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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네/해적의 딸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옥환아!

아버지가 너의 오빠를 위하여 쓴 신라 소년과 미륵의 이야기와 박제상─ 등등의 몇 이야기를 너도 함께 읽었을 줄 안다.

이번에는 또한 너에게 몇 마디 쓰려 한다.

지금은 새벽 세시 사십 분이다. 병든 아버지의 신경은 어제 저녁에 먹은 몇 잔의 커피 때문에 더욱 흥분이 된다. 그리고 흥분이 됨을 따라서 집에 두고 떠난 너희 남매의 생각이 더욱 간절하여진다.

「어미가 없는 아이!」

얼마나 쓸쓸하고 가련한 명사냐? 일본 소설가 아리시마 다께로(有島武郞)가 이런 말을 한 것을 아버지는 기억한다. 그 사람에게도 어미 없는 자식이 몇 있었다. 어미 없는 그 자식들은 아버지의 품 아래서 고이고이 자라나고 있었다.

어떤 잡지에서 그 사람에게,

「당신에게는 무엇이 제일 행복이냐?」

하고 물을 때에, 그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솔직하게,

「다만 한 분의 어머님을 가지고, 그 어머님이 아직껏 살아 계신 것이다.」

이렇게 대답하였다. 무심히 그렇게 대답하였지만, 문득 자기 품 안에 있는 어미 없는 자식들을 생각할 때에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가진 아이들이 훌적훌적 자라는 마음과 몸을 볼 때에, 오륙 살 때, 어미를 잃고 홀아버지의 품 아래서 자라는 너희 남매를 생각하고 아버지는 늘 눈물겨워진다.

「아버지 돈─ 한─ 닢!」

어미에게는 당당히 조를 일을 몹시 미안한 듯이 아버지에게 이렇게 청구할 때에, 아버지는 적적한 마음으로 지갑을 꺼내곤 하였다.

나의 사랑하는 딸 옥환아!

사내로 태어난 너의 오빠 일환이보다도 계집애로 태어난 네게는 어미가 없다는 점이 더욱 쓸쓸하겠지?

나는 너의 앞에서 어미의 이야기라도 나오면 얼굴이 창백하여지면서 그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너의 마음속에 깊히 박혀 있는 공허는 아버지가 잘 알고 있는 바다.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 다섯 살 적에 어미를 잃은 너는, 아버지에게 좀 철없는 어리광을 부려는 보았지만, 어미에게와 같이 마음놓고 어리광을 부려 본 적은 한 번도 없이 아직껏 자랐다.

그러면 너의 정서, 너의 감정은 어떻게 되겠느냐? 소녀기에서 처녀기에 이를 동안 활짝 피어야 할 너의 정서는 지금 단단히 위압되어 있을 것이다.

사내에게 있어서보다, 계집애에게 있어서 더욱 필요한 너의 정서는, 지금 단단히 감금되어 있지 않느냐? 그리고 그 열쇠를 열어 줄 사람은 아버지밖에는 없다.

그러나 그 사이의 아버지는, 너의 그 갇히어 있는 정서를 끌어내어 줄 만한 다정한 아버지가 아니고, 오히려 너희 남매에게 엄격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옥환아!

너도 짐작 못 할 바는 아니다. 아버지가 너희 남매를 얼마나 사랑하고 귀히 여겼는지─ 다만 우리 김씨 집안에 물려 내려온 성격이, 비록 사랑은 하면서도 너희들에게 비교적 엄격한 아버지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주저하지 못할 일─ 네 나이가 벌써 열 살이 넘었으매, 아버지는 너에게 또한 여자로서의 정서 교육을 베풀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연한 바다─

해가 물에서 떠서 물로 지고, 달이 물에서 떠서 물로 지는 끝없이 넓은 바다─ 출렁거리는 물결, 때때로 수면 위에까지 날아 올라오는 물고기들, 안개, 구름, 이러한 가운데를 커다란 배가 하나 둥실거리며 떠 간다.

「아버지!」

「왜 그러냐?」

「우리는 지금 어디루 가요?」

「우리? 가자는 데루 가지.」

물어보는 사람은 채연이라는 열 한 살 난 계집애, 대답하는 사람은 이 배의 선장이요 채연이의 아버지,

「아버지, 항구에는 언제나 가게 됩니까?」

「항구?」

아버지는 딸을 내려다보았다.

「항구? 그건 왜 묻느냐?

자기를 내려다보는 아버지의 눈을 마주 쳐다보고 있던 채연이는, 문득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대답하였다.

「뭍을 한 번 보고 싶어요.」

드높은 집, 번득이는 오색의 지붕들, 찬란한 문창, 평평한 길, 그 가운데를 길이 메어서 오고 가는 사람의 무리들, 이러한 그림자들이 어른어른 어린 채연이의 머리를 지나갔다. 벌써 거의 잊어버린 옛날의 기억이 다시 그의 마음에 솟았다. 눈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저편 깊이서 늠실거리는 시꺼먼 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동안, 이 소녀의 눈에는 눈물까지 어리었다.

「아버지, 뭍을 한 번 구경시켜 주세요.」

딸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던 아버지는 눈을 딴 데로 굴렸다. 그리고 그 무거운 소리로 딸의 청구를 거절하였다.

「안된다! 뭍을 보면 안된다.」

소녀는 다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왜요? 왜 뭍을 보면 안돼요?」

「보면─ 뭍은─ 뭍은......」

거기 적당한 형용사를 구하는 듯이 두어 번 같은 말을 거푸 하던 아버지는 내던지듯이,

「나쁜 곳이다!」

하였다.

「어떻게 나쁜 곳이야요?」

「나쁜─ 나쁜 곳이다. 보면, 내리면 안되는 곳이다. 자 이봐라! 바다가 오죽 좋으냐? 저 물결이 어디까지 퍼져 나가는지를 아느냐? 저 많은 물결 아래는 오색의 고기새끼들이 펄럭이며 살고 있는 것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지 않으냐? 해가 물에서 떠서 물로 진다.」

아버지는 손을 들어서 한 번 사면을 가리켰다.

「눈앞에 하나 막힌 것이 없는 넓고 넓은 바다, 그 가운데를 자유로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재미가 오죽하냐? 뭍? 뭍은 아예 내려서는 안되는 곳이다. 내렸다는─ 내렸다는─ 내 딸이 아니다」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번득이는 지붕들, 빛나는 문창, 단청으로 꾸민 기둥과 추녀, 아리따운 옷에 감기어 돌아다니는 사람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소녀는 쓸쓸히 아버지를 등지고 돌아섰다.

물결은 연하여 출렁거리며 배의 옆구리에 부딪치곤 하였다.


채연이가 이 배에 몸을 실은 것은 아직 아무 철도 알지 못하는 네 살 때의 일이었다. 그 이래 십년에 가까운 날짜를 거칠고 거친 바다 위에서 거칠고 거친 뱃사람들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해적이었다. 빠른 범선과 민첩한 부하들을 이용하여 넓은 바다를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만나는 배들을 습격하여 재물을 거두고 하는, 그 근방 일대의 이름 높은 해적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몽롱한 옛날의 기억에 몹시도 자기를 사랑해 주던 어머니라는 인물이 어렴풋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똑똑한 인상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나? 지금 어디 있나? 이것도 채연이는 모르는 바였다. 뱃사람들의 단편적 이야기로서 어머니가 좋지 못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이러한 거칠은 살림을 시작하였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연은 그때 아주 끊어져 버렸다 하는 점은 알았으나, 어떠한 좋지 못한 일을 하였는지, 좋지 못한 일을 했다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변할 이유는 어디 있는지, 이런 점은 어린 채연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아버지는 뭍을 몹시 싫어하였다. 배가 해안이나 항구에 가 닿을지라도, 아버지만은 결코 뭍에 내린 일이 없었다.

채연이도 결코 내리지 못하게 하였다.

아버지는 여인을 또한 끔찍이도 싫어하였다. 어떤 배를 습격하여 그 배에 여인이라도 있으면 아버지는 언제든지 부하를 시켜서 여인을 묶어 물에 집어넣었다.

「가라!」

「키를 돌려라!」

「돛을 올려라!」

추상과 같은 두목의 호령 아래, 손발같이 움직이는 십여 명의 부하들은, 그 해안 일대를 자유로 횡행하며 온갖 짓을 다 하였다. 사람에게 대하여 더구나 여인에게 대하여 잔혹한 이 두목 때문에, 명 아닌 목숨을 끊은 사람도 그 수를 헤일 수가 없었다. 뒷짐을 지고 의연히 뱃머리에 서서 옷자락은 바람에 휘날리면서, 수평선 위에서 가물거리는 작은 점을 바라보고 있는 이 두목의 모양은 뭇 부하들을 위압하였다. 이 두목의 한 마디 명령이면 거기 거스르려는 부하가 없었다.

「키를 동쪽으로 조금!」

「네.」

「돛을 절반만큼!」

「네.」

「활로 저 배를 쏘아라!」

「네.」

추상과 같은 이런 호령을 미처 듣지 못하고 어름거리다가 수장을 당한 부하도 많이 있었다. 찬란히 빛나는 커다란 눈알로 한 번 흘기면, 부하들은 모두 몸을 떨곤 하였다.

「하하하하!」

무슨 잔혹한 일을 부하들에게 시킨 뒤에, 커다란 소리로 웃을 때는 온 바다가 더릉더릉 울리었다. 뛰놀던 물고기들도 숨을 죽이는 듯하였다.


이러한 가운데서 어린 채연이의 마음에는 육지에 내리고 싶은 생각과 육지에 대한 동경심이 나날이 자랐다. 드높은 집 색다른 사람들, 더구나 아버지가 그렇게도 미워하는 여인, 다만 한시라도 물결소리가 안들리는 살림, 한참이라도 그냥 걸어 나아갈 수 있는 길, 흔들리지 않는 방 안─ 어린 마음에 때때로 이런 일을 생각하며 거기다가. 어린애다운 상상을 가해 가지고, 그 공상의 나라를 헤매느라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때도 많았다. 어떤 날 아버지와 딸은, 배 난간 안에 걸상을 내다 놓고 거기 걸터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눈을 감고 무슨 생각에 잠기어 있었다. 딸은 망연한 바다와 저편 수평선 가까이 있는 푸른 언덕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배는 순풍을 받아 가지고 남으로 닫는다. 갈매기가 때때로 배의 돛을 희롱하고 있었다. 저편 수평선 가까이 보이는 푸른 언덕은, 아지랑이를 끼고 천천히 뒤로 물러가고 있었다.

「아버지!」

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저─ 기 저게 뭍이지요?」

「그래.」

딸은 천천히 머리를 돌려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리로 가지 않아요?」

아버지는 힐끗 딸을 보았다.또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그의 눈은 딸을 꾸짖었다.

「가고 싶으냐?」

아버지는 토하듯이 이렇게 말하였다.

「네!」

아버지는 입을 닫았다. 그러나 좀 뒤에 다시 무거운 소리로 대답하였다.

「못써! 갔다는─ 갔─ 갔다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비록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일지라도 채연이는 그 알지 못하는 나라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물결소리, 물결소리, 또 물결소리, 이 귀찮은 소리에서 한시라도 떠나 보고 싶었다. 좀 넓은 세상을 한 번 달음박질하여 돌아다녀 보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향하고 있던 눈을 다시 아지랑이 낀 수평선 끝의 뭍으로 향할 때는, 소녀의 눈에서는 맑은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아버지는 잠자코 있었다. 눈을 굳게 닫고 머리를 가슴에 묻고 무슨 생각에 다시 잠겨 있었다. 때때로 코만 킁킁 울리었다. 마침내 아버지가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잡고 있던 망치로 배 난간을 세 번 딱딱 두드렸다.

그 소리에 응하여 한 사람의 부하가 달려왔다.그 부하를 향하여 두목은,

「선지를 불러라.」

하고 간단히 명령하였다.

부하가 명령을 듣고 돌아간 뒤에 곧 선지라는 부하가 이르렀다.

「부르셨읍니까?」

이렇게 묻는 선지를 한참을 위 아래로 훑어보고 있던 두목은 두어 번 머리를 끄덕였다.


「너 거기서 재주를 해라.」

이것이 두목이 선지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예?」

뜻을 잘 못 알아들은 선지가 두목에게 이렇게 다시 물을 때에, 두목은 나란히 빛나는 눈을 크게 떴다.

「재주를─ 거꾸로 서서 재주를 하란 말이다.」

다시 그 까닭을 묻든가 방식을 물었다가는 선지의 생명이 위태하다. 선지는 곧 그 자리에서 한 번 펄쩍 뛰고, 양 손으로 바닥을 짚고 거꾸로 섰다.

「자 칼!」

선지가 거꾸로서는 순간, 두목은 허리에 찼던 칼 하나를 뽑아서 높이 올려치었다. 높이 올라갔던 칼은 선지의 몸을 향하고 내려왔다. 그 내려오는 칼을 던지는 양발로써 교묘히 받았다.

「또 하나!」

두목의 우렁찬 소리가 다시 나며, 칼 한 자루가 또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그 칼이 내려올 때에 선지는 또 교묘히 발로써 칼을 받아 잡았다. 그런 뒤에 그의 재주가 시작되었다. 발로 잡은 두 개의 칼로 번갈아 하늘로 올려치고, 도로 내려오는 것을 손발을 번갈아 받고 올려치고─ 그의 사지는 마치 기계와 같이 빨리 회전되었다. 그의 숙련된 재주에 따라서 두 개의 칼은 햇빛에 반짝거리며 연하여 하늘로 올라갔다. 한참을 이 재간을 하는 동안 선지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수없이 맺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두목은 자기의 커다란 손을 그의 딸의 머리 위에 얹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서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떠냐, 재미있느냐?」

자기의 앞에서 부리고 있는 재주에는 정신을 안두고 아지랑이 낀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던 채연이는 이때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겨우 입술의 대답을 하였다.

「예!」

「하하하, 하하하하하! 재미있지? 하하하하! 어떠냐 재미가? 하하하하!」

찢어지는 듯한 아버지의 그 웃음소리에는 공허가 있었다. 우습지도 않은 것을 딸에게 억지로 웃어 보이려는 것이 분명하였다.

「뭍에야 이런 재미가 있겠느냐? 채연아! 뭍에는─ 뭍이란 곳은 아무 재미도 없는 곳이란다. 아예 그런 생각은 말고...... 하하하하!」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재주를 하는 선지며, 그것을 바라보며 억지 웃음을 웃고 있는 아버지, 멀리 둘러서서 선지의 재주를 구경하는 부하들, 이런 것을 아무 흥미도 없는 눈으로 둘러보며 어린 채연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선지의 재주도 물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온갖 사물에 냉혹한 아버지가 자기에게만은 그래도 다정한 것이 고맙지 않은 바도 아니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 생겨난 육지에 대한 동경심은, 이런 것으로는 결코 끌 수가 없었다. 흥미 없는 일을 흥미 있는 듯이 가식하기에는 채연이는 너무 나이가 어렸다. 구슬땀을 흘리며 재주하는 선지를 버려두고 채연이는 가만히 일어서서 그 자리를 피하였다.


채연이는 나날이 우울하여졌다.

다른 일에는 냉혹한 해적 두목이로되, 채연이에게만은 사랑하여 주는 아버지인 선장은 별별 일을 다 하여 채연이로 하여금 유쾌하게 하려 힘썼다. 그 동안에도 꾸준히 습격한 배에서 빼앗아 온 진귀한 물건들을 늘 채연이의 앞에 진열시켰다. 선지에게는 늘 재주를 시켰다.

자기의 커다란 손으로 늘 채연이의 머리를 쓸어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이 채연이에게는 달갑지가 않았다. 육지! 육지! 봄에는 꽃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요, 가을의 단풍, 겨울의 얼음─ 사시를 색다른 것으로 장식하는 육지, 몽롱한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도 수많은 아이들이 뛰며 놀던 육지, 줄곧 얼마를 갈지라도 난간에 부딪치지 않도록 넓은 육지, 별별 새와 짐승이 다 있는 육지, 여기 대한 그리운 마음은 나날이 더해 갔다.

채연이는 차차 아버지를 피하였다. 뱃사람들을 피하였다. 그리고 홀로 비슬비슬 배 위를 방황하였다. 뭍이 보이는 곳으로라도 배가 지나갈 때는 난간에 기대고 정신 없이 저 멀리 움직이는 아지랑이 낀 푸른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채연아!」

「네?」

「너 무얼 보느냐?」

그러면 소녀는 그 맑은 눈을 아버지에게로 치뜨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물어린 눈으로 한참을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도로 눈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말도 그다지 없었다. 말도 하기가 귀찮았던 것이었다.

어떤 날 이 해적선은 지나가는 배를 하나 습격하였다. 배를 습격할 때마다 채연이는 밑창 안에 늘 갇히곤 하였다. 이 날도 멀리 지나가는 상선을 습격하려고 아버지가 바라를 울릴 때에 채연이는 먼저 아래로 내려와 숨었다. 르짖음이 들렸다.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격투하는 소리가 들렸다. 때때로 우렁찬 아버지의 호령이 들렸다. 채연이는 벌써 몇백 번을 듣고 본 일이라, 그런 일에는 아무러한 느낌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걸상에 걸터 앉아서 또 다시 끝없는 공상에 잠기어 있었다.

잠시 뒤에 약탈은 끝이 난 모양이었다. 부하들의 개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채연이가 있는 밑창 문이 덜컥 열렸다. 그리고 그 문으로는 아버지가 웬 계집애 하나를 움켜 쳐들고 들어왔다.

아버지는 딸을 내려다 보았다.

「갑갑하냐?」

오히려 뚝한 편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예!」

아버지는 아직껏 들고 있던 계집애를 채연이의 앞으로 던지었다.

「옜다, 네 노리개다.」

그리고는 두말 없이 돌아서서 나갔다.

채연이는 정신을 잃고 넘어진 그 계집애에게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 손을 들어서 그 계집애의 머리와 옷을 가만히 쓸어 보았다.


「뭍에서 온 아이!」

이런 명색에 대하여 채연이의 호기심은 무럭무럭 일어났다.

배 안에서 뱃사람들과 이야기하기는커녕 만나기까지 피하여 오던 채연이건마는 이 낯선 아이와는 곧 가깝게 되었다. 아이의 마음은 천진하였다. 이곳에 잡혀 왔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그 계집애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채연이와 가깝게 사귀게 되었다.

채연이는 그 계집애─ 옥희에게서 뭍에 대한 자랑을 들었다. 온갖 상상도 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이 뭍에는 많다는 것을 들었다.

「능금이 말이다. 능금꽃이 피면......」

「능금도 꽃이 피니?

「아이구, 이 애두 꽃 없이 열매 맺는 것두 어디 있다니?」

「능금꽃은 어때?

「능금꽃이 봄에 새빨갛게 피지 않겠니? 그 꽃이 지면 거기 콩알만한 능금이 맺히는구나─」

「능금이 콩알만해?」

「그럼 그 놈이 차차 크면 가을에는 주먹만하게 되구, 빛도 시뻘겋게 되누나.」

「그럼 능금은 본시부터 시뻘겋지 않으냐?」

「본시야 새파랗지.」

「그게 어떻게 시뻘겋게 돼?」

「그게야─ 그거─ 그게야, 시뻘건 햇빛을 받아서 그렇지」

「옳아! 한데 그럼, 이 종이두 햇빛을 받는데 왜 안붉어질까?」

「이 애두, 종이야 어디 익는다더냐?」

「응, 익는 것만 붉게 되는구만

채연이에게는 옥희에게 듣는 온갖 것이 모두 신비스럽고 재미스러웠다. 뭍에는 도회가 있었다. 도회를 벗어나면 벌판이 있었다. 벌판을 건너면 산이 있었다. 산 아래는 강이 흘렀다. 산에서 흐르는 샘물, 바위 틈에 깃들이고 있는 온갖 크고 작은 짐승들, 추녀 끝에서 재재거리는 기기한 새들, 벌판에 피는 가지각색의 꽃들─ 그리고 거기는 향기가 있고 음악이 있고, 가정이라는 아름다운 낙원이 있고, 어머니, 할머니, 언니, 동생, 무수한 친척들이 우글거리고, 연회가 있고, 잔치가 있고, 시집 장가라는 것이 있고, 상상도 못할 별별 재미스러운 일이 헤일 수 없이 많았다. 아이들이 새옷을 갈아입고 동산에 올라 가서 노는 온갖 명절이며, 잘 입고 잘 노는 온갖 놀이들─ 듣는 것이 모두 채연이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재미스러운 일이었다.

「너 여기가 좋으냐, 뭍이 좋으냐?」

하는 질문에 대하여, 옥희는 서슴지 않고,

「여기야 무슨 재미냐? 열 걸음만 나가면 더 나갈 데도 없고, 만날 보는 사람이 그 사람 뿐이고......」

하고 대답하였다.

능금이 꽃이 피었다 떨어지고, 콩알만한 열매가 맺고, 그것이 차차 크고, 마지막에는 붉게 익고─ 이런 신비스러운 일이 어디 다시 있으랴!

채연이의 뭍에 대한 동경은 이 옥희 때문에 더욱 자라서 극도에까지 달하였다.


두 소녀는 잠시를 서로 떨어지지 않았다. 꼭 어깨를 곁고 다녔다. 뭍이 보이는 데로라도 배가 지나갈 때는 두 소녀는 난간에 기대고 저 멀리 아지랑이 낀 푸르른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도 이것을 버려 두었다. 두 소녀가 정신을 잃고 뭍을 손가락질하며 그 뭍의 신비스러움을 이야기할 때, 간간 그들의 뒤에 문득 나타나서 어린 그들을 놀라게 하는 일은 있었지만, 둘의 놀이에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자유로이 뭍을 바라보며, 뭍에 대한 온갖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토론하는 동안, 두 소녀의 사이에는 어느덧 한 가지의 음모가 성립되었다. 그것은 언제든 좋은 기회를 엿보아 가지고 몰래 이 배를 빠져나가서, 동경의 나라, 신비스러운 낙원, 뭍으로 도망을 가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음모를 한 두 소녀는 언제 좋은 기회가 이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때 이 해적선은 어떤 항구에 들어가 닿았다. 부하 몇 사람은 장을 보러 종선을 내려 타고 항구로 들어갔다. 육지를 몹시 싫어하는 두목은 방 안에 꾹 들어박혔다.

「자!」

두 소녀는 서로 손을 단단히 잡았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도망하자 하는 것이었다. 손을 서로 힘있게 잡은 두 소녀는 어두운 밤을 타서 배 위로 나왔다. 부하들이 있는 선실 앞을 지나노라니까, 그 안에서는 술 추념을 하는 모양으로 밖을 주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두 소녀는 발소리를 감추어 가지고 난간까지 나왔다. 다만 한 척 있는 종선은 장보러 부하들이 가지고 들어갔는지라, 두 소녀는 헤엄쳐서 육지까지 갈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옥희는 비록 헤엄이 서툴다 하나, 바다에서 자라난 채연이는 옥희를 끌고 뭍에까지 헤엄쳐 나갈 자신이 넉넉히 있었다. 잠시 숨을 죽여 가지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채연이는 드디어 옥희를 채근하였다. 아래서 시꺼멓게 늠실거리는 바닷물은 옥희로 하여금 겁을 내게 한 모양이었다. 옥희는 바다에 내리뛰기를 주저하였다. 잠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던 옥희는 얼굴에 공포의 빛을 띠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뭍에 대하여 끝없는 동경을 마음에 품고 있는 채연이에게는 두려움이 없었다. 잠시 기색을 보아서 옥희가 두려워하는 것을 안 채연이는 옥희의 팔을 단단히 꼈다. 그리고 난간 앞으로 가까이 갔다. 다음 순간 팔을 들어서 양팔로 허리를 힘있게 안은 채연이는 뒷발로 뱃전을 하면서 검고 푸른 물을 향하여 뛰어들었다.

「아이구머니!」

옥희의 입에서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났다. 그러나 그 부르짖음도 한 순간으로 사라지고, 두 소녀의 몸은 풍덜실 바닷물 속에 잠겼다.

어두운 바다에서는 몇 번 거품이 떠올랐다. 거품은 차차 해안으로 가까이 갔다. 그 거품이 나던 곳에서 두 소녀의 몸은 불쑥 수면 위에 솟아올랐다. 물에 익은 채연이의 팔은 해안으로 향하여 뻗쳤다.


뭍으로! 뭍으로! 오래 사모하고 벼르던 뭍으로의 길을 두 소녀는 떠나기는 떠났다. 그러나 그 일은 곧 발각이 되었다. 선실 안에 들어 있던 채연이의 아버지는 옥희의 날카로운 부르짖음을 들었다. 그리고 즉시로 뛰어나와서 채연이의 방으로 가서 두 소녀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두목이 황급히 검푸른 물을 내려다볼 때에 눈이 밝은 그의 눈에는 부글부글 끓는 거품이 보였다.

뒤미처 따라나온 부하들에게, 노여움으로 미칠 듯이 된 두목은 곧 뒤를 따르기를 명하였다.

「곧 잡아 오너라!」

채연이가 첫 번 물 위에 솟아올랐다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배에서는 이런 우렁찬 호령이 들렸다.

채연이는 가슴이 섬뜩하였다. 이젠 자기의 어린 계획이 다 틀렸음을 알았다. 행여나 그래도 피해 보려고 물 속으로 숨어 들 때에도, 그의 입에서는 절망의 탄성이 나왔다.

무겁고 무거운 옥희를 왼팔에 껴안고 죽을 힘을 다하여 물 속을 숨어서 채연이가 겨우 언덕에 이른 때는 벌써 아버지의 부하 두 사람이 언덕에서 채연이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연이는 다시 도망하려 아니하였다. 그리고 자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부하들 앞에 잠자코 팔을 늘이우고 섰다. 채연이의 왼편 팔에 안긴 옥희는 벌써 정신을 잃고 있었다.

채연이와 옥희는 부하들에게 끌려서 다시 제 아버지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배에는 벌써 등불을 밝히고 두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정신이 든 옥희와 채연이는 두목의 앞에 꿇어앉았다.

두목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두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두 소녀를 내려다보고만 있던 두목은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선지!」

「예?」

「저 계집애......」

두목은 옥희를 가리켰다.

「저 계집애를 두 토막 내라!」

「예.」

두목의 한 마디의 호령은 추상과 같았다. 그 명령에는 절대로 유예나 천착을 허락지 않는 것이다. 선지는 즉시로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그리고 두어 번 공중에 휘휘 돌려서 팔을 시험하여 본 뒤에 옥희의 등 뒤로 돌아왔다.

「얼른!」

두목의 호령은 다시 울렸다. 그 호령에 응하여 선지의 칼은 바야흐로 옥희의 목을 향하여 내려오려 하였다.

그때였다. 아직껏 잠자코 서 있던 채연이가 몸을 날려서 옥희의 위에 가서 덧덮이었다. 그리고 맑은 눈을 들어서 고즈너기 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 죄는 제게 있어요.」

「비켜라!」

간단한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채연이는 비키지 않았다. 그리고 맑은 눈에 눈물을 가득히 담아 가지고 자기 아버지의 무서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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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라면 비켜라!」

아버지는 다시 호령하였다. 그러나 채연이는 여전히 비키지 않았다.

「아버지, 얘는 아무 죄가 없읍니다.」

「죄의 유무는 내가 작정할 일─ 너는 비키기만 하면 그뿐이다. 선지야, 채연이를 이리로 밀어버려라」

선지는 채연이를 안아서 이편으로 치우려 하였다. 그러나 채연이를 치울 때에 옥희도 같이 묻어서 이편으로 돌아왔다. 채연이가 죽을 힘을 다해서 옥희를 껴안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

눈물이 그득히 괸 눈으로 채연이는 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돌을 깎아 놓은 듯이 아무 표정도 없이 두 소녀를 내려다보는 차디찬 눈을 채연이는 정열이 괸 눈으로 쳐다보았다.

한참을 아무 표정도 없는 무거운 눈으로 두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두목은 문득 홱 일어섰다.

「갖다가 단단히 가두고, 둘이서 번갈아 파술 서라!」

이렇게 말한 뒤에 자기 방으로 향하여 머리를 푹 가슴에 묻은 채로 돌아가 버렸다.

그 밤이 새도록 이 두목은 한 잠을 못 이루고 뚜벅뚜벅 방안을 거닐고 있는 것을 부하들이 보고 오히려 의외로 생각하였다. 연하여 무거운 기침을 칵 하며 두목은 밤새도록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고 있었다.

이튿날 동이 겨우 틀 때쯤, 이 두목은 두 소녀가 감금당하여 있는 방으로 찾아왔다. 역시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그는 두 소녀를 말없이 한참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참 뒤에 그는 무거운 소리로 딸에게 물었다.

「왜 달아나려 했느냐?」

채연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맑은 눈을 들어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두 번째 질문이 내렸다.

「빨리 대답을 해라! 안했다는 너라도 결코 용서를 못하겠다.」

「네, 아버지 뭍이 너무도 그리웠읍니다......」

이 대답에 두목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성가신 듯이 한참을 코만 울리고 있다가,

「뭍이 그렇게 그립더냐?」

혼잣말 비슷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 뒤에도 한참을 더 눈을 감은 채로 있던 두목은 한참 뒤에야 비로소 눈을 떴다. 그리고 무서운 눈으로 두 소녀를 흘겨본 뒤에 발소리를 몹시 노여운 듯이 쿵쿵거리며 그 방을 나갔다.

그로부터 사흘 동안, 이 괴정력가요, 냉혹하고 무섭던 두목은, 자기 방에 가서 숨은 채로 일절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음식도 일절 받지 않았다. 쿵쿵쿵쿵 잠시도 멎지 않고 방안을 거닐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때로는 깊은 산의 맹수소리와 같은 무서운 고함성이 들리는 때도 있었다. 부하들이 그 방 근처에 가기라도 하면 벽력같이 물러가라고 고함치고 하였다.

이리하여 배는 항구에 멈춘 채 나흘을 보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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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에야 두목은 처음으로 제 방에서 나왔다. 그의 얼굴은 여지없이 여위었다.

「너희들은 너희 갈 길을 가라!」

방에서 나오자 마주치는 부하에게 간단히 이 한 마디의 호령을 할 뿐, 두목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두 소녀의 감금당하여 있는 방으로 갔다. 그리고 들어서는 즉시 몹시 난 듯한 소리로,

「자─ 가자!」

하면서 채연이와 옥희를 한 손에 하나씩 잡은 뒤에 그 방을 나왔다. 그리고 종선을 내려 타고 뭍으로 향하였다.

이리하여 십 년에 가까운 날짜를 먼 바다 위에서만 살던 그들은, 오래간만에 굳고 든든한 대지 위에 발을 올려놓게 되었다.

그로부터 반 년 뒤, S항구에서 오 리쯤 되는 경치 좋은 해안에는 한 개의 아리따운 새 집이 섰다.

그 집에는 한 오십쯤 난, 눈이 날카로운 점잖은 사람과 두 예쁜 처녀가 밤낮을 웃음으로 세월을 보내며 즐거이 살고 있었다.

옥환아!

해적의 딸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러면 너는 이 이야기 가운데서 어떠한 점을 너의 마음의 양식, 너의 정서의 비료로서 거두어 들였느냐?

채연이는 자기의 친구 옥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칼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이 우애를 너는 배웠느냐?

세상과 사람을 그렇듯 싫어하던 채연이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 때문에 자기의 마음을 굽히고 도로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이 어버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너는 배웠느냐?

어린 채연이의 힘은 자기 아버지로 하여금 그렇듯 피해 오던 뭍으로 다시 가게 하였다. 이 〈자식의 힘〉이라는 것을 너는 배웠느냐?

그것이 모두 다 배울 바이다. 그러나 옥환아! 아버지가 네게 보여 주려는 것은 모든 그런 교육적 문제가 아니고, 이 이야기 가운데 나타나 있는 한 아름다운 동경심, 빛나는 지붕과 오색이 영롱한 도회에 대한 어린 채연이의 신비적 동경심─ 이것이 아버지가 너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다.

부드럽고 온화하고도 정열로 차야 할 여자의 마음에는, 〈알지 못하는 나라,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동경심〉이라는 것이 또한 풍부하여야 한다. 온갖 우아한 감정─ 신앙심, 사모하는 마음, 정열, 희망, 용기─ 이런 것의 어버이 되는 동경심이라 하는 것이 여자의 마음에는 풍부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네가 여름날 저녁, 동쪽으로 커다랗게 벌리고 있는 무지개를 바라볼 때에 너의 가슴을 무섭게 뛰놀리는 그 감정─ 그것이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신비적 동경심〉이로다. 그리고 그러한 동경심은 차차 너의 마음이 발육됨을 따라서 너의 마음에 시를 일으키게 하고, 음악을 울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로 말미암아, 너의 마음은 더욱 여자다이 아름답게 자랄 것이다. 아버지가 너를 위하여 쓴 이 첫 이야기가 동경심인 것은 그 까닭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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