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리/개벽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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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대감!? 신년 새해에는...』

대감 『에그 고놈 퍽도 덤빈다. 웬 하얀 파리가 이 겨울에 죽지도 안코...』 하며 이마를 딱!?

파리 『아차차 나는 벌서 여긔 내려 안젓는데 초하루날 이마는 왜 치십니까. 모처럼 새해 인사나 하려 햇더니 점쟌은 혼자 차리며서 그게 무슨 망신입니까. 아모나 업섯게 다행이지요. 내 걱정 말고 어서 보던 것이나 보십시오. 아아 연하장을 보시는군요... 에그? 퍽 만흔데 나는 별로 업슬 줄 알앗더니』

대감 『왜 요놈아, 업슬 줄 알기는 왜 업슬 줄 알앗니? 이래도 이게 이백여 장이나 되는데』

파리 『그래두 무던합니다. 이백여 장이나 되니, 그래두 그 중에 정말 진정으로 쓴 연하장이 몃이나 됩니까. 무어요? 연하장은 다- 마챤가지야요-그야 그러치요, 그러치만 대감께 온 연하장은 거의 다-은행·진고개 상점 가튼 대서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좀 돈을 가저 가려는 신년벽두의 상략(商略)이니까, 골이 나지요, 물건 만히 팔아 달라는 광고 아니야요?』

대감 『왜 어대 상점에서 온 것뿐이냐?』

파리 『따는 달은 대서 온 것도 만쿠먼... 국민협회, 무당조합 또 무엇입니까. 아아, 기생조합, 참 훌륭합니다. 그런 단체의 커-다란 도장이 덜컥 덜컥 찍혀 왓스니... 또 그 담에, 아아, 이건 모두 대감 명함(名銜)의 세력으로 군서기 쪼각, 그도 못하면 헌병 나불엉이나 어더 부튼 것들이 그래도 은공을 생각하고 한 것입니다 그려. 그러나 그나마 진심으로 쓴게 못되고 달은 친구에게 하던 끗에 「에그 돈 양반 똥 속에 빠틴심대고 하나 써주어라, 그럼 신대가리 영감이 턱을 쓰다듬으며서 조하할 터이니 그래도 그의 이름으로 요고나마 햇는데..」 하며서 마지못해 써 보낸 것이니까 괘씸하지 안하요?』

대감 『그럴 리가 잇니 네가 공연히 하는 소리이지』

파리 『그럴 리가 잇느냐께요, 당장에 대감도 서사(書寫)를 불러서 「여보게 그까짓거 하나, 아니하나 소용은 업는 것이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의례들 하는 것이니 잇지 말고 몃 군대 연하장을 보내게」 하시지 안핫습니까, 새해에 의례 하는 것이니까 실커나 조커나 한다-그게 무슨 껍질만 바르는 허위읫 짓입니까. 그런 것을 하며서 태연히 그래도 점쟌은 체하고 살아가니 하여간 사람의 세상이라는 그것이 웃으운 것이지요, 사람의 세상에서는 그러케 거죽을 잘 바르는 이를 잘난 사람으로 알지 안하요? 거짓말 잘하고 실흔 사람을 맛나서도 조흔 체하고 돌아서서는 욕설을 퍼부며서도 맛나서는 함부로 거짓말을 하야 추어올리고 하는 사람이 교제에 성공하는 사람 아닙니까. 어쨋던 거짓말 잘하고 제 속을 잘 감추어 요긔 조긔 아첨을 잘 하는 사람일스록 그를 교제가라고 하지요, 남을 이리 저리 속여 넘기기 잘하고 험집만 안 나도록 교묘하게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그 중 승리자가 되는 것이 당신네 사람의 세상이 아니야요? 대정치가이니 대외교가이니 대부호이니 하고 떠바치고 호강하는 사람은 반듯이 거짓말을 제일 잘하고 남을 제일 만히 속인 공로(功勞)가 만흔 인물 아닙니까, 누구던지 물질적으로 사람다운 생활을 하려면 즉 돈 만코 세력 만흔 사람이 되려면 부모도 형제도 친척도 동포도 모르고 그저 눈 딱 감고 힘것 속이고 빼앗고 흠뻑 거짓말을 하며는 반듯이 자산가 교제가로 성공할 것은 의심 업스니까 그러치 안하요? 보통이먼 그러케 거짓말 만히 하고 사람 잘 속이고 하는 놈은 법이라는 게 처벌을 할 터인데 당신네 사는 세상은 그러치를 아니 하고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남의 것 속여 빼앗을 줄도 모르고 그저 제 팔 제 힘으로 제가 벌어 먹을 줄만 아는 사람은 거의 세상에 살 자격이 업는 것 가티 점점 밀리고 눌리고 빼앗기고 하야 업고 치움에 벌벌 떨게 되고 돌이어 거짓말하고 남을 잘 만히 속이는 놈이 성공가이니 자본가이니 하고 영화롭게 지내게 되니 그 점이 아마 사람의 세상의 특점(特點)인가 봅니다. 그런 세상에 사니까 대감도 퍽 다행하시지요?』

대감 『그게 모다 무슨 소린지 모르겟다. 남을 속인다거나 남의 것을 빼앗는다거나 그런 불법읫 짓을 하면 법률이라는 게 잇는데 가만두니?』

파리 『법률!? 당신네 세상에서 지금 쓰는 그 법률! 그것이 무슨 그리 절대 엄정한 것입니까. 공평치 못한 제도에 있는 사회, 거긔서 가진 부정, 가진 허위읫 수단을 다하야 성공이니 출세이니 하고 머리를 들고 나온 자들이 저의 동류끼리만 손목을 잡고 나아가는 지금의 사회, 말하면 자본계급만 옹호하는 정치 그런 세상에서 무슨 그리 법률의 절대 엄정을 말하며 그 권위의 신성 공평을 말할 수 잇습니까. 살인·강도 그런 범죄자를 지금의 법은 처벌합니다. 그러나 그 망을 살살 피하야 가며서 느긋한 그 그물의 눈 새로 빠져가며서 가진 인도상 참아 하지 못할 죄악을 범하면서도 그래도 세상의 행복을 혼자 누리고 살아가는 그 점이 사람이란 동물에 진귀한 『지혜』라는 것이 잇는 까닭이고 동시에 사람이 만물 중에 최령(最靈)하다는 점인 듯 합니다. 따는 몹시 령(靈)합니다. 죄는 죄대로 지으며서 法에도 안 걸리고 복만 만히 밧고...』

대감 『죄짓고 복밧는 사람이 어대 잇서 그리고 누가 사기취재를 해서 돈을 모은단 말이냐. 부즈런히 벌어서 치부를 하지.』

파리 『자산가가 제 재산을 늘리는 수단이 그러케 정당합니까? 고리대금, 다 낡은 집을 사서 빈민에게 삭을세 주고 엄청난 세금 빼앗어 먹기, 오히려 그건 덜하지요, 우선 대감의 광산으로 보아도 그러치요. 낫에도 볼을 켜고 광원을 파들어가는 그 광부가 어떠케 불상한 빈민입니까. 그네가 노부모 약처자(弱妻子)를 먹여 살리기 위하야 그 광굴(鑛窟) 속에서 일을 하다가 그 구혈이 문어저서 시체도 찻지 못하고 그 굴 속에서 몃십 명의 광부가 무터 죽는 일이 드물기나 합니까. 그러케 생명을 걸고 노동하는 그네에게 대감은 상당한 고금(雇金)을 줍니까? 더구나 그 광부의 죽음으로써 그의 불상한 늙은 부모 어린 자식들이 굴머 죽는 지경에 이르지 안하요? 그네가 그러케 위험한 일을 불고(不顧)하고 생명을 바쳐 노력하되 오즉 보수(報酬)는 학대 뿐이요 그 노력으로 하야 엇는 이익은 뉘 손으로 갑니까 대감은 대감의 이익을 위하야 얼마나 한 생명을 몃 푼 안 되는 고금에 희생하고 잇지 안하요? 빈자의 생명을 바치고 그 전력을 기름 짜듯 짜서 그 이익을 자기가 홀로 삼킨다. 약탈·취재(取財)·횡령이 이보다 더한 게 어대 잇습니까. 더 긔막히는 일이 잇지요, 여긔 불상한 노동자들이 땀을 흘려가며 그 힘을 다하야 훌륭한 병원을 건축합니다. 그러나 몃칠 아니 잇서서 그 집 짓던 노동자가 중병에 걸려 사태에 빠졋습니다. 그러나 자기 전력을 다하야 지어 노은 그 병원에 입원을 하지 못합니다. 이런 공평치 못한 사회가 또 어대 잇겟습니까.』

대감 『노동자라고 병원에서 안 바들 리가 잇나. 노동자라도 입원료만 내면 왜 안바드리』

파리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가 그 노동자에게 병들면 입원할 만한 여유를 주엇습니까? 사(死)에 임박한 병자가 압헤 잇서도 입원료 때문에 입원을 못 시킨다는 사람이 자기의 영업소, 말하면 그 집으로 하야 재산을 모을 돈주머니인 중대한 집을 지어준 노동자에게 상당한 보수를 주엇습니까. 만흔 일을 시키고 적은 고금으로 시침이를 떠이는 그런 무도한 사기·횡령, 그리고도 의약의 힘으로 넉넉히 구할 수 잇는 병자를 모른 체 하고 죽게 두는 그런 비인도, 아니, 아니 살인, 살인범자 그래도 그 놈은 살인죄에 걸리지 아니 하고 여전히 행복자이지요, 그리고 그 무리한 이익, 다수한 빈민을 희생한 재산 그것이 또 얼마나 사회에 유익하게 씨우는지 생각해 봅시요, 어느 학교에 기부를 한 번이나 한 일이 잇습니까, 어느 청년회에 기부를 하신 일이 잇습니까. 기부는 그만 두고라도 사회라 하는 그것을 한 때라도 생각한 일이 잇습니까. 대감이 인류 사회에는 족음도 이로은 일업는 낭비, 잠간 동안의 유흥비 그만한 액수만 잇스면 얼마나 만흔 빈민을 구제할 수 잇는 것인 줄을 생각하고 또는 대감 일 개인의 유흥비 그것이 얼마나한 빈민의 희생으로써 된 것인가를 생각해 봅시요, 대감 부인이나 새로은 학생 마마의 화장품 그것에 무산계급의 가련한 노동자의 설음 만흔 눈물이 무텨 잇는 줄을 모르고 탈 줄도 모르며서 허영으로 사다노코 둥둥거리는 피아노의 울림에 무도한 유산계급에게 박해를 당하고 가난에 우는 빈자의 원성이 석겨 잇는 줄을 모르시지요?』

대감 『왜 기부를 한 일이 업다께, 올 여름에도 수해 구제에 백원이나 냇는데...』

파리 『무던합니다. 하여간 백원 돈이나 내셧스니, 그러나 그때, 그때 기부를 청하는 이가 신문사가 아니엇서, 백원 아니야 만원을 냇더래도 아모 자작(子爵) 일금 백원이라-하고 신문에 나지 아니 하는 것이 엇더면 그것도 안 냇섯겟지요. 진심으로써 주는 동정이 아니고 신문지를 이용하는 자가의 광고, 자선가라는 거짓명예를 위하야 내어 논 백원이 그것 무던합니다. 혁신단장이라는 임성구(林聖九)가 남선(南鮮) 모모처에서 걸인 고아의 떼에게 밥과 옷을 해 주엇다기에 기특한 소행이라고 하엿더니 나종에 보니까 그것을 모조리 사진을 박혀서 연극광고에 대서특서하야 거리마다 건 것을 보고 이 놈이 걸아에게 동정을 하야 의식을 준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인기와 혁신단에 대한 일반의 찬의(贊意) 엇기 위하는 광고적 수단이엇고나 생각하고 괴악한 놈이라 한 일이 잇지만, 대감의 백원기부도 그런 것 아닙니까? 빈민구제를 이용하야 자가의 자선적 명예를 구한다-. 하여간 그 백원의 분배를 바든 빈민은 감사는 하겟지요. 그러나 대감이 자본가 되기 위하야 세력 잇는 작위를 엇기 위하야 희생한 그 빈민을 성공 후에는 또 허위읫 자선으로 명예를 전하기 위하야 거듭 희생하는 것은 넘우 심하지 안습니까? 백원 기부를 아끼지 안는 대감 댁 문전에서 아까도 불상한 맹인이 어미 일흔 어린 딸을 둥에 업고 밥 한 술을 달라다가 밥도 못 어더먹고 떨며서 쫏겨 갓스니 웬일입니까, 아마 그런 무명걸인에게는 옷 한 벌쯤 해 입혀도 대감의 아무 자작이라는 다섯 자가 신문에 오르지를 안켓스니까 효용업는 자선임으로 그냥 쪼찻지요?』

대감 『그건 나는 못 보앗다. 내가 보앗더면 그냥이야 보내겟니?』

파리 『하하- 참 거짓말 잘해야 성공하는 세상에서 자본가요, 세력가인 귀족으로까지 성공 대성공하신 이라, 참 수단잇게 잘 피하십니다. 그럼 그건 못 보셧다니 그만 두고라도 대감이 진정한 자선심이 만흔 이라 하면 진정으로 괴롬 밧는 민중에게 동정을 하시는 이라 하면 그래 이 물가등귀로 조석의 끼니를 잇지 못하고 눈이 뒤집혀 살랴고 애들을 쓰는 데다가 더구나 재정공황까지 겹쳐 중류인민까지 파산 파산을 거듭치고 자살을 하네 도망을 하네 하는 이 살풍경을 눈으로 보며서 대감은 혼자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내일은 사회명사인지 박살인지 거짓말 명수들을 청해서 신년연회인지 무엇인지를 한다니 그것은 웬일입니까. 그것은 무슨 거짓말로 피하랴십니까.』

대감 『허허- 그건 넘우 무리한 말이지, 내 돈 나 가지고 일년에 한 번 신년연회까지야 못할 것이야 잇나, 아무리 자선가라도 자기의 교제는 교제대로 따로 잇지, 꼭 불상한 인민과 똑가티 우는 수가 어대 잇나.』

파리 『그래도 내 돈 나 가지고 라고 합니까? 무에 대감 돈이야요, 어떠햇던지 대감 금고 속에 잇스니까 대감 돈입니까? 세상 사람이 모다 굼고 얼어 죽어도 대감 혼자 잘 놀라는 돈입니까, 이 지구 이 우주가 대감 혼자 살라고 맨든 것이지요? 다-가티 요만한 땅에서 16억이 잘 살아 가라고 창조하신 한울의 뜻을 어긔고 만흔 땅도 욕심것 혼자 차지하고 남의 것을 긁고 빼앗고 하야 가지고 대감 혼자 잘 놀고 지내라는 세상이지요?』

대감 『누가, 누구나 다 가티 살라는 세상에서 자기 홀로 잘 살겟다는가, 제각기 부즈런히 벌어서 만히 번 사람은 잘 쓰고 잘 지내고 못 번 사람은 못 쓰고 못 지내는 것이지...』

파리 『그런데 왜 잘 벌냐고 전력을 다하야 생명까지 위험한 것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광부에게는 이익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안주고 편히 안젓는 대감은 천 갑절 만 갑절씩 취하야 독차지를 하느냐 말이야요? 그계 횡령 아니고 무어야요? 약탈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래도 대감 돈입니까? 한번 더 그런 말슴을 하면 내가 강도라고 부를 터입니다.』

대감 『무엇 어째? 강도? 요놈, 족으만 놈이 못할 소리 업시 함부로 하는고나, 가거라 요놈 어더 맞지 말고... 초하루날 무슨 말을 못해서, 요놈, 강도라께, 왜 그 놈들더러는 누가 자본가가 되지 말랏다더냐?』

파리 『얘그그, 왜 이리 큰 소리를 내요, 초하루날 초하루날 하며서... 그나 그 뿐인가, 자본가 중에도 당신 집 재산은 더구나 더 無道하게 참혹하게 당신 아버지가 한참 세력 쓸 때에 생사람을 잡아다 두들기고 빼앗은 것이라니까 더하지요, 에, 더-려워, 부란당, 사람 백장, 막난이...』

대감 『예-끼 요놈-』 하고 주먹으로 화병(花甁)을 따려 떨어쳐 깨트렷다.

파리 『하하아, 미안합니다. 저는 벌서 여긔 올라와 안젓는걸요, 앰한 화병은 왜 깨트립니까, 정월 초하루날 사위스럽게...암만해도 올 운수가 좋지 못한가 봅니다, 주의하십시오, 여름에라도 목돌이 두둑하게 하고 계십시오, 암만해도 염려됩니다. 여긔야요, 여긔요, 당신의 머리 위야요, 암만 차즈려도 눈이 여긔까지 오지를 못합니다. 자- 나는 고만 안으로 들어갑니다, 부인께 세배나 해야지요, 자-들어갑니다. 화병 깨치시는 통에 아마 머리 우에 소변을 지린 듯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사랑 뒤 복도로 돌아 자꾸 가다가 문을 둘을 지나면 내사대청(內舍大廳) 뒤 양실(洋室)마루로 통하야 안대청 마루로 들어간다.

파리 『마님, 과세(過歲)나 안녕히...』

마님 『듯기 실타 저리 가거라, 다-성가시다. 과세가 무슨 빌어먹을 과세냐, 나가튼 인생이...』

파리 『에그머니, 초하루날 새벽부터 왜 이러케 불쾌히 구십니까, 왜 오늘도 어떤 놈이 또 이리대고 돌맹이질을 햇습니까? 아 그 놈돌 작난 심하군, 초하루날만은 그만 둘 일이지...』

마님 『이 새벽에 누가 돌질을 하겟니, 그럼 왜요가 무어야, 조상 차례도 모르고 나가서 과세를 하고 오셧스니까 그러치... 누군 누구야 대감이 그러시지.』

파리 『하하아, 대감께서 저-여학생 마마님 댁에 가서 과세를 하고 새벽에 오셧다요, 하하아, 독숙공방, 에-에에, 아니 올시다, 머-결코 독숙공방이거나 간 밤에 춥게 주무셧다고ㅡ 저 하등배의 계집처럼 질투를 하거나 하시는 것은 결코 아니지요, 조상께 대하야 미안해서 하시는 일이지요, 천만의당한 말슴이 올시다, 이만한 재산을 물려 밧고도 첩에 미쳐서 조상을 잇는다는 것은 온 작위에나 계시니까 그럴가, 그런 가문에 상서롭지 못한 일이 어대 잇겟습니까 우연만하면 요 전번처럼 시위운동을 한 번 하십시요 그려 에? 간수물이 업습니까, 업스면 간장물이라도 잡숫고 나 죽는다고 벌럭 어려 보시지요ㅡ전번에도 반성공은 하시지 안핫습니까? 이왕 초하루날 조상도 이즌 집에 큰소리 좀 나기로 어떨 것 무엇 잇습니?』

마님 『정말 내가 죽던지 해야지 못 살겟다, 초하루날부터 이러케 속을 썩이니 이놈의 노릇을 하는 수가 잇니』

파리 『허-점쟌은 귀부인이 욕설만은 빼십시오, 창피합니다. 정말 돌아가시닷게, 망녕의 말슴이시지요』

마님 『그래 내가 다 늙어서 고 여학생인지 무언지 손자 딸만한 것을 첩이라고 어더 노코 미쳐 단이는 꼴을 보고 산단 말이냐? 첩도 분수가 잇지 벌서 몃 재고 몃 십년ㅅ재냐, 이건 장가 들 적부터 기생첩을 둔 이니까 말할 게 무엇 잇니, 내가 이때껏 살 걸 살아왓니?』

파리 『왜요, 부자 장자엿다, 세력가엿다, 양반 중에도 귀족이엇다, 문하에 하복(下僕)이 수십명이야-중문만 나서면 자동차가 대령하겟다, 그런 조흔 팔자가 어대 잇습니까. 그리고 오늘 매일신문 신년호에도 사시에 춘풍 부는 O자작의 화락(和樂)한 가정!!이라-하고 이 댁 사진까지 떡-냇던데요...못 보셧습니까?』

마님 『사시춘풍?! 밤낫 폭풍이나 불지 말래라, 엇떤 놈이 그런 소리를 써 냇다듸? 그 놈이 사랑에 와서 세찬대전(歲饌代錢)이나 두둑이 어더 간게지, 날더러 신문을 내라면 몃 백장을 낸단다, 밤낫이 업시 손자 딸가튼 첩에게 매달려 박혀잇지, 세배도 제일 먼저 정성스럽게 오는 놈이 기생조합 사무원이지, 그래도 대문만 나서면 가장 점쟌은 것처럼, 에이 에이, 그 놈의 거-만...』

파리 『따는 그러켓습니다, 나는 그래도 이때껏 퍽 부럽게만 알앗지요, 세상의 돈을 모다 긁어다가 그러케 허비하고 그러느라니 속에 든 건 업시 그래도 점쟌은 체는 해야겟스니 괴로운 일이고, 안해가 안해다운 맛이 잇슬가, 남편이 남편다운 맛이 잇슬가, 안해가 어떠케 쓸쓸해 하거나 말거나 남편은 첩에게 무텨잇고 남편이 어대 가서 늣게 오거나 말거나 안해는 애저녁부터 코를 골고, 내외가 조석을 가티 맛보는 재미가 잇슬가, 생활의 염려를 서로 난워하는 정이 잇슬가, 어근버근, 참말 세상에 맛업는 생활은 그거로구면...아, 요넘어 배추밧 모통이에 잇는 초가집을 보아요, 어떠케 자미잇게 사나. 산애는 예술가지요, 해외에까지 단여와서 상당한 인격자구요, 안해는 서울 어느 학교 대학부까지 졸업을 하고 교육에 종사를 하는데요, 싀어머니 한 분만 모시고 사는 데 어떠케 자미잇는지 몰라요. 양해는 진심으로 남편을 섬기지요, 남편은 지극히 안해를 사랑하지요, 그리고 내외가 다 뜻이 마저서 개와집보다는 초가집이 시취(詩趣)가 잇다나요? 그래서 시중은 복잡하고 공기도 더럽고 하니까 그 초가집을 일부러 골라 왓대요, 새벽역이나 해질 골세는 꾀꼬리 가튼 노래 부르는 소리가 한울에서 나는 것처럼 들립니다. 어대서 나나하고 보면 그 교사 단이는 안해가 힌저구리 검은 치마를 입고 밧고랑으로 물통에 물을 길어 들고 가며서 창가를 하겟지요? 산애는 어대를 갓다가 의례 고기나 생선 가튼 것을 손수 들고 오지요, 하인이 잇나 무에 잇나 어떤 때는 보면 젊은 내외가 둘이 다 부억에서 일을 하겟지요! 좀-자미잇겟서요! 그러구 밤이면 산애가 지어 논 소설을 안해가 시어머니에게 읽어 들리지요, 그럼 또 노인은 웃으며서 「이건 우리집 살림하는 꼴을 이악이 책으로 맨들엇구나, 이걸 책에다 내면 우리 아는 사람들이 웃겟다」하며서들 웃지요. 공일날 가튼 때에는 젊은 내외가 나란히 서서 산보를 가지요. 자미잇지 안흡니까! 재산업는 사람이니까 한달 수입으로 한 달을 먹지요, 돈이 만흐니 남에게 실흔 소리를 듯나요, 돈 때문에 겁이 나나요, 정말 그 집엔 가면 참말 사람사는 것 갓구, 우리도 부러웁습니다. 정말 돈 만코 살림다운 살림을 못하는 이 댁보다도 돈업서도 정답게 사는 살림이 나는 부러워요...』

마님 『단 하루를 살아도 좀 그러케 살아보고 죽엇스면 조켓다, 이게 사람사는 꼴이냐, 죽지 못해 사는 것이지. 그까짓 돈만 만흐면 무얼하나, 돈의 종이지』

파리 『왜 이래요, 어느 새요, 이제 좀 더 돈 때문에 고생 고생해야지요, 돈 맛을 좀 더 알아야지요, 이 집 그 돈이 어떠케 모인 돈이야요. 도적질을 하다 십히 해서 남의 못할 일을 그러케 만히 하고 그 돈으로 잘 맘 편하게 살 듯 십허요? 그럼 천리라는게 업게요, 무럴 그래요, 당신도 이 집으로 시집 올 때에 돈 욕심에 왓지요? 이제 돈 맛을 착실히 좀 알아야지요. 돈에 팔려 시집을 온 것! 돈에 팔려 단이는 몸둥이, 에그-더러워, 그 더러운 속에서 그래도 남편이 妾만 안다고 짱알거리지, 당신은 무에 그리 정조가 그러케 에에 더러워, 매신! 매음! 그래도 귀부인!』

마님 『에그 요놈의 파리, 잡으려니까 하필 남의 코 미테 와 안니, 에, 요놈의 파리』 하고 코 밋을 친다.

파리 『코 밋을 따려도 당신이나 압흐지 나는 벌서 갑니다. 코 밋에 다흔 것이 내 발이 아니고 못이저 하는 중놈의 입살이엇더면 조핫지? 에에, 그래도 귀부인』

(별난 銀 파리 이번엔 뉘게로 갈는지 次號를 기다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