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대 국회 개원식 대통령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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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대 국회 개원식 대통령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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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4월 11일 토요일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오늘 제5공화국의 국회가 첫발을 내딛는 데 즈음하여, 본인은 먼저 지난 3월 25일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국회의원 여러분들을 충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이와 아울러 새 역사창조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각계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들을 선출한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합니다.

오늘 제11대 국회가 정식 개원함으로써 제5공화국은 전진의 대열을 성공적으로 가다듬게 되었읍니다.

79년 10월 26일 이후 우리가 겪었던 혼란과 방황, 그리고 반성과 모색의 시간은 1년반만에 종지부를 찍었읍니다.

이제 우리는 오욕의 지난날을 청산하고 창조와 건설을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일 때를 맞이하였읍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는 지난날의 뼈저린 경험을 통하여 비리의 정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통감하였읍니다.

정치인들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가 하는 것을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깨달은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새 시대 새 역사를 펼치려 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새 시대 새 역사는 새 정치의 기틀이 확고히 서야만 성공적인 결실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족사의 전환점에 선 오늘 우리의 제1차적인 과제는 새정치의 기틀을 튼튼히 다지는 일이라고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아시다시피 정치를 집산해야 할 중심지는 국회입니다.

따라서 새 정치는 국회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에 관건이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파악하고 반영하고 전달하는 곳입니다.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변자로, 그리고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국회는 이같은 민의취합의 과정에서 여러 갈래의 의견과 주장, 그리고 잡다한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조화하여 통일된 국민의지를 창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국민의지는 정부의 정책입안에 투영되어 민의정치의 실을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민의 뜻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는 같은 목적을 완수하기 위한 분업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읍니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에 대한 도전자도 아니고 대결자도 아니며 동반자인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국회는 국회의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우리 정치사회의 안전과 발전과 번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입니다.

새 국회가 개원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국회가 과연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가를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본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의사의 반영보다는 의원 자신과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골몰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국민의사를 절충하고 타협하여 통일된 국민의지를 창출하는 대신 이를 분산시켜 국력을 낭비하고 갈등과 대결을 조장하는 일에 치중해 오지는 않았는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정책입안 과정에서 정부와 대화의 상대, 또는 동반자관계를 유지한 것이 아니라 정부를 견제한다는 이름아래 정부에 대한 도전자로서 스스로의 좌표를 설정하려고 한 일은 없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하여 긍정적인 답변자료를 발견할 수 없음을 본인은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특히 예산심의, 법안심의 등 국회의 일상과정에서 반대당에 의한 농성과, 집권당에 의한 기습처리의 악순환이 풍토병처럼 번졌던 것은 올바른 대화정치의 확립과 입법부, 행정부간의 정상적인 관계정립의 측면에서 매우 불행한 현상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의회운영이 이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전개되어 온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원인은 우리가 헌정을 처음 시작했던 제1공화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읍니다.

우리는 제1공화국 당시 집권자의 집권연장을 위한 무리한 의회정치 조작을 경험하였읍니다.

이것은 이기정치와 대결정치를 표면화시킨 최초의 계기로서 그 후 장구한 세월에 걸쳐 비정상적인 헌정의 응어리로 작용해 왔읍니다.

두 번째는 정당간의 관계에 대한 왜곡된 관념입니다.

다른 정당을 동료정당 또는 대화와 절충의 상대자로 보지 않고 철저히 적대시하는 전근대적 인식이 너무나도 강했던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러한 관념은 집권당과 반대당을 고루하고 후진적인 함수관계에 빠지게 함으로써 대화정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정치의 근대화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해왔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의 결과로서 우리의 정치풍토에는 흑백논리라는 위험한 사고가 더욱더 팽배해지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이것이 우리의 의정을 파행시킨 세 번째의 원인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절대악 또는 절대선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단순치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흑백논리의 전개로 원시적 사고방식을 거침없이 발로시킴으로써 극한대결 내지 갈등과 혼란으로 이 나라 정치를 시종하게 한 것이 지난날의 개탄스러운 우리의 현실이었읍니다.

의원 여러분!

지난간 의회정치에 있어서 우리는 많은 실패를 맛보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우리의 숙명으로 여겨 체념해서는 안되겠읍니다.

우리가 결심하기에 따라서는 나쁜 선례와 아픈 경험을 좋은 교훈으로 삼아 이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의정을 잘못되게 한 여러 병폐들을 한꺼번에 치유하는 것은 물론 수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이 일을 해내야 하며, 또 해낼 수 있다고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이것은 국회의원 여러분들에게만 부과된 과제가 아니며, 정부의 헌신적이고 진실된 자세가 또 한편 필요하다는 것을 본인은 잘 알고 있읍니다.

본인은 여러 차례의 기회를 통하여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립하고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확약해 왔읍니다.

제11대 국회가 개원한 오늘 이 기회를 빌어 본인은 국회의원 여러분 앞에서 이 약속을 다시한번 확고히 다짐해 두는 바입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국회의 심각한 대정부 불신, 정당간의 극한대립, 그리고 원시적 흑백논리 등을 도출할 아무런 이유도 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해 두고자합니다.

이밖에도 의회정치의 정상적 전개를 위하여 필요한 정부의 협조를 최대한 아끼지 않겠다는 점을 또한 강조해 두는 바입니다.

여러분들이 새 정치풍토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가지고 정부와 함께 노력할 때 우리의 목표는 반드시 성취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의원 여러분!

정치를 말할 때면 국민은 으레 혼란과 갈등, 부패와 비리를 연상해 왔던 것이 지난날 우리의 슬픈 현실이었읍니다.

이와 같이 뿌리깊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정치신뢰로 바꾸어 가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라고 본인은 기대하고 있읍니다.

새 정치는 혼란과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바로 그것을 해소하는 정치이며, 또 부패와 비리의 정치가 아니라 바로 그것을 척결하는 정치라는 것을 역사와 민족 앞에 보여줄 때를 우리는 맞이한 것입니다.

그러한 뜻에서 새 시대의 정치가 추구해야 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안정과 개혁이라고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안정은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의 기초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안정의 구심점은 정치안정에 있는 것입니다.

정치불안이 사회불안과 경제불안, 나아가서 안보불안을 가져왔던 지난날의 교훈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읍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공산집단을 지척의 거리에 두고 있는 데다 80년대의 국제적 위기상황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표면화할지 모르는 오늘의 처지를 감안할 때 안정에 대한 경건한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안정을 정체와 동일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는데 그 속에서 정체만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그만큼 뒤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창조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개혁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회는 바로 이같은 자기개혁을 주도하는 터전이 될 위치에 놓여 있다 해서 그릇된 지적은 아닐 것으로 본인은 생각하는 바입니다.

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자기개혁이 없는 곳에서는 단순한 정체만이 아니라 부패와 비리가 기생하게 되는 것이 인류역사의 철칙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혁은 강물이 흐르듯 꾸준하게, 그리고 모두의 노력으로 추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혁하는 세력과 개혁당하는 세력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면, 모두가 함께 하는 개혁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개혁은 80년대 초에 한 번 하고 그 다음에는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아니라 부단히 계속해야 하는 자기완성의 줄기찬 여정인 것입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안정과 개혁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공고한 신념이 되어야 하겠읍니다.

이 두 가지 명제는 어느 한 가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 다 똑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개혁없는 안정은 답보와 무위이며 안정없는 개혁은 소동이요 무리일 뿐입니다.

우리의 선택은 무위도 무리도 아니며 안정과 개혁의 융화인 것입니다.

본인은 국회가 그러한 융화의 전당이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새 정치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염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간절합니다.

우리의 어깨는 무겁고 책임은 막중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생업이 아니고 소명이라는 사실, 이것 하나만 가슴깊이 새기면 모든 일은 쉽게 성취될 것으로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주어진 임기동안 국가에 봉사할 것을 명령받은 신분, 이것이 바로 정치인의 위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임기 동안만은 사리를 떠나 철저한 공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나간 헌정사를 통해 많은 정치인들이 주어진 임기 동안의 공인으로서 보다는 다음 임기를 노리는 사인으로서 공적 임기의 전부를 보낸 예를 허다하게 보아왔읍니다.

개헌파동과 탄압정치, 부정축재와 청탁정치, 인기영합과 파벌싸움 등 비리현상은 거의 정치인들의 재선집념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구태의연한 비리현상이 불행히도 재연된다면 그러한 국회를 우리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하겠읍니다.

따라서 진정한 새 정치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치인들이 단임정신과 공인의식을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온 국민이 대망하는 새 정치의 아침이 밝아왔읍니다.

80년대는 우리의 헌정사에서 굳건한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우는 연대가 되어야 하겠읍니다.

우리 모두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떨쳐 버리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정신에 출실함으로써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합시다.

그렇게 될 때 제5공화국과 제11대 국회는 우리 민족사에서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금자탑으로 길이길이 기록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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