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당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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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에 온지 며칠 되어서 아침에 나서 거닐다가 이상한 노인 하나를 보았다. 회색 상목으로 지은 가랑이 넓은 바지에 행전 같은 것으로 정강이를 졸라매고 역시 같은 빛으로 기장 길고 소매 넓은 저고리를 입고 머리에 헝겊으로 만든 승모를 쓴 것까지는 늙은 중으로 의례히 하는 차림차리지마는 이상한 것은 그의 얼굴이었다. 주름이 잡히고 눈썹까지도 세었으나 무척 아름다왔다. 여잔가, 남잔가.

후에 알고 보니 그가 영당 할머니라는 이로서 연세가 칠십 팔, 이 절에 와 사는지도 사십년이 넘었으리라고 한다. 지금 이 절에 있는 중으로서는 그중에 고작 나이가 많은 조실 스님도 이 할머니보다 나중에 이 절에 들어왔으니 이 할머니가 이 절에 들어오는 것을 본 사람은 없다.

내가 이 절에 오래 있게 되매 자연 영당 할머니와 마주칠 때도 있어서 나는 그때마다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서 경의를 표하였다. 그의 나이가 꼭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동갑인 것이 더욱 내게 특별한 관심을 주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 나는 어머니와 동갑되는 부인을 대하면 반가왔다. 동갑만 되어도 내 어머니와 가까운 것 같았다. 나는 젊은 어머니를 알 뿐이요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일흔 여덟 살이 되셨더면 어떤 모양이었을까 해도 그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와 동갑되는 부인은 다 내 어머니와 같았다.

비록 영당 할머니께 대해서 내가 이렇게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여 도 또 아무리 그가 나의 어머니 나인 팔십 노인이라 하더라도 역시 남녀의 사이라 친히 말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뒤에 비로소 그 할머니와 한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할 일이 생겼다.

C할머니가 나를 찾아왔다. 그도 영당 할머니와 같은 나이로 일흔 여덟이 다. 이 할머니는 오십년 전 신여성으로 남편도 아무도 없이 독립 운동으로 늙은 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의지할 곳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다. 그는 내가 이 절에 있단 말을 듣고 이곳에 좀 머물러 있을 뜻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C할머니가 있을 방을 하나 얻어 드리려고 두루 생각한 결과로 영당 할머니를 처음 찾아갔다. 영당 할머니는 C할머니보다 귀가 먹어서 내가 온 뜻을 통하기에 매우 힘이 들었으나 나 옆에서 그의 딸이라는 애꾸 마누라의 통역으로 겨우 뜻이 통하였다. 영당 할머니는 그 하얀 눈썹을 곱게 움직여 빙그레 웃으면서,

『나는 몰라요 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읍니다. 늙은이 둘이 이 방에 같이 살지요.』

하여서 허락을 얻었다.

나는 곧 내 처소로 돌아와서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C할머니에게 영당 할머니가 승낙했다는 말을 전하고 C할머니를 인도하여 영당 할머니와 대면을 시켰다. 두 늙은 부인의 눈이 분주히 피차를 정탐하는 것이 무시무시하였다.

두 분은 연해 너털웃음을 웃으나 웃음 따로 생각 따로였다. 귀머거리 두 늙은이가 피차에 저편이 더 못 알아듣는다고 성화를 하는 것도 가관이요, 또 저마다 제 과거를 드러내어서 제 값을 높이려고 애쓰는 것도 가관이었다.

나와 첫인상으로는 이 두 늙은이가 서로 저를 높이고 저편을 낮추는 것이었다. C할머니는 자기는 역사에 오를 만한 민족운동의 지사인 것을 내세우고, 영당 할머니는 자기도 옛날에는 교사 노릇도 하였다고 또 삼십여 년 염불을 모셔서 수도한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서로 저편 말은 귓등으로 듣고 제 말 만 하고들 있었다. 어찌 갔으나 필경에는 두 늙은이가 한 방에 같이 있기로 작정이 되었다.

C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와서는 즐겨서 시국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시국담에는 귀를 기울일 만한 이야기도 있었다.

하루 나하고 이런 문답을 하였다.

『선생. 지금 우리 나라가 건국의 터를 츠는 시대요? 독립이란 집이 다 되어가지고 낙성연을 하는 시대요? 어디 선생 똑바로 말해 보시오.』

하고 C할머니가 내게 물은 것이 문답의 개시였다.

『터를 츨 시대겠지요.』

나는 「츨」에 힘을 주었다.

『옳소. 츠는 시대도 아니요 츨 시대란 말이지요?』

『그렇게 봅니다.』

하고 나는 저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 말을 꺼내는가 하고 호기심을 느꼈다.

『나도 그렇게 보아요. 그런데 일터에 모인 일군들을 보니 가래, 삽을 든 군은 하나도 없고, 모두 연미복에 모닝에 흰 장갑까지 떨떠리고 왔는데, 선생은 그 사람들이 손에 무엇을 들고 왔는지 아시오?』

『몰라요. 가래, 삽은 아니고. 무엇을 들고 왔을까요. 부채나 들고 왔나?』

나는 이렇게 웃었다.

『아니요. 부채 같으면 시언한 바람이나 나지. 무엇을 손에들 들고 왔는고 하니 커다란 문패란 말요. 저거, 저거 저것들 보시오. 글쎄. 모두 커다란 문패들을 내 두르면서 어울어져 싸우고들 있구려. 이 집이 되면 저마다 제 문패를 붙인다고요. 글쎄 저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집을 지어 놓고야 문패를 붙이지 않소? 부인 터에다가 막대기를 꽂고 문패를 붙인단 말인가.』

하고 바로 눈앞에 사람들이 보이는 것처럼 C할머니는 「저거 저거」하고 손가락질을 한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얼른 생각나는 대로,

『자필로 쓴 문패는 무용이라, 하고 한나 패를 써 박기요.』

하였더니 C할머니는 두 무릎을 탁 치면서,

『됐소, 됐소. 자필 문패 무용이라, 하하하하.』

하고 눈에서 눈물이 나오도록 웃는다.

그러나 C할머니는 언제나 이런 정치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가 제일 장이요, 제 이장은 영당 할머니 모녀 이야기요, 그리고 제 삼장은 자기의 신세타령이었다.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하고 C할머니가 영당 할머니에게 대한 불평이 시작된다.

『세벽 세시면 이 마누라 극락 공부 하노라고 일어나는구려. 나는 잠이 잘 못 드는 병이 있지 않소? 자정도 넘고 새로 한 시나 되어서 가까스로 잠이 들만 하면, 글쎄, 이 마누라가 일어나서 부시대기를 치는구먼. 미리 화로에 놓아 두었던 대야 물로 세수를 한다, 손발을 씻는다, 아 글쎄 쭈끌쭈글한 볼기짝을 내게로 둘러대고 뒷물까지 하지 않겠소? 부스럭부스럭, 절벅절벅, 덜그럭덜그럭 원 잘 수가 있어야지. 내 담에 누워 자던 젊은 마누라도 끙 하고는 이불을 막 쓰고 돌아 눕지 않겠소? 이것이 밤마다 이니 원 옆엣 사람이 견디어 배길 수가 있나? 그러고는 미친 사람 모양으로 무엇에 대고 절을 하노라고 펄럭펄럭 바람을 내지 않나, 그것이 끝나면 염주를 째깍째깍 하면서 염불을 하지 아니하나. 이러기를 한 시간이나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가 되면 도로 자리에 들어눕는구먼. 극락 세계가, 원, 그렇게까지 가고 싶을까?』

『선생님은 극락 세계에 가고 싶지 않으시오?』

나는 C할머니를 이렇게 건드려 보았다.

『갈 수만 있으면야 가고 싶지. 그렇지만 나같이 팔자가 사나와서 이 세상에서도 붙일 곳이 없는 것이 어떻게 극락 왕생을 바라겠소? 나 같은 사람이 다 극락 세계에를 간다면 극락 세계가 도로 지옥이 되게, 하하하하.』

C할머니는 저를 비웃는 웃음을 웃는다.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으시겠어요? 소년 과수로 평생 수절을 하셨거따, 민족운동에 일생을 바치시고 교육사업이나 하시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 오셨는데 그런 이가 극락에를 못 가시면 극락 세계가 비게요?』

『피이.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지. 나도 사람에게 책잡힐 일은 한 것 없어요. 그렇지마는 마음으로야 무슨 일을 안 했겠소? 갖은 못된 즛 다 했지요.

에퉤! 제가 생각해도 내 마음이 더러운데 하나님의 눈에야 얼마나 더럽겠소? 구리고 고리고 말할 나위가 없겠지. 수절? 수절하노라니 죄 짓지. 민족 운동? 말이야 좋지. 아주 애국자인 체. 내 마음에는 나라 밖에는 없는 것 같지. 그렇지만 정말 애국한 날이 며츨되오? 내 이름을 내자니 애국잔체, 미운 사람을 욕을 하자니 내가 가장 애국잔 체 ─ 그저 그런 겝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란 말야요. 에퉤! 생각하면 구역이 나지요. 그런 것이 극락 세계엘 가? 흥, 극락 세계가 좁아 터지게.』

C할머니는 끝없이 저를 책망하고 있다. 그의 눈과 얼굴 표정까지도 조롱하는 빛이 그뜩하다.

C할머니는 영당 할머니에 대한 험구가 점점 늘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부스 대기를 쳐서 잠을 못 잔다는 것만은 언제나 공통한 죄목이지마는 그 밖에도 죄목이 많았다.

『글쎄. 그 마누라가 속에 똥 한 방울도 없는 척해도 젊어서는 남의 첩으로 댕기고 여기도 도를 닦으러 온 것이 아니라 어떤 중을 못 잊어서 따라왔더라는구먼. 아따 그 중이 누구라더라, 원 정신이 없어서. 그 딸이라는 젊은 마누라한테 들었건마는. 그 중이 잘났더래. 풍신이 좋고 그러다가 그중 이 죽고 저는 나이 많고 하니까나 여기 눌어붙은 거래. 그만하면 천하 잡년 이지 무엇이요. 젊어서는 이 서방 저 사내 실컨 노다거리다가 다 늙어서 나무아미타불! 흥 그런다고 극락 세계에 가겠어요?』

이런 말을 할 때에는 C할머니도 여성다운 표정을 하였다.

허, 이거 큰일났군 하고 나는 두 분 할머니가 오래 같이 있지 못할 것을 느꼈다. 따는 그럴 게다. 귀머거리 두 마누라가 서로 정이 들 건덕지가 있을 리가 없다 서로 저편에 무엇을 주고 싶은 것이 있고, 무엇을 받고 싶은 것이 있어야 정이 틀 터인데, 그러자면 남녀간이거나, 핏줄이 마주 닿았거나, 뜻이 같거나 해야 할 터인데, 이를테면 해골 바가지 둘이서 무슨 애정을 주고 받으랴. 서로 얼굴이 보이면 고개가 돌려지고 소리가 들리면 양미간이 찌푸려지고 만일에 살이 닿으면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다. 이런 두 식구가 한방에 모여 있게 되었으니 기막힌 인연이었다.

하루는 영당 할머니가 처음으로 내 처소에 찾아왔다. C할머니가 남성적인 반대로 영당 할머니는 철두철미 여성적이었다. 웃을 때에는 젊었을 적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는 눈웃음이 있었다.

영당 할머니가 나를 찾은 것은 C할머니에 대한 하소연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C할머니는 저만 알고 남의 생각은 아니하고, 고집이 세고, 거만하고, 나라 일은 저 혼자 한 것처럼 자랑을 하는 위인이었다.

『글쎄 당신 자실밥을 화로에다가 따로 짓는구려. 우리 딸이 아무리 벜에서 지어 드린 대도 막무가내하여, 어어 내 손으로 지어야 된다고, 남의 손으로 한 밥은 못 먹는다고, 아 글쎄 그러시는구려. 그러니 한 집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 편하겠어요? 왜 우리 밥솥엔 똥이 묻었나요? 아 이러고야 우리 딸이 앙절거리지 않겠어요? 앗아라, 그러지 말라, 내 집에 오신 손님이 니 마음 편하게 해 드려야 한다, 이러고 내가 딸을 타이르지요. 아 그나 그 뿐인가요. 나라 일에 너무 정신을 써서 신경이 쇠약해서 잠을 못 이루노라고 자꾸 한숨을 쉬고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니 어디 옆엣 사람이 잘 수가 있어요? 잠이 아니 오거든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으면 좋지 않아요? 남까지 못 자게 할 것이 무엇이야요, 글쎄. 그리고는 서울서 해 가지고 온 반찬을 이 항아리 저 단지에 꼭꼭 봉해 놓고는 혼자만 자시니 아모리 짜게 조린 것이기로니 오래 두면 상할 것 아냐요? 게다가 밥에는 꼭 콩을 두어 자시는구려. 콩밥에 썩은 고기를 자시니 속이 좋을 리가 있나, 그러니깐 껄껄 트림은 하지, 방구는 꾸지. 방구를 꾸었으면 가만히 있어야 다른 사람의 코에 구린내가 안 들어갈 것 아니야요? 그런데 이 마나님은 방구를 꾸고는, 어 이거구려서 살겠느냐 이불을 번쩍 들었다 놓으니 이거 사람 살겠어요. 그나 그뿐인가요? 이렇게 자정이 넘도록 부시대길 치고는 그 다음에는 집이 떠나가거라 하고 코를 곱니다 그려. 팽, 팽, 큭, 큭 안 나는 소리가 없으니 이거 어디 살겠어요? 그래서 참다가 못해서 내가, 여보시오 C 선생, 좀 모으로 누우시오 하면 내가 언제 코를 골았느냐 벌떡 일어나서 한바탕 푸념을 하시지 않겠어요? 조곰이라도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큰일나거든요. 그래 가만 두지요, 다 내 업보다 하고요. 그렇지만 젊은 거야 어디 그래요? 잠 못자겠다고 벌써부터 열반당집에 가서 잔답니다.』

대개 이런 소리였다.

C할머니는 또 영당 할머니와 그 딸과의 암투를 내게 일러주었다. 그 말은 대개 이러하였다.

『아, 글쎄 자식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무얼 하겠다고 남의 자식을 얻어다가 길르오 이왕 남의 ? 자식을 얻어 오겠거든 좀 얌전한 것이나 얻어 오면 몰라도, 원, 그, 애꾸눈이 심술패기를 얻어다가 길러가지고 저 곡경이로구려. 인제 겨우 사십 넘은 과부가 왜 아들만 바라보고 가만 있으려 드나. 어디서 놈팽이 하나를 얻어들여서는 누님, 동생 하고 그 비싼 양식에 석달이나 먹여 주었다는구먼. 했더니 이년석이 머 큰 이 남을 장사가 있다고 집안에 있는 돈도 몽땅 긁어가지고 간다바라를 했단 말요. 새파랗게 젊은 여석이 왜 애꾸 늙으대기 바라고 있을랍디까. 그래 홀딱 벗겨가지고 달아났대. 그래서 모녀간에 으르렁거리는 거래. 어머니는 딸더러 잡년이라고 하고 딸은 어머니더러 이 사내 저 사내 줏어 먹던 늙은이라고 드리댄단 말야. 아이 구찮아. 어머니는 나를 보고 딸 험구, 딸은 나를 보고 어머니 험구. 쌀 두지 쇳대를 이년아 도로 내라 하고 어머니가 으릉거리면, 딸은 돌아가시거든 관속에 넣어 드리오리다, 하고 빈정댄단 말야. 에 퉤, 원 세상에 이런 일도 있소? 이름만이라도 어버이 자식이어든.』

하루는 영당 할머니 집에서 왁자지껄하고 여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영당 할머니 손자가 숨이 차게 달려 와서 영당 할머니가 나를 오란다고 부른다. 나는 한숨을 한 번 길게 쉬고 그 집으로 갔다. 영당 할머니는 방 아랫목에 그린 듯이 앉아 있고 C할머니는 툇마루를 주먹으로 두들기며,

『고약한 것들 같으니. 그래 내게 그렇게 해야 옳아? 내가 무얼 잘못했어? 쌀자루를 봉한 조희가 떨어졌기에 떨어졌다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것이 그렇게 잘못야? 왜 떨어졌느냐고 묻는 말이지. 누가 임자더러 그것을 뜯고 쌀을 훔쳐냈다는 게야. 생사람을 잡는다고, 흥. 내가 무얼 생사람을 잡았어. 그리고 극락 세계엘 갈 테야?』

C할머니는 자기 쌀 자루, 반찬 항아리를 끼니때마다 종이로 꼭꼭 봉하고 봉한 이에짬에다가 도장까지 박아 둔다는 말은 벌써부터 아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더 물어 볼 것 없이 이 싸움의 원인을 알았다.

나는 이제는 C할머니가 있을 곳을 다른 데 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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