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대 국회 개원식 대통령 연설
제13대 국회 개원식 대통령 연설 | ||
제12대 국회 개원식 대통령 연설 |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 제14대 국회 개원식 대통령 연설 |
1988년 5월 30일 월요일 |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제13대 국회의 개원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지난 4월 26일 선거에서 당선하여 오늘 새 국회의 의석에 자리하신 국회의원 여러분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13대 국회가 나라의 발전을 이룩하는 진정한 대의민주정치의 전당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이 전당 안에 모두 수렴하여 여야가 토론하고 타협하여 민의를 모으는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온 국민에게 안도와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가 이제부터 여기서 펼쳐질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이끄는 정부 역시 국민의 여망과 시대적 소명을 구현하는 데 있어 국회와 최선의 협력을 다해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의원 여러분.
여러분과 저는 우리 민족사에 있어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국정의 책임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민주헌정사가 열려 제헌국회가 개원한 지 오늘로 꼭 40년, 시련과 격동을 넘어 여러분과 저는 이제 함께 손잡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확고히 뿌리내려 가야 한다는 결의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경제성장을 계속해 온 우리의 발전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성장의 열매가 더 골고루 나뉘어져 번영의 햇살이 그늘진 곳을 지워가도록 다함께 노력하여야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단계에서 자만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발전의 걸음을 재촉하여 한 세대에 걸친 피땀어린 온 국민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여 세계에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온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서울올림픽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국가와 중화인민공화국을 포함한 세계 160개국이 참가하는 서울올림픽은 12년만에 동과 서, 세계 모두가 함께 만나는 사상 최대의 인류평화의 제전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저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 앞에 섰던 세분 야당총재와 만나 국가적 과제와 당면한 현안에 대해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저와 세분 야당 지도자는 같은 동포인 북한만이 세계가 모두 오는 이 화합의 제전에 불참하는 데 안타까움을 함께했으며, 서울올림픽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초당적, 범국민적 협력을 다하기로 하였습니다.
서울올림픽의 성공과 함께 우리는 동서 냉전체제가 우리에게 지워준 벽을 넘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과 실질적인 관계를 증진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북방외교 정책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를 높일 뿐 아니라 통일의 여건을 조선하는 데에도 중요한 일입니다.
국토와 겨레를 가르고 있는 분단의 장벽을 허물어 가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지워진 미룰 수 없는 지상의 과업입니다.
북한은 이제 우리와 대결하여 서로 헐뜯는 상대가 아니라 동포애적 차원에서 함께 번영을 누려야 할 민족공동체라는 입장에서 온 국민이 슬기와 힘을 모아 통일정책을 추진해 나갈 때입니다.
그리하여 40여 년을 하루같이 1인 1당 독재체제를 고수해 온 북한의 폐쇄 사회에서도 우리의 동포애가 스며들도록 인적,경제적,문화적 교류를 실현하여 끝내는 번영된 통일조국을 성취할 바탕도 우리가 이룩할 일입니다.
온 겨레의 한결같은 염원인 민주,번영,통일을 이룰 우리의 자주력량이 한껏 충만해 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무한히 고무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원여러분.
이제 헌정의 파란많은 고비를 지나 도도히 흐르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저는 역사적인 제 13대 국회가 개원하는 이 자리에서 바로 1년 전 이맘 때의 그 깜깜한 헌정의 위기상황을 생각합니다.
국민적 통합조차 와해될 뻔했던 그 위기를 극복한 것은 오로지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과 여야의 합의에 의한 새 헌법이 이루어졌고,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새 국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역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여 제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새 공화국의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채 못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나, 정치와 권력, 정부와 국민의 관계, 사회 각 부문에 걸쳐 엄청난 질적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억압이나 강압의 통치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인권의 유린이나 고문도 사라졌습니다.
두려움 없이 말하고 각자의 견해에 따라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가 만개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자유와 자율의 새로운 질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40년 헌정사를 하루같이 파란과 격동 속에 빠뜨려 온 무리한 집권연장과 1인 장기집권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국민을 분열시킨 체제논쟁과 정통성의 시비는 이제 말끔히 씻어졌습니다.
독재냐 민주냐 하는 흑백논리 또한 새 공화국, 새 의정과 더불어 해소되었습니다.
우리가 염원해 온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1년전, 올림픽을 치를 나라의 혼돈을 위구와 불안으로 바라보던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인 이같은 우리의 극적인 민주발전에 경탄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우리를 보는 눈도 새로워졌습니다.
그들은 경제적 기적을 실현한 한국이 이제 ‘정치의 기적’을 이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발전을 이룩한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과 성숙한 민주력량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느낍니다.
지난 시대 어두운 그림자를 민주화의 굳은 의지로 청산하는 시대상황과 이번 총선거의 결과는 지금까지 일관해 온 국회의 모습도 바꾸어 놓게 되었습니다.
수적 우위에 의한 집권당의 일방적 독주와 강행이 통용되던 시대도, 소수당의 무조건 반대와 투쟁의 정치가 합리화되던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어느 정당도 독주할 수 없으며, 누구도 동반협력의 정치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느 정당도 의정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은 이제 원숙한 정치력으로 대화와 타협에 의한 새로운 의정을 열도록 명령한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의 엄숙한 명령을 굳은 민주실천 의지로 받들어 나가는 새로운 시대의 밝은 정치가 기약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새 공화국의 정부와 국회는 바로 국민의 바라는 바와 나라를 위한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가는 동반자입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이 시대의 정치력은 반목과 분열로 우리들 스스로의 힘을 가르고 소모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릎을 맞대고 일하여 한 단계 더 놓은 나라를 만드는 ‘창조의 정치’라고 확신합니다.
국정의 책임을 맡은 여당이나 앞으로의 정권을 추구하는 야당도 서로 협력하면서 어느 쪽이 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창조적인 정치를 하는지, 이 의사당을 통해,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성숙한 국민이 현명한 최종의 심판자가 될 것입니다.
민주정치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폭력을 부정하는 전제 위에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계급투쟁론을 포장한 ‘민중혁명’이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전복하려는 적화통일로선이든,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방치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저와 대의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여러분 정치지도자 모두가 어떠한 폭력도 배제한다는 확고한 입장 위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를 심각히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내일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의 이념적 방황에 대해서도 여야가 인식을 같이하고 온 국민과 함께 대처해 나가야겠다고 통감합니다.
‘민주화’의 구호가 더 이상 호소력을 잃은 상황에서, 우리들의 다음 세대가 학업을 던지고 학원을 정치의 투쟁장화하는 것도, 하나뿐인 생명을 정치구호 속에 불사르는 일도 오늘을 책임진 우리 정치지도자의 힘으로 이제는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류성의 시비, 왜곡된 체제로 오도되고 굴절괸 정치에 밀려 최루탄과 돌멩이가 뒤범벅이 된 거리에서 군중의 절규로 국민의 의사, 국민의 욕구가 분출된 지난 시대 잘못된 모습은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이제는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모든 욕구, 어떠한 의사도 이제는 거리가 아니라 이 의사당 안으로 수렴하여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룩하고 그것이 사회, 정치적 안정으로 정착되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각, 국민은 안정 위에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국민 모두가 바라는 지속적인 경제의 발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선진국으로의 도약 등 모든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법과 질서를 확고하게 세워야겠습니다.
국민은 민주화의 과정 속에 파생하고 있는 폭력과 질서의 문란을 걱정하고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공권력이 선량한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호하도록 모든 조처를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안정이 억압의 구실이 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도 민주화를 내세워 안정을 파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바로 모든 국민의 준수할 법률을 만드는 국민의 대표입니다.
잘못된 법, 비민주적인 법이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제가 이끄는 정부는 그러한 것을 고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폭력과 파괴행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법에 의해 제재되어야 합니다.
저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하여,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과 질서는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를 확립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이 자리 새로운 민주의정에 대한 희망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심각성을 드러낸 지역감정의 문제입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면서 생생하게 체험하셨을 것입니다.
국토가 동강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 온 우리에게 지난 시대의 잘못된 정치로 지여간 골이 이렇게 깊이 패인 이 뼈저린 현실은 우리 정치인 모두에게 참으로 고통스런 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성장과 발전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치닫는 동안 계층간,집단간,세대간의 갈등 또한 커졌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화해의 정치‘입니다.
국회는 진정으로 화해의 전당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정치의 목족은 갈라진 국민을 통합해 가는 데 있습니다.
미움과 아픔을 헤집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고 해결하고 통합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간의 화해와 믿음 없이 우리가 이룩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불신과 대결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드넓은 광장에서 우리 국민과 만나야 합니다.
저는 새 국회의 여야의원 여러분이 저와 함께 이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을 통합해 나가는 데 헌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제가 이끄는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하는 일에 모든 것 바쳐 일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 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떳떳하고 분명하게 국민과 여러분의 협력을 요청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 더 커갈수록 우리 앞엔 더 큰 도전이 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통일을 향한 우리의 앞길에도 넘어야 할 숱한 험준한 고비가 있을 것입니다.
국민대표인 여러분과 저는 앞장서 난관을 넘어 어려움을 이겨가야 합니다.
저는 안팎의 급속한 변화상황 속에서 온 국민께 더 인내하고 더 자제하며 더 일하고 힘을 뭉쳐 우리 모두의 역량을 키워 갈 것을 호소합니다.
의원 여러분.
저 자신 12대 국회 3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이 의사당에서 얻은 경험은 나라 일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ㅇ신적 자양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엄청난 욕구가 폭발하여 위기와 긴장감이 의사당을 메웠던 그 기간, 저는 이곳에서 스스로 몸으로 부딪치면서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알았고, 정치하는 사람의 책무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였습니다.
6,29선언을 나에게 명령한 것도 바로 이곳 의사당을 가득 채운 국민의 바람, 국민의 뜻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국민과 역사가 가리키는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는 모두 참으로 어려운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이제 정치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의 년대는 지났습니다.
국민 모두가 내일을 내다보며 안심하고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참다운 민주사회, 안정된 사회입니다.
파란과 격동은 이제 지나간 시대의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저는 어떠한 무거운 짐도 마다않고 ’민주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데 온 힘을 바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은 화해와 화합, 그리고 희망이 온 국민의 것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자유와 평화와 통일’, 겨레의 소망을,성취하는 새로운 역사를 우리 모두 함께 창조해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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