서 나와."
이편에서 같이 공을 막아내던 아이가 허덕허덕 하며 돌아다 보고 소년을 부른다.
"응. 가만있어."
딱딱하지도 않고 물르지도 않은 중간치기는 HB로서 이것을 가장 많이 쓰고 있읍니다. 4B는 도화연필로 쓰고 있읍니다.
(문) S・O・S라는 것은 무엇인가?
(답) S・O・S(에스・오오・에스)는 배가 조난하였을 때, 마지막으로 구호를 바라는 무전 신호(無電信號)로서 이 신호를 받은 자는 다른 신호를 중지하고, S・O・S의 중계 방송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처음에는 C・Q・D(씨이・큐우・듸이)를 썼었는데, 신호를 보내기 편한 것과 알아듣기가 쉬운 점으로 서력 1910 년부터 S・O・S로 바뀌어졌읍니다.
글짜에 별 뜻은 없고, 편의상 만국무선전신조약(萬國無電信條約)에서 구조신호로 규정되어 있읍니다.
- ………
- ………
- ………
규상이라고 불리운 소년은, 공보다는 이 깜둥이 같은 채석장의 어린 노동자와 이야기 하는것이 좀 더 신기하고 재미가 나는 듯이 코대답이었다.
"너 학교 다녔니?"
"응 작년 겨울에 그만 두었지만……"
"어디서?"
"남산 국민 학교 오년급까지……"
완식이는 나도 너의만큼 공부는 했단다 하는 기색으로 뽑내 보인다.
"그 안됐구나. 왜 그만 두었단 말이냐?"
규상이도 제대로 갔더면 이번 개학에 육학년이 되는 것을, 이북에서 이사 오는 통에 때를 놓치고, 그만 일년이 늦어진 터이지마는, 국민 학교를 일년 남기고 못다니게 되었다는 것이 가여웠다.
"집에 불이 나서 이리 이사 오느라구……"
하며 완식이는 무심코 또 눈이 규상이의 구두로 가다가 외면을 하면서 제 발을 넌지시 옴추려 드렸다. 뿌연 먼지에 뒷발이 된 까맣게 걸은 발에 걸린 그 고무신짝이나마 코가 찢어지고, 가가 돌은 그 꼴을 내려다 보면, 이 애하고 동무가 될 자기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면서도 역시 부끄러웠다.
"응! 불이 났어? 그러기루 전학을 할 일이지 우리 학교에."
"얘, 속 시원한 □□□□□. 웬놈의 □은 그리 □은지, □우 얻□들은 다다미 삼□방 하나나마 깝살□고 거리로 쫓겨났는데……"
완식이는 풀없이 무슨 무슨 말을 이으려는데 이번에는 축구화 신은 아이가 소리를 치며, 규상이더러 어서 나오라는 통에 말 허리가 잘리고 말았다.
"규상아! 이자식, 넌 그깐 자식하구 무슨 이야기에 팔렸니? 어서 나와. 안나올테이냐?"
그깐 자식이란 말이, 규상이의 귀에도 거슬렸지마는, 이 아이가 어떻게 들었을까 민망한 생각으로 넌지시 곁눈질을 해 보자니까, 머리가 휘둘린다는 이 채석장의 소년은, 그 온유해 보이던 눈이 금시로 모가 지며, 얼굴은 한층 더 빨개져 간다. 악물은 입구도 바르르 떨리었다.
"저자식 누구냐? 한반 애냐?"
완식이의 목소리는 떨리며 무심코 두주먹을 무릎 위에 쥐었 다.
"아니. 한반 위야. 육학년야. 자식이 입이 걸어서……."
하고 규상이는 달래듯이 웃어보였다.
"그깐 자식이라니, 제깐 자식은 뭐냐? 가만 있으니까 꾄듯 싶어서!."
말이 떨어지기 전에 완식이는 부르르 떨며 일어섰다. 그러나 머리가 아찔하는지 옆으로 비쓸하는 것을 규상이가 선뜻 팔을 붙들어 주며,
"얘 뭘 그러니? 우리끼리 일수 하는 말 아니냐."
하고 또 달래었다.
"저눔이 날 언제 알았다구 그깐자식 저깐자식 하는거냐? 축구화나 신었다구 뻐기구, 아니꼽게 남을 넘보구……."
열간통이나 떨어졌을 데를 눈으로 삿대 질이나 하듯이 노려보며 두 주먹을 흔든다. 콧날이 오뚝하고 까맣게 탄 상큼한 얼굴은 놀라울만큼 매섭게 여모져 보이고, 그러지 않아도 열에 뜬 두 눈에서는 파란 불길을 뿜어 내는듯 싶다.
"애, 어지럽지 않으냐? 머리가 더 아프면 어쩌니! 앉자. 내 얘기 좀 들어봐."
어느덧 규상이는 완식이의 손을 잡아 흔들었다. 완식이의 못이 박인 껄끔껄끔하고 흙이 묻은 손바닥은 공 껍질을 만지는 것 같다. 그러나 완식이는 규상이의 손바닥에서 폭신하고 여자의 손이나 만진 듯한 이상한 보드러운 참촉을 느꼈으나 손을 홱 뿌리치고 이번에는 규상이를 노려보며 또 한마디 쏘아준다.
"저깐 자식만 못한 놈이 어디 있겠니? 즤 아버지 덕에 배고푼줄 모른다구 공이나 차러 다닌다만, 나두 공부하면 나라를 위해 일한다! 뭐냐? 너희들 따위!"
★ 장편 소년 소설 ★
희망의 꽃다발
최 병 화 지음
김 용 환 그림
내 동생 수동이에게 이 꽃다발을 준다. 첫째는 오늘 수상경기 대회에 우승을 축하하는 뜻으로, 둘째는 만 10년 만에 만나는 기쁨을 표시하는 뜻으로
(누이 이 은희로부터)
- 이야기의 한구절 -
책값 280원 ★ 낸곳 서울 회현동 2가 6
(그림이 많이 든 아름다운 책) 민 교 사
振替 5127 番
○ 지금 서울 시골 각 책사에서 팔고 있읍니다.
○ 시골 동무는 직접 민교사로 주문하십시오.
완식이는 그대로 뽑내 보는 것만이 아니었다. 공에 얻어맞고 쓰러진 분풀이만이 아니었다. 그깐 자식이라고 한 멸시를 말로만 받아 내려는 대거리만이 아니었다. 전신을 떨었다.
"얘, 몸에 해롭다. 그리지 말구 우리 가자."
규상이는 그 암팡진 결기에 기가 눌리는 것을 깨달으면서, 또 한번 웃는 낮으로 달래다가 저의 어머니가 일하고 있는 편을 돌려다 보았다. 꽤 상거(相距)가 있고, 돌깨뜨리는 소리가 요란하건마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던지, 그 어머니는 일하던 손을 쉬고 이편을 말끄러미 바라보고 앉았다가, 규상이가 돌려다 보는 사품에 일어나서 이리로 오려는 거동이다.
공을 차던 아이들도 심상ㅎ지 않은 기세에, 말을 멈추고 바라보다가 가까이 섰던 작은 애가 다가 오며,
"웨 그러니? 웨 그래?"
하고 소리를 친다.
"아무것두 아냐. 난 간다."
규상이는 손짓으로 오지 말라고 막으며 완식이의 손을 끌고 저기서 마주 오는 저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웨들 그러니? 인젠 머리가 나냐?"
완식이 어머니는 중도에 멈춧 서서 말을 건다.
"괜찮아요. 우리 집 가는 길에 제가 데려다 주렵니다." 아들이 흥분 끝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자코 걸으니까 규상이가 앞질러 대꾸를 하였다.
"무얼 저 혼자 가라지."
수건 쓴 밑에서 빛나는 그 어질어 보이는 눈길이 규상이와 또 한번 마주쳤다. 입가에는 약간 웃음빛도 어리어 보였다. 땀에 걸은 샤쓰에 노닥노닥 기운 누런 잠방이를 입은 자식과, 어느댁 도련님인지 모르는 해사한 소년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고는 자식이 불쌍하고 부끄럽기도 하였으나, 그런 조촐한 아이와 우연히 동무가 되어서 손길을 맞잡고 오는 양이 마음에 좋기도 하여서, 저절로 웃음이 떠올려 오는 것이었다.
"눈알이 벌겋구, 열이 있는 게로구나?. 어서 가서 누었거라."
어머니는 조약돌이 수북히 싸인데까지 와서 거기 던져놓은 대패밥 모자를 집어주며, 아들의 이마를 잠간 짚어 보더니 눈쌀을 찌푸리며,
"감기로구나 집에 가거던 한데(窓外) 눕지 말구 들어가 누웠거라."
하고 자상히 가만가만 일른다.
규상이는 이 아이의 모친이 아들의 머리를 짚어보아 주는 것을 보고 외면을 하였다. 마치 완식이가 규상이의 구두를 바라 보다가는 외면을 하듯이 부러웠던 것이다.
"어머니. 그럼 오늘은 웬만큼 하시구 일찍 오세요."
"염려마라 네 몫까지 마자 끝을 내자면 좀 늦을지 모르니, 누이 들어오거던 저녁 지으라구 해라."
완식이 어머니는 다시 규상이를 치어다보며,
"저 학생은 노지두 못하구, 데려다 줄 것은 뭐 있어. 혼자 가라지."
하고 이번에는 인사성으로 정말 웃는다. 까맣게 탄 주름살 진 얼굴에 하얀 잇발이 유난히 반짝하고 내다 보인다. 누렁 몸베 이에 찌들은 적삼을 입고 뚫어진 운동화짝을 신은 이 아낙네는 촌 구석에서 늙은 농사꾼의 여편네로 밖에 안보이나 가까이 자세 보면 그 가냘픈 몸매라든지, 매디는 굵고 거칠어도 갸름한 조고만 손이라든지가, 도저히 이런 억센 일을 해낼 노동부인같지도 않거니와, 어린 규상이의 눈에도 그 고생에 찌들은 얼굴에서 어딘지 모르게 행세하는 집 아낙네 같은 기품이 있어 보이는 것이었다.
"아녜요. 염려 마세요."
규상이는 모자까지 벗어 인사를 하고 돌쳐서면서도, 어떠면 젊어서 공부한 여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여 보고는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하고, 까닭없이 가슴이 찌르를 한 것을 깨달았다.
3
"더우니, 빙수나 한그릇 먹구가자."
서너시 되었겠지마는, 인가의 거리는 아직도 무덥다.
"싫어."
잠자코 타달 타달 걷는 완식이는 고개를 내둘렀다. 메리야쯔 등에는 땀 자국에 먼지가 까맣게 앉아서 내천자(川字)를 그리고, 울이 돌은 고무신에서는 발을 떼어 놀때마다, 빈대약통처럼 펄석 펄석 먼지를 뿜어 내었다. 그러나 대패밥 모자를 머리에 얹은 조그만 뒷모양은 잉증한 땅딸보였다.
"그러지 말구, 여기 들어가 보자꾸나."
빙수집 앞에서 규상이는 발을 멈추며 또한번 끌어보았다.
"싫다. 너나 먹구 오렴, 난 빙수란 먹어 본 일두 없으니까." 완식이는 뒤도 아니 돌아다보고 홱홱 가버린다. 어디까지 끌끌하다. 규상이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뒤따라 섰다. 아까 그깐 자식이란 말에 주먹을 부르쥐고 분개하던 말이나, 저의 어머니한테 깍듯한 존대로 인사를 하고 오는 것을 보고도 그렇지 않게 자라난 아인가 보다고는 생각하였지마는, 저그나하면 사주마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앞장을 텐데, 한번도 아니요 두 번씩 불쾌한 일이 있은 뒤라 노열이 덜 풀려서 그렇기도 하겠지마는 여간 내기가 아니라고 규상이는 속으로 칭찬을 하였다. 처음부터 깔보는 마음도 없었지마는, 가엾다 불쌍하다 하는 생각을 지내쳐 저만큼 치어다보는 생각까지 어느덧 들어갔다. 더구나 그 어머니의 부드럽고 인자스런 눈찌와, 한마디도 나무라지 않는 맘씨를 곰곰 생각하면, 그런 어머니를 가진 이 애가 자기보다도 행복스럽다는 부러운 마음도 한 귀퉁이에 있는 것이었다.
"참 너 어머니 좋으신 이 더라."
한참 타박타박 걷다가, 규상이가 또 먼저 말을 붙였다.
"누군 어머니 좋지 않다던?"
완식이는 좀 빙틍그러지게 공세(攻勢)를 취하여 핀잔을 준다.
"그야 그렇지만……너 아버지는 무얼 하시니?"
역시 대답이 없다. 규상이는 좀 머쓱해서 한참 있다가,
"너 누나 있다지?"
하고 말을 돌렸다.
규상이는 여학교에 다니는 자기 누이를 생각하며 묻는 것이었다.
"그래 웨?"
여전히 싸움쪼다.
"무얼 하니?"
"신문 팔아 돈 벌지."
의외로 선뜻 대꾸를 하여 주고 나서,
"넌 학교 다니는 누나 있겠구나?"
하고 묻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규상이 편에서 잠자코 대답을 아니 하였다. 이 아이의 누나는 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있다는데, 제 누나는 팔자좋게 학교에 다닌다는 말이 무슨 자랑 같이도 들릴 것 같고, 이 아이의 누나가 가엾어도 말이 선뜻 나오지를 않았다.
전차길을 건너서 한참 내려오다가 요즈막에 새로 선, 극장 모퉁이를 꼽드려, 물이 철철 흐르는 개천의 돌다리를 건너서니까, 마주 뚫린 골목 밖으로 얕으막한 산비탈이 바라보인다. 이 골목을 빠져 나가서 규상이는 건너편으로 치어다 보이는 산기슭에 헛간 같은 두간 세간 짜리 집이 허옇게 드믄드믄 늘어섰는 것을 가리키며,
"너의 집 저기냐?"
라고 물었다. 완식이는 설마 내집이 그깟집이겠니 하는 듯이 외면을 하고 웃으며 아래편 신작로 꼽들인다. 규상이도 잠자코 따라섰다.
"넌 어서 너의 집으루 가려므나."
완식이는 규상이가 저를 따라오는줄만 알았던지, 길 가운데 딱서며 규상이를 쫓아보내려 하였다. 완식이는 규상이에게 자기 집을 알리기가 창피하여 싫었다. 이러한 어울리지 않게 깨끗이, 옷 잘 입은 아이하고 동무도 아니되려니와, 같이 놀기도 싫었다.
"아니 우리 집이 바루 조기다."
이 거리를 빠지면 바루 네거리 신작로의 모퉁이 집이 규상이의 집이었다.
동요 어린 보리싹 권 태응
|
그림・임동은 |
"여기가 우리 집이다. 자, 너의 집까지 데려다 주마."
넓다란 네거리에 빠져 나서자 규상이는 왼편 모퉁이의 쇠창살 문을 가리키며 멈칫 섰다.
"응. 잘 있거라 난 갈테야."
완식이는 그 집을 바로 치어다 보지도 않고, 쭈뼛쭈뼛 꽁무니를 떼며, 어서 빠져 달아나려고만 하는 거동이다. 쇠창살문 안에는 마당이 그리 넓은 것 같지는 않으나, 수목이 욱어지고 높다란 이층 양관(洋館)이 눈에 언뜻 띈다. 옆에 달아서 조선집 집웅도 보이는 굉장한 저택이다. 완식이는 눈이 부시어서 참아 치어다볼 용기가 아니 났던 것이다.
"너 집이 근처냐? 어디 가 보자꾸나."
규상이는 한 동리라면 동무가 되고 싶은 생각에 완식이의 집에까지 따라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완식이 생각에는 이런 대궐같은 집에서 사는 아이가 자기 집에를 쫓아와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무슨 구경삼아 지꿎이 그러는 것 같아서 불쾌도 하였다.
"응. 저 산 넘어야. 너의 같은 사람은 올데 아니야."
하고 완식이는 뺑소니를 쳤다.
"그럼 잘 가거라. 내일이라두 놀러 오너라."
규상이는 흥여케 달아나는 완식이의 뒤에 소리를 커닿게 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다.
--흥! 날더러 저의 집에 놀러 오라구!……
완식이는 이만큼 떨어져 오니, 맥이 풀리고 다리가 금시로 무거워지며, 혼자 이렇게 코웃음을 쳤다. 지나는 말이겠지마는 그렇게 잘 사는 집에 저같은 사람을 놀러 오라는 말은 비양거리는 말같아서 어린 생각에도 도리어 불쾌하였다.
--그러나 그 애가 잠간 이야기 해봐두 맘씨는 좋은 애야……
이렇게 생각하면 모처럼 얻게 된 동무를 놓치는 것이 아까운 생각도 든다. 그러나 축구화 신은 아이가 머리에 떠오르자,
- 쳇! 그깐 자식!……
하고 조그만 두 주먹을 또 불끈 쥐고 열에 띄어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그깐 놈의 뽈에 쓰러지다니!
또 한번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먹에 힘을 우쩍 주었다.
별안간 가슴이 답답히 막혀오르는 것 같다. 눈앞이 팽 내둘리며 집은 바루 조기 보이는데 곧 그자리에 쓰러질 것 같다.
(계속)
백두산 이야기 9
장엄하다! 천지(天池)
홍 종인
1
정작 백두산에 오르는 것은 정계비(定界碑) 있던 곳에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온 길은 평지같은 언덕을 어렵지 않게 왔기 때문에 높은 산에 올라가는 것 같지 않았으나, 여기서부터는 정작 산에 오르는 것 같은 오름길을 더듬어야 한다. 그러나 백두산 상상봉은 눈앞에 보이고 거리를 따진대도 불과 십리 안짝이어서 누구나 생각하기를 대단하지 않으려니 하지만, 한중턱쯤 가서는 어떻게 산비탈 길이 가파로운지 허리를 펴지 못하고 몇 번이고 쉬엄쉬엄해서 무거운 등짐에 다리를 끌고 올라가게 된다. 역시 백두산이라. 그렇게 간단히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땀을 흘리며 산둥 허리에 올라서면서 우리들은 륙삭을 벗어놓고 모두 줄달음질 치다싶이 산등마루로 달려 갔다.
천지! 천지다! 천지로!
기뻐 뛰어 달려가면서 지금까지 웃고 떠들어대던 우리는 산마루턱에 올라 서자마자 검푸른 천지의 넓다란 호수(湖水)가 멀리 벼랑 밑에 잠잠히 고여있는 장대하고도 신비로운 광경을 보고 모두 말문이 닫힌듯 조용해졌다.
산바람은 훌훌 구름을 날리며 호수가로 불어 올리는데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은 오색이 영롱하게 빛난다. 지금까지 깊은 숲 속으로 그러고 나무 하나없는 언덕길을 걷기에 아무런 변화도 없기에 평범하고 무미하기 짝이 없어 보이었으나, 과연 백두산 정상에 오르고 보니 천지의 숭엄한 광경을 보고 나서, 참말 여기가 우리 국토(國土)의 조종이요, 근원이로구나! 우리가 몇 천년 역사를 두고 선조 대대로 핏줄을 이어 내려온 민족의 광영이 과연 이땅의 이 백두산 줄기와 천지의 샘물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마치 고향의 정다운 내집을 찾어 온듯도 싶었다.
사방을 돌아보면 백두산을 중심으로 첩첩히 둘러 싸인 산 뿐이 구름 속에 아득하니 내려다보이는데, 남쪽으로는 우리나라 한반도의 땅이요, 뒤로는 중국의 만주땅이다. 그러나 만주땅이란 지금 말이고 옛날은 실상 우리 민족이 오래 오래 자리를 잡고 살던 땅이다. 즉 고구려(高句麗)의 천수백년 전 그 때, 만주를 국토로 차지 했던 것은 물론, 그 이전 한 옛적에 우리민족의 발상지(發祥地)가 만주땅이었다. 지금으로 이르자면 장춘(長春)에서 뒤로 들어가서 송화강(松花江)의 두 갈래가 모인 평야지대가 태고의 우리 족속이 모여 살던 곳이 아닌가고, 희미하나마, 옛날 기록을 더듬어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그 민족이 점차로 남쪽으로 따뜻하고 농사 짓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서 내려온 것이 송화강 줄기를 따라서 백두산 근방으로도 모였고, 또 거기서 남쪽으로 압록강(鴨綠江)을 건너서서 더 남쪽을 두고두고 오랜 동안 벋어 내려간 것이 조선민족의 오늘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해보면 몇 천년전 태고때부터 백두산을 중심으로 만주 벌판으로 한반도로 이동해온 우리 조상이며 그 외의 민족 들에게는 그중 높은 산인 백두산이 그들의 가장 큰 목표가 되었을 것도 넉넉히 짐작할 수가 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이 있을 것이란 것은 옛날부터 이방면의 족속들은 우리 민족을 비롯하여 모두 백두산을 영검하게 여기고, 또 저마다 그 족속의 시조가 백두산에서 낳다고 하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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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시조이신 단군(檀君)의 건국신화(建國神話)는 너무도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기록도 상세치는 않으나, 하늘에서 태백산(太白山)으로 내려와 자손을 퍼뜨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태백산이란 곳이 지금의 평안북도 묘향산(妙香山)이라고도 전하지만, 태백산 또는 태백산과 같은 뜻을 가진 산은 우리나라 땅에 많이 있고 그중에서 그 조종되는 것은 백두산인 것이다. 그러고 어느 산에고 이름있는 산에는 산신(山神)을 모시고, 그 지방 사람들이 위하지만 태백산이란 곳에는 신당(神堂)이 더 그윽하다. 백두산에는 좀처럼 사람이 자주 갈 수 없는 곳이라 신당까지 모시기는 어려운 곳이지만, 함경도 지방에서는 백두산을 각별히 위하고 일년중에 시월 달은 상달(上月)이라고 하여 집집마다 먹을해서 산신을 위하는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이 바로 시월 개천절(開天節)의 그 때이다. 옛날부터 산을 위하되 백두산을 우리 민족의 시조가 나신 곳이라고 믿어 내려온 것은 흔적을 이런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특히 지금으로부터 이백여년 전 영조(英祖) 임금때에는 백두산은 우리 국토의 조종되는 산인 북악(北嶽)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제사하기로 했었다. 이렇게 나라와 백성이 산을 위하는 것은 또 하늘을 동시에 제사하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그 시조가 하늘로부터 땅에 내려오되 높은 산에 웅거하였다는 뜻을 가진 것인데, 우리나라의 상고시대의 역사를 보면 북쪽의 북부여(北扶餘) 고구려며 또 남쪽의 신라(新羅) 백제(百濟) 가락국(駕洛國)등, 어느 것이나 그 시조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던가 "해"(日)와 인연을 가진 전설을 가졌고, 또 산이나 하늘을 제사하는 풍습도, 부여나 고구려나 또 삼한시대나 다 마찬가지이고, 그 시기가 역시 시월말로, 그때는 온나라가 떠들석하니 술을 먹고 춤을 추며 즐겼던 것이라고 했다. 이런 습관은 수천년 전 태고이래의 고풍으로 칠백년 전 고려(高麗) 때에도 시월에 연등(燃燈) 노리라고 하여 하늘에 제사했다고 하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다.
3
이러한 풍습은 우리 민족의 조상들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동양에서는 고대로 산을 위하는 습관이 있었고, 특히 만주 방면에서는 어느 족속이고 백두산을 신령한 곳이라고 제사를 드리며 그 민족의 시조가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을 가졌던 것이다. 그중의 예로는 칠백여년 전의 여진족(女眞族)이 세운 금나라(金國)도 만주땅을 그 판도로 하고 한백년동안 강성했을 그 때에 백두산 산신을 "흥국령응왕"(興國靈應王)이라고 했다가 다시 "개천홍성제"(開天弘聖帝)라고 하여 춘추로 제사를 드렸고, 또 그 후의 이백여년 전 만주에서 일어나서 전 중국을 통일한 청나라(靑國)에서도 그 시조가 태어낳다고 했다. 즉 백두산 천지에서 천녀(女女)가 셋이서 목욕하고 있다가 그중의 하나인 불고룬(佛庫倫)이란 천녀가 붉은 산실과를 먹고 애기를 배서 낳은 것이 그 시조인 불고리(佛庫里)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부터 만주에서 전해 내려온 우리 역사의 고구려의 시조 전설을 끌어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데, 이러한 전설을 메어다가 붙이기 까지는 청나라가 역시 하늘이 내린 왕을 떠 받들고 있다는 존엄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고 청나라에서는 그 뒤에 대단히 훌륭한 임금이었던 강희제(康熙帝)는 친히 만주를 시찰할 때 지금 길림(吉林)에까지 와서 직접 백두산의 산신을 "장백산지신"(長白山之神)을 신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백두산을 만주의 산이라고 보다도 중국 본토의 산과 맥락을 같이 한 것이라 했다. 이것은 단순히 산을 위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산줄기 뻗친 땅이 통털어 청나라의 땅이요, 그 안에 사는 백성은 모두 청나라를 따르게 하려는 생각을 품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주와 조선땅의 여러 족속과 나라가 옛날 옛적부터 산을 위하되 그중 높고 큰 산인 백두산에 그 마음을 모으고 있었다는 것은, 백두산 하나가 귀하다느니 보다도 한종족이 발전해 나갈 근본인 자기의 국토를 애끼고 숭상하는 굳은 신념을 표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누구나 사람마다 조상을 모시고 일가 친척이 부접해서 살던 동리인 고향을 가지듯이 민족과 국가는 영원한 고향인 그 국토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훌륭한 산은 그 민족에게 그 국토의 주장되는 목표로 생각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외지에 나갔다가 고향에 돌아갈 때 동리 앞산이나 뒷산을 멀리 바라보며 반가운 느낌이 더 간절해지는 것에 비길 수 있는 것이다.
☆
⭑로란드⭑지음
생물 수수께끼
진환 옮김⭑
머리말
[편집]이 수수께끼를 풀은 로란드님은 영국사람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어린이들을 위하여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어린 동무들에게 적지 않은 선물을 주셨읍니다. 동무들은 생물의 생활의 역사가 알고 싶지 않습니까? 그리고 식물이나 동물도 역시 동무들과 같이 생활에 목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읍니까?
로란드님이 만드신 책 속에는, 동무들이 자라남에 따라 배워야 할 것을 많이 모아, 가장 간단한 형식으로, 재미 나고도 알기 쉽게 풀어 노았읍니다. 그리하여 한층 더 깊고 아름답게, 생활을 이해하여 가는 튼튼한 근본을 삼게 하였읍니다.
맨 처음 생물
[편집]맨 처음 생물은 몹시 작으므로 이것을 살피려면 도수가 센 루페 (돋보기)가 필요합니다. 가락지만한 크기 속에 백만이나 되는 수가 들어 있답니다. 그것들은 마치 잿빛 우무의 망울 모양으로 생겼지마는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읍니다. 왜냐 하면, 요것들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숨쉬고 먹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물 속에서들 살고 있읍니다. 옷이나 바다에는 이런 생물이 그득합니다. 이것들이 땅덩이 위에 나타난 맨 처음 생물로 지금도 또한 무척 많이 살고 있어요.
백토층은 이런 생물들의 뼈로 된 것입니다. 이 생물은 입이 없어도 먹고, 밥통이 없어도 삭이고, 네 다리가 없어도 움직이고, 감각이 없어도 제가 하는 일을 알고 있답니다. 그 조그마한 우무 망울은 별짓을 다 할 줄 아는 모양이지요. 정말 신통쟁이예요.
이와 같은 것, 즉 세포는 맨 처음 생물이라는 뜻으로 "원생류"라고 부르며, 사람에게도 여러 인종이 있듯이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답니다.
그 중에 한 종류로 "아메바"라는 것은, 그리시야말로 "변한다"는 뜻인만큼, 그 꼴이 때때로 변해 갑니다. 그 세포는 처음에 팔뚝 같은 것을 제멋대로 내가지고서 몹시 작은 동물이나 식물을 잡아 먹습니다. 이 먹이는 살갗이에 배어들어서 탯속으로 들어 갑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이 먹이를 삭이고 있는 모양이 보입니다.
"아메바"를 여러 가지로 일시키고 있는 것은, 몸 한가운데 있는 검정 빛 점입니다. 이것을 눈 또는 핵(核)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조그마한 세포가 붇(增加)고 싶을 때에는, 처음에 아령과 같은 모양이 되고, 그 다음에 둘로 떨어집니다.
또 "애니멀큐레스"라고하는 무척 작은 생물(태양벌레, 구멍벌레, 끈벌레들)에게는 분필 같은 딱지가 있어서, 먹고 싶을 때에는 딱지 겉의 조그마한 구멍으로 는질는질한 몸을 뀌어 냅니다.
그 밖에 아주 작은 꼬리가 달린 것, 또 마치 끈 모양으로 생긴 것들이 물 속에 살고 있읍니다. 어떤 것은 나발 모양으로 생기고, 또 어떤 것은 방울 모양으로 생긴 것도 있읍니다. 그것들은 줄기와 같은 살, 즉 줄기살로 식물이나 동물에 붙어서 삽니다.또 한덩이가 되어 사는 것들도 있읍니다. 모두 한데 모아 있으면서 따로따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예쁜 빛갈을 지니고 있는 것도 있읍니다. 그래 그것들이 많이 모여서 물 위에 가깝게 떠 있으면, 물마저 그 빛갈이 됩니다. 바다 속의 흙이나 진흙에는 이러한 생물의 죽은 뼈가 들어 있읍니다. (계속)★장편소설★
이름 없는 별들 (5)
정 인택 • 그림 정 현웅
제4장 아이들의 세계(1)
불탄 자리 같이 쓸쓸한 곳은 없다.
이틀 사흘 지나, 구경군조차 모여들지 않게 되면, 구슬프기까지 하다.
남이 보아 그렇거늘, 하물며 당사자나 연고자들의 마음은 어떠하랴. 그것은……
그러나, 여기서 그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지금 운동장 한옆에 모여서서 물끄러미 불탄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 윤교장 이하 선생님 들의 표정을 보아도 그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 선생님들과는 뚝 떨어져서 옹기종기 떼를 지어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그것은 알 일이다.
교실 하나는 폭풍(爆風)에 아주 날아가 버렸는지 형체조차 없고, 그 다음 교실과 직원실은 겨우 주추돌만 남아 있을 뿐 타다 남은 기둥과, 몇개 남지 않은 책상들과, 산산이 깨어진 기왓장들이 아직도 그대로 물에 젖은 채 산덤이 같이 쌓여 있다. 유리창이 엿 같이 녹아, 오색이 영롱하게 빛나면서 군데군데 홀어져 있는 것도 처량하다.
개울이 가까웠고, 바람이 반대쪽으로 불었으니까 망정이지, 그렇지만 않았다면 이 독조 단층 교사는 모조리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교실 세 개가 성한 채 남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높다란 하늘에는 구름만이 무심히 떠돌고 있다.
아이들의 떼는 한 걸음, 두 걸음, 선생님들 쪽으로 다가간다. 선생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계신지, 그것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도 자기네들 머리 위를 꽉 누르고 있는 듯 싶은, 무거운 침묵이 견디기 어려웠다.
하나씩 둘씩, 어느 틈에 모여들었는지 아이들 수효는 백 명도 훨씬 넘어 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운동장이 떠나가도록 왁자지껄할 것이나, 모두들 오늘 만은 행동도 침착했고 말도 없었다.
☆ 지금까지의 대강 이야기 ☆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시골같은 문밖 동네 어느 여름날 군민 학교 마당에서 영화를 놀리게 되자 어른 어린이 남자 여자 할것 없이 넓은 운동장에 빽들어서서 재미 있게 구경하기 시작한지 5 분이 채 못되어 별안간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나고 잇대어 하늘을 찌를 듯한 검 연기가 치밀어 학교에서 큰 불이 일어났다.
이 바람에 구경갔던 희봉이는 그만 어린 몸이 여러 어른 들에 밀리다가 쓰러져 뭇 발길에 채이고 밟히어 정신을 잃었다. 희봉이 아버지와 같이 구경간 오빠 운봉이가 애들 태우고 찾고 있는데, 마침 희봉이가 쓰러진 걸 업어다가 자기 집에서 정신을 차리게한 희봉이의 한반 동무 창수의 아버지가 집으로 업어다 줘서 희봉이 식구는 죽었던 자식을 만난것처럼 반가워한다. 한편 다리를 다친 희봉이를 문병한답시고 태진이 종호 갑주 옥순이 창수들이 찾아와서 태진이 얘기로 학교에서 터진건 일본놈이 파뭇고 간 폭발탄이 터진 까닭임을 알게되었는데 아직도 누가 불을 붙였는지는 모른다고한다. 그 말 끝에 아무래도 아이들이 수상스러우니 그날 구경간 애들은 다 파출소에서 조사해 봐야한다고 하며 창수보고 너도 구경 갔었지? 하고 묻자 창수는 발끈 성을 내며, 갔으니 어쩔테냐! 하고 대선다.
종호가 앞장을 섰다. 학교 성적은 좋지 못해도 반죽이 좋고, 용기가 있어, 이런 때면 의례 종호를 내세운다. 종호는 또 그것이 은근한 자랑인 것이다.
(2)
종호 패가 선생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자, 이구석 저구석에서 아이들 떼가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종호가 허리를 꾸뻑했다. 다른 아이들도 뒤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들은 고개만 잠간 까딱하고 나서, 말이 없다.
숙기 좋은 종호지만 오늘만은 좀 거북하다. 하는 수 없이, 거기서 걸음을 멈추고, 멀쑥해서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무엇인지 소군소군 이야기하시던 교장 선생님이, 한참만에 아이들 쪽으로 돌아 서시었다.
종호는 또 한 번 허리를 꾸뻑했다. 교장 선생님은 여러 아이들 얼굴을 주욱 한번 훑어보신 후,
"어저께 밤에, 여기 구경 왔던 사람, 손들어!"
다른 때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아이들은 얼굴 빛을 변했다. 얼른 손을 드는 아이가 없다.
구경 왔던 아이들을 하나 씩 볼러다 조사한다는 소문이 어느 틈에 쫙 아이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왜들 손 안드는거냐? 어저께 밤에 여기 구경 왔던 사람 손 들어!"
아까보다 좀 더 높은 음성으로 교장 선생님은 되풀이 하신다.
도리 없다. 종호가 먼저 번쩍 손을 쳐들었다. 그러니까, 연달아 여기 저기서 손이 올라온다.
"손 든 사람, 앞으로 나와."
풀이 죽어 앞으로 나왔다.
"너희들 중에서, 다친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
서너 아이가 손을 들었다.
"어디를 다쳤나?"
맨 앞에 섰던 아이가 울상을 하고 대답했다.
"너머져서 무르팍이 베껴졌에요."
"또, 그 다음은?"
"저두요."
"또?"
"저두요."
세째 아이가 대답하자, 아이들 속에서
"킥!" 하고 웃음 소리가 터졌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렸던 듯이 까르르 일제히 웃음 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선생님들도 입 가에 빙그레 웃음을 띄우셨다.
"여기 오지 않은 사람 중에서 다친 사람은 없나?"
가만히 형세를 보니까, 구경 왔다고 꾸짖으시거나 문초를 하거나 하시는 것은 아닌상 싶다. 그런 줄 알고 보니까, 마음이 턱 놓여, 종호가 선뜩 앞으로 나섰다.
"회봉이가 아주 많이 다쳤읍니다."
"희봉이?"
"네 3 학년 2 반, 윤 희봉이 말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채 무엇이라 말씀하시기 전에, 그 대답을 듣고 희봉이 단임선생 권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한 걸음 나서시며
"많이 다치다니?"
"어디를 어떻게 다쳤니?"
다급하게 물으셨다.
다른 선생님들도 일제히 종호 앞으로 다가 오셨다. 아이들의 시선도 일제히 종호 한테로 집중되었다. 괘애니 중뿔나게 나섰다고 종호는 금방 뉘우쳤다. 그러니까 점점 자기 처지가 난처해졌다.
"저어……전 잘 몰라요, 여기 운봉이 와 있으니 운봉이 한테 물어보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꽁무니를 뺐다.
또 한 번 운동장 안이 웃음바탕이 되고 말았다.
(3)
누가 처음 발설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무조건하고 협력하는 아이가 하나라도 더 많으면 되었다.
직원실 탄 자리를 선생님들이 파헤치시는 것을 보고, 누가 생각해 냈는지도 모른다. 혹은 학교 처에 사는 아이들이 놀 자리를 만드려고 궁리해낸 일인 것도 같다.
이튿날부터 의논이나 한 듯이 여러 아이들이 학교로 모여 와서, 불탄 교실 자리를 정리하기 시직했던 것이다.
홀딱서 재가 되고 만줄만 알았는데, 막상 걷어치우려니까 수월치가 않다. 타다 남은 재목이며 책상이며 의자 나부랭이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폭발로 인해서 흙이 덮여, 그 흙 파내기가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우선 쓸 것, 못쓸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기로 하였다.
쓸 것이래야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타다 남은 나무는 장작이라도 될 수 있다. 교원실 자리에서는 책과 종이가 무척 많 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안탄 교실에다 갖다 쌓았다.
흙 파내기도 힘들었지만 기왓장 고르기도 용이한 일은 아니었다. 몇십 명이 달려들어 진종일 파내고 고르고 하여도, 밤낮 그대로 있는상부르다. 그 뿐 아니라, 그것을 운동장 한모퉁이까지 날라가는 일이 더 큰 일이다. 이것만은 하급생을 시킬 수 없어, 5, 6학년 남자반 아이들이 도맡아 했다.
별안간에 당한 일이라, 선생님들도 채 여기까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던 터다.
아이들이 자진해서 먼저 시작한 것을 보고, 도리어 선생님들이 당황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해서 학교를 다시 세우느냐ㅡㅡ 그것이 가장 중대한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들어앉아 궁리만 했댔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말이다. 그런 것은 교장선생님에게 맡겨 두고, 우선 불탄 자리를 치워놓고 볼 일이었다.
물론 나중에 가선 사람을 사야 하겠지만, 당장 우리들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눈 앞에 놓여 있지 않으냐 말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직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삽, 괭이, 멍석들까지도 제각기 집에서 들고 나왔다. 집이 먼 아이는 점심을 싸 가지고 왔다. 실증이 나면 중간에서 팽개치고 가도 무방했으나, 그러는 아이는 드물었다.
큰 산을 무느려는 개미떼의 노력과 흡사했으나, 아무도 그것을 비웃지는 않았다. 말리는 부모도 없었다.
비웃기 커녕, 말리기는커녕, 하루이틀 지나는 사이에, 동네 어른들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출동하게 되었다.
시키지도 않았지만, 시켜서는 안될 일이었다.
(4)
또약볕 아래서, 이건 사뭇 중노동이다. 모두들 얼굴이 시커떻게 탔다.
학교 재건문제가 어떻게 진전되어 가는지, 화약을 폭발시킨 범인이 누군지, 그런 것은 아이들이 알 바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종호야."
아침만 먹고 나면 의레 밖에서 부르는 아이가 있다. 갑주다.
"그래애!"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삽을 둘러메고 종호가 뛰어나왔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 태진이 집으로 향한다.
"태진아아."
"그래애!"
"안가니이?"
"가만 있어, 좀 기다려, 나 뒤깐에 있어어."
태진이 어머니의 깔깔깔 웃으시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들 오너라. 뒤 오래 보기루 유명한 녀석, 언제 나올 지 아니?"
종호와 갑주도 한참동안 허리를 펴지 못한다. 갑주가 간신히 배를 움켜쥐고 안에다 대고 외친다.
"운봉이 집에 댕겨 오께, 기다려."
"응."
뒤 보느라고 힘주는 소린지, 대답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이래서 한 패, 끼리끼리 모여서 또 다른 한 괘, 거짓말 보태서 운동장이 까맣게 덮일 지경이다.
고기잡이도, 등산도 아이들은 말짱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다른 놀이와는 통 담을 쌓고, 아이들은 오로지 이 사업에만 열중했다.
그 중에서도 갑주가 제일 열심이었다. 갑주는 아주 이 사업에 홀린 사람 같았다.
갑주가 이 일에 자기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래로, 갑주의 성격은 나날이 달라졌다. 이미 갑주의 주위에선 검은 그림자라곤 발견할 수 없었다.
아니, 바른대로 말하자면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전과 같이 명랑하고 쾌활한 갑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 약한 몸은 아니었으나,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에 딴 아이 같이 건강해졌다. 자기도 잘웃고, 남도 잘 웃기었다. 낯서른 사람을 대해도 수집어 하지를 않았다.
일터에서도 그랬지만, 집에 가서도 물론 그랬다. 이 일을 통하여, 갑주 머릿속에서 모든 잡념이 깨끗히 씻겨 버린 모양이었다.
밤낮 집에만 붙어 있던 아이가, 하루 종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즐겨 읽던 소설책들도 요새는 거의 가까이 하지 않았다.
"어머니!"
밥숟갈만 놓으면, 부엌을 향하여 소리쳤다.
"왜?"
"집에 거적떼기 없에요?"
"왜 없어. 학교에 가지고 가련?"
"네."
"금방 밥 먹었는데 좀 쉬려므나."
"모두들 기다릴걸요, 어서 나가 봐야죠. 용진, 용진, 어서 나가자!"
갑주는 멍석을 어깨에 둘러메고,
"아버지, 어머니, 갔다오께요."
그렇게 악쓰고는, 성큼성큼 동네 쪽을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다.
…… 한 손에 총을 들고
한 손에 사랑……
차차 적어지는 갑주 노래 소리를 놓지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며, 갑주 아버지는 음방 춤이라도 출 듯이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것이다.
(5)
"운봉아, 가자아!"
불르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운봉이는,
"오오, 나간다."
하면서 마루로 뛰어나왔다.
세계 금언집 ①
가장 많이 안다고 생각 하는 사람은 가장 조금 아는 사람이다. (프랑스)
참된 것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참된 것을 들을 수도 없다.(잉글랜드)
후회하는 눈물은 죄의 더러움을 씻어준다 (라텐)
"안 된다" 라는 말은 내 사전에는 없다. (나폴레옹)
남을 시기하는 것은 남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해친다. (잉글랜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나지 않은 것과 같다. 왜 그러냐하면, 아는 것이 없는 것은 불행의 근원이 되는 때문이다. (분트)
좋은 약은 맛이 쓰지마는 병고침에 이롭고, 타일러 주는 갈은 귀에 거슬리지마는 행실함에 이롭다. (공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 (스마일스)
그 때였다. 희봉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오빠!"
운봉이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두 가."
"뭐?"
하고 운봉이는 깜짝 놀라 되물으며, 기둥에 기대선 희봉이를 쳐다 보았다.
어느 틈에 단정했는지, 머리 빗고, 세수하고……약간 여위기는 하였으나 전과 다름 없이 예뽄 희봉이다. 희봉이도 벌써부터 동무들이 불르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앓는게 가긴 어딜 가."
운봉이는 퉁명스럽게 내쏘았다.
"다 났는걸……나두 데리구가, 오빠."
"안돼!"
"안데리구 갈테면 고만 둬, 뭐……혼자선 못가나. 옥순이 허구 가지."
어제부터 기동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상처도 다 아물지 않은 희봉이다. 그저 다리가 시큰거린다고,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것이, 이것은 참 어림도 없는 생각이다.
운봉이는 기가 막힌 듯이 희봉이 얼굴만 쳐다보고 섰더니,
"너, 정말 그러면 어머니헌테 일른다."
어머니는 우물에 가셨는지, 마침 집에 안계셨다.
"일르면 고만이지, 겁 나나."
"요게, 또 까불어."
남매가 이렇게 싸우고 있으려니까, 동호가 선뜻 안으로 들어서며,
"뭘 허구 있니, 얼른 나오지 않구."
그러다가, 마루 끝에 나와 섰는 희봉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희봉아 너 다 났니?"
"그럼, 나두 오늘버텀 학교에 일하러 갈걸."
그러면서 희봉이는 살짝 오빠 옆을 빠져, 말릴 사이도 없이 쪼르르 밖으로 나가버리었다.
다리가 떨리는 듯 하고, 약간 어지럽기도 했다. 그러나, 희봉이는 꾹 참고 걷는다. 희봉이는 무엇보다도 우선 바깥 길을 제마음대로 걸어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 뿐 아니라, 이야기론 들었지만, 불탄 뒤의 학교 모양을 한시 바삐 제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희봉이는 얼른 샛길로 접어들었다.
희봉이가 마악 그 골목을 마저 나가려는데, 앞에서 웬 아이가 후닥닥 맞닥뜨렸다. 창수였다.
"희봉아!"
창수도 어이가 없는지, 딱 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학교 간다!"
희봉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창수 앞으로 다가 갔다.
"너……인제……괜찮으냐?"
"그럼, 괜찮지 않구……너, 우리집 가니?"
"응!"
창수는 고개를 끄떡하고, 여전히 놀란 얼굴로 희봉이를 쏘아보았다.
같은 반이긴 하였지만 창수와 희봉이는 집도 멀고 해서, 원래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번 사건 이래로, 집안끼리 부쩍 가까워졌고, 서로 왕래가 잦았다. 창수와 희봉이가 금방 친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젠가 창수가 희봉이 방에서 종호와 말다툼을 한 그 다음날 부터 창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껏 희봉이 문병을 왔다.
그것은 마치 창수의 일과인상 싶었다.
와서는 책도 읽어 주고, 이야기도 들려 주고……온종일 같이 놀 때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것은, 희봉이와 같이 있을 때 외의 창수는 늘 침울한 표정이요, 말이 없었다. 좀체로 웃지도 않았다. 항상 창수 주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떠돌고 있는 듯도 싶었다.
이것은 갑주의 변화와 정반대의 변화였다. 폭발소동이 있기 전까지의 창수는 결코 이런 소년이 아니었던 것이다.
희봉이는 창수의 팔을 이끌며
"창수야, 학교에 같이 가. 오빠가 못가게 허길래 몰래도망 왔어."
그 말을 듣자 웬일인지 창수의 얼굴빛이 홱 변했다.
"나……난……난 안가."
"다들 가는데 가면 어떠냐, 아이 참, 난 가두 일은 안해, 보구만 있을테야."
자기를 데리고 갔다가 나중에 자기 부모에게 원망 들을까 보아 그러는 줄 아는 희봉이는 이렇게 말했으나, 창수는 여전히 꽁무니를 빼며,
"난……난 학교에 안가."
무슨 두려운 것이 앞을 가린듯한 표정을 하는 것이다.
"넌 그럼 입때 학교에 한 번두 안갔었니?"
창수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한참 망서리고 서있더니, 무슨 까닭인지 눈물이 글썽해지며 힘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6)
얼 빠진 사람 같이 희봉이는 운동장 한가운데 서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감개는 한없이 깊었다. 눈에도 익히고 마음에도 아로새겨 한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전 학교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타다 남은 찌기만이 초라하게 눈 앞에 남아있는 것이다.
허무한 일이었다.
이번엔 눈을 돌려, 자기 서있는 주위를 돌아본다.
그 사고가 일어나던 날 밤, 희봉이는 바로 이 근처에서 영화를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별안간 탕, 와아하는 바람에…
그러나 그것은 사나운 꿈자리같아서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였다.
희봉이는 다리의 맥이 풀리는 것 같아, 두리번두리번 앉을 데를 찾으려는데,
세계 금언집 ②
햇볕이 있을 동안에 마른 풀을 만들어라. (도이취란드)
지나친 것은 오히려 미치지 못함과 같다. (공자)
세상 일을 아는 것은 쉽고, 내 일을 아는 것은 어렵다. (폰테인)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은 뒤로 물러난다. (라텐)
입 하나에 혀를 둘씩 갖지 말라.(안데르센)
귀한 손님이라도 너무 오래있으면 싫어한다. (안데르센)
토끼 두 마리를 쫓는 사람은,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수월)
방에 책이 없으면, 몸에 정신이 없는 것과 같다. (시세르)
새로운 것은 언제나 많지만, 좋은 것은 매우 드물다. (도이취란드)
"희봉아."
교실 속에서 갑주가 불렀다.
"거기 서 있지 말구, 이리 와 앉어서 봐."
그러면서 갑주는 타다 남은 의자 하나를 머리 위로 쳐들어 보였다.
"우리 오빠 거가 있니?"
“없어.”
"그럼, 내 가께."
희봉이는 앞을 가로 막는 기왓장이며 흙덤이 사이를 조심조심 골라 디디며 갑주 쪽으로 걸어갔다.
모두들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얼굴도 손도 시커멓게 흙투성이, 검정투성이가 되어, 쓸만한 건 추리고 못쓸 것은 치우 고……놀고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희봉이 왔니?"
"응."
고개를 도리켜 보니까 옥순이었다.
옥순이는 흙 속에 묻힌 길다란 기둥을 뽑아 내느라고 쩔쩔매는 중이다. 그것을 보자 희봉이는 저도 모르게 그 곁으로 뛰어가서, 힘을 합하여
"영치기, 영치기!"
같이 잡아다리고 있었다.
자기 몸이 아직 성ㅎ지 않다는 것을 희봉이는 완전히 잊은 모양이었다. 여러 동무들이 헌신적으로 학교를 위하여 일하는 것을 보았을 때, 희봉이는 자기 몸이 약간 편ㅎ지 않다고, 그냥 보구만 있을 수는 도저히 없었던 것이다.
소파 방 정환 선생님의 소년 소설
25년만에 찾아낸 우리나라 어린이의 영원한 은인 소파・방 정환 선생님의 소년・탐정・모험・우애 소설 "동생을 찾으려"! 일찌기 지금 어린이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땀을 쥐게하던 아슬아슬하고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저절로 손벽이 처지는 소년 소녀 탐정・모험・우애・정의소설이 마침내 글벗집책으로 나타났읍니다. 종이 관계로 붓수 제한! 곧 구해 읽어 주십시오.
글벗집 발 행 |
文 章 閣 | 총판매 (서울종로2가) |
"희봉아!"
옥순이가 옆구리를 쭉 찔렀다.
"왜?"
"저기 봐!"
희봉이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옥순이 손이 가리키는 쪽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악, 어머니가……"
희봉이 어머니가 숨이 턱에 닿아, 학교 쪽을 향해서 달려오고 계셨다. (계속)
어머니
개성 만월 공립 국민 학교
5의2 김 주 경
어머니의 마음은
하늘 같아요.
맑고도 높고도
한이 없어요.
어머니의 마음은
바다 같아요.
넓고도 깊고도
한이 없어요.
어머니의 마음은
봄철 같아요.
어느 때나 따듯하고
향기로워요.
어머니의 젖
전남 강진 우강 국민 학교
5년 김 재 성
맛 나는
젖
꿀보다도 맛나는
어머니의 젖
우리들이 먹고
자랐읍니다.
따스한 엄마 젖을
먹고 자랐읍니다.
어머님
서울 청운 공립 국민 학교
5의1 전 몽 태
나으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시는 마음
젖은 자리 마른 자리
가라 뉘시고
손발이 다 닳도록
애쓰시는 마음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동시를 뽑고 나서
박 영 증
이달에 무연히 어머님을 노래한 동요만 뽑게 되었읍니다. 세상에 어머니처럼 다정하신 분은 없겠읍니다. 그러나 이 번에 뽑은 노래는 모두 썩 잘 지은 노래가 아닌 것이 섭섭하였읍니다.
김군의 "어머니"는 맨 끝절이 그중 잘되었읍니다. 참 어머님의 마음은 봄철같아서 따뜻하고 향기롭습니다.
어머니 가슴은
비단솜 가슴
고단해 누으면
잠이 오지요.
박 윤송 선생이 지으신 동요입니다.
"어머니의 젖"은 내가 조금 고쳤읍니다.
동전 한푼 안주구
그저 먹는 건
꿀보다도 맛나는
어머니의 젖
을
맛나는
젖
이라 고쳤읍니가 "동전한푼 안준다"는 말이 너무 상스러운 생각이라 싶어서 고쳤읍니다. 그러나 다음절
따스한 엄마 젖
은 참 좋은 구절입니다.
어머니의 따스한 젖꼭지를 빨아 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구절입니다.
전 몽태군의 "어머니"는 하고 싶은 말이 다 나타났으나 그러나 따스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 오르지는 않습니다. 설명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눈오는 겨울이 깊어갑니다. 조용히 앉아서 좋은 글을 지어봅시다.
가을
서울 북성 공립 국민 학교 4의 1 안 영 찬
우리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 나무 있다. 이 감나무는 내가 낳기도 전부터 있었다 하는데 올해는 제법 감이 많이 달리어 마침 오늘은 감을 땄다.
어머니께서는 광우리를 감나무 밑에 갖다 놓으시고 아버지와 나는 감나무에 올라갔다. 동생들은 밑에서 쳐다보며 하나 둘 하고 세다가
"엄마 셀 수가 없네. 오백 개도 더 되나부다."
하고 떠들어댄다. 나는 감을 하나 하나 따면서 가장이채 꺽어서 선생님께 갖다 드렸으면 얼마나 기뻐 하실가 하는 생각 은 간절하였으나 어찌할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한 가장이 꺾어다가 드릴가요?"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아버지께서는 곧 승낙은 하셨다. 나는 그 중에 많이 달린 가장이 둘을 꺾었다. 한 가장이는 심선생님께 갖다 드리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밥을 빨리 먹고 가장이를 들고 학교로 갔다. 학교에 가는 길에
"어마 감봐라! 참 많이 달렸지! 나 한 가장이 주었으면!"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할적마다 나의 마음은 무척 기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학교 가는 길이 먼 것 같다.
학교에 가지고 가니 반 아이들은 나도 내일 한 가장이만 갖다 달라고 하며 다른 날보다 더 친절하게 한다. 나는 반장표를 받은 때보다도 더욱 기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사무실에 가장이를 들고 들어가는 나의 마음은 한 없이 기뻤다.
☆모험소설☆
모오구리
【정글의 소년왕】
기플링 지음 • 작은돌 번안
지금까지의 대강 이야기
인도의 나무숲 (정글) 속에서 늑대에게 길리운 사람의 아들 모오구리는 곰 발루에게 정글의 법률 풍속을 자세히 배웠다. 표범 바기라에게 발루가 모오구리 자랑을 하는데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모오구리는 마침 나무위에 와서 지껄대는 원숭이와 놀러가겠다고 한다. 이말에 곰과 표범은 펄쩍뛰며 원숭이는 정글의 원수니까 그것들과는 말도 말라고 단속하고 낮잠을 자는 동안에 원숭이는 저희를 집을 지어달라고 하량으로 모오구리를 껴안고 나무위로 달아났다. 그가 잠이 깼을 때는 이미 나무 위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침 날아가는 소리개 란을 불러서 제가 붙들려 가는 곳을 보았다가 발루와 바기라에게 말하여 달라고 부탁한다. 곰이나 표범은 나무에서 평지처럼 다니는 원숭이을 당할 수가 없고 오직 능구렁이 카아만이 나무에 올라가 원숭이 새끼를 잡아 먹올 수 있기 때문에 원숭이가 무서워한다. 그래서 발루와 바기라는 능구렁이 카아를 찾아가서 원숭이가 널보고 늙은지렁이라고 욕했다고 중둥인다. 이때 소리개 란이 찾아와서 원숭이의 소굴더로 모오구리가 붙들려 갔다고 일러준다. 이래서 끌이 꼭뒤까지 치민 능구렁이 표범 곰은 달려간다. 원숭이의 소굴로……
원숭이의 소굴
원숭이들이 몰려 사는 데를, 정글의 족속들은 별로 가본 일이 없읍니다. 왜 그런고하면, 원숭이의 소굴이라고 부르는 그곳은, 지금은 정글 속에 묻혀 버린, 옛날 사람들이 살고 있던 고을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짐승들은, 사람이 한번 살던 터전을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읍니다. 멧돼지 같으면 혹 쓸는지 모르지마는, 사냥하는 짐승들은 쓰지 않읍니다. 게다가 원숭이들이 살고 있다면, 더군다나 자존심이 많은 짐승들은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읍니다.
그러나 지금 모오구리를 찾아가는 짐승들은 그 장소가 대개 어디쯤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읍니다.
"이러다간 밤중에도 가질찌 말찌할걸, 자, 전속력을 내세."
바기라가 말했읍니다. 발루는 매우 딱한 얼굴을 하며 말했읍니다.
"나도 내 힘껏 걷는 거지만."
"자네를 기다리다간 오늘 일은 다 틀리네. 나중에 우릴 따라 오게. 카아허구 나허구는 먼저 달음질 칠테니."
"발이 있건 없건, 난 자녀들 네 발보다 못지 않게 가슴으로 뛸텔세."
라고 카아가 말했읍니다.
발루는 그중에서도 제일 힘을 들였읍니다. 하지만 숨이 차서 이따금 쉬지 아니치 못하였읍니다. 그래서 표범과 구렁이는 곰더러 나중에 뒤 따라 오라하고, 앞서 달렸읍니다. 바기라는 재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뛰어갔읍니다. 카아는 입을 꼭 다물고 바기라의 뒤를 대서는 데 아무리 바기라가 빨리 달려도, 그 큼직한 능구렁이는 언제나 바기라의 뒤를 바짝 쫓아갔읍니다. 그러다가 그들이 냇물에 다달았을 때는 바기라가 휠씬 앞설 수 있었읍니다. 왜그러냐하면 바기라는 이쪽 가에서 저쪽 가로 성큼 뛰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카아는 머리와 모가지를 두어 자쯤 내놓고 혜엄을 쳐 건넜습니다. 그러나 평지에서 다시 카아는 바기라에게 바짝 대설 수 있었읍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도 둘이서는 바쁜 가운데도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달렸읍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갑니다.
"여보게 카아, 자네 걸음도 엔간하이그려."
"응 난 몹시 시장해. 무어 놈들이 나를 개구락지라고 그랬다지?"
"지렁이라네. 자네가 노랑둥이 지렁이라고 그랬다네."
“개구락지나 지렁이나 마찬가지지. 온 그런 발겨 죽일 놈들이 있담메? 그 소릴 들으니까 더 시장하이, 어서 가세."
주림과 분에 찬 카아는 땅 위를 마치 물 흘러가듯 쏜살같이 내달았읍니다.
원숭이의 노래
원숭이의 소굴에서는, 원숭이의 족속들이 모오구리에게 이렇게 무서운 편이 있다는 것은 깜빡 잊어버리고들 있었읍니다. 그들은 사람의 아이를 저희들의 소글로 데려온 것만으로 어떻게 좋은지 모를 지경이었읍니다.
"모오구리"에 나오는
짐승 이름
아캐라 …………… 통뎅늑대
샤⭑카 …………… 모오구리의 부모를 잡아먹으려던 범
라바귀 …………… 간사한 승냥이
발 루 …………… 모오구리의 선생
바기라 …………… 모오구리의 뒤를 보아주는 표범
카 아 …………… 구렁이
란 …………… 소리개
하 타 …………… 코끼리
망 …………… 박쥐
모오구리는 오늘날까지 한 번도 인도의 고을터를 본 적이 없었읍니다. 그것은 이미 비 바람에 허무러져서 오직 폐허가 다된 보잘것 없는 것이었으나, 처음 보는 모오구리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훌륭해 보였읍니다. 이 고을터는, 어떤 임금이 아주 오랜 옛날에 마련해 놓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돌기둥의 성벽과 대문에서 안으로 뚫린 길 자국이 남아 있고, 나무토막과 녹은 쇠붙이가 더러 남아 있을 따름이었읍니다. 그러나 나무만은 고을터 안팎에 여기 저기 무성해 있었읍니다. 그리고 오래 된 담쟁이 덩굴들이 성벽에 얼기설기 엉켜 있었읍니다.
언덕 꼭대기에는 커다란, 지붕 없는 커다란 대궐터가 있었읍니다. 뜰과 대리석은 모두 부서져서 빨갛기도 하고 파랗기도 하였읍니다. 그리고 거기서, 임금이 기르던 코끼리들이 짓밟았던 탓인지 뜰 한 가운데는 몹시 우툴우툴하였읍니다. 대궐에서 내려다보면 지붕이 다 없어지고 터전만 남은 집들이 마치 텅빈 벌집처럼 컴컴해 보였고, 여기 저기 우물이 있던 자리도 보였읍니다. 이러한 틈바구니에 제물로 난 무화과나무가 무성하게 가지를 뻗고 있었읍니다.
원숭이들은 여기를 근거로 삼아 저희들의 소굴이라 불렀던것입니다. 그리하여 정글의 족족들을 무시하듯 제 마음대로 날뛸 수 있었읍니다.
그렇지만, 원숭이들은 어째서 그 곳에 돌기둥이며 성벽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몰랐으며, 또 이 터전을 어떻게 저희들 생활 에 이용할 것인지도 몰랐읍니다. 그들은 곧잘 임금이 살던 넓은 방 터전에 삥 둘러 앉아서 이나 벼룩을 잡가가 일수였고, 곧잘 지붕 없는 집으로 뛰어들어가고 뛰어나오고, 또는 기왓장이나 돌을 가지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그저 까불고 싸우고 악을 쓰다가는, 또다시 탱자나무를 쥐어흔들어 꽃이나 열매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좋아하곤 하였읍니다.
그들은 또, 대궐에 있는 모든 통로와 어둠 방구석을 모조리 들어가 보았읍니다. 하지마는 그들은 한 번 본 것을 머리에 외워두는 법이 없었읍니다. 그리하여 원숭이들은,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면서 뛰어다니는 것인데,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 은 꼭 사람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줄로만 알고 있었읍니다. 그들은 우물터에 가서 물을 마시고는, 금방 그 물을 흙탕물로 만들었읍니다. 그리고는, 누가 이렇게 흙탕물은 만들었느냐 하고 늘 싸움들을 하였읍니다. 그들은 늘 외쳤습니다.
"정글 안에서 우리 원숭이족만큼 똑똑하고 착하고 약은 족은 없느니라."
고. 그들은 여기서 싫증이 나면 다시 나무 꼭대기로 돌아갔읍니다. 정글의 다른 족속들아, 우리를 보라는 듯이.
정글의 법률 아래서 훈련을 받은 모오구리는, 이런 질서없는 원숭이의 수작을 좋게 불 수가 없었을 뿐 아니라, 도무지 이들의 풍속을 이해할 수가 없었읍니다. 원숭이들에게 끌려온 모오구리가, 오랜 여행 끝에 하는 버릇은 깊은 잠에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오구리가 잠을 자게 할 원숭이들이 아니었읍니다. 그들은 모오구리의 손을 잡고 서로 뛰면서 되지도 않은 노래를 불렀읍니다.
그 어리석은 "원숭이의 노래"란 이런 것입니다.
꽃 종이 날으 듯이
나무 나무를 건느고.
달나라 닿아져라 날으는 우리.
보는가 우리를, 아는가 우리를.
우리들 원숭이가 부럽지 않은가.
우리들 두 손이 부럽지 않은가.
꼬리좀 보지, 요 신통한 꼬리.
그렇게 노여할 건 없네.
그렇게 성 낼 건 없네.
대개 이따위 뜻의 멍냥한 노래였읍니다.
한참 미친 듯 노래를 하다가, 한 원숭이가 벌떡 일어나서 연설을 하였읍니다. 그 연설의 내용은, 모오구리를 붙들러온 것은, 원숭이 족속의 역사에 크게 빛나는 사실이다. 왜 그러냐하면, 모오구리는 비나 추위를 가리고 막기 위하여, 어떻게 나무가지나 덩쿨을 얽으면 되느냐 하는 것을 장차 우리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하는 것이었읍니다.
이 소리를 들은 모오구리는,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라는 듯 덩쿨을 한오금 손에 들고, 꼬아 보이기 시작하였읍니다. 원숭이들은 이것을 보고 흉내를 내려들었읍니다. 그러나 흉내를 낸지 얼마 안되어 금방 싫증이 나서, 저희들끼리 꼬리를 잡아 흔들고 장난을 시작하더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나무에 오르락 내리라 야단이 벌어졌읍니다.
"난 배가 고파, 난 이 근처는 통 몰라, 자, 내게 먹을 것을 주든지, 그렇잖으면 사냥을 하게 해 다우."
하고 모오구리가 말했읍니다.
이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스물인가 설흔인가 되는 원숭이 떼들이 일제히 뛰어 달아나서 나무 열매와 파파이아(인도같은 더운 지방에 나는 나무 열매)를 땄읍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 쓸데없는 일입니다. 그들은 금방 서로들 싸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열매를 내던지고 고만이었읍니다.
모오구리는 몸이 아파오고, 꼴이난데다가, 배가 몹시 고팠읍니다. 그래서 그는 낯설은 지방에 가서 사냥할 때 쓰는 암호를 크게 외치면서, 그 텅빈 소굴을 헤매어 보았읍니다. 그러나 아무도 대꾸해 주는 이가 없었읍니다.
이제서야 모오구리는 제가 와서는 안될 데에 온 것을 깨달았읍니다.
발루가 원숭이에 대하여 가르쳐 준 것은 모두가 정말이었구나,
라고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읍니다.
(놈들에겐 법률이 없다. 사냥을 할 때 외치는 암호말도 없다. 있는 것은 다만 너절한 잔소리와, 좀도둑질하는 버릇 뿐이다. 내가 만약에 여기서 굶어 죽는다든지, 맞아 죽는 다든지 한다면, 그것은 모두 내죄다. 그러나 나는 어떡하든지 우리 정글로 돌아가야만 한다. 발루가 나를 때리겠지, 그렇지만 꼭 돌아가야만 한다.)
모오구리가 성벽이 있는 데까지 왔을 때에, 원숭이들은 그를 끌어내렸읍니다. 그리고 모오구리에게 말하기를, "너는 얼마나 행복스럽게 되었는지 아직모르고 있다."고 하고는 모오구리를 한 번 꼬집는 것이었읍니다. 모오구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악을 쓰며 짓떠드는 원숭이떼들에게 끌려서 연못이 있는 곳까지 왔읍니다. 그 연못에는 빗물이 반쯤차 있었습니다. 이 연못가에는, 백년 전에 죽은 여왕을 위하여 세웠던 흰 대리석의 별당이, 지금은 부서져서 남아 있었으며, 그 둥근 지붕은 반은 무너져서 대궐로 통한 지하도를 막아버리고 있었읍니다. 그 지하도로 하여, 여왕은 이 별당에 왔던 것입니다. 허무러졌기는 하지마는 아직도 대리석의 벽이 아름다워서, 달이 언덕 위로 솟아오를 대면, 달빛은 이 별당에 곱게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모으구리는 몸이 아프고, 졸리고, 또 시장했지마는, 원숭이가 한꺼번에 스무 마리나 제멋대로, 저희들이 이 세상에서 잘났다고 떠들며, 이렇게 좋은데서 도망하려드는 너는 얼마나 어리석으냐고 달래는데는 그만 웃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동요 사냥군 한 인현
숨어라 꼭꼭, 모두다 꼭꼭
건너 산 솔밭에 사냥군 들었다.
양지쪽 노루는 응달에 꼭꼭.
너구린 굴 속에 토끼는 눈 속에.
꿩들은 꺽꺽, 기침도 말아라.
○
감춰라 살짝, 발자국 살짝.
사냥군 따를라 너희들 발자국.
나무 위 새들아 재빨리 내려온.
눈에 난 발자국 하나도 안비게.
날개로 살살 덮어서 감춰라.
○
울어라 깍깍, 까마귀 깍깍.
사냥군 가는 곳 앞서서 다니며.
네 소리 언잖아 총 끝이 떨리면.
헛방만 놓다가 그대로 간단다.
울어라 깍깍 목놓아 울어라.
"우리들은 위대하다. 우리들은 자유롭다. 우리들은 놀랍다. 우리들은 대정글 가운데서 가장 놀라운 족속이다. 우리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참말일거다."
라고 그들은 외쳤읍니다.
"너는 풋내기일 뿐 아니라, 장차 모든 짐승둘에게 우리 말을 전해 줄 녀석이니까, 우리에 대한 것은 무어든 빼놓지 말고 알아두어야 해."
모오구리는 별로 반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원숭이들은 별당에 주렁주렁 매달려서, 수백 마리가 "원숭이의 노래" 를 부르고, 또 연설자의 말을 듣고 하였읍니다. 그리고 연설자가 숨을 쉬느라고 좀 말을 끊으면 으레 그들은 악들을 쓰고 발을 구르고 하였습니다.
"그렇구말구, 모두가 사실이지!"
모오구리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잠자코 있다가, 그들이 무어라고 물으면 그저 코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아마 미친 승냥이 타바기가 이놈들을 죄다 물어버렸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놈들이 이렇게 미칠 수가 있담. 대체 이놈들은 잠을 모르는 것일까? 저 구름이 달을 가리려고 한다. 달이 아주 가벼지기만 하면, 나는 어둠을 타서 도망을 갈 수 있으련만. 아아 그러나 나는 너무나 고단하구나.)
라고 모오구리는 속으로 생각했읍니다.
어름 속에 버려진 싸움
같은 그 구름을, 성벽 아래 개천 가운데 몸을 감추고, 바라보는 모오구리의 구원대가 있었읍니다. 그들은 말할 것도 없이 표범 바기라, 구렁이 카아였읍니다.
그들은 숨어서 구름과 달을 지키고 있는 까닭은, 원숭이가 떼를 지어 있을 때에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숭이들은 100; 1 이 아니면 결코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서쪽 성벽으로 가겠네. 그래서 비탈을 이용하여 와짝 쳐 들어갈 텔세. 저놈들은 수백 마리가 다 한꺼번에 내 등에 올라서진 못할 거야. 이런 때에."
이렇게 카아가 말하자, 바기라가 뒤를 이어 말했읍니다.
"그렇구말구 이런 때에 발루가 함께 있어주었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나 우린 우리끼리만도 할건 해야 돼. 저 구름이 달을 가렸을 때에 나는 난간 쪽으로 가겠네. 저놈들이 거기서 그애 일로 무슨 회의를 하는 모양이야."
"그럼 꼭 성공하게."
카아가 굵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읍니다. 그리고는 서쪽 성벽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읍니다. 우연한 일이나 그것은 제일 많이 헐은 성벽이었읍니다. 그래서 그 커다란 능구렁이는 얼마 동안 어쩔 줄을 몰랐다가, 간신히 돌 벽 위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해 냈읍니다.
구름은 달을 가리었읍니다.
모오구리가 장차 어떻게 되는가 하고 있을 즈음이었읍니다. 그는 문듯, 바기라의 가벼운 발소리를 들었읍니다. 이 검정 표범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난간 위를 훌쩍 뛰어올라온 것이었읍니다.
다음 순간이었읍니다. 몸부림을 치면서 표범은 원숭이 떼에 뛰어들자 발앞로써 닥치는 대로 원숭이를 후려갈기기 시작했읍니다. 물론, 표범에게 한 번 물리면 원숭이는 크게 상처를 입는 것이지마는, 이 급한 때에 원숭이를 물어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난데 없이 달려든 적으로 인하여, 원숭이들은 곧 모오구리를 열겹 스무 겹으로 에워싸고 앉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무서움과 노여움에 악을악을 쓰고 있었읍니다. 그리고 바기라가 너머져가는 원숭이를 짓밟으며 쳐들어왔을 때, 원숭이 하나이 악을 썼습니다.
"인제 보니까 한 놈이다! 죽여라 죽여!"
이 소리를 듣자, 와아 하고, 원숭이들은 표범에게 달려들며, 물고 할퀴고 꼬집고, 잡아다리고 하여, 마치 벌떼처럼 뒤덮어버렸읍니다.
한 편 대여섯 마리는 모오구리를 붙잡아다가 별당 벽 위로 끌어올리고는, 뚫어진 구멍 속에 떨어뜨렸읍니다. 이런 때에 만약 모오구리가 사람에게 훈련을 받은 아이였더면, 크게 다쳤는지 모릅니다. 왜그러냐하면, 그가 떨어진 높이는 열 다섯 자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모오구리는 발루한테서, 높은데서 떨어지는 방법을 고대로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떨어졌을 때는 가볍게 오뚝 설 수가 있었읍니다.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네 동무놈을 죽일 때까지."
한 원숭이가 이렇게 외치자, 다른 원숭이가,
"독을 가진 족속들이 널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하구 또 인연을 맺자꾸나.”
모오구리가 떨어진 곳은 고부라가 우굴우굴하였읍니다. 고부라란 인도에 사는 독사입니다. 이 독사는 옛 궁터를 찾아다니며 집을 정하였읍니다. (다음호에 계속)
일은 크게 벌어졌읍니다. 또 모오구리는 독사 틈에 떨어졌고, 바기라는 얻어맞는 중입니다. 카아는 지금 어떻게 나올 것이며, 늙은 곰 발루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다음치를 기다리십시오.
(편집부)
(지 도) |
문제 (5) (시간 40분)
◎ 문제의 목표
한 가지로 다른 것을 이어서 생각하는 힘을 보는 것으로, 이번에는 한 말에 대하여 반대의 뜻을 가진 말과 또 비슷한 말을 연상하여 찾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어 공부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답을 쓰는데에 생각할 것을 몇 가지 말합니다.
(1)의 문제는 (불)이라는 글자를 쓰는 사람이 많이 있읍니다. 즉 안심(安心)이라는 말의 반대말을 불안심이라고 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틀린 것은 아니나, 될 수 있으면 (불)자를 쓰지 말고 다른 말을 쓰는 것이 좋읍니다.
(2)의 문제에 있어서 비슷한 말이 여러 가지 있을 때에는 어느 것을 써도 좋읍니다.
◎ 설명 아래에 있는 것과 같이 한 말의 반대 되는 뜻을 가진 말을 () 안에 써 넣으시요.
보기
오른다 - (내린다)
성공 - (실패)
간다 - (온다)
춥다 - (덥다)
(1) 다음 낱말의 반대의 뜻을 가진 낱말을 쓰시요
1 자손 - () 3 평화 - () 5 내년 - () 7 바깥 - () 9 불쾌 - () 11 수컷 - () 13 동양 - () 15 따라 간다 - () 17 지문학 - () 19 지상(地上) - () 21 실망 - () 23 제품 - () 25 과거(過去) - () 27 땅바닥 - () 29 오목오목 - ( ) 31 일부(一部) - () 33 천문학 - () 35 유식(有識) - () 37 열등(劣等) - () |
2 승리 - () 4 흥한다 - () 6 지원(志願) - () 8 행복 - () 10 천대 - () 12 반일(半日) - () 14 외로웁다 - () 16 전부 - () 18 흐릿하다 - () 20 인공(人工) - () 22 빈약하다 - () 24 무명(無名) - () 26 퇴보(退步) - () 28 겅성드뭇하다 - () 30 강하다 - () 32 신하 - () 34 훈민정음 - () 36 육체 - () 38 게으르다 - () |
39 조용하다 - () 41 시원하다 - () 43 조양(아침볕) - () 45 시외(市外) - () 47 낙관 - () 49 낙제 - () 51 안전 - () 53 산천 - () 55 안심 - () 57 청산(靑山) - () 59 라향 - () 61 칭찬 - () 63 권리(權利) - () 65 멧돌 - () 67 자선가 - () 69 희미하다 - () 71 태기 - () 73 우둔 - () 75 검소 - () 77 원인 - () 79 학생 - () |
40 불손하다 - () 42 유심(有心) - () 44 역역히 - () 46 기쁨 - () 48 후진(後進) - () 50 동물 - () 52 마을 - () 54 퇴학 - () 56 최초(最初) - () 58 농토(農土) - () 60 황폐한 땅 - () 62 지주(地主) - () 64 천천히 - () 66 편안 - () 68 양노원 - () 70 야비 - () 72 석가의 입적 - () 74 임시 - () 76 떠들석 - () 78 보통 - () 80 압박 - () |
81 학대 - () 83 복종 - () 85 방법(方法) - () 87 반생(半生) - () 89 의심 - () 91 반역자 - () 93 처음 - () 95 약하다 - () 97 바쁘다 - () 99 날이 훤하다 - () |
82 순금(純金) - () 84 절반 - () 86 지배인(支配人) - () 88 실패 - () 90 나태 - () 92 자손 - () 94 서로 부른다 - () 96 전부(全部) - () 98 흥분 - () 100 하학 - () |
39 당당함 - () 41 풍부 - () 43 근래 - () 45 근본 - () 47 오직 - () 49 드디어 - () 51 문득 - () 53 엄청난 - () 55 재주 - () 57 춘추 - () 59 찬양 - () 61 온갖 - () 63 지극히 - () 65 처지 - () 67 사무치다 - () 69 수상스럽다 - () 71 기어이 - () 73 진정으로 - () 75 연거퍼 - () 77 의논 - () 79 박장 - () 81 유래(由來) - () 83 위로 - () 85 본받아 - () 87 재능 - () 89 족쇄 - () 91 피로 - () 93 도리어 - () 95 공적 - () 97 슬기 - () 99 질서 - () |
40 절대 - () 42 원료 - () 44 시선 - () 46 속속 - () 48 기초 - () 50 의지 - () 52 무리 - () 54 형형색색 - () 56 묘하다 - () 58 지혜 - () 60 제도 - () 62 무척 - () 64 만일에 - () 66 은덕 - () 68 억지로 - () 70 기어이 - () 72 마땅하다 - () 74 신기 - () 76 거뭇한 - () 78 처소 - () 80 마침 - () 82 지리하다 - () 84 차츰차츰 - () 86 씩씩하게 - () 88 진리(眞理) - () 90 위대한 - () 92 본택 - () 94 영원 - () 96 후생 - () 98 계획 - () 100 간직 - () |
(2) 다음 말과 비슷한 말을 쓰시요. | |||
1 갑자기 - () 3 거의 - () 5 처량 - () 7 기세 - () 9 마침내 - () 11 선전포고 - () 13 징용 - () 15 뉘엿뉘엿 - () 17 생활 - () 19 지경(地境) - () 21 차차 - () 23 흔히 - () 25 마치 - () 27 지도 - () 29 음성(音聲) - () 31 대개 - () 33 짐작 - () 35 가장 - () 37 호을로 - () |
2 아우성친다 - () 4 민족 - () 6 항복 - () 8 온통 - () 10 폭격 - () 12 공연히 - () 14 사정 - () 16 만족 - () 18 불행 - () 20 위안 - () 22 요긴 - () 24 풍토 - () 26 염려 - () 28 미처 - () 30 가량 - () 32 우선 - () 34 하물며 - () 36 이를테면 - () 38 헤어 - () |
문제 (4)의 해답
(12월치)
(1) 시베리아 (2) 해주 (3) 부싯돌 (4) 중(重)구릅 (5) 달별(衛星) (6)별똥돌(隕石) (7) 강물 (8) 벼룻돌 (9) 바위물(巖奬) (10) 숫돌 (11) 부서진 바위 (12) 우리 나라 (13) 차돌 (14) 관창 (15) ④잘 놀라 (16) 성충(成忠) (17) 우륵(于勒) (18) 선신(善信) (19) 설총(薛聰) (20) 김 유신 (21) 쌍영총(雙楹塚) (22) 의자왕 (23) 최 치원 (24) 강 감찬 (25) 최 치원 (26) 변한 (27) 고려 (28) 금와왕 (29) 살수 (30) 을지 문덕 (31) 연개 소문 (32) 소 정방 (33) 왕 건 (34) 내량의 볍륭사 (35) 서울 (36) 금강산 (37) 강화도 (38) 뉴욕 (39) 부산 (40) 황해도 (41) 이 완용 (42) 사자 (43) 전차 (44) 무릎 (45) 연필 (46) 20 (47) 7 (48) 9/10 (49) 1/5 (50) 11324 - 109914 (51) 50)200 (52) 달다 (53) 어루만지다 (54) 노래한다 (55) 지도자 (56) 조상 (57) 동양 (58) 환호성 (59) 바로 (60) 높고 얕다
오락실 차례
재미 있는 놀이 ① “무엇 같은가" 놀이 ② "직업자랑" 놀이 ③ "땅이름" 놀이 ④ "소문" 놀이 ⑤ "과일" 놀이 ⑥ "말 않기" 놀이 ⑦ “웃기기" 놀이 ⑧ “새가 날은다" 놀이 ⑨ “말 돌리기" 놀이 |
빨리 빨리 누가 빨리? 만화 수학놀이 ???. 그림자 만들기 염소 데려 내오기 척척박사 깔깔 박사 |
1. "무엇 같은가" 놀이
이것은 글짓기를 응용한 유희로서, 화로 가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고상한 놀이입니다.
우선 한 사람이 둘러앉은 여러 사람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 같겠습니까?"
고 물읍니다. 그러면,
가 "고양이 눈깔 같읍니다."
나 "소녀와 같읍니다."
다 "하늘과 같읍니다."
라 “인형과 같읍니다."
마 “대포알과 같읍니다."
이렇게 각기 틀리게 대답합니다.
빨리 빨리 누가 빨리 읽나?
★두고두고 먹는 두부는, 두붓집에서 만든 두분가 집에서 만든 두분가.
★오래 오래 노래 부르면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 하는 맛에 노래하지마는 노래듣는 사람은 오래 노래듣는 것이 노래 안 듣는 것만 같지 못하노라.
★자라는 자라는 쟈다가 자라고 자라다 자고.
★별하나 나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 별 넷 나 넷 별 다섯 나 다섯 별 여섯 나 여섯 별 일곱 나 일곱 별 여덟 나 여덟 별 아홉 나 아홉 별 열 나 열.
★개울에서 개굴개굴 개구리는요 개굴개굴 울다가 개골개골 울어요.
★국립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국민학교 교과서 판매소.
★법학박사.
자아, 그러니, 고양이 눈도 같다, 소녀도 같고, 하늘도 같고, 인형도 같고, 대포알도 같은 것이 대체 무었입니까? 모두 들 궁금해서 문제낸 사람을 치다보고 있으려니까, 그는,
"사실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별인데 어째서 고양이 눈 같다고 하십니까?"
하고 물읍니다. 그러면 (가)는,
"밤에만 번쩌기니까요."
“참 그렇군요. 그러면 어째서 소녀 같을까요."
(나) "둘이 다 남의 귀염을 받으니까요."
"그러면 어째서 하늘 같다고 하십니까?"
(다) "하늘......... 둘이 다 높으니 까요."
"건 좀 꼭 들어맞지 않습니다. 벌점을 받으십시오. 그러면 다음에, 별과 인형은 어디가 같읍니까?"
(라) "별도 인형도 다 소녀들이 그리워하고, 사랑하니까요."
"이건 참 시적인데요, 그러면 대포알 같다고 하신 분은?"
"예, 둘이 다 잘 날으니까요."
"그것참 교묘합니다."
대개 이렇게 하여서, 가장 재미 있게 끌어 댄 사람에게 상점을 주고, (다)와 같이 어색한 대답을 한 사람은 벌점을 주어서 나중에 성적이 제일 좋은 사람이 상품을 가져 가기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 돌려가며 묻기로 하고, 대답하는 차례도 서로 공평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나중에 대답하는 사람이 궁리할 시간이 많아서 불공평합니다.
2. “직업 자랑" 놀이
이것은 제비를 뽑아서, 두 사람씩 짝을 짓고, 심판관은 이(가) (나) 두 사람에게, 무어든 서로 통하는 직업을 적은 종이 쪽 지를 주고, 얼마 동안 시간을 정하여 각기 받은 직업에 대하여 자랑을 하도록 합니다. 그 자랑을 잘 하고 못 하는 것으로 이기고 지는 것인데, 사람이 많을쑤록 직업도 가지가지고, 성적도 층이질 것입니다.
이를테면,
(가) 출판사 - 세상 사람에게 마음의 양식을 주는, 최고 최선의 일을 우리는 하고 있읍니다.
(만) 인쇄소 - 그 마음의 양식도 우리들 손을 거치지 않으면, 머리에 들어갈 수 없지요. 쌀이 되기 전, 농군의 애쓴것을 알아야 합니다.
(심판) 승부 - 둘이 다 간단하고 요령이 있었으니까, 이번엔 비겼읍니다.
(가) 쌀장수 - 인생은 먹는 것이 제일이니, 먹는 것만 해결되면 나무야 나중이지.
(나) 나무장수 - 걱정 걱정해도 땔 걱정이 우선이라, 먹기야 얻언들 못 먹으리요마는 땔 거야 어이 빌어 때리요.
(심판) 승부 - 나무 장수 말이 무슨 시조 같이 멋드러지고, 또 이치도 그럴듯하니, 나무장수가 이겼읍니다.
대개 이처럼 하면 재미 있읍니다.
3. "땅 이름" 놀이
우선 커다란 지도 한 장을 방바닥에 펴놓읍니다. (우리나라 지도든, 세계지도든, 상관이 없읍니다. 그런데, 이 지도에는 도회지나, 읍이 표적으로만 되었지, 이름은 없읍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둑만하게 오린 종이에 도회지나 읍의 이름을 적어서, 모인 사람들이 적당히 나누어 가집니다
그리하여, 지도 위에 각기 가졌던 말을 제자리에 놓기로 하고, 나중에 정말 지도와 대보면, 틀리고 맞고가 드러나는 것입니 다. 가장 덜 틀린 사람이 이기는 것은 물론 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도회에 한할 것이 아니라, 산이든, 강어든, 혹은 명승고적 같이 특수한 것도 만들면 지리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학놀이
수남이와 영혜는 재미있는 수학놀이를 시작하였읍니다. 여러 분도 같이 해보십시오.
수남 "먼저 어떤 수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9 곱하여서 나온 답 가운데서 어떤 숫자를 지워버리십시오. 내가 맞출테니.
영혜 "그것 참 재미있군요. 그러면……자아 다 되었읍니다."
(영혜가 생각한 것은 618×9-5562인데 그 가운데서 한자를 지웠읍니다. 그래서 562가 되었읍니다.)
영혜 "562입니다."
수남 "562라구요? 5 를 지웠군요. 어떻습니까 맞았지요?"
영혜 "예, 맞았읍니다. 참 용하시군요. 그러면 이번에는 266" (294x 9 = 2646, 4 를 지웠음)
수남 "예, 4 를 지웠지요?"
4. "소문" 놀이
여럿이 뱅 둘러 앉읍니다. 자리가 정해지면 "가위 바우 보" (짱겜)로 주인공을 정하고, 주인공은 될 수 있으면 이상 야릇한 이야기를 생각해서,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왼쪽 옆 사람에게 귓속말을 합니다.
이를테면,
"정숙이는 바올린을 어찌 잘 하는지 이웃집 바둑이가 듣고는 춤을 당실덩실 준대지.”
한다든가,
"오늘밤에는 노오스·아메리카 비행기가 떠서 빨갛고 하얀 장미꽃을 뿌린다는데 가지 않겠니?"
한다든가. 그러면, 이 이야기를 들은 옆의 사람은 다시 이 이야기를 왼쪽 옆 사람에게 귓속말로 전합니다. 이렇게하여 이야 기가 한 바퀴 돈 다음에 맨 나중 사람이 큰 소리로 들은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 귀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는, 맨 처음 이야기와는 아주 띤 이야기가 되는 것이므로, 여간 우스운 것이 아닙니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되는 수가 많읍니다. 세상의 소문이란 것이 이처럼 맹낭하다는 교훈을 주는 놀이입니다.
5. “과일" 놀이
이것은 의자에 걸터 앉아서 놀아야 되는 놀이입니다. 우선 돌라앉은 사람이 사과라든가 수박이라든가, 참외라든가, 무 엇이든 과실 이름을 적어서 가슴에 붙이고 의자에 앉아 있읍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사람이 술레가 되어서,
"사과, 복숭아!"
하든지,
"포도, 딸기!"
하든지, 어쨌든 두 가지를 연짚어 부릅니다. 그러면, 제 이름이 불린 두 사람은, 술레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얼른 서로 자리를 바꿔야 합니다. 자리를 바꾸는 동안에 슬레는 빈 자리를 빼앗아 앉읍니다. 자리를 빼앗긴 사람이 술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하여도 자리를 빼앗을 수 없을 때는, 술레는,
"대 폭풍!"
하고 외칩니다. 그러면, 거기 앉은 사람 전부가 서로 얼른 (아무 자리도 상관 없음) 자리를 바꿔야 합니다. 이렇게 해 서도 술레가 자리를 못 빼앗으면 이 사람은 술레될 자격조차 없는 사람으로 치고, 딴 사람이 술레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영혜 “아이 어쩌면 그렇게 잘 맞춘담. 그 맛추는 방법을 좀 가르쳐 주어요."
수남 "알구 보면 조금도 어려울 것이 없읍니다. 이 9 라는 수는 참 재미있는 수입니다. 9 를 곱해서 나온수를 하나 하나 합하면 반드시 9 가 되든지 9 의 곱수가 됩니다. 그러면 최초의 562를 각각 보태어 보면 13이 됩니다. 여기서 9들 빼면, 4가 남읍니다. 그리고 다시 4를 9에서 빼면, 5가 남읍니다. 그래서 5를 지운 것이 됩니다. 아무리 큰 수라도 9를 곱하면 그 대답의 보탬은 반드시 9 나, 9 의 곱수가 되므로, 이 방법으로 하면 다됩니다. 또 가령 204 처럼 9가 못되고 8이 되는 경우에는 9 에서 8을 땐, 즉 1지운 것이 금방 드러납니다."
6. "말 않기" 놀이
여럿이 둘러앉은 뒤에 "가위 바위 보"(짱겜)를 하여 진 사람이 술레가 됩니다. 이 술레는 여러 사람에게 묻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대답하는 편에서는,
“예, 아니요, 그렇습니다, 검다, 희다”의 다섯 가지 말은 입에 얼씬도 하여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술레는 어떻게 하든지 이 말 않기로 된 다섯 가지 말이 대답하는 쪽에서 나오도록만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매우 춥지요?"
하고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은 "산에 눈이 많이 오는 모양입니다."
하고, 대답은 하되 슬쩍 피해버립니다.
"참 눈이 오는군요. 고목 나무에 꽃이 피는 것 같구먼요. 그런데 눈 빛같은 무슨 빛갈이지요?"
"도화지 빛갈과 마찬가집니다."
"도화지라면 회색 빛갈도 있지요."
"그런 도화지가 어디 있나요. 모두 흰 도화지지."
이렇게 되면 "희다"는 말을 했으니까 그 사람이 술레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인제 학교에서도 난로를 피울 때가 되었는데, 난로에 무슨 칠을 했던가?" "검……아니, 저 쇳가루……"
이쯤 되면, "검다"는 말은 할려다 말고, "아니"란 말을 했으니, 영낙없이 술레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3분 동안을 버틸 수 있으면 술레는 낙재가 됩니다. 이것도 양편으로 갈라 앉아 서로 성적표를 꾸며 가면서 하면 퍽 재미 있는 놀이가 됩니다.
2
수남 "그러면 이번에는 딴 것을 해봅시다. 우선 무슨 수를 생각하십시오."
영혜 "생각했읍니다."
수남 "이번에는 그 수를 거꾸로 하여서 먼저 수에서 빼십시오. 그러고는, 그 중에서 어떤 수를 하나 지우십시오."
영혜 "그렇게 했읍니다."
수남 "그러고 나서 남은 수가 무엇입니까?"
영혜 "96입니다."(753 - 357 = 396 여기서 3 을 빼었음)
수남 "3을 지우셨군요."
영혜 "예; 맞았읍니다. 참용하십니다."
수남 “먼저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어떤 수를 거꾸로 하여 빼고 남은 수는 반드시 9의 곱수이니까, 먼저와 마찬가지로 9를 빼고 나머지 6 을 때면 3이 남읍니다. 그것이 곧 대답 입니다."
7. "웃기기" 놀이
여러 사람 가운데서 술레가 나와서 손짓도 하고 발짓도 하고, 또는 얼굴을 이상야릇하게 하여서 웃겨봅니다. 그러나 아 무도 웃는 사람이 없으면 우스운 이야기를 하든지 노래를 하든지 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웃깁니다. 웃지 않으려고 참고 참 다가 웃으면, 그 사람이 술레가 되는 놀이입니다.
8. "새가 날은다" 놀이
우선 둘러앉읍니다. 그리고 술레를 정한 다음, 술레는 한 가운데 앉아서, "새가 날은다!" 하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내립니다. 모두들 일제히 "새가 날은다" 하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내립니다. 그러면, 술레가 연방, "제비가 날은다." "참새가 날 은다." "비행기가 날은다." "꾀꼬리가 날은다." 하다가, "기차가 날은다."하고 역시 손을 번쩍 듭니다. 그러나 기차가 날으는 법은 없으니까 이때에 일동은 팔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에 든 사람이 있으면 술레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마땅히 팔을 들어야 할 때에 안 들어도 술레가 되는 것입니다.
애독자 아협 상타기
새 문 제
(1) 지나친 것은 오히려 미치지 못함과 같다.
(2) 방에 책이 없으면 몸에 정신이 없는 것과 같다.
위에 적은 것은 세계에서 유명한 위인들이 가르켜주신 좋은 말씀인데 누구의 말씀인지 그 분의 이름을 적어 보내십시오.
1등 20명 …………… 학용품 한번씩
2등 60명 …………… 좋은책 한권씩
마감 1월 30일 발표 "소학생" 3월치 보내실 곳 서울특별시 종로 2가 영보빌딩 "소학생"편집부 주의 되도록 엽서로 보내시고 만일 다른 작품과 함께 보내실 때에는 엽서만한 종이에 답을 쓰고 그 밑에 학교 학년 과 자기 이름을 똑똑히 써서 봉투에 넣어 보내 주십시오.
☆ 11월치 상타기 발표 ☆
바른 대답과 뽑힌 분
(답) 6번
1등 10명 김명진 (서울 종로교 3년) 함우석 (서울 조공교 1년) 정창길 (서울 태평교 5년) 이민재 (충남 영인교 5년) 이대식 (서울 용강교 6년) 윤용목 (인천 학익교 5년) 최상묵 (경북 대구교 5년) 장봉래 (서울 통인동 44) 김동숙 (인천 이황교 5년) |
2등 21명 김창희 (서울 용강교 6년) 정혜숙 (서울 사범교 4년) 홍묘선 (서울 종로교 4년) 조성구 (서울 혜화교 20) 김용장 (서울 관수동 20) 윤정훈 (서울 영희교 5년) 이창화 (서울 종로교 5년) 김 온 (서울 수송교 3년) 김진환 (서울 혜화교 2년) |
김용기 (서울 종로교 5년) 주운석 (서울 수송교 5년) 안병욱 (서울 수송교 5년) 장영래 (서울 청운교 2년). 안경자 (서울 교등교 3년) 이경하 (서울 종로교 5년) 방원규 (서울 동감동586의2) 주동설 (서울 덕수교 6년) 장히자 (서울 종로교 1년) 한춘자 (서울 수송교 3년) 김창수(충남조치원교동교 4년) 남상히 (마산 성호교 4의3) |
9. "말 돌리기" 놀이
둘러앉습니다. 우선 물고기 이름이라든가, 날짐승 이름이라든가, 또는 벌레, 나무, 무어든지 좋은데, 그 종류를 하나 정해 가지고, 가령 새로 정했다고 하면,
첫째 사람이,
"꾀꼬리."
하다면, 둘째 사람은 곧 받아서,
"카나리야."
하고, 세째는,
"비둘기."
합니다. 이렇게 해서 조금도 쉴사이 없이 빨리빨리 돌아가면, 나중에는, 남이 한 번 말한 것을 또 하게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얼른 생각이 안 나서 꽉 막혀 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이 사람이 술레가 되어서, 노래를 하나 하던지, 절을 하던지 하기로 하면 재미 있읍니다.
흠 요새는 당초에 세상이 어지러워서 마음이 안정 안된단말야
신문이나 라디오를 들어도 역시 마음이 안정 안돼!
양산 통도사에 있는 도술법사를 불러라
예~ 이~
여보세요 도술법사요. 나는 김정승의 비서인데 정승께서 요새 마음이 안정 안되신다고 하시네
녜, 녜, 아마 동쪽에서 스파이가 들어왔는가 싶읍니다. 녜, 녜, 곧 가겠읍니다
허허 벌써 서울에 왔군 어디 장안을 탐정해 보자
아 저놈이 스파이구나 성문 높이를 재고 ㅤㅤㅤㅤㅤㅤㅤㅤㅤ있나보다
훔, 틀림없는 ㅤ스파이다.
에끼, 이놈 도술법사의 쇠방망이 맛이나 봐라
아, 어랍쇼? 이놈이 어딜갔어?
그것 이상하다. 여기에 있었는데 이상하다
이크 아야 누구야 어느 놈이 뺨을
따리는 거야
○의사 아들
선생님 "너 그렇게 공부 않고 말 안들으면 너의 아버지를 불러다가 말할테야."
의사의 아들 "우리 아버지 한번 불러 오는데 100원이예요."
선생님 ???(서울 돈암고 구 덕희)
○모기
이죽이 "가을이 되면 왜 모기가 없어지는지 아니?"
촐랑이 "그야 날이 추워지니까 그렇지."
이죽이 "아냐, 여름에는 옷벗은 사람이 많아서 쏘기 쉽지만 가을은 옷을 단단히 입으니까 없어지는 거야." (서울 왕하십리동 서 대석)
염소 데려 내오기
그림과 같이 염소가 한 가운데 갇혀있읍니다. 그런데 길이 이상야릇하여서 잘못 들어가다가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기 쉽습니다. 어떻게 한 번도 막히지 않고 데려올 수 있을찌.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읍니다. 이 잡지를 찢지 말고, 비치는 종이에 옮겨 그린 다음에 길을 찾아 보십시오.
???
번호 순서 대로 검정점을 이어 나아가 보십시오. 무엇이 되었읍니까?
☆그림자 놀이☆
1 사슴 2 영양 3 하운드(개) 4 약대 5 돼지 6 거위 7 늑대 8 염소 9 코끼리 10 토끼 11 곰 12 황소 13 개 14 나비 15 나귀
새가 새장 속으로!
위와 같은 그림을 도화지나 두꺼운 종이 앞 뒤에 각각 그립니다. 그리고는 그 종이를 옆의 그림과 같이 양끝 가운데에 실을 꿰어 두 손으로 돌린 다음, 그대로 힘 잡아가리면 새가 새장에 들어 간 것 같이 보입니다.
※쿠우폰 표란 무엇? (자세한 것은 뒤 겉장 안쪽에) |
소학생 쿠우폰표 No. 1 |
(문) 척척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따끔한 질문을 하나 물어 보겠읍니다. 자 그럼, 귀는 넷, 눈은 수백개 달린 것이 무엇? 자 얼른 얼른.(서울종로고 5년 이창화)
(답) 자 그럼 이니, 자 얼른이니 그 친구 말버릇 대단 떳떳하군그래. 그게 뭬 어려운가? 정구 배구할 때 치는 네트(그물) 같은 거로군. (척척 박사)
(문) 새해에 할아버지 대머리가 더 많아졌겠군요. 묻습니다. 똥구멍은 6-9 개 있는데 입으로 먹고 입으로 게우는 것이 무엇입니까? 왜, 우물쭈물하세요? (서울 공덕동 고 순택)
(답) 이가 빠져서 떡저름이 잇새에 끼어 빼느라고 그리네, 그건 설때에 많이 쓰는 떡시루 아닌가? (척척박사)
(문) 척척 박사 할아버지, 처음 뵙습니다. 진땀좀 빼 해보십시오. 많이 쓸수록 많아지고, 적게 쓸수록 적어지는 것은 무엇이지요? (서울공덕교 이 형우)
(답) 고드름 장아찌보다도 더 싱거운 질문이로군. 그건 글씨. (척척 박사)
(문) 척척 박사 할아버지, 척척 못 알아마치면 박사님을 내놓십시오. 하루 종일 걸어가다 뛰어가다하여도 '제자리에만 있게되니 대체 무엇일까요? (서울 영희교 4년 윤정훈)
(답) 어디 척척 못알으켜 내야말이지, 쓸데없는 걱정에 머리 빠지리. 자네 물은 것은 시골에 흔히 있는 디딜방알쎄. (척척 박사)
★묵은 해 웃음으로 보내고 새해를 즐거웁게 맞이하시라는 뜻으로 지난 12월치는 웃음거리 이야기로, 그리고 이달치는 재미있는 "오락실"을 꾸며서 새해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우리 "소학생”에서는 여러 가지 새로운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로 새해부터 애독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쿠우폰 표"를드리기로 하였읍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 페이지를 읽어보시기 바라며, 동무들에게도 많이 알려 주십시오.
★올해는 경인(庚寅)년! 호랑이(범) 해라고 합니다. 호랑이는 씩씩하고 용감한 동물이지요. 여러 분도 올 한해를 씩씩하게 용감하게 지내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심일서)
4283年 1月 1日發行
소학생 • 값 100원
1월치★ 제74호
編輯兼發行人 尹 石 重
印刷人 金 元 植
發行所 || 兒 協
4280年 9月 30日 登錄 第249番
서울 鐘路 2街 82 永保빌딩
總販賣 乙酉文化社
서울 鐘路 2街 82
振替 서울 2706
直通 電話 |
光化門③ |
雜誌課0328番 |
서울신문社 印刷局
4280年 9月 31日 登錄 第14號
▲"소학생 72호를 사가지고 제일 끝장의 만화와 소학생 클럽을 보려니까 즐거운 한때에 뜻밖에도 동규의 사진이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대구 수창교 3학년 2학기 끝에 서울로 이사간 박동규의 침 흘리며 다니던 모습이 어렴푸시 나타났다." 이것은 11월 23일의 제 일기입니다. 기자 선생님, 박 영종 선생님의 집 번지를 알으켜 주십시오. 꼭 부탁합니다. (대구 향 촌동 5.9 임 용운)
△ 2년 만에 사진으로 보시니 얼마나 반갑습니까? 박 선생님 주소는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3가 277의 46 입니다. (기자)
▲기자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72호 소학생에 있는“어디가 틀렸나?" 의 3번은 다이야만 없는 게 아니라 뒤에서 운전하는 것도 틀린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울 공덕교 업 문용, 이 말순)
△그렇게 보시기도 쉽습니다 마는 버스앞이 그냥 뒤와 같이 미끈한 차가 있는 것을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그 버스를 어린이 들은 맹꽁이차라고도 부릅니다. (기자)
▲아협 여러 선생님, 우리들을 위하여서 일을 하시느라고 대단히 수고하십니다. 소학생은 너무도 재미나고 유익하여 한달에 2호씩 발행했으면 하는 생각이듭니다. 우리 학교가 10월20일에 개교식을 거행했는데 아협에 알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그럼 안녕히. (천안 신가교 6년 최 두호)
△한달에 2호 3호 내고싶지마는 어디 그렇게 쉽습니까? 내년 개교식에나 잊지말고 기별하도록 하십시오. (기자)
▲올 9월부터 소학생의 동무가 되었읍니다. 소학생 9월치 상타기 문제에 2등으로 뽑힌 것은 참말 꿈 같습니다. (서울 안산 교 6억3 박영규)
△다음에는 1등 한번 해 보십시오.
"소학생"을 파는 책사
(생략)
무료쿠폰을 드립니다
소학생 잡지를 늘 애독하고, 또 동무들에게 권고하는 분이 많아서, 이 분들에게 보답하고자, 우리 아협에서는 "애독자 위 안 쿠우폰 표"를 드리기로 하였읍니다. 이 쿠우폰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행운표인데, 소학생을 다달이 본다 든지, 또는 독자들 많이 권유하는 사람은 힘 안들이고 상품을 타는 것입니다. 아래에 적힌 규정을 보십시오.
1 소학생 한 권에 쿠우폰 표한 장씩을 꼭꼭 붙여 드립니다.
2 이 쿠폰 표 12장을 4283년 12월까지 모으면 상품을 받을 수 있읍니다.
3 혼자서 한 장씩 모아도 되고, 남의 표를 얻어서 모아도 됩니다.
4 또 여러 독자들이 얼러서 보내도 됩니다. 어쨌든 12정을 한 묶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1 쿠우폰 한 묶음에 대하여 빠짐 없이 소학생 쿠우폰 상을 드립니다.
2 다시 여기서 추첨하여 1등부터 6등 까지 쿠우폰 특별상을 드립니다.
3 상품 내용은 지금 연구중인데 다음 달치에 발표합니다.
12장이 모였더라도 곧 보내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금년 12월에 보내십시오. 미리 보내면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달치 쿠우폰 표는 본문 49페이지에 있읍니다. 12장이 되도록 잘 모아두십시오.
1. 고생을 이긴 이야기
우리들은 온 민족이 고생살이를 하여 온 터입니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난을 이기고, 또는 병을 이기고, 혹은 무섭고 겁난 일에 용기를 내어 이긴 이야기가 있으면, 자기의 이야기도 좋고 남의 이야기도 좋읍니다. 1,000 자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적어서 보내면, 널리 소개할 것을 추려서 소학생에 발표하고, 또 상을 드립니다. 그러나 실지로 있었던 이야기라야 합니다.
2. 우리 자치회 (어린이회)의 자랑
우리 학원에 민주주의 교육이 퍼진 뒤에, 학교마다 반마다 자치회라든가 혹은 어린이회라든가 하는 것이 있고, 여기에는 고문 선생님이 계시어서, 늘 좋은 일들을 해 나아가고 있읍니다.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가, 서로 자랑을 공개합시다. 정말 앞날의 대한을 메고 나아갈만한 자랑거리가 있는 회에는 상을 드리겠읍니다. 1,000자 이내면 좋으나 되도록 구체적으로 써 보내십시오.
3. 작문 모집
동시와 동요를 박 영종 선생께서 꼲아 주시는 것은 변경이 없으며, 이번에는 작문도 추려서 발표하겠읍니다. 꼲아 주실 분은 조 풍연 선생입니다.
위의 1.2. 두 가지 응모에는, 내용 심사 를 특별히 문교부와 교육계에서 몇 분을 모시어 하기로 되어 교섭하는 중입니다. 기한은 언제든지 좋읍니다.
저절로 공부가 잘되는
소학생 연습장
서울 학습 지도회 엮음 * 아협 발행
남보다 지지 않게, 남보다 뛰어나게, 부즈런히, 차근차근, 고생 않고, 실수
없이, 공부를 잘 하여 성적을 올립시다! 다 같이 우등생이 됩시다! 학급
을 빛내고, 학교를 빛내고, 민족을 빛냅시다!
이 연습장이 바로 여기 필요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