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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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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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제45주년 광복절 경축사
1989년 8월 15일 화요일


친애하는 6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로운 감회와 결의 속에 일제 식민통치의 굴레를 벗어나 해방의 날을 맞은 지 44주년 그리고 이 땅에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을 세운 지 41주년을 맞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 역사가 우리 민족에게 준 시련은 진실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유구한 역사를 통해 자주,자존의 높은 민족정신과 빛나는 문화를 꽃피워 온 우리 겨레는 우리에게 몰아닥친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이제 세계 속에 웅비하는 자랑스런 민족이 되었습니다.

우리 겨레가 걸어온 빛과 어둠의 발자취가 새겨진 이 웅장한 독립기념관에서 오늘 온 겨레와 함께 광복의 감격을 되새기고, 힘찬 미래를 다짐하게 된 것은 뜻깊은 일입니다.

우리의 선열들은 외세로 인해 나라가 기울 때부터 광복의 그날까지 국내에서 그리고 해외의 곳곳에서 나라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는 먼저 나라를 잃은 암흑의 기간에 스스로 찬연한 횃불이 되어 우리 민족사의 정통성을 밝힘으로써 자랑스런 역사가 오늘에 있게 해주신 애국선열들께 머리숙여 경의 표합니다.


내외동포 여러분.


우리들 선열이 꿈에도 그리던 것은 우리 겨레 모두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자주독립국가였습니다.

약소민족의 한을 사무치게 체험해야 했던 우리의 선열들은 독립을 찾을 우리나라가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힘있는 나라가 될 것을 염원하였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헐벗고 굶주리던 나라를 불과 한 세대 동안에 세계 10대 무역국가의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40년전 그때와는 전혀 다른 나라를 이룩해 놓았습니다.

우리가 땀흘려 이룩한 이 빛나는 성취는 세계 모든 개발도상국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발전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넘치는 자신감과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 해 서울올림픽을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훌륭한 대회로 치렀습니다.

서울올림픽은 12년만에 동서,남북의 세계가 한마당에 모인 인류화합의 대축제였습니다.

우리는 전쟁의 위험이 가셔지지 않는 한반도로부터 화해와 평화의 물결이 세계의 곳곳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을 보며 우리의 통일염원도 꿈 아닌 현실로 실현될날이 멀지 않다는 믿음을 나누었습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의 엄청난 시련은 해방의 기쁨이 한순간에 국토분단의 아픔으로 변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늘에 와서 되새기는 해방전후사의 교훈은 우리가 그때 외세에 의한 우리 민족의 분단을 막을 자주적인 힘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우리는 이 민족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고비에서 좌우와 숱한 당파로 갈라지고 대립하여 뭉치지도 못했습니다.

이같은 결과가 좌우익의 유혈투쟁을 낳았고 북한의 전면남침으로 나라는 불바다가 되어 수백만 명 동포가 생명을 잃고 피를 흘렸습니다.

이 동족상잔의 비극은 남북간의 대결과 적대관계를 격화함으로써 국토의 분단에 더하여 민족분단의 비극을 심화시켜 놓았습니다.

세계는 개방과 화해의 물결속에 냉전의 낡은 옷을 벗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한반도의 휴전선에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군사력이 남북으로 대치하여 긴장과 대결이 지속되어 분단의 고통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광복의 과업은 이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여 자유와 번영이 넘치는 통일된 나라를 이룩할 때 완수되는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분단을 막지 못했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의 뜻에 따라 우리의 역량에 의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통일은 전쟁이나 어느 일방에 의한 상대방의 전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통일된 조국은 6천만 민족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며, 각자의 자유와 인권과 행복이 보장되는 민주국가여야 합니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통일에 이르는 길도 분명히 민주적인 원칙과 절차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은 어디까지나 민족자결의 정신에 따라 민주적으로,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그리고 민족대단결을 도모하고 민주적으로 실현되어야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를 가진 남과 북이 깊은 불신과 오랜 대결,적대의 장벽을 그대로 두고 통일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남과 북은 통일을 이루는 중간단계로 우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공존공영하면서 개방과 교류, 협력을 통하여 민족공동체를 회복,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남과 북이 이렇게 하나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면서 정치적 통합의 여건을 성숙시켜 하나의 나라를 이루는 통일을 달성해야 할 것입니다.

작년 발표한 7,7선언은 이러한 저의 통일구상에 따라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전진적 조처였습니다.

북한은 아직 그들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으나 우리는 7,7선언의 정신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 그들의 변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한반도에 화해와 통일을 열기 위한 새 공화국의 전진적인 정책은 작년 가을 저의 유엔총회 연설이 말하듯 온세계의 지지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힘입어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적극적인 관계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세계속에 개방과 개혁의 물결이 저처럼 넘쳐가고 세계에 새로운 화해의 흐름이 고조되어 간다면 북한의 변화 또한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적인 우방국가들과의 협조관계를 강화하고 북방정책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 북한이 개방으로 나오도록 촉진할 것입니다.

40년을 하루같이 대결, 적대해 온 남북한 관계가 하루 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더욱 뭉쳐진 우리의 민족적 역량과 더 큰 인내 그리고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세계와 한반도 주변정세의 큰 변화 속에서도 무엇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습니까.

그것은 북한이 이른바 ‘남조선 적화통일’에 변함없이 매달려 있기때문이며, 우리 사회 내부에서 일부 세력이 저들에게 그릇된 환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오고 통일의 길이 열리려면 북한이 ‘남조선 적화통일’노선을 포기하고 일체의 대남도발 테러행위와 우리에 대한 전복기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북한은 북한 동포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어느 나라 어떠한 정치체제 아래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보편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북한 동포에게 보장해야 우리와 한 민족공동체로서 동질성을 회복해 가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통일의 과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북한이 이와 같은 조처를 조속히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평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며, 남북관계에는 화해와 협력은 새로운 장이 열릴 것입니다.

남과 북은 평화와 화해의 횃불을 들고 새 역사를 개척하는 데 이제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

북한이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외면하고 저버린다면 그들은 민족공동체의 분열한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북한측이 그 동안의 그릇된 대화자세를 조속히 시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은 지금 중단되어 있는 각종 남북대화를 당장이라도 전면 정상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남북대화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에 기여하려는 진지한 의사와 자세를 가질 때만 그 진전이 가능합니다.

북한은 우리 사회 내부의 극렬세력을 선동하고 그들 중 몇몇을 몰래 평양에 불러 대남교란을 부추긴다 해도 그들이 얻을 것은 우리 국민의 혐오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책임있는 남북당국간의 정상적인 통로를 통한 대화와 합의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 걸친 폭넓은 교류와 관계를 개선하는 다각적인 조처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외동포 여러분.


이제 드높아진 우리 민족의 이상과 큰 역량을 이 강토와 세계 위에 꽃피워야 할 21세기가 10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이 겨레에게 고난을 안겨 주면서 막이 열린 20세기를 영광으로 마무리지어야 할 마지막 연대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 연 민주주의의 시대를 힘차게 진전시켜 겨레 모두의 존엄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나라, 민족의 자주와 자존이 온 세계에 빛나는 번영하는 나라, 그리고 민족사의 소망을 실현해 줄 통일된 나라를 이룩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들 선열이 다른 민족의 압제 아래 모든 것을 다 바치며 꿈꾸어 온 광복을 우리가 완성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6천만 겨레 모두의 슬기와 힘을 모아 자랑스런 이 과업을 완수하여 새로운 세기를 희망의 세기로 맞을 것입니다.


1989년 8월 15일 대통령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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