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어리출궁항의문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전하의 시녀(侍女)는 다 궁중에 들이시면서 오직 신(臣)의 첩(妾) 한 사람은 밖으로 내치려 하십니까? 어찌 모두 중하게 생각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전하는 신이 끝내 크게 효도하리라는 것을 어찌 알지 못하십니까? 신의 첩 하나를 금하다가 잃는 것이 많을 것이요, 얻는 것이 적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천만세(千萬世) 자손의 첩을 금지할 수 없으니 이것이 잃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어리를 내보내고자 하시나 그가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아 저는 차마 내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바깥에 내보내어 무지하고 거친 사람들과 서로 통하게 하면 성예(聲譽)가 손상될 것이므로 내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지금에 이르도록 신(臣)의 여러 첩(妾)을 내보내어 곡성(哭聲)이 사방에 이르고 원망이 나라 안에 가득차니, 어찌 도리어 여러 몸을 구(求)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선(善)함을 책(責)하시겠다면 이별해야 하고 이별한다면 상스럽지 못함이 너무나 클 것인데 악기의 줄을 끊어 버리는 행동을 저는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은 장래 성색(聲色)에 대한 계책을 세워놓고 정(情)에 맡겨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한(漢)나라 고조가 산동에 거(居)할 때 재물을 탐내고 색(色)을 좋아하였으나 마침내 천하를 평정하였고, 진왕(晉王) 광(廣)이 비록 어질음이 천하의 칭송을 얻었으나 그가 즉위함에 미치자 몸이 위태롭고 나라가 망하였습니다. 왕자된 자는 무릇 사(私)가 없어야 마땅하지만, 신효창(申孝昌)은 태조(太祖)를 불의(不義)에 빠뜨렸으니 죄가 무거운데 이를 용서하였고, 신의 장인 김한로는 오로지 신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를 일삼았을 뿐이거늘 한때의 감정으로 예전 포의지교(布衣之交)를 잊고 이를 버려서 폭로하시니 공신이 이로부터 두려워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스스로 세자는 새 사람이 되어 일호(一毫)라도 임금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이 저작물은 저작권이 알려지지 않은 선언이나 성명, 연설, 또는 공개 편지로 퍼블릭 도메인이라고 가정합니다.

저작물에 저작권이 존재한다면 저작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 틀은 저작물의 정확한 저작물을 찾는 노력이 있은 다음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
주의

저작물이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고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 등이라면 {{정치적 연설}}을 이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