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어머니/제4회
連作小說 젊은어머니
〔第四回〕 姜敬愛 作
崔永秀 畵
지난 줄거리: 채지배인의 청혼을 받은 현우희는 민상에게 얘기를 꺼내볼까 하지만 여의치 않다. 그날 밤 민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네, 김선생이 찾아와 길가에 경찰들이 깔렸다는 말을 한다. 이때 술에 만취한 민상이 집에 들어오다가 쓰러진다. 우희가 찬물과 수건을 가지러 간 사이, 김선생은 민상의 방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몰래 감춘다. 김선생은 떠난 뒤, 채×× 지배인의 사택에 누군가 폭탄을 던진 후 자취를 감췄다는 호외가 날아온다. 걱정하는 우희에게 민상은 다음 날 떠나겠다고 말하고, 우희도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형사 두 명이 와서 민상을 체포해 가고, 민상은 「굳센 녀성이 되어 주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잡혀 간다. 우희는 민상에게 차입하고 돌아오는 길에, 경관들이 호송하던 자동차 안에서 어떤 청년이 깜짝 놀라 하는 걸 본다. 한편 길거리에는 호외가 나도는데......[1]
호외돌리는 소리에 놀란 우희는 시가를 둘러 무엇을 사랴든것도 잊고 분주히 집으로 왓다.
문안을 들어서니 집안은 고요하엿다 전같으면 료리상차리기에 분주햇을터이고 혹시 한가한틈이 잇을때에도 머슴들이 롱담으로 한창 벌어젓을터인데 웬일인지 오늘은 잠짓함에 의아한생각으로 부억문까지와서 드려다보앗다.
「료리상 주문이 안들어왓는가?」
맥없이 들어서서 수군거리는 머슴들을 향하여 우희는 물엇다.
머슴들은 그제야 주인아씨가 온줄알고 일시에 돌아보며 그중 한자가 우희앞으로 한걸음나오며
「저 영업 간판을 떼래요……」
우희는 너무나 의욋말에
「뭐?」
순간에 그의 전신은 매시근 해짐을 느꼇다.
머슴들은 서로 멀둥멀둥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고잇다
「아니 누가 누가 롱담아니어」
우희는 진심으로 그들의 롱담이되기를 마음속 깊이 빌며 무서운듯이 그들의 눈치를 삺엿다.
「흥 롱담이나 되면 좋게요」
한 머슴이 쭈구려앉으며 담배를꺼내 피우면서 이런말을한다.
「이제 금방 순사가 와서말햇서요 우리말을 믿지 못하시겟거든 뒷거리 마님께 물어봅슈」
뒷거리마님은 우희 친정어머니를 가르친말이다. 우희는 그만 더 알아볼 용기가 없엇다. 그러고 앞이 캄캄해지며 이 무서운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없엇다.
료리점을하면서부터 더구나 자기가 맡아하게되면서 부터는 머슴들의 나고드는 일이며 식료품이 모자라서 금방들어온 료리주문의 응해주지 못할때의 초조와 머슴들의 월급때문에 왼갓 시끄러움을 당할때엔 「내가 이노릇 못하구는 못사나」 하고 탄식을 햇을때도 한두번이 아니엿으나 막상 이런일을당하고보니 그때에 그걱정은 아모것도 아니엇다.
우희는 겨우 방문앞까지 왓을때 아모철몰으는 유광이는 엄마신발소리에 좋아라고 뛰어나온다.
「엄마」
「무엇하기 이제야 오느냐?」
아까부터 우희어머니는 차입하러가는 우희에게대하여 못마땅하게 생각햇든 불평이 일시에 쏟아저 나온다.
「아니 순사가 왓서요? 뭐래요」
우희는 유광이를 안으며 풀끼없이 바라본다.
「그래 뭐라기는 뭐라겟니 영업 그만두라지 주인이라는것이 그모양으로되고 또 머슴으로 온놈까지 잡혀다니니영업인들 제대로 해먹으라겟니?」
우희어머니는 담배대로 잿터리를 땅땅두드리며 한숨을 푹—쉬인다.
「어차피 잘되엇느니라 아무래도 시집가야지 혼자살수 잇니 어서 임자를 맡겻으면 내가 이제 죽어도 눈을 김겟다」
전같으면 우희는 뭐라고 댓구햇을터이나 지금 이자리에서는 그만 말문이 꽉 막히고 말엇다.
유광이는 젓을 어루만지며
「엄마 나 과자」
아까 나갈때에 우희가 약속하든 말을 잊지않고 유광이는 안타깝게 졸은다.
딸이 풀ㅅ기없이 앉인것을 본 어머니는 음성을 낮후워가지고
「그런데 채주사나으리 요새도 늘 오시냐…… 어쩌면 사람이 그리 어젓하니 젊은사람치고 그렇게 점쟎고 어젓 한이는 처음본다. 그런데 요새 폭탄을 맞엇다드니 그 어찌되엇냐 이 조이봐라」 하면서
깔아앉엇든 호외조각을 내어놓는다. 무엇보다도 채지배인의 소식이나 알까하는 바람이든것이다.
우희는 깜박 잊엇든 호외를받아 드려다보앗다. 거기에는 이러한 내용이다.
○○은행과 동지배인의 사택까지 폭탄을던진 혐의자로 ××료리점 이다바로잇는 민○○를 체포하여 목하 취조중인데 동시에 그집을 수색한결과 ××로의 중요서류를 발견하엿으며 이것을 단서로 검거의선풍은 더욱확대되어 다수한청년남녀가 임의도 검거되엇으며 앞으로도 검거될모양이다. 특히 주목할것은 일년전 해외로부터 들어온 신○○이 금조에 피검되엇다.
우희의 가슴은 두근거렷다. 그리고 얼굴이 빩아케 상기되엇다. 어쩐지 호외를 드는 그순간부터 아까와는 딴판으로 알지못할 새힘이 물결침을 느꼇든것이다.
「뭐라고햇니 채주사나으리 댁은 어찌되엇니?」
딸의 눈치를 살피어 상스럽지않은 내용임을 짐작 하엿다. 그리고 어서 채지배인의 소식만이 답답이 알고싶엇다.
우희는 어머니의 말댓구 할 생각은 전연이 잊고 저편벽만 끝없이 바라보앗다.
그날저녁부터 민상의 수상한태도에 막연이 짐작은되엇다. 그러나 지금의 이사실을 읽고나니 그의 침착한 태도와 헌신적노력이며 꾸준한힘! 새삼스럽게 뭉클뭉클 깨다라젓다. 따라서 자신도 그만 모든 이탈을 벗어버리고 뛰처나서 그들과함께 무슨일이든지 하고싶은 욕망이 불불끓어 일어낫다.
「흥! 영업간판을뗀다 누가 그것아니면 죽을까!」
우희는 혼자서 중얼거린다.
「이애 어미말은 듣지않고 그래 폭탄 던진놈은 잡엇느냐?」
「어머니두 그것은 알어뭣해요!」
「늙은이는 어서 죽어야하겟다」
언제나 우희어머니는 딸을대하야 성풀이 하는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여러생각 할것없이 머슴들은 헤치고 우리집에 가서잇자. 그래서 나종문제는 차차로 해결하더라도……」
딸의속이 어떨것을 생각하니 더말하고 싶지 않엇든것이다.
우희는 새삼스럽게 이모든현실이 저주스럽고 원망스러워 못견댈지경이다. 그리하야 점점 참엇든 분까지 것잡을수없이 일어남에 입을벌려 말하고싶지도않엇다.
「이에 내말들어」
한참이나 아무말없이 잇든 우희는
「어서 가서요 내 다 처리할것이니」
어머니가 곁에잇어 잔소리하는것이 귀찮어젓다. 이 눈치를 채인 그의어머니는 지금 무슨말을하여도 쓸데없을줄알고 그는 일어낫다.
「오냐 그럼 내일또오마 어서 누어서 진정하여라 유광이 내 업고가리?」
「싫여 엄마」
유광이는 할머니를 흘끔 처다보며 어머니곁으로 닥어온다.
우희는 넋잃은 사람모양으로 어머니가 가든지 말든지 내 알바아니다— 하는듯이 천연스럽게앉어 팔장을끼고 석양볕에 빨개진 앞문만 시름없이 바라보고잇엇다. 너무나 복잡해진 머리는 어느것부터 생각할 여유가없이 뒤범벅이되어 돌아가고 잇엇든것이다.
신발소리가 쿵쿵나며 문우에 모자 그림자가 얼신빛인다.
「엄마」
진웅이는 언제나 문밖에서 엄마를찾고 들어오는 버릇이다.
「옵바 온다!」
유광이는 맞바다 나간다. 다팔거리는 그의새캄한 머리며 기쁨의 아글아글하는 그의 눈동자!
「이제오니 어서 가방 저 못우에 걸어」
진웅이는 선채
「엄마 우리압바 어듸갓나?」
똑바로 처다보는 진웅이의 그 커단눈! 우희는 생각지않은 이 물음에 깜짝놀랏다. 그리하여 진웅의 눈치를 살피며 저것이 누구에게서 애비없다는 조롱을 받엇나? 하는 의심과함께 남편의모양이 스르르 떠오른다.
「웨 그것 왜뭇니 누가 뭐라든?」
우희의음성은 떨려나왓다. 그리고 금시에 목이 탁— 가라앉는듯 하엿다.
「저 수길이는 저의아버지가 새구두랑 모자랑 양복이랑 그러구 가방이랑 또 작란감을 많이사왓대 그래서 나두가서 수길이와 놀다오나 저동경서 사왓다지」
아까 부럽게바라보든 이 모든것들이 또다시 그의 눈에 빛어진다. 그리고 그는 맥없이 머리를숙이며 울멍울멍한다.
「오 내 다 사주지 진웅아 이리온 우리 진웅이는 착해」
말끗을 겨우마친 우희는 손을내밀엇다. 어머니말에 용긔를얻은 진웅이는 빙굿웃으며 어머니곁으로와서 펄석 주저앉는다.
「그럼 나두 다— 사줘 응」
「오나 사주고말구」
봄바람에 투실투실하게 터진 아들의손을 잡은 우희는소릿처 울고싶은것을 겨우참엇다.
유광이는 무슨말인지 잘 개어듣지 못하고도 옵바의 하는대로 어머니곁으로 밧삭 닥어앉으며 샛별같은 눈을 반짝뜨고
「엄마 나두!」
다섯손까락을 쪽펴가지고 내여민다. 이모양을 바라보는 어머니로써의 우희! 새삼스럽게 자신의 어깨가 묵직함을깨다럿다. 따라서 참을내야 참을수없는 눈물이 앞을캄캄케하엿다.
「엄마두 우네 과자먹고싶어운다」
손벽을치며 유광이는 좋아한다.
우희는 얼핏 눈물을 씻고 그들을 꼭 껴안엇다.
「게집애두 엄마가 다우늬? 그럿치? 엄마」
우희의 우는것을 보지못한 진웅이는 어른들은 울지안는것으로만 생각되엿기때문에 굳은 신념을가지고 어머니를 처다보앗다.
우희는 말대신에 머리를 끄득여보이며 눈물을 소리없이 목으로삼키엇다 따라서 륙년전그날밤! 남편이 최후로 남기고간 그말이 다시금 생각키웟다. 「굳센어머니가 되여주시오! 굳센어머니가!」 그때엔 무심히 드럿든 이말이연만 오늘에 잇어서는 숨이답답하도록 깨달아젓다
그때로부터 아니 이애들을 배는 그순간부터 자신은 엇던 보이지안는 쇠철망속에 얽매어 잇음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엿다. 이재까지도 두 어린것을 친정어머니에게 맛기고 자신은 남편과같이 민상과같이 뛰처나려고 몇번이나 생각하여보앗든가! 그러나 그는 이 두어린것들에게 붙잡혀서보다도 이 철망속에걸녀어떻게 버서날수가 잇으랴?
그날밤! 눈이부실부실나리는 그날밤 남편은 자긔들을 헌신짝버리듯하고 뛰처나갓다. 그때에는 다소 원망스럽기도 하엿지만 지금에 생각하니 남편의 그 용감함이야말로 칼을들고 적과대항하는 그 전사보다도 몇배더 용감함을 알수가잇엇다.
진웅이는 아까 그 물음이 언제이엇느냐는듯이 죄 잊어버리고 유광이와 장겜뽀를하며 놀다가 어머니를 처다본다.
「엄마 유광이는 가우랑 돌이랑은 할줄모르고 조희만 한다닛가」
「오 그러냐」
우희는 그들의 쥐엿다 펴지는 조고만 손들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잇엇다.
× ×
우희는 선듯이러나서 놀다가 함부로 쓰러저 잠들은 유광이를 안어다 자리에누이며 「잠시만 내가 보지않어도 이러쿠면」 하고 깔고누어서 밝애진 유광의 손등을 불우에다대고 슬슬 문지르면서 애처러운듯이 드려다보앗다.
진웅이까지 자리우에 누인 그는 전긔불을끄고 일부러 잠을청하엿다. 그러나눈은 점점더 똑똑해오고 골머리며 허리까지 아파와서 못견딀지경이다. 그리하여 그는 선선한 바람이나 쐬이고싶은 생각에 얼핏 일어나렷을때 벌서 유광이의손이 젖꼭지를 꼭쥐인채 평화스럽게 색색거린다.
「어미된몸은 할수가없구나!」 무의식간에 이런말을 하며 가만히 몸을 빼여가지고 문밖을 나섯다.
낮같은 달밤이다. 오히려 전등불이 수집어할 그러한 밤이다.
그는 천천히 복도를것처 나왓다. 그의 칠같은 머리며 눈같이힌 얼굴우에 쌀쌀한봄바람이 간즈럽게 스치고돌아간다. 그때에 우희머리에는 웬일인지 남성다운 민상의 그 굵다란손이 자기손우에 힘잇게 덥혀지든것이 얼핏 떠올라 가벼운 한숨을 몰아쉬엇다.
뒷이어 채지배인의 그날밤 고백이며 김선생등이 휙휙지나친다. 「김선생은 벌서나왓다니 그는 폭탄사건에는 참가치않엇든가? 그어나 왓으면 민상에대한말도 무러보고 자신의 금후태도도 결정을햇으면」 하는 생각을하며 머리를 들엇을때 달빛이 찢어지게 드리운 민상의 방문이 뚜렷이 나타낫다.
그도 모르는새이에 그의손길은 민상의 방문을열엇다 흑— 끼치는 이방 독특한냄새! 좀 역한듯하면서도 실치않은냄새는 방안이 터저라하고 배여잇는것을 그는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방안으로 들어섯다.
한참이나 우둑허니섯든 우희는 전기불을켜고 두루두루삺여보앗을때 저켠벽우에 붙어잇는 맑스사진이다. 따라서 「저사진이나 붙여주지말엇드면 이번에 잡혀가지 않엇을는지 아나?」 하는 후회를 하엿다.
저— 사진을 붙여주든그때는 민상이몇일 앓아누어잇을 때다. 그때 마침 김선생이 우희를찾어와서 슬거머니 내여놓는것이 저사진이엇다. (此間四行不得已略)
의미잇게 바라보는 김선생의 그표정! 우희는 김선생의 속뜻 여하는하여간 그사진에 호기심이 움직이여 감사히 받아두엇다. 그래서 농속에 깊이깊이간직하엿다가 맛츰 민상이 고독히앓아누은지 몇일이되어도 완쾌되지않음에 그는 한번도 드러가보지않은 민상의방에 병문안인지라 그저 들어가기가 무엇하여 과실과 맑스의 사진을 가지고 들어갓든 것이다.
그때에 민상은 약간웃음을 띄우며
「그것이 누구 사진입닛가?」
「모르세요? 다— 아시면서도!」
슬적 민상의눈치를 삺엿을때 민상은 정색을하며
「모릅니다 그것은 어서 나섯습닛가?」
민상이 독서하는줄을 잘아는 우희는 설마 민상이 이사진을 몰라볼가하엿다가 참말 모르는듯한 그의 표정에 그는 다소 실망을느끼며
「어쩌나 붙여두고 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든민상! 우희는 지금에야 그 민상의 진중한태도에 한층더 감복하지 않을수없엇다.
그리고 저켠구석으로놓인 경관의손에 산산히 부서진 석유상자앞으로 우희는 가서 찬찬히 뒤지기 시작하엿다. 몇권의책과 구겨진 조희조각이며 연필자루 같은것이 수북히 나왓다.
우희는 또무슨 비밀서류같은것이 잇지나안나하는 호기심으로 밑다닥까지 손을넣어 휘저엇을때 무엇이 말큰하고 잡힘에 꺼내어보니 명주손수건이다. 그는 얼핏 전등아레로와서 살펴보앗다. 손수건귀에 어렴풋이 남아잇는 백매! 이것이야말로 륙년전 남편에게준 자긔의 솜씨가 아니엇느냐?
우희는 눈을부비고 보고 또보앗다. 색드려 놓은 백매의 파란줄기가 흐려젓을망정 그의 바늘뜸새는 여전하엿다.
그때에 번개같이 떠올은것은 앗가 낮에 큰길거리에서 본 자동차우의 그청년! 경관에게 포위되여 큰 무안으로 드리달리든 그— 더구나 우희를보고 머리를 돌리든 그청년!…… 〔次號終〕
최종회 줄거리: 우희는 민상의 방에서 자신의 남편이 남긴 편지를 발견하고, 민철호와 남편이 같은 운동을 하던 사람임을 알게 되고, 다시 한 번 남편이 남긴 말 ‘굳센 어머니가 되어 주시오’라는 말을 되새긴다. 한편 영업 간판을 떼게 된 우희는 모든 것을 정리한다. 계속 혼인을 청하는 채지배인과 결혼할 것을 권하는 친정 어머니를 거절하고, 민상의 감옥 근처 가난한 동네의 초가집으로 옮겨 산다. 재봉 일로 살림을 꾸려가며 민상에게 차입을 넣곤 하는데, 같이 검거된 집안의 아이들을 비롯하여 빈민가 아이들이 헐벗고 배움 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빈민들을 위한 야학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친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