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와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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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집]

옛날 파사 (페르시아) 나라 어느 동네에 두 형제가 있었는데 형의 이름은 카심이고, 동생의 이름은 알리바바였습니다.

두 형제는 자기 아버지가 돌아갈 때에 물려 준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나눠 가지고, 각각 떨어져 살다가, 다행히 형되는 카심은 돈 많은 색시에게 장가를 가서 큰 부자로 살게 되었는데, 동생 알리바바는 자기와 같이 돈 없는 가난한 집 색시에게 장가를 갔기 때문에 살림이 몹시 구차하여서, 날마다 날마다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나무를 베어다 팔아서 겨우 살아가는 터이었습니다.


하루는 알리바바가 깊은 산 속을 찾아가서 하루 종일 나무를 베어서 당나귀 등에다 잔뜩 실어 가지고 아무도 없는 산길로 터벅터벅 걸어오려니까, 별안간 먼 곳에서 말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더니 무엇인지 이 쪽을 향하여 점점 가까이 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알리바바는 무엇인가 하고, 눈을 씻고 자세히 바라보니까 큰일 났습니다.

그것은 이 곳 저 곳으로 말을 타고 다니며 사람을 만나면 만나는 대로 죽이고, 재산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도둑의 떼였습니다.

알리바바는 깜짝 놀라서, 급히 당나귀를 어느 풀숲에다 숨겨 두고, 자기는 그 곳에 있는 큰 고목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몸을 숨겼습니다.

조금 후에, 과연 사십 명이나 되는 도둑놈들이 제각기 손에는 시퍼런 칼을 들고, 바로 알리바바가 숨어 있는 나무 밑에까지 와서 우뚝우뚝 섰습니다.

서서는 앞뒤를 휘휘 둘러보더니, 그 중에 두목인 듯 싶은 무섭게 생긴 놈 하나가 쑥 나서며,

“열려라, 콩!”

하니까, 별안간 그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 중간이 덜컥덜컥하고 쪼개지면서 큰 구멍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부하들이 먼저 말을 끌고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두목은 혼자 떨어졌다가 맨 나중에 다시 앞뒤를 살펴본 뒤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뻐개진 바윗돌은 다시 전처럼 닫혀졌습니다.

도둑놈들이 굴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알리바바는 어떻게 무서웠는지 나무에서 내려올 생각도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덜컥덜컥 소리가 나더니, 닫혔던 바위가 덜컥 열리며 도둑놈의 두목이 부하를 데리고 나와서, 이번에는

“닫혀라, 팥!”

하니까, 바위는 전처럼 닫혀지고, 도둑놈들은 일제히 말을 타고, 또 어디로인지 가 버렸습니다.

알리바바는 아까부터 도둑놈의 두목이 호령하는 대로, 그 큰 바위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 것도 이상하려니와 제일 굴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도둑놈들이 멀리 간 뒤에야 나무에서 내려와서 두목이 하던 대로,

“열려라, 콩!”

하니까, 과연 그 커다란 바위가 움직움직하더니 바위 중간이 덜컥하고 쪼개지면서 큰 구멍이 열렸습니다.

알리바바가 무서운 것을 억지로 참고, 그 구멍으로 들어가 보니까, 그 속은 바위 굴이건만 끔찍이 넓고 환하게 꾸며 있었습니다.

굴 속에는 이 곳 저 곳, 벽에 번쩍번쩍하는 황금으로 찬란하게 장식해 논 것이 마치 임금이 계신 대궐보다도 더 훌륭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큰 주머니가 산같이 쌓여 있는데, 그 속에는 눈이 부시게 번쩍이는 금돈이 넘쳐 흐를 듯이 그득그득 담겨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너무도 놀랍고 기꺼워서, 한참 동안은 어찌 할 줄을 모르다가 얼른 수풀 속에 숨겨 두었던 당나귀를 끌고 들어가서 실었던 나무는 내려 놓고, 금돈 든 주머니를 세 개나 당나귀 등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위에다 나무를 덮은 후에 굴 밖으로 나와서 두목이 하던 대로,

“닫혀라, 팥!”

하니까, 바위는 전처럼 닫혀졌습니다. 그래서, 알리바바는 감쪽같이 도둑놈의 금돈을 얻어 가지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알리바바의 색시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황망히 뛰어들어오더니,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하는 금돈을 수북히 쏟아 놓으므로 첫 번에는 매우 놀래었으나, 남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한없이 기쁘고 좋아서 대체 얼마나 되는지 좀 세어 보자고 하였습니다. 알리바바는 걸껄 웃으면서,

“여보, 헤어 보는 것도 한 푼 두 푼이라야 헤어 보지, 이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헤어 본단 말이오. 그냥 뒤꼍 장독대 밑에 파묻어 둡시다.”

하니까, 색시는 그래도,

“아이고! 그렇지만 얼마인지 수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묻어 둔단 말이오. 한 푼 두 푼씩은 못 헨다 하더라도 됫박을 빌려다가라도 되어 보고 묻읍시다.”

하고, 알리바바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알리바바의 형 카심의 집으로 됫박을 얻으러 갔습니다.

마침 카심은 어디 나가고, 카심의 색시가 혼자 있다가 ‘알리바바의 집은 대단히 구차하여서, 무엇이고 됫박으로 되어 볼 것이 없을 터인데 됫박을 빌려 달라니, 필연 어디서 곡식 섬이나 생긴 게다.’ 생각하고, 대체 무슨 곡식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 됫박을 줄 때에 됫박 밑에다 송진 칠을 하여 주었습니다.

알리바바의 색시는 그런 줄은 모르고, 주는 대로 그냥 받아 가지고 돌아와서 그 많은 돈을 일일이 됫박으로 되어서 장독대 밑에다 단단히 파묻고, 됫박을 도로 형네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됫박 밑에 금돈 한 푼 붙어 간 것은, 알리바바도 그 색시도 알지 못했습니다.

형의 색시가 됫박을 받아서 밑바닥을 보니까, 그야말로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하는 금돈이 한 푼 붙어 왔으므로 깜짝 놀라서, 알리바바는 구차하기 짝이 없던 사람인데 별안간 금돈이 그렇게 많이 생긴 것을 보니 이상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때 돌아온 남편을 보고,

“여보, 당신은 그래도 돈 많은 부자라고 뽐내고 다니지요! 당신은 어림도 없소. 알리바바는 참말 당신보다도 훨씬 부자입디다. 돈도 번쩍번쩍하는 금돈만 어떻게 많은지, 손으로 헤일 수가 없어서, 됫박으로 되어 보니 그런 부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이오”

하면서, 알리바바의 집에서 됫박을 빌려 가던 일과, 그 됫박 밑에 송진을 칠해 보냈더니 금돈이 한 푼 묻어 온 이야기를 모두 하고 그 금돈을 내보였습니다.

카심이 그 돈을 받아 보니까, 그것은 분명히 금돈이었습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고생스럽게 살던 자기 동생이 갑자기 잘 살게 되었다니, 형된 마음에 퍽 기쁘다든지 경사스럽다고 할 것이나, 그 마누라의 속이나 조금도 다름없는 카심은, 슬그머니 밉고 시기스러운 생각이 나서 그 날 밤은 그냥 자고 그 이튿날 아침에 일찍이 동생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찾아온 일이 없는 그 형이 아침 일찍이 찾아와서, 알리바바는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은 하면서도 몹시 반가워 친절히 맞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카심은 동생이 반가워하는 것을 본 체도 안하고, 하는 말이,

“얘 알리바바야, 그래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무슨 돈이 생겼는지, 그렇게 많은 돈이 생겼으면, 으레히 형 되는 나한테 와서 말을 해야 그것이 동생 된 도리지, 그래 형을 그렇게 속일 수가 있단 말이냐?”

하였습니다. 알리바바는 깜짝 놀라서,

“제가 형님을 속이다니요……”

하고 망설이는데 형은,

“그래두 모르겠니? 그러면, 내가 일러 주어야 하겠니. 어저께 우리 집에서 됫박을 빌려 갔었지……. 그리고, 그 됫박으로 금돈을 되어 봤지?”

“형님, 그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아는 게 무어야. 그 됫박 밑에 금돈 한 푼이 붙어 왔으니, 금돈을 되어 본 것이 분명하지!”

알리바바는 속으로 자기 색시가 너무도 경망하여서 그리 된 줄만 알고, 착한 마음에 전후 이야기를 다하고,

“형님을 속일 리야 있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오늘쯤은 형님께 돈을 좀 보내 드리려고 하던 참이랍니다.”

하면서, 파묻은 돈 중에서 절반을 뚝 떼서, 그 형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형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내가 너희 집에 온 것은 네 돈을 뺏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네가 어디서 어떻게 그 돈을 얻어 왔는지, 그것을 알러 온 것이야.”

하므로, 마음 좋은 알리바바는 대단히 위험한 일인 줄은 아나 형의 말을 거역하는 수도 없어서, 도둑놈의 굴이 있는 곳과 그 굴의 문을 열고 닫을 때에 부르는 말까지도 죄다 일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형님, 까딱 잘못하다가 도둑놈들에게 들키기만 하면, 큰일 날 것이니 부디 조심하십시오.”

하고 주의를 시켰습니다.

카심은 그 이튿날 새벽, 일찍이 집에 있던 당나귀 두 마리와 새로 사 온 세 마리를 끌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동생이 일러준 그 산 속을 찾아갔습니다. 찾아가 보니까, 과연 고목나무가 하나 서 있고, 그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으므로 바위 앞에 가 서서,

“열려라, 콩!”

하니까, 그 큰 바위가 이상하게도 덜컥 열렸습니다. 카심은 얼른 당나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서, 바위를 전대로 닫혀 놓고, 한쪽에 쌓여 있는 돈 주머니들을 당나귀 등이 부러지도록 잔뜩 실어 가지고, 다시 굴 밖으로 나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큰일 났습니다. 너무 돈만 생각하고 또 그렇게 좋은 금돈을 어렵지 않게 얻은 것만 기뻐하고 좋아하다가, 굴 문을 열 때에 부르는 말을 그만 잊어버렸습니다. 카심도 깜짝 놀라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으므로 인제는 그 욕심나던 금돈보다도 도둑놈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죽을 것이 더 무서워졌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헛일이었습니다. ‘어쩌나 어쩌나!’ 하고 쩔쩔매고 있는데, 벌써 밖에는 나갔던 도둑놈들이 우르르 하고 돌아왔습니다.

한편, 구석에서 벌벌 떨고만 있던 카심은, 도둑놈들이 돌아온 기척을 듣고 쩔쩔매다가 무슨 생각을 하였던지 옆에 찬 조그만 칼을 빼어 들고 급히 바윗돌 옆에다 몸을 착 붙인 후, 바위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둑놈들은 무심히 바위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때, 숨어 있던 카심은 별안간 칼을 휘두르면서, 몸을 제비같이 날려 날쌔게 뛰어나가려 하였으나, 문턱도 못 나가서 도둑놈들이 가진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도둑놈들은 카심을 찔러 죽이고, 당나귀 등에 실은 금돈 주머니를 도로 내려서, 놓았던 자리에 갖다 놓고 보니까, 웬일인지 그래도 돈 주머니가 세 개나 부족되므로, 도둑놈들은 일제히 머리를 맞대고,

“세상에서 우리 속을 아는 사람도 없거니와 혹시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바윗돌 문을 열고 닫을 때에 쓰는 말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터인데, 저놈이 이 곳에 들어온 것도 이상하려니와, 또 돈 주머니 세 개가 부족 되는 것은 이 놈 외에 먼저 또 가지고 간 놈이 있는 것이 분명하 다. 그러니까, 그놈을 다시 못 오게 하자면, 우선 죽은 저놈의 시체를 네 갈래로 찢어서 저 문 옆에다 매달아 두어야 하겠다. 그래야 다른 놈도 그렇게 될까 무서워서 못오지.”

하고, 즉시 카심의 죽은 시체를 네 갈래로 갈갈이 찢어서 문 옆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말들을 타고 가버렸습니다.

카심의 색시는 자기 남편이 나간 후, 밤중이 되도록 아니 돌아오므로, 어찌된 일인지 궁금도 하고 겁도 나서 알리바바를 찾아왔습니다.

“여보, 알리바바! 당신도 알다시피 형님이 오늘 아침에 그 굴 속엘 찾아간다고 당나귀 다섯 마리를 끌고 갔는데, 이렇게 밤중이 되도록 돌아오지를 않으니, 필시 무슨 일이 생겼나 보오…….”

하면서 걱정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알리바바도 속으로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형수의 마음을 위로하느라,

“무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낮에 그렇게 많은 돈을 몰아오다가는 남들이 이상하게 알까 보아서, 밤중에 오시려는 게지요.”

하고 그 형수를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밤이 새고 그 이튿날 새벽이 되었건만, 카심은 영영 돌아오지 않으므로, 알리바바도 이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생각하고, 즉시 당나귀 세 마리를 끌고 그 산 속을 찾아 갔습니다.

찾아가 보니까, 바윗돌 문은 닫혀진 대로 그냥 있는데, 그 바윗돌 틈으로 붉은 피가 흘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알리바바는 깜짝 놀라서,

“그러면 형님은 기어이 도둑놈들에게 붙잡혀 죽은 것이 분명하구나.”

하고,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카심은 죽어도 끔찍스럽게 찢기어서, 문 좌우편에 매달려 있으므로 알리바바는 너무도 놀랍고 분하여서, 주먹을 부르쥐고 떨리는 손으로 형님의 시체를 내려서 당나귀 한 필에다 싣고, 나머지 두 필에는 금돈 여섯 주머니를 싣고 그 위에는 전과 같이 나무를 덮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바윗돌 문을 닫고, 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어둡기를 기다려 그 날 밤중에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돈주머니를 실은 당나귀는 색시에게 맡기고, 카심의 시체를 실은 당나귀는 그대로 끌고 형네 집으로 갔습니다.

그 때에 카심의 집에는 대단히 영리하고 꾀가 많은 계집애 하인 몰지나라는 처녀가 있었는데, 알리바바가 자기 집 주인이 죽은 시체를 당나귀에다 싣고 오는 것을 보고 넌지시 알리바바를 뒤뜰로 데리고 가서, 카심의 시체를 받아 내렸습니다. 알리바바는 몰지나가 대단히 영리하고 똑똑한 것을 미리부터 아는 까닭에,

“이애 몰지나야, 이것이 우리 형님 시체다. 그런데 이것을 도둑놈이나 동네 사람이 알면 큰일 날 것이니, 어떻게 하든지, 병이 나서 죽은 것같이 꾸미고, 아주 화장을 하여서, 시체까지도 없애야 할 테니, 주인 아씨께도 그렇게 이야기해다오. 그리고, 이 시체는 아주 너한테 맡기는 것이니, 네가 잘 처치하여 주기를 바란다.”

하고, 즉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몰지나는 무슨 꾀를 생각하였는지, 아는 병원으로 달려가서 의사를 찾아보고,

“지금 대단히 위급한 병자가 있으니, 얼른 약을 좀 지어 주십시오.”

하였습니다.

“아아, 누가 그렇게 위급하단 말이냐?”

“아이고, 카심 주인 나리가 웬일인지 갑자기 병이 나셨는데, 어떻게 위독한지 큰일 났습니다.”

“그러면, 내가 가 보아야 하겠구나.”

“아니오, 선생님이 가시는 것도 좋지만, 병도 무슨 병인지 사람을 얼씬도 못하게 한답니다. 그러니, 어서 약이나 지어 주십시오.”

하므로, 의사도 황망히 약을 지어 보냈습니다.

그 날 저녁때, 몰지나는 다시 병원으로 달려오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의사에게 아주 숨이 끊어지려고 할 때의 마지막으로 쓰는 약을 지어 달래 가지고,

“이 약을 가지고 가기는 하지만, 우리 주인은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어요. 아까부터 숨을 몰기 시작하였으니까, 벌써 죽었을는지도 모르겠어요.”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알리바바는 몰지나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그 날은 자기 형네 집으로 자주 병 문안을 가는 것같이 꾸며 놓았기 때문에, 그 날 밤에 카심이 죽었다는 것을 동네 사람이 알고도 그리 이상스럽게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이튿날 이른 새벽에 몰지나는 또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급히 다른 동네에 있는 구둣방을 찾아가서, 구두 깁는 늙은이에게 금돈 한 푼을 주면서,

“…… 급히 꿰맬 것이 있으니, 구두 깁는 연장을 모두 가지고 우리 집까지 같이 가십시다. 꿰맬 것만 잘 꿰매 주시면, 이 따위 금돈을 두 푼 더 드리지요.”

하고, 구두 깁는 노인을 데리고 길거리까지 오더니, 좀 갑갑하더라도 두 눈을 가려야 된다고, 늙은이의 두 눈을 수건으로 잔뜩 가려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구두 깁는 늙은이는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르고, 두 눈까지 수건으로 가려서 갑갑하기는 한량이 없건만 금돈을 준다는 바람에, 몰지나가 손을 잡고 가는 데로 장님 걸음으로 끌려갔습니다.

한참이나 끌려가다가,

“이제는 다 왔습니다.”

하고 가린 수건을 떼어 주므로 보니까, 어느 동네에 누구집인지 그것도 모르겠는데, 눈앞에는 놀랍게도 사지가 갈갈이 찢겨져 죽은 시체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구둣방 늙은이는 깜짝 놀라서,

“에그머니!”

소리를 치고 뛰어나가려 하였으나, 몰지나가 꼭 붙잡고 애걸애걸하므로, 할 수 없이 가지고 간 바늘과 실로 갈갈이 찢어진 시체를 꿰맸습니다. 몰지나는 고맙다고 하면서 약속대로 금돈 두 푼을 주어서, 올 때와 같이 수건으로 두 눈을 가려서 구둣방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몰지나는 즉시 죽은 시체를 물로 말짱히 씻고, 향수를 뿌리고, 죽은 시체에 입히는 옷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의심을 둘까 하여, 격식대로 가까운 절에 있는 중을 데려다 염불까지 하고 시체를 관 속에 넣어 아주 화장을 하였습니다.

형의 장사를 지낸 지 사흘 만에, 알리바바는 형수께서 홀로 지내기가 너무 고적하겠다고 형의 집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그 동안 도둑놈들은 이 곳 저 곳으로 돌아다니며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은 후, 여러 날 만에야 저희들의 굴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까, 뜻밖에 저희들이 죽여서 매달았던 시체도 없었거니와 금돈 넣은 주머니까지 여섯 개가 없어졌으므로 깜짝 놀래었습니다.

“응! 그만하면 알겠다. 죽여서 매단 시체가 없어지고 돈주머니까지 없어진 것을 보면, 반드시 먼저 죽은 놈과 공모를 하고 있는 놈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러니 우리는 하루바삐 그 놈을 잡아서 죽여 버리지 않으면 안 될 터이니, 너희들 중에 누구든지 힘센 놈 하나만 변복을 하고, 동네로 돌아다녀 보아라. 혹시 알게 될는지도 모를 터이니……. 그러나 만일 못 알아 가지고 오는 때에는, 이 칼로 모가지를 뎅겅 잘라 죽일 것이다.”

하면서, 도둑 두목은 허리에 찬 칼을 쑥 빼었습니다. 두목이 하도 무섭게 서두르니까 부하들도 무서워서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느냐?”

하고, 두목의 날카로운 소리가 또 들리었습니다. 그러니까, 한편에서,

“네에, 제가 가지요. 두목과 동무를 위하는 일이면 목숨을 바치고라도 제가 가지요.”

하고, 뛰어나오는 놈이 있었습니다. 두목은 그 놈의 의기를 칭찬하고, 그 이튿날 그놈을 길 가는 나그네와 같이 꾸며서 내보냈습니다.

이른 새벽이 되어서, 길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게의 문도 열지 않았을 때인데 두목의 명령을 받아 가지고 나온 도둑놈이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구둣방 앞을 지나다가 보니까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이가 구두를 꿰매고 있었습니다. 도둑놈은 다리나 쉬어 가리라 하고, 구둣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냥 앉았기가 싱겁고 하니까,

“여보시오, 노인장! 뵈옵기는 대단히 연로하신 모양인데,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일을 하시니 눈이 어둡지 않으신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아! 이까짓 것이야 날마다 하는 일이라 우습습니다. 그러나, 이보담도 컴컴한 이른 새벽에 찢어진 송장을 꿰매어 보았는걸요.”

하고 늙은이는 껄껄 웃었습니다. 도둑놈은 뜻밖의 이 소리에 눈이 둥그래서,

“네? 찢어진 송장요?……”

하고 물었습니다. 늙은이는,

“찢어져도 이만저만하게 찢어진 게 아니고, 아주 갈갈이 찢어진 것을 꿰맸지요.”

하므로, 도둑놈은 속으로,

‘옳지, 그러면 이 늙은이만 잘 얼러 놓으면 어렵지 않게 그놈을 잡을 수가 있겠구나.’

생각하고, 얼른 금돈 한 푼을 꺼내 늙은이를 주고,

“그렇지 않아도 내가 그 집을 찾아다니는 중인데, 지금 말씀을 들으니, 노인은 그 집을 잘 아시는 모양이니 나를 좀 가르쳐 주십시오.”

하였습니다. 늙은이는 도둑놈이 주는 돈을 받고는 싶었으나 바른 대로,

“돈이야 주시나 안 주시나 가르쳐 드리겠지만, 내가 그 집에 갈 때에 눈을 수건으로 가리고 갔었기 때문에 나도 알지 못하는걸요!”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도둑놈은 그래도 늙은이를 졸랐습니다.

“눈을 아무리 가리고 갔었더라도, 조금이야 모르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눈만 감으면 대강은 짐작은 하실 테니,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어림쳐서 찾아가 보십시다. 그래서 그 집만 찾아 주시면 이 따위 금돈을 두 푼 더 드리지요.”

하므로, 늙은이도 첫 번에는 싫다고 하다가 금돈 두 푼을 준다는 데 귀가 솔깃해서,

“자, 그러면 어디 가 봅시다. 그 때, 내가 비록 눈은 가렸어도 발걸음과 어느 쪽인 것은 대강 짐작하는 터이니.”

하고, 늙은이는 다시 수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도둑놈과 같이 어슬렁어슬렁 어림만 치고 간 것이 정말 들어맞았습니다. 늙은이는 카심의 집 문 앞에 오더니,

“아마 이 집인가 봅니다.”

하므로, 도둑놈은 얼른 품 속에서 하얀 분필을 꺼내어, 대문에다 동그랗게 표를 하나 그려 놓고 가 버렸습니다.

마침 그 때, 계집 하인 몰지나가 알리바바의 심부름을 갔다 오는 길에, 대문에 전에 없던 이상한 표가 그려 있는 것을 보고 영리한 그는 벌써 알아차렸습니다.

‘이 표가 무슨 표인지는 몰라도 다른 집에는 없고, 유독 이 집에만 하여 논 것이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하고, 즉시 분필을 하나 얻어 가지고, 아래윗집으로 돌아다니면서 똑같이 동그란 표를 그려 놓았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도둑놈은 저희 소굴로 돌아와서, 두목에게 알고 온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두목은 그 말을 듣고, 부하들에게 명령하기를,

“자아, 그러면 너희들은 급히 복장을 갈아입고 칼을 차고 그 동네 가까이 가서 둘씩 셋씩 숨어 있거라. 그러면, 나는 집을 알고 왔다는 녀석하고 급히 가서, 그 집의 형편을 먼저 안 뒤에 너희들을 부를 터이니…….”

하고, 두목도 복장을 이상스럽게 차리고 알고 왔다는 놈과 같이 떠났습니다. 부하들은 두목이 일러 준 대로 그 동네의 골목 골목에 숨어서 무슨 신호가 있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목은 알고 온 놈과 같이 알리바바가 사는 동네에 와서, 아무리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그러나 그 표를 그렸다는 집은 하나가 아니고 집집마다 온통 그러한 표가 그려 있으므로, 이 집인지 저 집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무섭게 영특한 도둑놈들도 어찌할 수 없이 뒤통수만 치면서 돌아가 버렸습니다. 두목은 자기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을 분하게 생각하여, 알고 왔다는 놈의 모가지를 뎅겅 잘라 죽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민첩하고 꾀 있고 힘센 놈을 하나 뽑아서 내보냈습니다. 이 놈도 길 가는 나그네와 같이 차리고, 맨 먼젓놈이 갔다는 구둣방을 찾아가서, 늙은이에게 금돈을 주며 잘 얼러서 그 집을 알았습니다. 이번에는 빨간 분필로 조그맣게 승(×)표를 하나 그려 놓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영리한 몰지나는 벌써 눈치를 알아채고 전과 같이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면서 빨간 분필로 똑같이 승(×)표를 그려 놓았습니다.

이런 줄은 모르고 도둑놈의 두목은 이번에야 설마 못찾으랴 하고, 전날과 같이 부하들을 먼저 내보내고 자기는 나중에 알고 왔다는 놈과 가 보니까, 이번에도 또 집집마다 똑같은 승(×)표가 그려 있으므로, 도둑놈들은 또 실패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두목은 성이 머리 끝까지 나서 알고 왔다는 놈을 또 죽여 버렸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는 부하들도 가려는 놈이 없으니까, 이번에는 두목이 몸소 변장을 하고, 그 구둣방 늙은이를 앞세우고 가서 알리바바의 집을 안 뒤에 이번에는 대문에다가 표를 지르지 않고 그 집의 생긴 모양이나 골목과 여러 가지를 똑똑히 보아 가지고, 저희 소굴로 돌아왔습니다.

“자아, 이번에야말로 아주 튼튼하게 보아두고 왔으니까,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니, 얼른 동네에 내려가서, 당나귀 열아홉 마리와 큰 가죽 주머니 서른여덟 개를 빨리 가지고 오너라.”

하고, 두목이 명령하였습니다. 부하들은 즉시 동네에 내려가서 당나귀와 가죽 주머니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두목은 즉시 서른여덟 개 가죽 주머니 중에서 한 주머니만 기름을 넣고, 그 나머지 서른일곱 개 속에는 부하들을 칼 가진 채 집어 넣어서 정말 기름을 집어 넣은 것같이 만든 후, 자기는 기름 장수 같이 꾸미고 굴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 곳 저 곳으로 기름을 팔러 다니는 척하다가, 어둑어둑할 때에 알리바바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알리바바는 당장 큰일이 생길 줄도 모르고, 저녁을 먹고 나서 산보를 하려고 대문을 나서다 가죽 주머니에 삼십여 명 부하를 감추어 데리고 온 도둑의 괴수와 딱 만났습니다.


〈《어린이》 5권 6호, 1927년 하기 방학호〉


2[편집]

무서운 도둑놈의 괴수가 알리바바를 죽이려고, 자기는 기름 장수로 차리고, 서른일곱 명 부하를 숨겨 데리고 이 집에 들어와서, 밤이 깊기만 기다리고 있건마는, 알리바바는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고 태연히 있습니다.


몰지나는 저녁 설겆이를 하느라고, 부엌에서 남포에 불을 켜들고 일을 하는데, 공교롭게 남포에 기름이 말라서 불이 꺼졌으므로, 갑자기 사러 갈 수도 없고 해서 망설이고 있을 때에, 다른 사나이 하인이 지나가다가 이것을 보고,

“아이구, 참 딱하시기도 하다. 사랑방에서 자는 손님이 기름 장수가 아니냐? 아까 보니까, 기름 주머니를 뒤꼍에다 쌓더라. 그것 좀 따라 쓰기로 무어라 하겠니?”

하였습니다. 몰지나도 그럴 듯하여 즉시 기름 항아리를 들고 뒤꼍으로 돌아 가서, 제일 첫째 머리에 있는 가죽 주머니의 주둥이를 벌리려고 하니까, 그 속에 들어 있던 도둑놈은 발자취 소리만 듣고,

“두목이십니까? 우리는 언제 나갑니까?”

하였습니다. 몰지나가 첫 번에는 깜짝 놀랐으나, 원래 눈치가 빠르고 꾀가 많은 색시라, 얼른 목소리를 사나이같이 내어서,

“아직 가만히 있어!”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다시는 아무 소리가 없으므로, 몰지나는 대담하게 그 여러 가죽 주머니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보다가 맨 끝에 있는 가죽 주머니에는 정말 기름이 들고, 그 밖에 서른일곱 주머니에는 죄다 도둑놈들이 들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랑방에서 잠을 자는 체하는 놈은 분명히 이 도둑놈의 두목으로 나쁜 흉계를 꾸며 가지고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어느 때 어떻게 무서운 일이 일어나게 될는지 모르는 판이라, 급히 기름을 항아리에다 담아 가지고 부엌으로 돌아와서, 남포에다 불을 켠 후 커다란 독에 기름을 갖다 붓고, 얼른 불을 지펴서 기름을 펄펄 끓였습니다. 몰지나는 즉시 그 펄펄 끓는 기름을 퍼 가지고 다시 뒤꼍으로 가서, 도둑놈들이 들어 있는 가죽 주머니에다 조금씩 조금씩 들어부어서 도둑놈 서른일곱을 어렵지 않게 죄다 죽여 버렸습니다.

그리고 몰지나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서 아주 태연하게 하던 설겆이를 하면서, 두목의 하는 짓을 보려고 자주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런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던 두목은 사랑방에서 자는 체하고 누워 있다가 밤이 깊어서야 일어나서, 들창을 열고 내다보니까 안방에 켜 놓았던 남폿불도 꺼지고, 사람의 기척도 들리지 않으므로 ‘이제는 아마 밤이 깊어서 죄다 잠이 들었나보다.’ 하고, 얼른 뜰로 내려가서 조그만 돌멩이를 서너 개 집어 가지고, 가죽 주머니를 똑바로 겨냥하여 한 개 던졌습니다.

그러나 아무 기척이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던져 보아도 여전히 기척이 없으므로, 두목은 이상도 하고 슬그머니 골도 나서,

‘이놈들이 모두 잠이 들었단 말인가.’

하고, 버선발로 가만가만 걸어서 뒤꼍으로 갔습니다.

그래 맨 첫번에 놓인 가죽 주머니의 주둥이를 열면서,

“이놈아! 잠이 무슨 잠이냐?”

하니까, 대답은 없고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두목은 그제야 깜짝 놀라서, 여러 가죽 주머니를 일일이 열어 보았으나, 한 놈도 살지 못하고 죽은지라, 주먹을 부르쥐고 이를 바드득 갈면서,

“에, 분하다. 이번에도 실패로구나.”

하고, 그냥 뒤꼍 담을 넘어서 달아났습니다.

몰지나는 그제야 자기가 주인을 무사히 살리었다고 기뻐하면서 제 방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 알리바바는 자리에서 일어나던 길로 사랑방에 나와 보니까 기름 장수가 보이지 않으므로 이상히 생각하여 몰지나에게 물었습니다. 몰지나는 그제야 그 전부터 이 집 대문에다 이상한 표를 그렸던 이야기로부터, 어저께 왔던 놈이 기름 장수가 아니라 도둑의 두목이었는데, 저희 부하가 모두 죽은 것을 보고, 무서워서 밤중에 달아난 이야기를 자세히 하였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알리바바는 너무나도 놀랍고 기뻐서 몰지나에게 무수히 사례한 후, 도둑놈들의 시체는 가죽 주머니 속에 넣은 채 땅을 파고 묻어 버렸습니다.


저희 굴 속으로 도망하여 온 두목은 여러 번 실패한 것도 분하지만, 저희 부하를 모두 죽인 것이 더욱 분하고 원통하여 여러 달 두고, 원수 갚을 꾀를 생각한 결과, 우선 수염을 모두 깎고 눈에는 검정 안경을 써서 얼굴 모습을 고쳤습니다. 그리고, 당나귀 한 필을 얻어서 비단 중에서 제일 훌륭한 값 나가는 비단으로만 골라서 당나귀 등에 실리고, 이번에는 비단 장수와 같이 차린 후, 알리바바가 사는 집 맞은쪽에다 여관을 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날 지나는 동안에 자연히 알리바바와 친하게 되었습니다. 도둑놈은 제 꾀대로 일이 잘 되는 것을 대단히 기뻐하여 가끔 가끔 알리바바에게 이름도 모르는 좋은 비단을 선사로 보내 주고 하였습니다.

마음 착한 알리바바는 그 비단 장수가 하도 친절히 굴고, 가끔 비단도 보내주므로 이상한 생각도 있었으나, 고마운 생각이 더해서 하루는 그저 저녁이나 한 끼 대접하겠다고 자기 집으로 청하였습니다. 도둑놈은 속으로 ‘옳다! 되었다.’ 하면서도, 겉으로는 여러 번 사양하다가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갔습니다.

알리바바는 즉시 몰지나에게,

“대단히 친절하고 고마운 손님이 왔으니, 음식을 차리고 퍽 맛이 있고, 정결하게 하고, 나와 겸상을 하여 오너라.”

하고 부탁하였습니다. 몰지나는 속으로

‘대체 그렇게 친절하고 고마운 손님이 누구란 말인가’ 하고, 음식을 차려 가지고 사랑방에 나가 보니까 큰일 났습니다. 얼굴 모습을 고치고, 안경을 쓰고, 변복을 하여서 알리바바까지는 감쪽같이 속이고 있으나, 그러나 요전에 기름 장수로 왔었던 도둑놈의 오른 뺨에 까만 사마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기름 장수로 차리고 왔을 때 똑똑히 보아 두었던 사마귀였습니다. 그리고, 도둑놈이 입은 윗저고리 속에 칼자루가 삐죽히 보이는 것을 보고, 일이 대단히 급한 것을 안 몰지나는, 급히 제 방으로 돌아와서 얼굴을 예쁘게 단장하고 장 속에 깊이 넣어 두었던 새 옷을 꺼내 입은 후, 허리에는 은으로 만든 허리띠를 띠고, 날이 시퍼런 조그만 칼을 보이지 않게 가슴에 찌르고, 조그만 북을 한 손에 들고 사랑방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알리바바가 그것을 보고,

“너, 이게 웬일이냐?”

하니까, 몰지나는 벙글벙글 웃으면서,

“다름이 아니라, 저녁을 잡수신 뒤에 너무 심심하실 듯해서 잘 추지는 못하나마, 오늘 오신 손님을 위해서 춤이나 한 번 추려고 그럽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어디 그러면 한 번 추어 보아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도둑놈은 혼자 속으로 걱정입니다. 알리바바를 죽이자면, 꼭 저녁이 끝난 지금이라야겠는데 자기를 위해서 춤춘다는데,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속으론 싫지만 겉으로만은 좋아하는 체하였습니다.

그래서 몰지나는 곧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몰지나는 춤을 잘 추는 솜씨인데, 오늘 저녁은 특별히 힘을 들여서 추므로 알리바바는 대단히 기뻐서 자꾸 추라고 권하였습니다. 몰지나는 출 줄 아는 춤을 죄다 추고 마지막으로 칼춤을 추겠다 하였습니다. 몰지나는 즉시 오른손에는 가슴 속에 지니고 나왔던 칼을 빼어 들고, 왼손에는 조그만 북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또 높이도 뛰고, 얕이도 뛰고, 그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는 척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알리바바의 가슴을 찌르는 척도 하다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도둑놈을 한 번 유심히 쳐다본 후에, 춤을 추면서 왼손에 들고 있던 북을 알리바바에게 내대었습니다. 알리바바는 벌써 눈치를 채고 제 주머니에서 금돈 한 푼을 꺼내서, 그 북 위에다 얹어 주었습니다. 몰지나는 얼른 그 금돈을 집어서, 허리춤에 집어 넣고, 이번에는 비단 장수에게 북을 내댔습니다. 도둑놈은 속으로,

‘어서 춤이 끝나야 할 텐데…….’

하고 있다가, 북을 내대는 것을 보고,

‘옳지, 인제 돈만 한 푼 주면 그만 추겠지…….’

하고, 얼른 주머니를 꺼내려고 고개를 숙일 적에, 몰지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날카로운 칼을 번쩍 들어서, 도둑놈의 가슴을 번개같이 퍽 찔렀습니다. 아아, 얼마나 대담한 색시입니까? 알리바바는 깜짝 놀라서,

“이 애야, 네가 미쳤니?”

하고 달겨들어서 비단 장수를 보니까, 비단 장수의 가슴에는 몰지나의 칼이 박힌 채, 붉은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오고 숨은 벌써 끊어져 버렸습니다.

몰지나는 그제야 알리바바를 보고,

“이놈이 누구인 줄 아십니까. 도둑놈의 두목이야요. 그 증거로는 오른편 빰에 까만 사마귀가 달린 것과, 품 속에 칼을 품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놈이 분명합니다.”

하면서, 죽어 넘어진 도둑놈의 가슴을 헤치고 보니까, 과연 날이 시퍼런 칼이 들어 있고 그 칼에는 도둑놈의 두목이라는 표가 있었습니다. 알리바바는 그제야 그놈이 도둑놈인 줄 알고, 두 번째 목숨이 위태한 것을 살려 준 몰지나가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몰지나를 꼭 껴안고 그의 이마에다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즉시 몰지나를 자기 딸로 삼고, 자기가 낳은 자식과 같이 사랑하였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알리바바를 죽이려던 도둑놈들은 몰지나의 꾀로 해서 씨도 없이 망해 버리고, 도둑놈의 굴 속에 들어 있던 보물과 비단과 금돈은 온통 알리바바의 재물이 되었다 합니다.


〈《어린이》 5권 7호, 1927년 9·10월 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