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영광스런 봉변
삼복 중의 찌는 더위──. 반나절이 조금 지났을 무렵에, 악보와 악서(樂書)를 전문으로 파는 어떤 서점의 점두(店頭)에 중년을 지난 듯한 신사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이것저것, 한바탕 악보란 악보는 모조리 집적대 본 끝에 이윽고 그는 점원에게 물었습니다.
“거── 무슨 새로 나온 악보로 좀 재미있는 것은 없소?”
“네, 있습니다. 바로 수일 전에 출판된 걸작이 있습니다.”
“뉘 작곡이랍디까?”
“하이든 선생의 작곡입니다.”
이같이 대답한 점원은 득의만면해서 악보를 꺼내려고 할 제, 신사는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하이든? 그것은 틀렸소, 그보다는 좀 더 훌륭한 것이 있을 법도 한데.”
“무엇이에요?”
점원의 얼굴은 단번에 붉그락 푸그락해지며 노기까지 띠었던 것입니다.
“하이든 선생의 걸작이 틀렸다면 당신 같은 분에게 보여드릴 것은 우리 집에는 아무 것도 없소. 온 장안을 다 털어 보시구려.”
젊은 점원은 불쾌한 기색을 노골화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신사는 다시는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코를 떼고 나오기는 무엇 했던지 2,3의 악보를 뒤적거려 보다가 슬그머니 도망하듯이 나가려던 차에, 문간에는 한 장발 청년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아! 선생님!”
하고 청년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 신사가 내미는 손을 황송스러운 듯이 붙잡았습니다.
“일전에 사로몬 연주회에서 연주된 선생님의 심포니는 참 훌륭했습니다. 지금 시중에는 온통 그 이야기 뿐이랍니다.”
두 사람의 회화에 젊은 점원은 노했던 얼굴은 새로 들어온 손님에게로 향했던 것입니다. 이 청년은 이 서점의 단골손님이었던 것입니다. 점원은 청년을 바라 보더니만 새로운 후원자나 얻은 듯이,
“이 양반이 대작곡가 하이든 선생을 욕했습니다. 당신께서 아시는 분이라면 하이든 선생이 누구신지 그것쯤은 알 만도 한데…….”
청년은 신사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고는 히쭉 웃었습니다.
“하이든 선생이 누구신 줄이야 이 선생님도 잘 아시지. 이 선생님 역시 대작곡가신 즉, 아마 그대도 알고 보면 대단히 숭배하는 분일걸…….”
“작곡가요? 흥, 건방진……”
하고, 고개를 휙 돌리며 중얼거렸습니다. 점원의 마음은 한층 더 불쾌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그는 언제나 하이든 선생을 하느님과 같이 숭배하던 터에, 오늘 이 낯모르는 신사가 하이든을 깎아서 말하니 어찌 성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뒤에 들어온 청년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당장에 땅에 꿇어 엎드렸던 것입니다.
“작곡가시라니까 무엇을 그래. 그대가 언제나 한 번 뵙고 싶다고 하던 하이든 선생님이 곧 이분이셔!”
-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은 1732년 3월 21일에 오스트리아 로워란 곳에서 탄생하여, 1809년 5월 31일에 비엔나에서 장서(長逝)한 대악성. 음악 사상에 있어서 『실악(室樂)의 부(夫)』라는 존칭을 받는 이요, 쏘나타 형식의 완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