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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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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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先進)·통일(統一)로 광복(光復)을 완성 1992년 8월 15일 토요일


친애하는 7,000만 내외동포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로운 감격과 희망 속에서 광복(光復) 47주년과 건국(建國) 44주년을 맞습니다.

온 국민의 뜨거운 민족자존(民族自尊)의 의지를 모아 우뚝 세운 이곳 독립기념관(獨立紀念館)에서 광복의 참뜻을 되새기고, 새역사 창조의 결의를 다지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나라를 잃었던 시절, 꿈결에도 조국의 광복을 그려온 선열(先烈)들께 오늘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빛나는 승전보(勝戰報)를 고하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큰 기쁨입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애국가로 시작하여 애국가로 끝났습니다.

태극기(太極旗)를 가슴에 단 한국의 아들이 마라톤에서 우승하여 56년 전 민족의 통한(痛恨)을 씻었습니다.

4년 전 서울올림픽의 영광을 창조했던 우리는 세계인의 가슴에 ‘불굴의 한국인상’을 심었습니다.

이 자랑스러움을 갖고 맞는 광복절(光復節)이기에 우리 7,000만 겨레 모두의 기쁨은 더욱 큰 것입니다.

조상들의 위대한 유산과 겨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 영광이 있습니다.

600년 전 오늘은 우리 민족문화(民族文化)의 기틀을 세운 조선왕조가 개국(開國)한 날이기도 합니다.

한글을 창제하신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世宗大王),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하신 이순신(李舜臣)장군, 퇴계(退溪)와 율곡(栗谷)선생을 비롯한 선현들의 위업과 가르침 속에 우리 민족정기의 뿌리가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비록 한 때 나라를 빼앗기는 비운을 겪었지만, 광복을 위한 애국열사(愛國烈士)와 독립군(獨立軍)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기에 민족사의 정통성은 우리에게 이어져 올 수있었습니다.

저는 겨레를 위하여 이처럼 헌신하신 모든 선현(先賢)들과 선열(先烈)들께 깊이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가 걸어 온 지난 47년의 세월은 민주·번영이 넘치는 한민족의 통일조국(統一祖國)을 실현해 나가는 위대한 역사였습니다.

냉전이 준 분단과 전쟁의 고통도, 숙명적인 가난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 했습니다.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6·29선언’으로 오랜 권위주의 통치를 청산하고 자유의 활력에 넘치는 민주주의(民主主義)시대를 열었습니다.

냉전의 벽을 헐고 인류화합의 새로운 세계질서(世界秩序)를 창조하는 데도 우리가 앞장섰습니다.

북방정책(北方政策)은 한국인의 활동무대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한반도(韓半島)에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세계 열강들에게 운명이 맡겨진 한 세기 전의 나약한 민족이 아닙니다.

빈곤과 정치적 억압, 냉전의 속박과 전쟁의 두려움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차례로 물리친 불퇴전(不退轉)의 한국인입니다.

2차대전 후 지구상에는 수 많은 나라가 독립하여 각기 국가적 이상을 실현하는데 나섰습니다.

그러나 반 세기가 지난 오늘, 경제번영과 민주발전을 함께 이룬 나라…우리 대한민국 외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화를 이루면서 경제규모와 국민소득(國民所得)을 2배로 늘린 것도 우리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열어온 민주와 번영의 역사가 인류공영(人類共榮)과 평화에도 적극 이바지하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이룬 빛나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民主主義)의 경험은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배우려는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국인은 세계를 위하여 상품을 만들고, 지구촌 곳곳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열사(熱砂)의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일도, 동토(凍土)의 시베리아를 개발하는 일도 한국인의 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과학기술로 만든 인공위성(人工衛星) ‘우리별 1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한국인의 활동무대는 이제 5대양 6대주를 넘어 우주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는 겨레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과 전세계에서 묵묵히 땀흘려 일해 오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4년 전 저는 이 자리에서 번영된 통일조국(統一祖國)을 이룩하는 것만이 미완(未完)의 광복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금세기 안에 통일(統一)을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다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의 줄기찬 노력으로 분단(分斷)의 장벽이 헐리고, 통일의 길이 열리기 시작 했습니다.

세기적인 국제질서의 대변혁과 우리의 통일외교(統一外交)는 겨레의 재결합을 막아온 모든 외적 장애(外的 障碍)를 제거했습니다.

통일은 이제 우리 겨레가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2월 남북한 기본합의서(基本合意書)와 비핵화선언(非核化宣言)이 발효되어 대결과 불신으로 이어져온 남북관계(南北關係)는 화해와 협력의 새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남북 사이에는 사람과 물자가 오가며, 서로의 실상을 더 잘 이해하려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합의한 일들을 성실히 이행하여, 돕고 도움을 받는 경험을 축적해 갈 때 상호간의 불신은 해소될 것입니다.

광복(光復) 마흔일곱 돌은 해방 후 태어난 세대가 이제 우리 민족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남과 북은 새로운 주역들이 서로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개방하고 왕래를 촉진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고 있는 오늘날, 폐쇄와 대결을 고수하면 세계사의 진운에서 낙오할 뿐입니다.

이는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입니다.

겨레의 생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핵개발(核開發)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진정 공존공영(共存共榮)을 바란다면 핵문제도 서로 지혜를 모아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이번 광복절에 ‘이산가족 노부모방문단(離散家族 老父母訪問團)의 상호방문’을 실현키로 해놓고 북측이 당치도 않은 조건과 구실을 붙여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입니다.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은 남과 북이 함께 민족 앞에 지고 있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입니다.

남과 북은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 사업을 정례화하고 특정지역을 가족상봉 장소로 개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설악산(雪嶽山)과 금강산(金剛山)을 함께 개방하는 것도 이를 위한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당면 현안의 해결과 함께 경제협력(經濟協力)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경제교류와 협력을 실천하는 것은 민족 모두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통일의 실질적 기반을 다지는 일입니다.

구체적인 경제협력이 조속히 실천에 옮겨지기 위하여 본격적인 조사작업이 착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포 여러분.


21세기를 앞두고 세계는 국제질서(國際秩序)의 재편과 함께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를 맞은 오늘의 세계는 국경을 열어 하나의 거대한 시장(市場)으로 통합(統合)되고 있습니다.

지역과 나라 간에 번영을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경제력과 기술, 지식과 정보가 국력을 재는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인류사회가 탄생하는 대변혁기(大變革期)에 슬기롭게 대응하여 겨레의 소망을 이루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세계와 미래를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민족에게만 밝은 21세기가 보장될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민주화와 국제화,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선진국(先進國) 진입의 준비를 갖추어 왔습니다.

우리 경제는 아직 이에 따른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올 들어 안정기반이 확고해지고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세기 안에 1인당 국민소득(國民所得)1만 달러와 1만 5,000달러 목표를 차례로 달성하여 겨레 모두가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의 꿈을 이룰 것입니다.

겨레의 수난으로 시작한 20세기를 성취와 보람으로 매듭지어 한민족(韓民族)의 위대한 시대를 열 것입니다.

지난날 우리 민족의 역량이 미약했을 때 아시아는 열강의 이해가 증폭되는 분쟁의 땅이었습니다.

통일조국(統一祖國), 자유와 번영이 넘치는 힘 나라를 만들 때 우리나라는 동(東)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든든한 보루가 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가 지난 한 세대 동안 이룬 눈부신 발전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서 남보다 많은 땀을 흘렸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주저하고 회의하며, 남을 탓하고 내 몫만 챙겨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비관주의(悲觀主義)·냉소주의(冷笑主義)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우리의 적입니다.

바로 어제 우리가 이룩한 찬연한 업적은 다 잊어버리고, 오늘 만난 작은 어려움에 좌절하고 자기패배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긍지와 자신감을 갖지 못한 민족이 위대한 시대를 열 수 없습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그 많은 선수들, 특히 마라톤의 황영조(黃永祚) 선수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불굴의 투지를 발휘한 한국인의 표상입니다.

그의 승리는 겨레의 승리이며, 과거의 아픔을 씻어 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통일(統一)과 선진국으로 가는 마라톤의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힘들고 지쳐 때로 멈추고 주저앉고 싶은 유혹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새로운 힘과 용기로 ‘통일’과 ‘선진국(先進國)’에 이르는 종착점까지 힘차게 달려 가야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확인한 우리 국민의 엄청난 저력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힘껏 발휘되어 나라 전체가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이루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영광의 새 민족사를 창조하는 전진의 대열에 다 함께 나섭시다.

끝으로, 저는 오늘 독립유공(獨立有功)의 포상을 받으신 분과 가족에게 충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중국과 옛 소련 땅에 거주하는 독립 유공자와 그 후손들에게 포상을 드리게 된 것은 각별히 보람있고 뜻깊은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1992년 8월 15일 대통령 노태우

제47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46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제48주년 광복절 경축사
선진(先進)·통일(統一)로 광복(光復)을 완성 1992년 8월 15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