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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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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68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제70주년 삼일절 기념사
1988년 3월 1일 화요일


친애하는 6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오늘 우리는 나라의 밝은 앞날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영광의 민족사를 개척해가는 벅찬 보람 속에 기미독립운동 예순아홉 돌을 맞이했습니다.

이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오늘 민족의 자존과 독립을 외치며 일제 식민 통치의 억압에 맨주먹으로 분연히 일어섰던 3, 1운동 그 당시 겨레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선례들은 삼천리 강토에서 뿐만 아니라 연해주와 만주의 황량한 들판에서, 상해와 중국대륙에서, 하와이와 미주 곳곳에서, 또는 구주에서 빼앗긴 나라를 찾는 일에 모든 것을 다 바쳤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국내에서, 또는 낯선 이역에서 모진 고초를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목숨마저 흔연히 던졌습니까.

이 선례들의 빛나는 독립투쟁과 희생이 있어 유구한 우리 역사는 끊어지지 않고 맥맥히 이어졌으며 민족자존을 세계 만방에 선양하였습니다.

이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게 되었고 이 분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기개로 오늘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울 수 있습니다.

민족자존의 새 시대를 선언한 이제, 저는 온 국민과 함께 선례들의 높은 뜻과 헌신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모든 것 다 바치신 선례들의 뜻은 무엇이었습니까.

오로지 이 민족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자주독립과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민주번영을 이 땅에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세계의 중심국가로 당당히 나서게 될 것을 선례들은 꿈결에도 소망했을 것입니다.

이제 막 국정의 책임을 부여받은 저는 선례들의 이 뜻을 현실로 구현하는 일을 지상의 과제로 삼아 저의 정성과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민족자존의 새 시대’를 여는 새 공화국은 3, 1운동과 이로 인해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민족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선인들의 숭고한 자주독립정신을 꽃피울 것입니다.


6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올해는 우리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 꼭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조국은 지난 40년간 숱한 고난과 시련속에서도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으로 남의 도움을 받는 나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힘차게 뻗어가는 나라로 그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발전을 거듭하는 나라, 세계 16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사상 가장 훌륭한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로 떠올랐습니다.

오직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독립만세를 부르고 피흘리던 우리 선례들이 오늘의 이 모습을 보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아마도 가슴이 메이실 것입니다.

아마도 오늘의 발전에 감격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이 화합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시고, 분단된 조국이 통일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실 것입니다.


6천만 동포 여러분.


선례들의 거룩한 뜻을 되새기며 이제 우리는 사소한 다툼과 분열을 대동으로 승화시킬 때입니다.

민족자존의 새 시대는 모두 함께 화합을 이룩하는 시대여야 합니다.

국토가 분단된 나라에 또다시 국민을 갈라놓는 지역감정의 응어리가 있다면 이제 모두 가슴을 열고 기탄없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또한 세대간에도 인식과 생각의 축을 함께하는 노력이 활기있게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오늘에 책임을 지고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의 꿈과 자주적인 생각을 발전의 활력으로 받아들이고, 내일의 주인인 새로운 세대도 시련과 헌신을 통해 오늘을 이룩한 나이든 세대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와 겸허함을 가져야 합니다.

그동안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더 혜택 받아온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 땀흘려온 사람들의 정당한 몫을 더욱 넉넉히 인정하여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내외동포 여러분.


우리 모두는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화합을 이룩하는 시대를 창조하는 출발점에 서있습니다. 내외동포 여러분.

민족자존의 새 시대는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시대로 그 막이 올랐습니다.

힘에 의한 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 모두가 흔연히 참여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창조하는 시대입니다.

민주주의의 합창은 일치가 아니라 조화입니다.

그리하여 꽃밭에 온갖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자랑하듯이 자유와 자율을 향유하는 온 국민의 손에서 위대한 역사가 창조되어야 합니다.

나라와 사회를 위한 일에 누구나 주인이 되어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 시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잠재된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 서로가 서로를 너그럽게 인정하며,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지나간 시대의 갈들의 골을 메워 민주화합의 새 시대를 열자는 결의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다짐하는 이 길이 바로 선례들이 자나깨나 꿈꾸던 겨레의 이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6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이제 민주번영의 새 시대에 들어선 우리는 민족의 통합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가야 합니다. 겨레가 하나로 뭉치는 것은 자주, 자존의 민족의지가 집약된 3, 1정신을 완성하는 길입니다.

선례들의 뜻을 실현하는 길은 이 땅에 번영하는 통일조국을 건설하는 일,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문을 연 민족자존의 시대는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을 향해 전진하는 시대입니다.

조국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저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만날 것이며 그것이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 길을 터나갈 것입니다.

우리와 외교관계가 없는 북방의 대륙국가들과도 적극적인 관계를 이룩할 것입니다.

새 시대는 이들 나라들과 폭넓은 교류의 길을 틀 것이며, 그것은 통일을 향한 우리들의 전진에 한 관문을 여는 것이 될 것입니다.


6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북한에 계신 동포는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한 겨레이며 한 동포, 한 형제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며 동포애, 형제애는 정치적 이념이나 어떠한 가치에도 앞서 우리를 하나의 민족으로 묶어주는 단절할 수 없는 운명의 끈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참가하는 인류평화의 제전 서울올림픽 북한 동포들은 모든 정치적 주장들을 접어두고 와 주십시오.

아무 조건도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동포로서, 형제로서 누구보다 북한의 우리 동포들을 따뜻하게 환영할 것입니다.

남북의 한 겨레가 잠실원두에 활활 타오를 올림픽 성화 앞에 함께 선다면 통일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무는 새로운 역사를 함께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6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저 우뚝한 한라산으로부터 웅장한 태백산맥을 이어 백두산 성봉에 이르기까지 강토마다 봄의 햇살은 화창한 기운을 가득채워 갑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세계사에 빛나는 문화를 창조해 온 우리 겨레가 세계의 주역으로 뛰어오를 때를 맞았습니다.

그것은 민족화합의 시대이며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새 시대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 길은 우리의 선례들이 우리에게 명한 길이며 세계사의 진운과 함께하는 길입니다.

3, 1독립선언서는 우리의 자존은 남을 배척함이 아니라 모두가 스스로의 자리에서 공존공영함으로써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인류의 번영이 이룩될 것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민주와 번영의 통일조국을 향하여 위대한 평화통일의 대행진에 함께 나섭시다. 그리하여 민족자존의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갑시다.

선례들이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한 가치를 오늘에 사는 우리들이 이룩하도록 합시다.

다시 한번 경건한 마음으로 선례들의 높은 뜻을 새깁니다.


1988년 3월 1일 대통령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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