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하느니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누어져야겠느냐?
남 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離別)이 올 줄은 몰랐어라.
꼭두머리로 오르는 정열(情熱)에 가슴과 입술이 떨어 말보담 숨결조차 못 쉬노라.
오늘밤 우리 둘의 목숨이 꿈결같이 보일 애 타는 네 맘속을 내 어이 모르랴.
애인(愛人)아 하늘을 보아라 하늘이 까라졌고 땅을 보아라 땅이 꺼졌도다.
애인(愛人)아 내 몸이 어제같이 보이고 네 몸도 아직 살아서 네 곁에 앉았느냐?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누어져야겠느냐?
우리 둘이 나누어져 생각하고 사느니 차라리 바라보며 우는 별이나 되자!
사랑은 흘러가는 마음 위에서 웃고 있는 가벼운 갈대꽃인가.
때가 오면 꽃송이는 곯아지며 때가 가면 떨어졌다 썩고 마는가.
남의 기림에서만 믿음을 얻고 남의 미움에서는 외로움만 받을 너이었더냐.
행복(幸福)을 찾아선 비웃음도 모르는 인간(人間)이면서 이 고행(苦行)을 싫어할 나이었더냐.
애인(愛人)아 물에다 물 탄 듯 서로의 사이에 경계(境界)가 없던 우리 마음 위로
애인(愛人)아 검은 그림자가 오르락내리락 소리도 없이 얼른거리도다.
남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離別)이 올 줄은 몰랐어라.
우리 둘이 나누어져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피울음 우는 두견(杜鵑)이나되자!
오려무나 더 가까이 내 가슴을 안아라 두 마음 한 가닥으로 얼어보고 싶다.
자그마한 부끄럼과 서로 아는 미쁨 사이로 눈감고 오는 방임(坊任)을 맞이하자.
아 주름 접힌 네 얼굴-이별(離別)이 주는 애통(哀痛)이냐, 이별(離別)은 쫓고 내게로 오너라.
상아(象牙)의 십자가(十字架)같은 네 허리만 더위잡는 내 팔 안으로 달려만 오너라.
애인(愛人)아 손을 다오 어둠 속에도 보이는 납색(蠟色)의 손을 내 손에 쥐어 다오.
애인(愛人)아 말 해다오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沈黙)의 말을 내 눈에 일러 다오.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누어져야겠느냐?
우리 둘이 나누어져 미치고 마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두 머리인어(人魚)로나 되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