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은파리/신여성 3권 3호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간동(諫洞) 어구의 채씨 (전호에 최씨라 함은 그릇 되얏슴) 로인의 집! 돈 잇고 식구(家族) 적은 로인 부부가 돈 업시 공부하는 녀자 고학생을 수양ᄯᅡᆯ 삼아 다리고 잇겟다는 듯기에도 감사한 자선 로인의 집이건만은 영숙 처녀가 이 집에 잇게 되면서부터 공연한 의심이 나서 뒤를 캐여 보고야 말리라고 리웃집 담을 날러 넘어가닛가 ᄭᅩᆨ 맛침 조흔 ᄯᅢ! 그 집에서도 채씨 집 소문이 버러진 판이엿다.

『에그 참봉 집에 녀학생이 ᄯᅩ 갈어 들엇서요』 하고 어린애 업은 행랑어멈이 말을 내닛가

『아니 이왕 잇든 녀학생이 여러 날 ᄶᅢ 보이지 안터니 ᄯᅩ 다른 녀학생이 왓서?』 하고 주인 아씨의 이상해 하는 말

『이상도 하지 다 늙은 령감의 집에 무슨 놈의 녀학생이 그것케 작고 갈어들가………』

『그런데 이번 새로 온 녀학생은 오든 중에 뎨일 얌전스럽게 생겻는걸요? 인물도 엡부고요』

이약이는 더 자상히 드러 가지 못하엿지만은 은파리 머리에는 『그 집에 녀학생이 작고 갈어든다』는 말은 놋치지 안코 치부해 두엇다.

하하— 그러면 그럿치…… 은파리 머리에 의심스럽게 빗초인 것이 이그러지는 법은 업는데 그놈의 집이 무슨 집인지 ᄭᅡ닭이 업을 수 잇느냐 륙십여 세의 늙은이 밧게 업는 이 집에 ᄭᅡ닭이 잇다면 무슨 ᄭᅡ닭이 잇슬지 그것을 내가 밝혀 내고야 말 것이다.

자긔보다 먼저 이 집이 방에 몃 사람의 녀학생이 살다가 간 줄은 ᄭᅮᆷ에도 아지 못하고 영숙 처녀는 아모 불안과 불편도 늣기지 안코 편히 잇스면서 통학하는 모양이엿다. 그러나 인물 잘나고 공부 잘하고 얌전하고 그럿케 앗가운 영숙 처녀의 몸에 불행이 잇서서야 쓸 소냐 하고 나는 넘려하는 마음과 궁금한 마음으로 저녁마다 한 번씩 혹은 밤마다 한 번씩 이 집에 들르기를 게을리 아니 하노라고 날개가 해여질 지경이엿다. 열흘 보름 스므날 무사히 지나는 동안에 근심이 덜니여 그런지 영숙의 얼골도 피여 오르는 ᄭᅩᆺ송이 가티 조와지더니…… 조와지더니…….

년들아 놈들아…… 아아 사람의 년놈들아 이 무지한 ᄭᅩᆯ을 보아라 하로는 달 밝은 깁흔 밤에 집안 사람들이 깁흔 잠든 ᄯᅢ 머리 흰 륙십 로인 채참봉이 마루를 건너 영숙의 자는 방에 숨어 들더니

ᄭᅩᆺ은 산산히 허터지고 말엇다.

잇흔날 아츰에 태연히 안방에서 니러 나오는 채로인의 그 점잔흔 풍채를 볼 ᄯᅢ에 이 세상 누구인들 그가 그럿케 늙고 점잔흔 몸으로 손녀ᄯᅡᆯ 가튼 어린 녀학생의 몸을 더럽히는 줄을 알 것이냐…… 아모런 말 한 마대 하지 못하고 학교에도 못가고 자리에 누어서 버러진 몸을 걱정하는 영숙이 ᄲᅮᆫ만이 불상하기 한이 업섯다. 그러나 약한 것은 녀자라 하지만 그 중에도 약한 것은 세상 모르는 게집 아해다. 붓그럽고 겁나는 마음에 밧그로 말은 내이지 못하고 속으로 마음은 조이면서 지긋지긋이 ᄭᅳᆯ니여 구렁의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희 만코 풍상 만히 격근 녀편네처럼 발악을 하거나 얼른 ᄯᅱ여날 용기 업고 그럿타고 싀원스럽게 결심하고 그 경우에 만족해 잇스려는 결단력도 업고 남에게 얼골도 못 뵈고 누어서 엇지면 조흔가 엇저면 조흔가 하고 조비비듯 하다가 전보다 몃 배나 더 친절히 구는 주인의 침로를 계속해 밧게 되고 말엇다 사흘ㅅ재 학교에 아니 가닛가 동모들이 차저 왓다 그러나 엇전들 영숙이가 동모에겐들 사정을 하소연할 수 잇섯스랴 재조ᄭᅥᆺ 재조ᄭᅥᆺ 힘을 다 하야 그러한 눈치를 감초고 말엇다. 그리고 잇흔날부터는 태연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엿다.

맛치 요술장이의 요술에 걸닌 것처럼 영숙이는 아조 채로인의 수중의 물건이 되엿것만은 영숙이에게 휘여날 아모 도리가 업섯고 상대가 늙은이인 만큼 아모도 그 눈치를 채인 사람이 업섯다.

그러나 한 달이 족곰 지나서 늙은 색마는 영숙의 몸에도 실증이 생겻다. 그래서 영숙이를 처치하며고 차저간 곳은 간동 바로 리웃 동리 ○○ 골목의 족고만 초가집 황(黃)모의 집대 문ㅅ간방이다. 사십여 세의 구지레한 갓(笠)잽이 황가를 보고

『여보게 지금 다리고 잇는 그 애도 차차 어대로 보내ㅅ버려야겟네 아해 얼골은 얌전하것만은 넘어 몽총하기만 해서 다리고 작란할 자미가 잇어야지……… 아모 대나 우연한 놈이 잇거던 맛겨 보내세 그려』

『잇기는 잇슴니다. 어느 보통학교 교사라 하는데 한 설흔 두세 살 되엿드군요 그런데 제 말은 상처하고 녀학생에게 장가를 들겟다 하는데 그ᄭᅡ진 말이야 누가 밋슴닛가 제 말은 먹을 것도 싀골집에 만코 제 월급도 일백이십 원이라든가요』

『그거 맛침 잘 되엿네 첩으로 가거나 먹을 게 업거나 우리가 걱정할 것 무언가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럼 그럿케 속히 어울려 놋케 그려…」

이러고 둘이 가티 나서서 는 자기 집으로 가는 모양이고 황은 지금 말하던 보통학교 교사라는 자의 집으로 가는 모양 갓기에 나는 황가의 억개에 날러 안저 ᄯᅡ러 갓겟다.

동아일보사 압흘 지나 재동을 ᄭᅬᄯᅮᆯ어 계동 중턱의 족고만 개와집 사랑채에 드러 가더니 삼십 이삼세 되여 보이는 얄밉게 생긴 남자와 마조 안저서 황가의 말

『아조 썩 훌륭한 곳이 생겻습니다. 그건 참 다시 구하려야 구할 수 업는 훌륭한 곳임니다. 저— 간동에 채참봉이라고 새문밧 ○○능 능참봉으로 계신 로인이 계신데 아조 점잔흔 로인이고 그 자제들도 모다 훌륭하지요 한 분은 군수이고 한 분은 판사입니다 그려 무어 다시 말할 것도 업는 집안이여요 그런데 그 채참봉 로인 댁에 경상도 색씨 한 학생이 와서 잇섯지요 일가가 되거나 친척은 아니지만 채로인하고는 아조 어려서 가티 자라난 죽마구우의 손녀람니다 그래 시골서 보통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서울로 공부를 보낼 터인데 어린 처녀를 의롭게 서울로 보내면 만사가 미덥지 못하다고 최채참봉에게 부탁부탁하야 제발 점 다리고 잇어서 사람 ᄭᅩᆯ을 맨들어 달라고 졸라서 채참봉이 친구 의리에 거절하지 못하고 이ᄯᅢᄭᅡ지 다섯 해를 다리고 잇스면서 학교에 보내여 이번에 졸업ᄭᅡ지 식히는데 이번에는 싀골서는 상당한 신랑감이 구하기 어려우니 신랑ᄭᅡ지 구 해 달라고 편지가 왓다는군요 그러니 그런 조흔 곳이 어대 잇슴닛가 요전 번에도 말씀햇지만 요새 엇죽빗죽하고 도라 다니는 녀학생들은 하나도 밋을 것이 업슴닌다. 이 채씨 집에서 길러낸 색씨야 무어 다시 말할 것이 무엇임닛가 도로혀 젓ᄶᅩᆨ에서 신랑 나희가 만타고 내여댈넌지 그게 걱정이지요. 엇잿든 채로인을 가서 맛나 보십시다. 채씨가 반듯이 신랑 될 당자를 보아야 한다 하닛가요 그리구 당신도 채로인을 보면 알 것임니다 엇더케 점잔은 집인지요………』

놀라지 말라 황가가 여긔서 이럿케 말하는 ᄯᅢ 채가 늙은이는 영숙이를 ᄭᅩ일 대로 ᄭᅩ엿다.

일이 이 지경 되엿스니 다른 탄로가 나기 전에 상당한 남자를 맛나서 얼른 결혼을 하는 것이 뎨일 상책이지 그대로 움을ᄶᅮᆷ을 잇다가는 일생을 불행하게 할 것이 아니냐 하고 달내고 ᄭᅬ이고 또 위협하면서 저 어느 곳에 일본서 졸업하고 나와서 서울 어는 고등학교 교사로 다니면서 월급은 이백원씩 밧는 슴을여섯 살 된 청년이 잇서 결혼을 할 터인데 흔히 맛나는 녀학생은 밋을 수 업스닛가 아조 얌전한 녀학생을 넌즈시 구하는 중이라 하니 그럿케 훌륭한 곳에 싀집 가서 만사를 니저 버리고 ᄭᅢᆺ긋이 살아가는 것이 좃치 아니하냐고! 말과 재조를 다 하야 긔어코 영숙이의 마음을 움즉여 노앗다

약혼의 금반지가 오고 례식은 간편한 것이 뎨일이라 하야 영숙의 몸은 채로인의 손에서 모를 남자의 품으로 손쉽게 넘어가고 말엇다.

그러나 놈은 일본 졸업은 사려 고등학교 교사는 사려 싀골 돈 가ㅈ다 업새면서 녀학생의 입에 세월을 보내고 잇는 부랑자인 것을 나종에야 엇지 하느냐 몸은 그에게 맛긴지 오래고 그 품을 버서 나서는 ᄯᅩ 달러갈 곳이 엄는 것을……….

영숙이는 학교도 그만 두엇다. 동모와도 발을 ᄭᅳᆫ엇다. 그리고 아득한 압길을 엇절지 몰라 번민하엿다

아아 불상할손…… 그 얌전한 아해가 밀매음이 되엿다지 하는 소문이 모를 이 업시 퍼지고 말엇다.

세상에는 녀학생의 뎡조를 노리는 부랑자가 만히 잇다. ᄯᅩ 그 사이에 돈버리를 하는 ᄯᅮ장이란 것도 만히 잇다 그러나 칠십 갓가운 몸으로 점잔을 다 파라 가면서 이럿케 어린 몸을 버려내놋는 색마가 잇는 줄은 아모도 ᄯᅳᆺ하지 못할 것이다. 백주대도(大都)에 벌려저 잇는 이 마굴(魔窟) 거긔는 최○숙 리○영 한○순 등 시내 각 녀학교의 학생이 영숙이보다 먼저 더럽혀 나왓고 나와서는 긔어코 매음녀가 되고 말엇스며 심한 것은 한○순 가튼 녀학생은 소순이라는 동생ᄭᅡ지 다리고 형뎨가 가티 잇다가 형뎨 두 몸이 다 더럽혀 가지고 형은 밀매음녀가 되고 아오는 지금 ᄯᅮ장이 집에서 몸을 팔고 잇다.

아아 놀라운 일! 놀라운 일이다! 세상은 ᄭᅢ여 가거니 녀학생은 만허 가거니…… 망한 것은 긔위 망하엿거니와 압흐로는 ᄯᅩ 얼마나 만흔 녀자가 이 집을 들러 나올 것이냐… 생각하면 은파리도 가여운 몸서리가 친다. 가여운 녀학생들아 그대네 사이에 이 이약이를 널이 퍼들 필요가 업겟느냐. (ᄭᅳ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