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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을 나와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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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왕, 우악스럽게 소리를 지러고 슬며시 움직엿다. 노 라는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잘가요 안녕히 가세요.

네. 두 분 안녕히 계서요. 남선생님도 안녕히 계세요.

남의사는 추렷이 한 걸음 두 걸음 멀어가는 노라를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기차는 피피하며 속력을 낸다. 마치 플랫폼에 모여섰던 군 더더기 사람들을 털어버린 것이 시원스러운 듯이!

노라는 아물아물한 친지 세사람을 바라보았다. 차차 더 멀 어간다. 서울도 멀어간다. 팔구 년 동안 한번도, 아버지가 돌아가서도 떠나 지 아니한 서울이다.

이 기막힌 서울을 두고 어떻게 내가 떠나는가 싶었다.

그의 바라보고 가는 곳은 고향이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정든 고향을 버리고 어디 머나먼 낯선 땅을 찾아가는 듯이 마음이 호젓하였다.

겨울의 차창 밖은 단조하였고, 앞자리에는 시시덕거리는 젊은 사나이들이 있어 몹시 불쾌한 것을 노라는 옆에 어린 아이 같아 철없어 보이는 시골 사람과 뼈없는 이야기를 하 는 것으로 겨우 무료함을 꺼오다가 대전서 호남선을 갈아탔 다.

호남선서부터는 찻간이 성글성글항 비좁지도 아니하고 편 안히 놀 수가 있었다.

그러나 속력은 뜨고 몹시 까불었다.

이리(裡里)에서 다시 군산선을 갈아탈 때에는 해가 어슬어 슬 저물었다.

이리는 어렸을 때 어머니와 전주 외가에를 가느라고 여러 번 거치어 다니던 곳이다. 그동안 많이 변하였으나 그래도 모든 것이 낯이 익었다.

정거장의 역부들도 전의 그 사람들인 것 같고, 차안으로 오르는 사람 가운데는 누구인지는 잊었으나 낯이 익은 듯한 사람이 더러 있다.

이러한 종류의 여자를 별고 구경하지 못하는 이차의 사람 들은 무슨 색달리 고운 동물이나 보는 듯이 모두 한번씩 돌 아다보고 지나간다.

■■역에 내렸을 때에는 날이 벌써 침침하였다.

집가지는 험한 산길로 시오리나 가야하니 탈것이 있어야 하겠는데 들가운데 정거장이랍시고 바라크 두 채만 놓였을 뿐 무엇이고 있는 것 같지가 아니하였다.

노라는 어떻게 하나 싶어 망설이고 섰는데 이게 웬일이십니까?

하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심심하게 서서 있다가 생각지도 아니한 인사를 받으니 노 라는 자지러 지게 놀라 그 사람을 바라다 보았다.

바라보고라니까 그 널찍한 이마며 벌씸한 코, 입은 꾹 다 물고 눈만 웃는 입과 커다란 얼굴, 커다란 몸과 키, 이런 것 이 아닌게 아니라 아는 사람, 알되 인상이 깊게 아는 사람 인데 누군 것은 생각이 아니 난다.

하하, 오래 돼서 잊으셨구만이요…… 나 병택입니다요, 병 택이……

아 오병택씨…… 어쩌면……

하고 노라는 이름을 듣고 비로소 깨쳤다.

깜짝 반가왔다. 반가울 만한 사람을 이런 때에 만났으니 더 반가운 것이다.

깜빡 잊었어요…… 알 듯 알 듯은 한데…… 생각이 아니 났어요.

네. 잊으셨기도 쉽지요. 십여 년이나 되았으니…… 그런데 친정댁에 오시는 길이세요?

네.

그러면 어서 가시지요. 마침 잘 뵈었습니다. 모시고 가지 요.

노라는 걱정스럽던 마음이 턱 놓였다.

병택이라는 사람은 노라를 대합시에서 기다리게 하고 동리 에 들어가서 짐꾼을 얻어다가 짐을 찾아 지워주었다.

그래저래 날이 깜빡 저문뒤에 두 사람은 짐꾼을 뒤세우고 등불하나로 눈삼아 길을 나섰다.

병택이는 노라와 한 동리 사람이다. 보통학교는 병택이가 세년급인가 위였으나 어쨌건 같이 다니었다.

장난꾼이요 망나니도 대장이었었다. 이녕의 자식 저년의 가시내 하고 노라와 싸움도 더러하였다.

서울서 중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들은 가까이 상종하였다.

나이 듦에 병택은 고향 사람의 정 이상의 마음으로 노라를 대하였다. 그러나 노라는 그것을 알고도 모르는 체 하였다.

병택은 중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가고, 노라는 재학중도에 결혼을 하였다. 그 뒤로는 서로 만나지도 못하였거니와 서 로 기억을 뒤질 일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병택이만이 고향에 있고, 또 노라의 어머니를 종종 찾아다니었으므로 그간의 소식을 듣곤 하였던 것이다.

동경서 언제 나오셨어요?

하고 노라가 병택이의 그 뒷소식을 듣고자 하였다.

한 삼 년 있었지요. 더 있을래야 밑천이 자라나요.

그러고 늘 시골 계셨어요?

웬걸요. 돌아다녔지요. 별데를 다 가고 별세상 다 구경했습 니다.

노라는 길을 걸어가기가 퍽 괴로웠다. 볼좁고 뒷굽놓은 구 두가 더구나 희미하게 등불에 비치는 길바닥의 우툴두툴한 것을 골라 디딜수가 없었다. 몇 번 넘어지려는 것을 병택의 팔을 잡고 겨우 바로 서곤 하였다. 그러할 때마다 큰 정자 나무에 몸을 기대는 것같이 흐뭇하였다.

그러나 몇 번을 그렇게 희똑거리고 나니 발목이 시고 아파 서 걸음을 걸을수가 없다.

여기 탈것 없어요?

하고 노라는 물었다. 좀 괴로워도 그대로 가는게 유쾌는 하겠는데 더 견딜수가 없었다.

없어요.

하고 병택은 입맛을 쩝쩝쩍 다시었다.

그러실 줄 알었드면 담 차를 기달려 ■■으로 가서 인력거 라도 타실것을…… 좀 늦더래도 그렇게 타시까요?

하고 물었다.

담 차가 며시에 있는데요?

하고 노라는 솔깃하여 물었다.

아마 열시나 되어야 있을걸요.

노라는 속으로 생각하였다.---열시까지 어떻게 기다려? 그 러고 그렇게 한다면 병택이는 가버릴 텐데……

그는 병택이가 그 실한 등으로 업어다 주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병택이도 업고라도 가고 싶었다. 노라가 청을 한다면 얼른 업고 나설것이다.

‘이 귀찮지 아니한 귀찮은 짐을 어떻게 하나……’하고 병택 이는 궁리를 하였다.

병택이는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노라와 짐꾼을 기다리라 고 하고 오던길로 동리를 향하 여 뛰어갔다.

가더니 소식이 없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한 삼십분을 기 다렸을 때에 겨우 헐헐하고 뛰어오더니 신문지에 조그맣게 싼 것을 불쑥 내밀며 이걸 신으십시요.

한다. 노라가 받아 펴보니 운동화다. 퍽 반가왔다.

아이구 아슴찮애라. 어쩌면……

하하. 전라도에 오시더니 대번 사투리가 나옵니다 그려. 며 군데 찾어다니다가 그거 달랑 하나 남은 것을 가져왔는데 맞으실난지 모르겠습니다.

노라는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갈아 신었다. 좀 커서 맞지 아니하였지만 구두에서 깔차응 빼어 깔고 끈을 바짝 졸라매 니까 그대로 견딜 만하였다.

다시 길을 걸으니 발이 가볍고 시원한 것이 날아갈 듯 하 였다. 그는 병택이를 만난 것이 새삼스럽게 고마웠다.

그는 길도 서툴렀다. 이 정거장이 개설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가느라고 한번 차를 타러 나온 뒤로는 와본 적이 없었 다.

큰일날 뻔 싶었다. 더구나 연전에 우편배달부를 강도가 죽 였다는 ■■재를 어떻게 넘어갓을까 생각하니 생각만 하여 도 가슴이 성큼하였다.

날은 그새 며칠 몹시 춥더니 오늘부터 풀리어 푸근하다.

하늘에는 눈구름이 덮였는지 별이 보이지 아니한다.

뒤에서는 짐꾼아이가 끙끙하며 힘들게 따라온다.

남산재를 후유후유 넘어 쉬무릎 고비를 돌아 재실골에 당 도하니 겨울밤이 초저녁을 지난 듯하였다.

노라의 친정집은 읍에서 몇 마정 떨어져 있는 이 재실골에 있었다.

노라는 급한 마음으로 지쳐 둔 사립문을 밀어 젖히고 어머니!

하고 부르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방들은 깜깜하고 아무 대답이 없다.

노라 어머니는 잠이 들었었다. 두 번 세 번째 불렀을때에 잠이 깨었다.

아이구 야야, 이게 웬일이냐!

노라 어머니는 문을 차고 뛰어나왔다.

어둔 속에서 모녀는 그러안았다. 노라는 어머니!

한번 다시 부르고 울었다. 어머니도 따라 울었다.

병택이는 집을 받아 마루에 올려놓아 주고 짐꾼 삯을 치러 보내주었다.

그는 간다는 인사나 하고 가고 싶은데 모녀가 붙잡고 울므 로 어쩌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있었다.

한참만에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었다.

그만 그쳐라. 방으로 들어가자…… 저건 누구냐?

저올시다, 병택이어요.

하고 병택이가 나서서 인사를 하엿다.

아이구, 나는 누구라구! 좀 올라오소.

네. 바로 갈랍니다…… 정거장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그래 서 같이 왔지요.

저런, 아슴찬해라…… 자네 아니었으면 그것이 밤중에 혼 자 고생헐 뻔 하였네.

노라는 눈물을 거두고 병택이더러 잠깐 올라오라고 권하였 다.

그러나 그는 굳이 사양하고 돌아갔다. ---가지고 오던 등 불만 빌어가지고. 그리고 내일 또 오겠다고 하고.

모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가 더듬더듬 성냥을 찾아 불을 켰다.

먼지 앉은 사기등잔 끝에 가느다란 불이 졸 듯 까막인다.

희미하나마 어머니의 많이 변한 얼굴이 완연히 보인다.

어머니, 왜 저렇게 늙었수?

어머니는 정말 늙었다.

칠 년 전 혼인을 보러 서울 왔을 때에는 마흔다섯이라지만 아직도 중년 여인의 모습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주름이 오글오글 잡히고 머리가 다 세고 앞니도 두개나 빠지고 아 주 알아보게 노인꼴이 박혔다.

지팡이 같이 서로 의지하던 남편을 여의고 다만 한톨 애지 중지 기드던 딸은 출가를 하여 제멋대로 가서 살며 길이 멀 어 만나지도 못하고 외로이 고생스런 생애를 보내느라고 저 렇게 어머니가 늙었느니라 생각하니 노라는 회심의 눈물이 새롭게 솟아났다.

그는 어머니를 찾아온 것이 잘되엇다 싶었다. 다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를 이렇게 홀로 두지 아니라히라고 마 음에 맹세를 하였다.

어머니는 딸이 이렇게 갑자기 내려와, 그리도 오던길로 자 꾸만 우는 것이 필시 무슨 곡절이 있었느니라고 불길한 예 감이 들었다.

글씨 야야, 온다는 기별이나 허지…… 그렇게 원 뜻밖으 혼자 이러구 온단 말이냐?

하고 어머니는 눈치를 살필 양으로 에둘러 물었다.

어머니가 보구 싶어 그랬어…… 불현듯이 보구 싶어서.

하고 노라는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 눈으로 웃어보였 다.

그렇다구 어린것들이랑 애비(네 남편)랑은 어쩌라구 너 혼 자만 이러구 오느냐?

하고 나무라는 말이나 결코 나무라는 마음으로는 아니다.

노라는 집안 이야기가 날 것이 겁이 났다. 아무 때 이야기 를 하여도 하기는 해야 하겠지만 이야기할 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였다.

그는 어떻게든지 말할 기회가 올때까지 어머니의 입에서 묻는 말이 나오지 아니하게 하려고 하였다.

어머니, 찬밥 있수?

하고 노라는 시장기도들고 하는 지라 이렇게 말머리를 돌 렸다.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아이구 야야, 내가 잊었구나! 저녁을 안 먹었을 틴디……

나 나가서 밥 히여갖구 오마.

하고 일어서려고 하는 것을 노라는 황망히 말리었다.

아니야, 찬밥이 있으면 좀 먹구, 그렇잖어면 그만 둘 테야.

먹든 밥이 좀 있기는 하다만…… 차서 못 먹는다.

괜찮어.

그럼 물이라도 데어갖구 오마.

하고 어머니는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한마디 기왕이거든 어린것들이나 하나 데리고 오지.

하는 소리가 새삼스레 섭섭하여 하는 눈치다.

노라는 차라리 다 이야기해버릴까 하고 어머니를 치어다보 았다.

저 어머니가 그 말을 들으면 얼마나 놀라고 기막혀할까 생 각하니 노라는 차마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아니하였다.

어머니는 부엌으로 나가더니 한참 만에 김치 한통을 대접 에 담고 새우젓을 곁들인 고추장 접시와 동치미 보시기와 숟갈을 놓은 소반을 들고 들어왔다. 노라는 윗목에 놓아ㅜ 었던 놋바리를 갖다놓고 열어보니 반이 더 섞인 조밥이다.

야야, 참 조밥이다. 새로 한술 얼걸 그랫어……

하고 어머니는 손으로 김치를 뜯으면서 걱정을 한다.

조밥이면 어떤가?

하고 노라는 먹기 시작하였다 겨울밤에 손으로 뜯은 통김치를 싸서 찬밥을 먹는 것이 남 방 이등지의 유일한 밤참이다.

이렇게 밤참을 먹노라니 옛 처녀 적이 생각키웠다.

아버지도 계셨고 어머니도 이렇게 늙지 아니하였고, 또 지 금같이 이렇게 조밥을 먹는 고생도 없었고……

어머니, 늘 이렇게 조팝 잡수?

하고 노라는 물었다.

야야, 원! 시방 조팝 안먹는 사람이 있는 줄 아냐? 헌다는 부자집도 다 조팝이란다 하고 일어서서 부엌으로 나가 불을 때어두었던 김이 설설 오르는 숭늉을 떠가지도 들어왔다.

노라가 비로소 어머니의 옷을 보니 치마와 저고리가 모두 수먹빛이다.

그는 그것이 우스웠다.

어머니, 치마저고리가 그게 무어유? 노인이……

어머니도 웃엇다.

이렇게 입어야 헌단다.

왜? 누가 그래?

순사청에서랑 멘역소서랑.

노라는 서울서 신문에서 보던 색복 장려라는 것을 생각하 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기는 싫어두 빨래 자주 안허닝개 좋더라.

그렇지만 저게 무어야? 중처렁 숭업게!

늙은 사람이 아무려면 어떠냐?

그래두……

하두 와서들 졸르길래 말맥이로 이렇게 한 벌 히여 입었 지, 누가 이 숭헌 것을 입구 당긴다더냐! 빌어먹을 놈들이 허다허다 못허닝개 옷 입는 것까지 참견을 하는구나……

어머니는 노라의 하는 양을 보려고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 였지만 실상은 대단한 불평객이다.

옷뿐이냐, 고무신을 못 신게 허는구나! 짚신을 삼어 신으라 구…… 그러니 못 삼어 신는 사람은 사 신을라니께 돈디 더 들지…… 저이는 양복이야 구두야 빼띄리고 대가리질허구 댕기면서……

노라는 있던 밥을 다 먹고 수저를 놓았다.

어머니는 상을 부엌에 내어다 두고 들어와서 반닫이 위에 싸둔 이불과 요를 내려다가 딸의 자리를 폈다.

밥이 내릴 동안 노라는 어머니의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들었다.

영감이 죽고 나매 남은것이라고는 갚을 수 없는 큰 빚과 이집 한 채 뿐이었다. 빚 준 사람들은 무엇 남은 재산이 있 는가 하고 처음에는 덤벼들었으나 백원짜리도 못되는 초가 집 한 채밖에 없는 줄을 알자 모두들 단념하고 물러갔다.

최씨---노라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망지소지하였다. 어쩔 줄을 몰라 딸에게라도 가서 여생을 의탁할까 생각도 하여보 았으나 딸이(라느니 보다는 사위가) 청하지도 아니하는 것을 머리를 두르고 찾아가기는 싫었다.

그는 이리저리 생각하던 끝에 동리의 지주를 찾아가 일곱 마지기 되는 논을 얻었다(소작으로) 그리고 영감의 장례비용으로 쓰고 남은 것을 농사 밑천 삼 아 그해부터 그렁저렁 고생스러우나마 살아온 것이다.

노라는 어머니가 고생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밤 깊도록 듣다가 어느결에 잠이 들어 버렸다.

새벽에 잠이 어렴풋이 깨었는데 어머니는 없고 동리에서 여러사람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서울서 듣던 얼싸둥둥 소리 같았다. 이게 꿈인가 싶 어 노라는 귀를 기울였다.

노라는 머리맡에 풀어놓았던 팔걸이 시계를 집어보았다.

여덟시다. 서울서의 습관으로 꼭 여덟시에 잠이 깬 것이다.

한데 저게 대체 무슨 소린가 하고 궁금하여 견딜수가 없었 다. 예전에는 도무지 없던 소릴.

마침 어머니가 발써 깼느냐?

하고 들어온다.

어머니, 저게 무슨 소리요.

누가 안다냐. 그 미친 놈들 새벽이면 그러구 댕긴단다.

하고 어머니는 웃는다.

괜히 저러구 다녀?

엇둘엇둘 체조라던가 무어라던가 헌다고 활갯짓을 허구 빗 자락(빗자루)을 들구 나와서 질바닥 쓸구 그러지 멀.

노라는 비로소 조기회라는 것인 줄 알았다.

시방 우리 꼬마둥이도 게 가서 안 오너만! 식전이면 그 웬 수것 때미 일을 시킬 수가 있어야지.

보내지 말지?

하루만 안 가봐라, 생베락이 내리지.

그동안에 조기회는 해산이 되었는지 조용하다.

어서 더 푹신 자거라.

하고 어머니는 부엌으로 내려갔다.

노라는 오늘 할 일의 프로그램을 작정하였다.

혜경이와 남선생에게 잘 왔다는 편지를 하고, 신문을 청구 하고, 쌀과 나무를 좀 사들이고, 방, 건넌방까지 도배를 하 고, 램프도 두개만 사오고, 남은 돈은 저금을 하여두고……

이렇게 작정을 하고 나서 어머니 혼자 부엌에 내보낸 것이 미안스러워 옷을 갈아 입고 이불을 걷어올린 뒤에 밖으로 나왔다.

십 년 옛날에 보던 고향의 아침이다.

맨처음 눈에 띄는 것은 장수평의 버드나무가 다 없어진 것 이다. 길 옆으로 죽 늘어섰던 버드나무는 모조리 등걸만 남 고 자취가 없다. 훨씬 아래로 내려가서 팽나무와 그 아래로 몇 주가 남았을 뿐 그거나마 가지가 앙상하다.

동리를 좌우로 뚫고 새 길이 동서로 났다.

동리 한 가운데로 있던 사정(射亭)이 간 곳이 없다.

어머니, 사정이 어데로 갔어?

불탔단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쌀을 이는 모양이다. 노라도 부엌으로 들어갔다.

멋허러 내려오느냐! 방으로 들어가거라.

어머니, 쌀 내가 일으께.

야는 별소리를 다 한다.

어머니, 고기 좀 사옵시다.

그렇잖이두 꼬마둥이가 오먼 사러 보낼라넌디 연락처 알려 달랑께 아푸다구만 하구마랴˜! 글씨 사정이 불타버려서 이 고을이 더 쉽게 망헌단다.

어머니는 별소리를 다 허우. 그렇지만 보기는 싫여. 앞니 빠진 것 같어서.

열 팔구 세쯤 되어 보이는 테머리한 총각아이가 부엌을 기 웃이 굽어다본다. 어머니가 말하던 꼬마동이다.

그는 전에 못 보던 젊은 신식 부인네가 밤 사이에 어디서 생겼나 부엌에 들어 있는 것이 깜짝 놀라운 모양이다.

서울아씨란다. 인사하여라.

하고 어머니가 소개를 하는 것이다.

예. 알량(안녕)허셨어유.

하고 그는 테머리한 수건을 벗는다.

응. 잘 있었더냐? 노인 모시고 지내느라고 애쓴다.

하고 노라도 대답을 하여 주었다.

너 고기 좀 사갖구 오나라.

하고 오모니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노라가 들어가서 돈지갑을 가지고 나왔다.

얼마치나 사올라까?

두 냥만 주어 보내라.

사십 전이란 말이다. 노라는 오십전 짜리를 꺼내주었다.

오늘은 장은 장이지만 고깃짐이 들왔넌지 모르겄구만이라 우.

꼬마동이는 돈을 받아가지고 싸리문 밖으로 나간다. 아이 가 그다지 영리해 보이지는 아니하나 시키는 대로 일은 곧 잘 하게 생겼다.

장꾼들인지 가마니를 진 사람, 빈 지게를 진 사람, 멱서리 를 걸멘 사람들이 다문다문 동리로 들어간다. 동리에서는 아직도 조반 짓는 연기가 솟아오른다.

다 낡은 포드 자동차가 털털거리고 호기 있게 비틀거리며 동리로 향해 들어온다. 전에는 이곳에서 못 보던 신풍경이 다.

노라는 건넌방 문을 열어보았다.

아버지가 거처하던 때의 그림자는 하나도 없고 머슴방으로 썼는지 벽은 시커멓고 방바닥은 다 낡은 갈자리다. 아버지 의 거처하던 방을 보니 자취는 없을망정 방금 그의 환영이 보이는 듯하였다.

노라는 마당으로 내려섰다. 닭이 댓 머리나 모이를 찾고 있다. 마당 귀퉁이의 돼지우리는 텅 비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노라는 편지를 썼다. 혜경이와 남의사 에게 별말없고 그저 무사히 도착되었다는 뜻만 썼다.

그러고 나서 복동이(그 아이의 이름이다)가 나무하러 가겠 다는 것을 데리고 저자로 내려갔다.

장은 그래도 음력 섣달 대목이 가까워서 그런지 제법 크세 섰다.

노라가 장에 들어서니 온 장판의 눈들이 모조리 쏠리나 누 구 한사람 노라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이곳에 트레머리 하고 뾰족한 구두를 신은 신여성이라고는 보통학교의 여선 생 하나밖에는 없다.

그런데다가 장으로 흥정을 하러 온 신여성은 보기는커녕 이야기도 듣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들에게 신여성이라는 것은 저 서울이나 적어도 도회지에 서 돈 있고 학문 있고 지위 있는 사람을 남편으로 두고 놀 고 팔자 좋게 사는 한딴 부류의 여자요, 이렇게 시골 장거 리로 생선을 사러 온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었다.- 마치 궁녀가 바구니를 끼고 구멍가게로 움파 한 단을 사러 나온 것처럼.

노라는 이렇게 시선의 과녁이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쪽도 조선쪽으로 짓고 신발도 어머 니 버선을 빌어 고무신을 신 고 나올 것을 잘못하였다고 뉘우쳤다.

더구나 매초롬한 읍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자기를 치어다 보며, 또 몇이 모여서서 수군거리는 것이 어쩌면 자기의 이 런 내력을 알았는가도 싶었다.

노라가 한짐 가득 장을 보아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어머니 는 겉으로 걱정을 하나 모처럼 딸의 덕을 입는 것 같아서 내심에 기뻐하였다.

건넌방을 수리하려고 장판지와 도배지를 많이 사온 것을 어머니는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제 말대로 어미가 보고 싶어서 잠깐 다니러 왔으면 무엇 때문에 건넌방을 수리하려고 하는고?

막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병택이가 찾아왔다.

어머니, 그 홍어회도 치고 속으로 국도 끓이고 그러지?

오냐.나 샘에 가서 시쳐갖고 오마.

어머니는 부엌으로 내려갔다.

한동안 계시겠읍니까?

하고 병택이가 묻는다.

노라는 병택이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노라는 병택이에게 대하여 아는 것이 적었다. 어렸을때는 심술궂은 쌈대장이요, 중학에 다닐 때에는 그저 근실히 공 부하는 한편 장난 괴수 였다는 것, 그리고 그 뒤의 십년간 그가 어떠한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고 지내왔다는 것 등 전 연 모른다.

그러나 그 실팍한 체력과 명랑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 바 위같이 무게가 있어 보이는 그의 언행이 어딘지 믿음직하여 보였다. 이 사람이면 자기의 이번 사단도 이해를 해주고 앞 으로 나아갈 길도 바로 가르쳐 줄 달견이 있으려니 생각이 되었다.

아마 한동안 여기 있게 될까봐요.

시댁은 어떻게 하시고.

하고 묻기는 하나 그다지 의아하는 눈치는 없다. 노라는 말을 꺼내었다. 현석준과 결혼하던 것으로부터 이번 사단까 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병택이는 지금까지 노라에게 대하던 그러한 평범한 친절과 는 좀 다르나 역시 그다지 신통한 소식을 들은 것 같지도 아니한 기색이었다.

노라는 자기 일신상의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믿고 상의 겸 이야기한, 저편이 흥이 나지 아니하는 것을 보매 섭섭도 하 거니와 자기의 경망한 것도 후회를 하였다.

혹시 이 사람이 머리와 생각이 범속하여 그러한 문제에 이 해와 관심을 가지지 아니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하였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병택씨는?

하고 노라는 무렴 끝에 장난엣 말같이 물어 보았다.

글쎄요……

하고 병택이는 씩 웃었다. 그 웃는 꼴이 어찌 보면 바보 같기도 하여 노라는 짜증이 났다.

그는 만일 이 위인이 정말 그렇게 속된 인간이라면 공연히 소문이나 퍼뜨리고 다닐 터이니 어찌하나 하고 걱정이 되었 다.

그러나 또 어떻게 보면 사람이 노상 그렇게 농판스러운 것 도 같지 아니하여 도무지 그의 인품을 종잡을 수가 없다.

점심 준비가 되어 복동이가 상을 나르고 어머니도 뒤따라 들어왔다.

어머니를 이렇게 괴럽게 해서 내가 죄받겠수?

하고 노라는 소녀답게 어리광을 부렸다.

염려 마라. 내가 너를 부려먹겄냐.

하는 어머니의 대답은 역시 품안엣 딸에 대하는 것 같은 말씨다.

병택이 상에는 알뜰하게 술까지 있었다.

밥을 먹는 동안의 병택이의 하는 이야기는 아까 바보로 보 이던 것과는 딴 판이요, 어제같이 여전히 슬기롭고 명랑하 였다.

서울서는 별로 먹어보지 못하는 홍어회와 국이 퍽 맛이 있 었다. 노라는 아주 감식을 하였다.

병택이는 보니 역시 술도 다 먹고 밥도 국도 회고 다 먹는 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러 나간 사이에 노라는 다시 이야기 를 꺼내었다. 이제는 그의 의견을 듣자는 것보다는 위인을 시험해 보자는 생각이다.

글쎄올시다.

하고 그는 얼큰한 김인지 말이 터져나온다.

세상일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하고 병택이는 화두를 내었다.

가령 이걸 보십시요…… 중국 어느 지방 사람은 부모가 죽 으면 시체를 짐생한테 먹인답니다그려. 그것을 조선사람이 생각할 때 그런 불효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들은 조선 사람이 시체를 땅에다 꽁꽁 파묻는다는 말을 들으면아 주 불효라고 할 것입니다. 또 이런 것도 있잖습니까? 우리 가 며 십년전 해도 이 머리깍는 것을 아주 나쁘다고 생각했 는데지금은 누가 머리 깎는다고 나무라는 사람은 없지요?

또 이런 것도 있지요. 지금도 완고한 집안에서는 그 딸이 가령 어느 도령하고 눈이 맞어서 어쩌고어쩌고 한다면 허!

이거 집안 망했다고 야단이 나는데, 어느 집안에서는 딸이 자유연애를 해가지고 버젓하게 결혼식을 하되 누구하나 그 르다고 합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하고 병택이는 목을 가다듬어 말을 계속한다.

현석준씨가 보기에는 노라씨가 아주 나쁘겠지요. 안해라는 것은 한 사람이가보담 남편과 자식의 종속물 이라고 생각하 니까…… 그러나 노라씨는 안해라는 것은 그런것보담도 위 선 한 독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니까 그런 불합리한 생활 에서 벗어져 나온 것이 조금도 잘못 될 것이 없지요…… 지 금 노라씨는 잘못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아니요.

하고 노라는 고개를 흔들어 힘있게 대답하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일이 옳으면 모다 옳고, 그르면 모다 그 른 법인데 옮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니 거 모르겠는데요.

하고 노라는 혼잣말 같이 반문하였다.

옳은 것은 어데까지 옳고, 그른 것은 어데까지든지 그르다 는 그 원리 부터가 옳은 때도 있고 그른 때도 있으니까요.

이 말은 막연하여서 노라는 알아듣지를 못하였다.

하나에다 하나를 가하면 둘이 된다고 보통학교 선생님이 가르켜 주었지요?

그런데 하나에다 하나를 보태면 그대로 하나가 되는 수도 있거든요.

물 한 붕울 에다 또 한방울을 보태면 물 며 방울입니까?

두 방울……아니 한 방울.

거 보십시요.

노라는 이야기가 흥미는 있는데 시원스럽게 알 수가 없어 답답하였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어서 모르겠어요.

인제 차차 아시지요.

노라는 그보다도 병택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고 싶었다.

그러면 병택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물어보았다.

지금까지의 것으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앞으 로가 문제는 정말 있으니까요.

앞으로 문제는 무슨 문제여요?

노라씨는 인제는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아시지요?

그렇잖구?

남편의 전제에서 벗어났으니까?

네.

과부들은?

노라는 이 말에는 대답이 막혀버렸다.

노라의 생각 같아서는 과부들은 제물로 인간을 완성한 자 유로운 사람들이었겠는데 생애가 도리어 더 참담하였던 것 은 무슨 일이었던지를 알 수가 없다.

주제넘은 말씀 같지만, 지금 노라씨 머리에는 뻣뻣한 공식 을 설명해 드려야 들어가질 아니할 것입니다. 그보담은 노 라씨가 노라씨 자신을 실험대에 올려놓고 연구를 해보십시 요. 그러면 자연 알어지는 게 있을테니요.

하고 병택이는 일어서서 나가다가 도로 돌아서서 묻는다.

그런데 여기 오래 계시느라면 소문이 재미없게 날 것이 아 닙니까?

노라도 이것은 퍽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남에게 이야기를 하면 욕이 빗발치듯 할 것이고……

노라는 욕을 먹을 것쯤이야 각오를 한 터이지만, 그러나 될 수만 있으면 그것을 피하고 싶었다. 더구나 고향---친정 에 와서는……

얼마 동안이나 계시겠어요.

하고 병택이가 물었다.

아직 작정은 없지만 겨울은 나야 할까버요.

그러면 피접오셨다고 하십시요그려…… 시집간 여인들이 흔히 친정으로 피접온다고 하잖습니까?

하고 병택이는 웃었다.

노라는 듣고보니 그럴 듯하였다.

그럴까요……

그렇게 하세요…… 갑니다…… 내일 와서 도배나 해드리지 요.

하고 병택이는 돌아갔다.

노라는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풀어 우선 신변이 필요한 것 만 내어놓는 외투와 구두까지도 다 가방속에 집어넣었다.

그는 오늘 장에가서 여러사람의 구경거리가 된 것을 생각하 고 이곳에서는 다시는 그렇게 차리고 다니지 아니할 작정을 하였다.

노라는 아까 병택이가 한 말을 그대로 하여 어머니도 당분 간 속여두기로 하였다. 아무 때 알리어도 알릴 것이지만 당 장 그 말을 하면 어머니는 실망이 여간 아닐 것이다. 혹 옛 날의 부덕(婦德)에 전 어머니인지라 나무라고 도로 쫓아보낼 지도 모르는 것이다.

책망이 그다지 두려운 것이 아니요, 어머니에게 쫓기어 서 울로 간다더라도 현에게로 돌아가기야 아니하겠지만 밀어나 가려면 밀어나갈 수가 없지 아니한 풍파를 노라는 미리 다 가 오고 싶지 아니하였다.

이튿날 아침때가 겨워 병택이가 와서 도배를 시작하였다.

점심 후에는 안방을 도배하려고 짐을 꺼내놓고 법석을 하 는데 우편배달부가 편지 두 장과 신문을 가져왔다.

노라는 편지가 온 것이 반가왔으나 부탁하고 온 어린아이 들의 사진이 아니 온 것이 섭섭하였다.

노라는 남의사의 편지를 먼저 뜯어 읽었다.

별말이 없이 편지 받아보았다는 것, 현 집에는 역시 매일 들르는데 송이와 마리아가 어머니를 찾는다는 것, 그리고 끝으로 자기가 죽기 전에 노라를 한번만 더 보았으면 임종 에 눈을 감겠다는 것 등이었었다. 그리고 이신으로 자기는 편지를 매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남보기에 혐의쩍어 폐가 될 테니 특별한 일이 있기 전에는 자진하여 편지를 쓰지는 아 니하겠다고 하였다.

노라는 멍하니 편지를 들고 앉아 어린아이들을 생각하였 다.

안타까와서 실컷 울기라도 하였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 데 어머니가 어찌 알가봐 울 수도 없다. 혜경이의 편지도 사연이 간단하였다.

편지는 받았고, 자기네도 잘 있다는 말과 지금 구가와 둘 이서 어디 노라의 있음직한 곳을 알아보는 중이니 되거든 곧 기별을 하마고 하고, 그리고 조그마한 잡화점을 내려고 장소를 구하는 중이라는 것 들이었었다.

노라는 편지를 걷어치우고 심산하여 일이 아니 잡히건만 강잉하여 도배하는 서두리를 하여주고 있는데 웬 낯선 부인 하나가 찾아왔다.

누구인 줄은 모르겠으나 조선쪽을 지은데다가 통치마를 입 고 운동화를 신은 것이 경향간에 공통인 전도부인이 분명하 였다.

어머니와 잘 아는지 흠선하게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어머니는 노라에게 소개를 시키며 누구의 무엇이요 어디 사는 누구라고 파계를 대아주나 알 수가 없어 그냥 안녕하 시냐는 인사만 그럴 듯이 하였다.

인사가 끝나고 몇마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꼭 청할 것이 있어 왔는데……

하고 전도부인은 노라의 기색을 살펴본다. 반씩 섞인 서울 말이 몹시 어울리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